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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허수아비의 꿈

엄마동화 강원희............... 조회 수 2991 추천 수 0 2002.03.15 00: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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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원희(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새근새근.
허수아비의 품속에 아기새 한마리가 잡자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젯밤, 길 잃은 아기새가 울고 있길래 허수아비의 품속에 숨겨 주었습니다.
햇님이 함박 웃음을 짓도록 아기새는 허수아비의 품속에서 새근새근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아기새의 숨소리가 가슴 곳에 울려 나오자 제 숨소리인 양 기뻤습니다.
"숨쉬는 아기새의 심장은 얼만할까? 토끼풀만할까? 아니야, 강아지풀씨만 할지도 모르지.내게도 풀씨만해도 좋으니 조그만 심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지는 노을만 보아도 가슴이 설렐거야."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자기가 짚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걸 깨닫고는 금방 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풀씨만한 심장은 커녕 풀씨를 간직할 만한 가슴조차 없는 꼭두각시 인형인걸.두근거리는 심장도 없으면서 볍씨만한 참새들의 심장을 놀래켜야 하다니…."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이젠 들판에서 새를 쫓는 일에 싫증이 났습니다.
"내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있다면 나는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면서 일하는 부지런한 농부가 될테야."
그때 이웃집 논배미의 양복장이 허수아비가 베잠방이 허수아비에게 소리쳤습니다.
"여보게! 새는 안 쫓고 무얼 하고 있나?"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깜짝 놀라 어개를 움츠리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습니다.
"쉬잇! 좀 조용조용히 말할 수 없겠나?"
"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자네한테만 얘기지만 사실은 어젯밤 길잃은 아기새가 울고 있길래 내 품속에 숨겨 주었다네."
"그래? 그렇다면 지금 자네 품속에 야기새가 숨겨져 있단 말인가?"
"그렇다네, 그래서 간밤에 잠을 설쳐 한잠도 못잤지 뭔가. 마음이 설레서 통 잠이 와야지."
그러자 양복장이 허수아비는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쯧쯧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얘긴가? 새를 품속으로 숨겨 주다니…. 아마 주인영감님이 아시면 노발대발하실걸, 우리 허수아비는 개를 쫓기 위해 들판에서 있다는 것 모르고 한일은 아닐 테지, 차라리 자네 품속에 새둥지를 짓게 하지 그랬나. 어서 아기새가 날아가도록 놓아 주게."
"하지만 지금은 깊이 잠이 든걸."
"주인 영감님께 들켜도 내 원망은 하지 말게."
양복장이 허수아비는 토라진 듯 건성으로 '훠어이 훠어이' 새를 쫓았습니다.
"잠자는 새를 깨워 보낼 순 없어. 아마 지금쯤 단꿈을 꾸고 있을 거야.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아기를 가진 엄마처럼 설레다가 그만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허수아비 할아버지 품속은 엄마 품처럼 따뜻해요. 아마 따뜻한 마음을 지녔나 봐요. 남쪽나라 사람들처럼…."
"남쪽 나라 사람들은 몹시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사나 보구나. 하지만 나는 사람이 아닌걸."
"할아버지, 우리는 철새라서 봄이면 이곳으로 왔다가 가을이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날아간답니다. 할아버니는 추수가 끝나면 어디로 가시나요?"
"글쎄다…."
"그렇다면 저와 하께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요."
베잠방이 허수아비는 아기새에게 다리가 한 짝이라 지팡이 없이는 한 발짝도 걸을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들판이 바로 내 고향인걸."
"그럼 안녕! 내년 가을에 다시 만나요."
베잠방이 허수아비가 잠이 개어 보니 어느새 아기새가 날아가 버렸는지 빈 가슴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 아기새는 허수아비의 잠을 깰까봐, 꿈속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살짝 떠나 버렸나 봅니다. *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889년 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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