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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쩜 어린애가 저렇게 예쁜 코를 가졌을까. 우리 딸은
납작콘데." 어른들은 슬기의 얼굴을 보면 늘 이런 얘기만 합니다. 얼른 들으면 칭찬 같지만 슬기는 싫습니다. '나는 왜 "똑똑하다, 착하다, 인사 잘한다"라는 칭찬은 못 들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인가부터 슬기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슬기야, 나는 이제부터 네 시아빠다."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슬기 옆집, 그러니까 1208호에 사는 아저씨의 말입니다. 그 아저씨의 아들은 국민학교 6학년 영태인데 아직 3학년인 슬기를 며느리 삼겠다는군요. 그리고 자기를 시아버지가 아니라 요즘 아빠라는 말을 많이 쓰니까 시아빠라고 부르라는 거예요. 영태 아버지는 슬기 아버지와 자주 어울립니다. 회사는 다르지만 조기 축구회 회원이거든요. 슬기를 며느리 삼겠다고 한 후부터 영태 아버지는 자주 놀러 옵니다. 어떤 때는 비싼 외국 술을 들고 오기도 하죠. 와서는 쉴새없이 말을 늘어놓습니다. "김형! 자네는 저렇게 예쁜 딸을 둬서 아무 걱정 없겠어." 영태 아버지는 술에 취해 빨개진 얼굴로 슬기를 불렀습니다. 순간 슬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아저씨는 내가 만약 납작코나 들창코였으면 며느리 안 삼았겠네요?" 슬기는 꽥 소리치고는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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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야, 슬기야!" 주방에 있던 엄마가 황급히 뛰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슬기는 벌써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슬기가 간 곳은 어디일까요. "아저씨…." 슬기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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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는 눈물을 닦으며 울었습니다. "천만에! 어린이는 어리다는 것 하나만으로 누구나 예쁜거야.
그리고 예뻐해 줘야 해. 난 네 코가 납작코라도, 네가 앞을 못 보는
아이라고 어린이라는 이유 하나로 예뻐해. 난 너만 아니라 모든 어린이는
다 예뻐한단다." 슬기는 아저씨 품에 안겼습니다. 한편 엄마는 슬기가 경비 아저씨와 있는 줄도 모르고 놀이터 쪽으로 뛰었습니다. "슬기야, 엄마 속상하시겠다. 어서 엄마한테 가거라. 그리고
누구든 네 코에 대해서 또 칭찬을 하거든 '난 착한 아이라는 말 듣는게
더 좋아요.'라고 말해. 알겠지?" 엄마에게 가는 슬기의 뒷모습을 보며 아저씨는 빙긋 웃었습니다. '저렇게 착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아이라면 나라도 며느리 삼고
싶지. 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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