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엄마와함께읽는동화]꼬마 눈사람은 어디 갔을까?

엄마동화 강원희............... 조회 수 2249 추천 수 0 2002.03.20 19:03:30
.........

글/강원희(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쓱싹쓱싹.
초가집 지붕 위에는 별들이 묵은 먼지를 털어 내고 반짝반짝 닦아 내느라고 법석이었습니다.
내일이 바로 새해이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색동옷 같은 새옷을 설빔으로 입지만, 별들은 저마다 놋그릇처럼 반짝반짝 제 몸을 닦아 눈부시게 몸단장을 합니다.
감나무 밑에는 호동이가 만든 꼬마 눈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꼬마 눈사람의 목에는 엄마가 떠 주신 호동이의 하늘빛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별들은 참 사이가 좋은가 봐, 밤바다 떠도는 자기네들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으니까."
꼬마 눈사람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어디선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 아빠돼지처럼 뚱뚱보가 될거야. 꿀꿀."
우리 속의 아기 돼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집을 잘 지키는 개가 될 거야. 멍멍."
마루 밑의 강아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목청껏 잠을 깨울 거야. 꼬꼬."
닭장 속의 병아리가 말했습니다.
외양간의 송아지가 말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나는 우리 아빠처럼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싣고 갈 수 있는 힘센 말이 될 거야. 히잉."
마굿간의 망아지가 말했습니다.
다섯 동물들은 모두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 약속하듯이 말했습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다른 말로 이야기했지만 사이좋게 한 지붕밑에 살았기 때문에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지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릴까?
동물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살펴보았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처럼 머리가 벗겨진 꼬마 눈사람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꿈이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새해 아침이 밝으면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하지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사람으로는 큰 행복이지, 뭐."
"그런데 새해 아침부터 세배는 안하고 어딜 간다는 거니? 꿀꿀."
우리 속의 아기돼지가 물었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린 눈으로 만든 눈사람이니까 하늘 나라로 돌아가야 해."
"그런데 저렇게 높은 하늘까지 어떻게 올라간단 말이니? 나처럼 날개가 있다면 또 몰라도….꼬꼬."
닭장 속의 병아리가 말했습니다.
다섯 동물들은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하려는 듯 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말끔하게 닦인 별들이 저마다 돋보이려고 깜박깜박 눈짓을 했습니다.
"저 하늘의 별자리는 윷놀이의 말판 모양이란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늘어선 별들과 사계절 을 본떠서 말판이 만들어졌지. 그뿐인 줄 아니? 윷놀이의 도, 개, 걸, 윷은 소, 모는 말, 옛 날 다섯 마을에 다섯 가축을 나누어 키우게 했는데 서로 경쟁하며 많이 번식하게 했대. 그래서 윷놀이가 생겼다고도 하지."
꼬마 눈사람의 말에 다섯 동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두들 코를 골며 깊은 잠이 들었지만 꼬마 눈사람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새해 아침이 밝으면 녹아서 없어질 제 모습이 서글퍼 눈사람은 자기 그림자를 껴안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꼬마 눈사람은 제 눈물에 녹아 점점 작아졌습니다.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감나무 가지 끝에는 호동이의 하늘빛 목도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990년 1월호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이현주동화 [이현주동화] 할머니의 거짓말 이현주 2003-01-06 2965
57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꼬마 며느리 노경실 2002-10-12 1980
56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새가 된 김내일 어린이 노경실 2002-09-13 2471
55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양말장수와 개 강추애 2002-09-04 3153
54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진자리 마른자리 강추애 2002-08-30 2104
53 창작동화 [창작동화] 부자 할머니 [2] 김대철  2002-08-05 2205
52 창작동화 [창작동화] 가장 소중한 신발 최정자 2002-07-25 3231
51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따뜻한 손 강추애 2002-07-23 2665
50 이현주동화 [이현주동화] 웃음의 총 [1] 이현주 2002-07-09 3163
49 이현주동화 [이현주동화] 알게뭐야 [2] 이현주 2002-07-09 2813
48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구두병원 강추애 2002-06-01 2889
47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고구마 반쪽 강낙규 2002-05-04 3251
46 창작동화 [정호승동화] 비익조... 황인찬 2002-04-19 2673
»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꼬마 눈사람은 어디 갔을까? 강원희 2002-03-20 2249
44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허수아비의 꿈 강원희 2002-03-15 2991
43 엄마동화 [엄마와 함께읽는동화] 두 아이 소중애 2002-02-25 1979
42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먹보, 뚱보 완이 소중애 2002-02-25 2112
41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불자동차 이가을 2002-02-09 2101
40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왜 갈비뼈지요? 최용우 2002-02-03 3200
39 권정생동화 [권정생동화] 강아지 똥 [4] 권정생 2002-01-29 5236
38 신춘문예 [2002부산일보] 연꽃을 피운 아이들 -신주선 file 신주선 2002-01-21 2207
37 신춘문예 [2002국제신문] 바람이 된 햇살 -석영희 석영희 2002-01-21 2699
36 신춘문예 [1992조선일보] 비둘기 아줌마 -조태봉 file 조태봉 2002-01-21 5282
35 신춘문예 [2002문화일보] 이사 -윤수민 file 윤수민 2002-01-14 1960
34 신춘문예 [1999동아일보] 굴뚝에서 나온 무지개 -정리태 file 정리태 2002-01-11 2478
33 신춘문예 [2000동아일보] 눈 내린 아침 -김명희 file 김명희 2002-01-11 2333
32 신춘문예 [2001동아일보] 아흔 아홉 우리 할머니 -이은강 file 이은강 2002-01-11 1856
31 신춘문예 [2000대한매일] 할아버지와 오동나무 -김은수 file 김은수 2002-01-11 2311
30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멀리 뽀뽀 소중애 2002-01-04 2046
29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혼자노는 꽥꽦이 소중애 2002-01-04 1945
28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아기달팽이의 나들이 소중애 2002-01-04 2252
27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메아리 엄마 정채봉 2001-12-29 2066
26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꽃그늘 환한 물 정채봉 2001-12-29 1843
25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엄마 운전기사 최자영 2001-12-29 2057
24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얼음이 익었어요 최자영 2001-12-29 2948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