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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원희(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쓱싹쓱싹.
초가집 지붕
위에는 별들이 묵은 먼지를 털어 내고 반짝반짝 닦아 내느라고 법석이었습니다.
내일이 바로 새해이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색동옷 같은 새옷을 설빔으로
입지만, 별들은 저마다 놋그릇처럼 반짝반짝 제 몸을 닦아 눈부시게 몸단장을 합니다.
감나무 밑에는 호동이가 만든 꼬마 눈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꼬마 눈사람의
목에는 엄마가 떠 주신 호동이의 하늘빛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별들은
참 사이가 좋은가 봐, 밤바다 떠도는 자기네들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으니까."
꼬마 눈사람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어디선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
아빠돼지처럼 뚱뚱보가 될거야. 꿀꿀."
우리 속의 아기 돼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집을 잘 지키는 개가 될 거야. 멍멍."
마루 밑의 강아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목청껏 잠을 깨울 거야. 꼬꼬."
닭장 속의 병아리가 말했습니다.
외양간의 송아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싣고 갈 수 있는 힘센 말이 될 거야. 히잉."
마굿간의
망아지가 말했습니다.
다섯 동물들은 모두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약속하듯이
말했습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다른 말로 이야기했지만 사이좋게 한 지붕밑에
살았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지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릴까?
동물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살펴보았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처럼 머리가 벗겨진 꼬마 눈사람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꿈이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새해 아침이 밝으면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하지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사람으로는 큰 행복이지, 뭐."
"그런데 새해 아침부터 세배는 안하고
어딜 간다는 거니? 꿀꿀."
우리 속의 아기돼지가 물었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린 눈으로 만든 눈사람이니까 하늘 나라로 돌아가야 해."
"그런데
저렇게 높은 하늘까지 어떻게 올라간단 말이니? 나처럼 날개가 있다면 또 몰라도….꼬꼬."
닭장 속의 병아리가 말했습니다.
다섯 동물들은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하려는
듯 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말끔하게 닦인 별들이 저마다 돋보이려고
깜박깜박 눈짓을 했습니다.
"저 하늘의 별자리는 윷놀이의 말판 모양이란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늘어선 별들과 사계절 을 본떠서 말판이 만들어졌지. 그뿐인 줄
아니? 윷놀이의 도, 개, 걸, 윷은 소, 모는 말, 옛 날 다섯 마을에 다섯 가축을 나누어
키우게 했는데 서로 경쟁하며 많이 번식하게 했대. 그래서 윷놀이가 생겼다고도 하지."
꼬마 눈사람의 말에 다섯 동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두들
코를 골며 깊은 잠이 들었지만 꼬마 눈사람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새해
아침이 밝으면 녹아서 없어질 제 모습이 서글퍼 눈사람은 자기 그림자를 껴안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꼬마 눈사람은 제 눈물에 녹아 점점 작아졌습니다.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감나무 가지 끝에는 호동이의 하늘빛 목도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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