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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고마운 것으로 가득찬 세상

엄마동화 이원지............... 조회 수 1624 추천 수 0 2003.11.16 21: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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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원지(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그림/강낙규

 

진아는 책상 앞에서 숙제를 하고 있고, 민아는 거실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곱 살짜리 민아는 내년에 학교에 간다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놀이를 자주 합니다.
그때, 진아가 색연필을 좀 쓰자고 했습니다. 민아는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진아는 가져 가서 쓰고 말았습니다.
민아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야, 나한테 뭐 보태 준 것 있어? 왜 내 것 쓰는거야?"
"어머, 얘 좀 봐. 색연필 하나 갖고 뭘 그러니?"

진아는 색연필을 도로 제자리에 두었지만 입이 쑥 나와 있었습니다.
그날 밤, 진아는 이모 집에 가고 민아는 혼자 자게 되었습니다. 보태 준 것도 없는 언니가 가고 나니, 침대는 운동장만큼 넓고 창 밖에선 누군가 자꾸 들여다보는 것 같아 도저히 혼자 잘 수가 없었습니다.
둘이서 장난치다가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토라져서 울기도 한 사이지만, 그래도 언니랑 잘 때가 든든하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아는 캄캄한 숲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둠뿐입니다. 춥기는 또 왜 이리 추울까요? 옆에서 나무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 춥고 배고파. 해님이 어디로 가 버렸을까?"
"그래. 우리는 해님 덕분에 매일 세상도 보고, 따뜻하게 배불리 살았잖아."

그때 해님이 나타났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했습니다. 환히 다 보였습니다. 나무와 풀이 자라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민아는 기쁜 마음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어디쯤에선가 몸에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왜 이리 덥지? 저 나무는 그린 듯이 서 있네."

그러나 그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와 구슬땀을 씻어 주자 나뭇잎들은 몸을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씨앗도 보였습니다. 꽃들은 기지개를 켜며 피어났습니다. 고맙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바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또 걸어갔습니다.
이젠 목이 말랐습니다. 냉장고만 열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수도 꼭지만 틀면 콸콸 물이 쏟아졌는데 여긴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 한 방울 안 보입니다.

"아! 물 없이는 못 사는구나. 물이 우리에게 이렇게 베푸는 게 많구나."

깨닫는 순간 옹달샘에서 물이 펑펑 솟아 올랐습니다. 엎드려서 마구 들이켜고 나니 살 것 같았습니다.

"고마운 물아, 안녕."

민아는 또 길을 갔습니다. 옷을 보니 다 해지고 살이 나올 지경입니다. 춥기도 하고요. 이 낯선 동네에서, 더구나 돈도 없이 어떻게 옷을 구합니까?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용기를 내어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나한테 뭐 보태 준 것 있니? 너 혼자 해결해 봐."하며 싹 거절했습니다.
슬펐습니다.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말이 이렇게 사람을 서운하게 하는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민아야, 일어나거라. 밥 먹자."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일어나기 싫다고 떼를 썼겠지만 오늘 아침엔 벌떡 일어나 엄마 볼에 뽀뽀를 해 댔습니다.

 세수하고 식탁에 가니 푸짐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밥도, 김치도, 김도, 찌개도 맛이 있었습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는, 이 음식들은 엄마 혼자 마련한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농부, 어부, 상인, 배달하는 분의 덕분에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입는 것, 잘 수 있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듣고 나서 생각하니 색종이와 색연필을 만들고 파는 분, 동화책을 만들고 파는 분, 유치원 선생님..... 고맙지 않은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민아는 어제 언니에게 한 말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진아 언니가 집에 돌아왔을 때 마구 뽀뽀를 해 댔습니다.

"언니야, 미안해. 난 언니가 있어서 행복해."

진아는 웬일인가 해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글쓴이: 1955년에 태어났다. 울산 은양여자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며, 올해로 교직 생활은 16년째다. 틈틈이 글도 쓰고 일기는 10년 정도 써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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