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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느릿느릿게으른 달팽이

엄마동화 전유경............... 조회 수 1921 추천 수 0 2003.09.21 2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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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유경(은행원) 그림 강낙규


오랜 옛날, 아주아주 오랜 옛날에 달팽이의 등은 회오리 모양으로 말리지 않고 그냥 평평했답니다. 또 살이 흐물흐물하지도 않았답니다.
그런데 왜 지금처럼 되었느냐고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옛날에 달팽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달팽이는 어찌나 게으르던지 아침에는 아주 늦게 일어나고 저녁에는 일찍 잤습니다. 또 깨어 있어도 하는 일없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숲속에서는 게으름쟁이라고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어느 날, 하늘에 해님과 달님과 별님, 그리고 바람이 모여 세상에서 보고 온 재미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가 달팽이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해님이 먼저 말했습니다.
"내가 세상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녀 보았지만 저렇게 게으르고 태평한 벌레는 처음 보았어."
달님과 별님도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저렇게 게으르고 느릴까?" 바람이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위급한 일이 생기면 빨리 움직이겠지." 해님이 말했습니다.
"글쎄…?" 그러자 별님이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저 벌레가 빨리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자꾸나. 그렇게 하면 아무리 게으르더라도 움직일 것 아냐?" 바람이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님이 말했습니다.
"내가 먼저 하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해님은 아주 뜨거운 빛을 달팽이에게 내리쏘았습니다.
주변의 동물이나 벌레들은 앞을 다투어 시원한 그늘이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도 달팽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걷는 것이 귀찮아서지요. 해님은 그만 지쳐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바람이 나서서 하겠다고 합니다. 바람은 폭풍 같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모두들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는데, 달팽이는 바람 가는 대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마침내 바람도 지쳐 버렸습니다.
달님이랑 별님은 밤이 아니라서 힘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한편, 달팽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 참 큰일났습니다. 햇볕을 너무 강하게 쬐어 그마나 몸이 흐물흐물해져 버렸습니다.
지금처럼요. 그리고 회오리바람이 어찌나 세었던지 달팽이의 등 모양이 지금처럼 회오리 모양으로 말리고 말았습니다.
이상해져 버린 자기의 모습을 보고 달팽이는 그만 "엉엉"하고 울었습니다. 참 큰일났지요.
달팽이는 별님이랑 달님도 해님과 바람처럼 자기에게 그렇게 할까 봐 밤에는 나오지 않고 꼬옥꼭 숨었습니다. 그리고 낮에도 해님이 무서워서 잘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달팽이는 해님이랑 달님이랑 별님이 없는 비오는 낮에만 잘 나온답니다
그래서 바람이 있어서 무서우니까 우리들이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바람이 온 줄 알고 꼬옥꼭 자기 집으로 숨어 버립니다.
참 지금도 달님과 별님은 달팽이가 어디에 있나 밤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본답니다.
혹시 달님과 별님이 여러분의 방 창가에 와서 달팽이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오면 여러분은 모른다고 대답해 주세요.
저랑 꼭꼭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 주세요.*

생활속의 이야기 1992년 3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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