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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원지(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그림/강낙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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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는 책상 앞에서 숙제를 하고 있고, 민아는 거실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곱 살짜리 민아는 내년에 학교에 간다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놀이를 자주 합니다. "야, 나한테 뭐 보태 준 것 있어? 왜 내 것 쓰는거야?" 진아는 색연필을 도로 제자리에 두었지만 입이 쑥 나와 있었습니다. 민아는 캄캄한 숲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둠뿐입니다. 춥기는 또 왜 이리 추울까요? 옆에서 나무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 춥고 배고파. 해님이 어디로 가 버렸을까?" 그때 해님이 나타났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했습니다. 환히
다 보였습니다. 나무와 풀이 자라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민아는
기쁜 마음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왜 이리 덥지? 저 나무는 그린 듯이 서 있네." 그러나 그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와 구슬땀을 씻어 주자 나뭇잎들은
몸을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씨앗도 보였습니다. 꽃들은
기지개를 켜며 피어났습니다. 고맙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바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또 걸어갔습니다. "아! 물 없이는 못 사는구나. 물이 우리에게 이렇게 베푸는 게 많구나." 깨닫는 순간 옹달샘에서 물이 펑펑 솟아 올랐습니다. 엎드려서 마구 들이켜고 나니 살 것 같았습니다. "고마운 물아, 안녕." 민아는 또 길을 갔습니다. 옷을 보니 다 해지고 살이 나올 지경입니다.
춥기도 하고요. 이 낯선 동네에서, 더구나 돈도 없이 어떻게 옷을 구합니까?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용기를 내어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나한테 뭐 보태 준 것 있니? 너 혼자 해결해 봐."하며 싹
거절했습니다. "민아야, 일어나거라. 밥 먹자."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일어나기 싫다고
떼를 썼겠지만 오늘 아침엔 벌떡 일어나 엄마 볼에 뽀뽀를 해 댔습니다. |
세수하고 식탁에 가니 푸짐한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밥도, 김치도, 김도, 찌개도 맛이 있었습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는, 이 음식들은 엄마 혼자 마련한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농부, 어부, 상인, 배달하는 분의 덕분에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입는 것, 잘 수 있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듣고 나서 생각하니 색종이와 색연필을 만들고 파는 분, 동화책을 만들고 파는 분, 유치원 선생님..... 고맙지 않은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민아는 어제 언니에게 한 말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진아 언니가 집에 돌아왔을 때 마구 뽀뽀를 해 댔습니다. "언니야, 미안해. 난 언니가 있어서 행복해." 진아는 웬일인가 해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글쓴이: 1955년에 태어났다. 울산 은양여자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며, 올해로 교직 생활은 16년째다. 틈틈이 글도 쓰고 일기는 10년 정도 써 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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