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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솔이와 몽이

엄마동화 신경아............... 조회 수 1201 추천 수 0 2003.10.05 19: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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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경아 그림/강낙규

솔이는 오늘도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솔이가 엄마에게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삼일 전쯤, 이웃에 새로 이사온 민아 때문입니다.
그날도 솔이는 채송화가 피어 있는 작은 꽃밭 앞에 앉아 몽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재봉틀로 예쁘게 만들어 준 헝겊 인형인 몽이는 솔이의 둘도 없는 동무입니다.

"몽이야, 어서 자. 그래야 말 잘 듣는 아이지!"

솔이는 제법 엄마 말투까지 흉내냅니다. 그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 뒤꼍에서 빨래를 널고 계시던 엄마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바로 요 밑의 집에 이사온 민아 엄마예요. 어제 이사왔는데 이제야 찾아뵙네요."
"어머, 그러세요? 어서 좀 들어오세요."

솔이는 물끄러미 문가에 서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얘, 민아야. 여기서 놀고 있어. 엄마 곧 나올께."

민아는 머리에 분홍색 리본을 맨 참 예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더 예쁜것은 그 애의 인형이었습니다.

"너, 인형 있니?"

민아는 솔이에게 이름도 물어 보지 않고 그것부터 물어 봅니다. 솔이는 슬그머니 몽이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도 없는 솔이의 동무인 몽이가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습니다.
민아는 총총걸음으로 현관 계단에 가서 앉습니다.

"너 이런 거 처음 보지?"

놀랍게도 민아의 그 예쁜 인형이 춤을 추며 돌아갑니다. 그리고 어디서 나오는지 고운 노랫소리도 들립니다.
솔이는 민아와 민아 엄마가 돌아간 뒤에 몽이를 방구석에 던져 버렸습니다. 엄마는 그런 솔이를 보고 야단을 하십니다.

"솔아, 이게 무슨 짓이니? 몽이가 얼마나 아프겠어?"
"치,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 하는 게 어떻게 알아? 난 저런 인형 싫어. 민아 인형이랑 똑같은 거 사 줘!"

그날부터 솔이는 엄마를 못 살게 굴었습니다. 솔이가 돌보지 않는 몽이는 풀이 죽어 방구석에 누워 있었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엄마는 할 수 없이 민아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민아 엄마, 우리 솔이 때문에 그러는데 민아 오르골 인형 있지요, 그 인형 어디서 사셨어요? 똑같은 걸 사 내라고 야단이니 원."
"그러세요? 그럼 잘 됐네요. 이거 솔이 주세요. 우리 민아가 아빠가 외국 출장에서 사 온 말하는 인형 때문인지 이젠 이 인형이 싫다고 그러네요."

"고마워요, 민아 엄마. 솔이가 참 좋아하겠어요!"

솔이는 그날부터 그 인형과 꼭 붙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몽이를 애써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솔이의 뱃속에 병이 났습니다. 끙끙 앓고 있는 솔이 때문에 엄마는 걱정스러워 오르골 인형을 안겨 줍니다.

"자, 솔아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야."

그러나 아픈 솔이는 딱딱하고 차가운 인형을 밀어냅니다. 몽이의 따뜻한 감촉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엄마. 엄마!"

자꾸만 엄마를 찾는 솔이를 보고 엄마는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십니다.
포근한 몽이를 다시 안은 솔이는 이제야 동무를 다시 찾은 것 같았습니다. 뱃속에 숨어 있던 병도 달아난 듯합니다. 그리고 몽이를 꼬옥 껴안아 봅니다.

"몽이야. 코 자자. 그래야 착한 아이지!"

몽이를 재운다고 하던 솔이가 어느새 도로롱거리며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솔이와 몽이가 깨지 않도록 슬그머니 나가십니다. 그런 엄마의 한 쪽 손에는 민아에게 되돌려 줄 오르골 인형이 들려 있었습니다.

글쓴이 : 1971년 태어났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틈틈이 소설 습작을 하고 있다.

 

생활속의아이기 1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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