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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온돌왕자

엄마동화 최용우............... 조회 수 1773 추천 수 0 2003.05.04 12:30:01
.........


"우리, 온돌왕자님께서 어인 일로 연남동까지 오셨나이까?"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댁을 찾아온 훈이를 이모가 놀렸습니다.
"아니야! 나는 온돌왕자 아니야! 나는 어린왕자야!"
훈이는 울 듯한 얼굴로 대들었습니다.
"호호호… 훈아. 오늘은 엉덩이에 방바닥을 안 달고 왔어?"
그런데 이번에는 외할머니까지 훈이를 놀립니다.
온돌왕자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죠? 자, 이제부터 재미있는 온돌
왕자 얘기를 해 줄테니 잘 들어보세요.
다섯 살 훈이는 보통 키에,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보통의 몸무게의 사내아이랍니다. 거리에 나가거나, 유아원에 가면 훈이와 같은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훈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답니다. 아마 이 동화를 읽거나, 엄마를 통해서 듣는 어린이 중 훈이와 같은 버릇을 가진 아이도 있을 것 같군요.
훈이는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습니다.
"훈아 놀자." 하고 부르면
"들어와."합니다.
하얀 눈이 오면 다른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놉니다. 그러나 훈이는 '추운데 밖에는 왜 나갈까.'하고 창가에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비가 올 때도 그렇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한테 야단을 맞으면서도 우산을 쓰고 장난을 합니다. 우산끼리 부딪치며 싸움도 하고 흙을 쌓아 물길을 만들어 재미있는 물장난을 합니다. 그래도 훈이는 '왜, 옷을 비에 적시면서 놀까.'하고 방안에서만 빙빙 돕니다.
처음에 엄마는 그런 훈이를 기특하게 생각했었답니다.
"우리 훈이는 효자야. 다른 애들처럼 밖에서 장난치지도 않고, 옷도 험하게 입지 않으니…."
그러나 얼마 후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란 것을 알았답니다. 바로 두 가지 일이 일어난 뒤부터랍니다. 첫 번째 일.
훈이가 사는 곳은 연립주택입니다. 가·나·다동 이렇게 세 채의 주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제 엄마들은 대부분 친구처럼 지내고 아이들끼리도 형제들처럼 잘 지냅니다. 그러나 훈이는 친구가 없습니다. 매일 방안에서만 놀고, 먹고, 오락을 하고, 비디오를 보고, 친구가 놀자고 해도밖에 나가질 않으니 이젠 찾아오는 아이가 없습니다.
하루는 훈이가 유아원에서 오니 엄마는 없고 문은 꽉 잠겨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은행에 갔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늦게 올 때입니다. 훈이는 아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같이 놀고 싶어서죠. 그러나 누구도 훈이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때 노란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쟤는 온돌왕자래. 엉덩이에 방바닥이 붙었대."
여자 아이의 말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었습니다. 훈이가 엉엉 울고 있을때 엄마가 왔습니다.
"훈아. 왜 우니?"
엄마의 물음에 훈이는 훌쩍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쟤네들이 나랑 안 논대요. 나보고 온돌왕자래요. 애 엉덩이에 방바닥이 붙었대요. 엄마, 내 엉덩이에 진짜 방바닥이 붙었어요? 으앙…."
두 번째 일.
훈이의 엄마는 금요일마다 나가는 곳이 있답니다. 장애자들이 모여 사는 '사랑의 집'에서 빨래를 해 주고 이야기 동무가 되어서 놀다가 옵니다 엄마는 이런 날이면 옆집 슬기네 집에 부탁을 합니다.
"우리 훈이가 유아원에서 오면 점심 좀 먹여 주고, 돌봐 주세요."
슬기 엄마와 훈이 엄마는 아주 친해서 이런 일쯤은 얼마든지 서로 들어주죠. 그런데 하루는 '사랑의 집'에서 돌아오니 훈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에서 책을 보느라 슬기 엄마도 훈이가 나간 것을 몰랐죠. 두 엄마와 국민학교 3학년인 슬기가 훈이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세탁소 아주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혹시 그 아이가 훈이인지 모르겠네요. 어떤 아이가 울고 있어서 파출소에 데려다 주었는데…."
세 사람은 황급히 파출소로 갔습니다.
훈아!"
"엄마! 으앙…. "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연립 주택에 사는 사람이 훈이를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훈이가 얼마나 방안에서만 맴돌았으면 바로 앞 동 사람이 몰랐을까요. 이제부터 훈이는 온돌왕자라고 놀리면 큰소리로 말합니다.
"아니예요. 나는 엉덩이에 방바닥이 안 붙은 어린왕자예요!"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991년 5월호에서 http://www.cjlife.co.kr/lifestory/search/1991_05/40_child.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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