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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추애(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그해는 흉년이었습니다. 다섯마리의
아기 쥐를 거느린 어미 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온들판을 헤매고 다녔지만 이삭
하나 줍기 힘들었습니다.
어미 쥐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풀숲에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고구마 반쪽만 구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고구마 반쪽이면 아기
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갉아먹어도 내일 아침까지의 먹이는 충분히 될 것입니다.
"너희들이 조금만 더 컸더라도…"
어미 쥐의 푸념대로 아기 쥐들이
조금만 더 자랐더라면 옆집의 찍찍이 형제처럼 풀뿌리도 먹고 나무 껍데기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어미 쥐의 먹이 걱정을 덜어 줬을 것입니다.
지금 아기 쥐들은
너무 어립니다.
입술과 발톱 색은 본홍빛입니다.
먹이는 고구마나 감자처럼
보드라와야 합니다.
아기 쥐들이 찍찍이 형제처럼 제 먹이를 제 스스로 챙겨
먹으려면은 미루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초승달이 날마다 살이 쪄서 동그랗고
통통한 보름달로 변해 있어야 할걸요.
어미 쥐는 한숨을 쉬며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아기 쥐들은 엎치락뒤치락 어미 쥐에게 매달립니다.
"빨리 주세요. 배고파요."
아기 쥐들은 눈치도 없이 쩝쩝 입맛까지 다시며 마구 졸라댔습니다.
"알겠다.
쬐금만 더 기다려라. 엄마가 꼭 맛있는 걸 구해 올께."
보다 못한 어미
쥐는 이런 약속을 남기고 다시금 들판으로 나왔습니다.
"마을로 가 볼까."
하지만 어림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굶주린 고양이들이 밤낮없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쥐구멍만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찍찍이의 엄마도 마을에 내려가더니 소식이 까마득해졌습니다.
"마을로
내려가지 마세요. 지금 배고픈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우리 쥐들이나 다 마찬가지예요."
흰 수염 쥐는 이렇게 말하며 집집을 돌았습니다.
어미 쥐는 어스름 달빛을
받으며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언젠가 숲 어귀의 옹달샘에서 만난 적 있는 다람쥐에게
고구마 반쪽을 빌릴 참이었습니다.
떡갈나무 아래에 작은 집을 가진 다람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저도 겨우 살아가는걸요. 도토리 껍질뿐이에요."
어미쥐는 실망했습니다. 희망을 품고 갈 데도 없었습니다. 어미 쥐가 터덜터덜 숲길을
빠져 나올 때는 새벽 무렵이었습니다. 결국 아기 쥐들은 밤새 꼬박 굶으며 어미 쥐를
기다리 다 지쳐서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어미 쥐도 허기를 참지 못해 마른나무 잎사귀를
뜯어먹다 '퉤' 뱉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쓰고 떫어 도무지 삼킬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랜 가뭄은 달고 시원하고 맛있는 것을 몽땅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어미 쥐는 바위 밑에 쭈그리고 앉아 '주르르' 눈물을 흘렸습니다.
"곧
비가 온대요."
두더쥐가 어미 쥐를 위로했습니다.
"무슨 비가
오겠어요. 하늘이 말짱한데요."
어미 쥐는 눈물을 훔치며 짜증을 내었습니다.
"진짜예요. 바람에 비가 잔뜩 묻어 있어요."
고슴도치가 두더쥐의
말을 거들자 어미 쥐는 숫제 '흥!' 코웃음까지 쳤습니다. 고슴도치는 말썽꾸러기
거짓말쟁이로 소문나 있었거든요.
고슴도치는 바위 밑 깊은 자기 집으로 들어가더니
고구마 반쪽을 들고 나와 어미 쥐에게 주며 거듭 말했습니다.
"이걸 가지세요.
곧 비가 내릴 것이고, 그러면 먹이가 쑥쑥 자랄텐데, 이까짓 걸 아껴서 뭘 하겠어요."
눈이 번쩍 뜨인 어미 쥐는 그때서야 고슴도치의 말을 믿었습니다.
"곧
비가 올 것 같구나. 바람 속에 비가 잔뜩 묻어 있는 걸 보면…."
고구마
반쪽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아기 쥐들에게 어미 쥐는 다정하고 점잖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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