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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추애(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쉬잇 -
누가 알면 창피해요.
은똥이는 매일 지도를 그린대요. 지도를 그리는 게 무엇이 창피하느냐구요?
아니, 그게 아니구요. 그 - 왜 - 있잖아요. 아침마다 축축히, 냄새도 피우고 곤란하고
딱한 것 말이에요.
그래요, 호호호호. 오줌싸개래요.
야단났지요. 일곱
살이나 먹었는데 큰일 났지 뭐예요.
맨 처음 지도를 그렸던 여름날 아침을 기억하고
있어요.
은똥이는 그날 늦잠이었대요.
은똥아 노올자.
친구들의 합창도
지나갔고 해님은 그림자만 남겼고 쫑쫑이던 새소리도 그쳤어요.
"일어나세요.
왕자님."
밥상을 차려 놓고 엄마는 은똥일 흔들어 깨우다 얼굴을 찡그렸어요.
"아니, 얘가!"
그럴 수밖에요.
은똥이의 밑 자린 비 적신 잔디처럼
축축했거든요. 엄만 몹시 속이 상했지만 애써 참았지요.
'한 번씩은 그러지.'
엄마는 젖은 자리를 마른 걸로 바꿔 끼웠어요.
다음날이었지요. 은똥이는
또 늦잠인 것이에요. 거기에다 또. 네, 또예요.
은똥인 엄마에게 또 한 뭉치의
빨랫감을 안겨 드린 거예요.
'나쁜 꿈을 꾼게지.'
휴 -. 엄만 한숨을 쉬었을
뿐 은똥일 나무라지 않았어요.
호통을 벼락처럼 그 이튿날 떨어졌어요.
은똥인
젖은 자리에서 울음보를 터뜨리지 않으면 안되었지요.
엄마는 화가 솟구친 나머지
은똥이의 볼기짝을 호되게 때려 주었거든요.
할머니가 찾아온 것은 그때입니다.
할머니는 대뜸 이렇게 말했지요.
"오줌 싸는
덴 소금이 제일이야. 은똥이더러 얻어 오라고 해."
엄마는 할머니의 방법이
맘에 안 들었지만 먼데서 모처럼 올라오신 할머니의 말씀을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었지요.
은똥이는 엄마가 챙겨 준 바가질 들고 가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요.
'소금은
슈퍼마켓에 있을 텐데….'
파란 담장 집의 창희네 엄마는 바가지 속에 소금
한 줌을 집어넣고 쿳쿳쿳 웃으며 말했어요.
"너, 오줌 쌌지?"
은똥이의 얼굴은 금새 빨갛게 익었지요. 아줌마는 어떻게 알까요.
은똥이는 부끄러워서
제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훌쩍거렸어요. 할머니가 은똥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답니다.
"울지 마. 이젠 됐어. 내일 아침엔 보송보송한 자리에서 눈을 뜰거야. 소금얻어
오는 게 돈 안 드는 약이란다."
하지만 할머니의 처방도 맞질 않았어요.
다음날의 은똥인 또 그랬거든요. 쯔쯔쯔쯔, 병이 깊구나. 할머닌 또 다른 방법들을
엄마에게 가르쳤지요. "잠자기 전에 물이나 우유는 절대
먹이지 말아라.
수박이나 참외도 안 된다. 자기 전 오줌 꼭 누이고."
엄마는 엄마대로
들은 소문에 따라 온갖 약을 다 지어 은똥이에게 먹였지요.
쓰디 쓴 검은 물약,
새콤달콤한 무지개색 알약, 치약 같은 잼, 사슴뿔과 인삼 뿌리, 별별 것이 은똥이의
약이 되었지요. 그랬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별이 많은 밤, 엄마는 은똥이가
가엾어서 은똥일 꼭 보듬고 누웠지요. 그리고 기도하듯 속삭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은똥아. 착하고 깨끗하고 명량한 은똥아. 은똥이의 잠자리는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하구나."
엄마가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고 엄마의 품속엔 은똥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지요. 어젯밤 그대로의 모습이었지요.
오, 세상에! 은똥아!
엄마의 얼굴이 새벽처럼 밝아지고 있었어요. 더듬어 본 은똥이의 밑자리가 마르고
깔끔한 게 아니겠어요.
은똥인 지금 오줌싸개가 아니예요. 엄만 이제 알아요.
오줌싸개의 약은 칭찬과 사랑이라는것을요.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990년 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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