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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김치가 된 배추

엄마동화 신경아............... 조회 수 2573 추천 수 0 2003.10.21 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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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경아 그림/강낙규

 어린이 여러분 안녕!
내 이름은 김치야. 옛날 이름은 배추였지만, 현정이 엄마가 날 화장시켜 새롭게 김치로 태어나게 해 주셨어. 지금부터 내가 김치로 태어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내가 살던 고향은 푸른 하늘 아래 넓은 들, 초록빛 배추밭이야. 들 옆으로는 시내가 흐르고, 해들의 노래를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공기 좋은 곳이지.
거기 가면 그리운 내 친구들이 많이 있어. 난 멋진 몸매를 뽐내며 으스대기도 하면서 마냥 즐겁게 살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야! 속이 꽉 찼는데."

컬컬한 목소리의 아저씨가 말했어. 난 얼마 전 떠나간 친구들을 생각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서 살리라 다짐했는데, 그 소리를 들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사각사각 소리가 나며 내 몸이 흔들렸어. 그러더니 뿌리까지 흔들리고 내몸은 아저씨의 커다란 두 손에 안겼단다. 그 뒤 다른 친구들과 함께 트럭에 실려 고향을 떠나왔어.
발버둥치며 울었지만 소용이 없었지.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새들이 지저귀고 나비 춤추는 고향에서 친구들과 정답게 노는 꿈을 꾸었단다.
좋지 않은 냄새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생전 처음 보는 곳이었어.

"웬 차가 이렇게 많을까. 빌딩도 높기도 하지."

트럭이 닿은 곳은 농수산물 시장이었어. 거기에는 무, 배추, 파, 마늘 같은 내 친구들이 산더미 같이 모여 있더군. 손에서 손으로 던져진 나는 몸에 멍이 들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어. 몇 시간 시장에 누워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내 몸을 이모저모 살폈어. 그러더니 돈을 내고는 나를 장바구니에 담아 이곳 현정이네 집으로 데리고 왔지.

 현정이네 집은 작은 아파트이지만 무척 깨끗했어. 현정이 장난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텔레비전, 오디오, 비디오는 참 신기했어.
집 안 여기저기를 보고 있는데 막 잠에서 깬 듯한 여자아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손가락으로 날 찌르더군. 간지럽게 말이야.

"배추, 배추. 김치하지?"

그 말하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자세히 봤지. 곱고 뽀얀 피부에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예쁜 아이었어.

조금 있더니 우박이 막 쏟아지더군. 그런데 그건우박이 아니라 소금이었어. 소금의 짠 기운이 내몸 속으로 들어오자 상처 난 곳이 쓰리고 아팠어. 서서히 온몸에 힘이 빠지더니 일어설 힘도 없게 되었단다.
고향에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워 엉엉 울고 있을 때, 현정이 엄마는 시원한 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씻겨 주었어. 얼마나 시원한지 지난날의 고통을 모두 잊을 정도였어. 대소쿠리에 누워 잠깐 쉬고 나니 날씬해진 내 몸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지.

 그리고 나서 화장을 시작했어. 현정이 엄마는 내게 고춧가루, 젓갈, 마늘, 생강, 양파즙, 찹쌀풀 등 여러 가지 천연 화장품을 골고루 발라 예쁘게 만들어 주었어, 현정이 엄마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

"여보, 김치 맛 좀 보세요." 현정이 엄마가 현정이 아빠에게 한 잎 떼어 주며 말했어.

"역시 당신 김치 솜씨는 일품이야."

아저씨의 칭찬에 현정이 엄마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군. 그리고는 내게 '김치'라는 새 이름을 지어 하얀 접시에 예쁘게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어.

"오늘의 영광은 지난날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무대에 선 듯한 기분으로 힘껏 외쳤어. 난 김치가 되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러워. 세계 어느 나라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음식이잖니.

외국에서 들어온 햄버거나 피자 같은 것만 찾는 어린이 여러분, 오늘 저녁엔 꼭 나를 만나자구. 김치를 사랑하는 게 바로 우리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니까. 오늘 저녁 꼭 만나. 안녕.

글쓴이 :1964년 태어났다. `89년 결혼해 21개월 된 딸 하나. 배추 절이는 것을 보고 딸아이가 "배추 목욕시킨다"고 하는 말에 착상해 이 글을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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