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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구두병원

엄마동화 강추애............... 조회 수 2896 추천 수 0 2002.06.01 23:54:37
.........

글/강추애(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낮고 좁고 네모난 작은 집은 십층 은행 빌딩의 뒤편 담벼락 옆에 붙어 있습니다.
'구두병원집'
비뚤비뚤 못생긴 다섯 글자가 그 잡은 집 오른쪽 벽 하나를 다 차지하고, 그 글자는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글자를 쓴 이 집의 주인은 하얀 눈썹을 가진 할아버지인데 구두병원의 의사 선생님입니다.
떨어진 구두를 다시 깁습니다.

빠진 못을 쾅쾅 되박아 줍니다.
색칠도 하고 밑창도 갈아 끼웁니다.
이처럼 많은 일을 맡고 있는 이 작은 집에 이상하게도 손님이 뜸해졌습니다.
요즘 누가 구두를 다시 기워 신으며 빠진 못을 되박고 색칠하고 밑창을 갈아 끼우겠어요?
그런 구차하고 귀찮은 일을 하느니 쓰레기통에 냅다 버리는 게 낫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온종일 작은 집을 지키고 앉아서 "구두 환자가 올 텐데…."하며 손님을 기다렸고 그 기다림은 헛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섭이와 섭이 할머니의 구두가 이 집의 단골환자 였습니다. 솜사탕 아저씨도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옵니다. 쑥떡 장소 아줌마도 얼굴을 발그스레 물들이며 신발을 들이밀었습니다.
"쓱싹쓱싹, 뚝딱뚝딱. 콕콕콕,"
하얀 눈썹 할아버지가 구두를 만지는 솜씨는 그 동네에서 최고입니다. 몹시 낡고 여기저기 다 떨어진 구두라도 할아버지의 손만 닿으면 그 구두는 다시금 빛나고 튼튼해지는 것입니다.
봄과 여름 사이엔 비가 자주 왔습니다.
"걸핏하면 비야."
사람들은 짜증은 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의 할아버지 구두병원은 쉬는 날과 다름없습니다. 손님이 통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할아버진 그 작은 집을 지키고 앉아 있습니다. 가끔 꾸벅 꾸벅 졸기도 하면서 말이죠.
"할아버지."
섭이가 그때 나타났습니다.
"발가락이 다 나왔어요. 기워 주세요."
"으응, 웅. 그러지."
할아버지는 졸리는 눈을 비비며 바늘과 실을 찾았습니다.
섭이의 젖은 신은 바늘이 잘 들어가질 않습니다. 끈끈하고 빡빡해서 끙끙 용을 써야 겨우 한 땀 박음직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진 섭이의 젖은 신을 나무라기는커녕 도리어 할아버지 나이 탓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늙어서 그래. 젊었을 땐 꽁꽁 얼어붙은 신발도 감쪽같이 기워 냈었지."
신발이 기워질 동안 섭이는 제 옆구리에 낀 신문 뭉치에서 한 장을 빼어 들고 띄엄띄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차가 밀려서 길이 막혔음. 살찌는 어린이들이 점점 늘어감. 잃어버린 물건은 절대 찾아가지 않음.
"허허허허"
할아버지는 신발을 깁다 말고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잘들 살아 참 다행이야. 내 구두병원이 바쁘기 짝이 없었던 시절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어."
이윽고 신발이 다 기워졌습니다. 섭이가 동전 한닢을 내밀었을 때 할아버진 "텍! "하며 험상궂은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무슨 돈! 신문 읽어 줬음 됐지!"
"고맙습니다, 할어버지."
"오냐, 오냐. 신문 많이 팔아라. 빗길에 미끌어지지 말고,"
어스름 저녁 무렵의 손님은 쑥떡 장수 아줌마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줌마의 신발을 아주 정성 드려 기워 주었고 아줌마는 쑥떡 세 쪽을 할아버지께 드렸습니다.
다음날은 햇볕이 쨍하니 맑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구두병원 앞으로 솜사탕 아저씨가 손을 흘들며 지나갔고 책가방을 든 섭이가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쑥떡 장수 아줌마도 방앗간 쪽으로 종종걸음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하늘 가운데 오르면 섭이 할머니가 섭이를 마중하기 위해 구두병원 앞에 쭈그리고 앉을 것입니다.
하얀 눈썹 할아버지의 구두병원은 위의 사람들의 신발이 단골 환자였고 할아버지는 맑은날,궂은 날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기다립니다.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990년 5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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