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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경한(대구시 동구 효목2동) 그림/강낙규 |
진종일 우물가에 몰려와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해해해..."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한참 동안 우물가에 맴돕니다. 그때마다 우물 속의 왕눈이는 바깥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우물 밖 하늘은 어떻게 생겼을까?' 왕눈이는 오늘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달님과
해님이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 주곤 하지만 우물 밖 세상에 뜬눈으로
온밤을 지샌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동그란 하늘에서 큰 두레박이 조금씩 조금씩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두레박이 우물 속까지 내려 왔을 때 왕눈이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간이 콩알만해졌습니다. "툇! 툇! 툇!" 아이들이 투덜거리면서 왕눈이의 두 발을 꽉 붙잡도니 빙빙 돌려
공중으로 휙 날려 버렸습니다. 왕눈이는 정신없이 공중으로 날아가다
꽥 하고 머리를 땅에 박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되더니 눈앞이 번쩍번쩍하면서 "쿵
우르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굵은 물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개골, 개골, 개골개골..." 모두들 소리 높여 목청을 뽐내었습니다. 왕눈이도 목청을 가다듬고 한 번 불러 보았습니다. "개으윽골, 개으골, 개으골...야호!" 왕눈이는 너무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왕눈이는 겸연쩍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지. 큰일 날 뻔했어.' 그렇게 생각하며 풀숲을 뛰어가는데 어디선가 "싸아악, 싸아악"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꼬리가 길고 눈을
번득이며 혀를 날름날름거리는 녀석이 한 친구를 덥석 입 속으로 넣지
않겠어요? "야호!" 여기서 목욕이나 하고 가야지 하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겉 보기에는 그리 더럽지 않아 보이던 물인데 살갗이 따끔따끔하고 온몸의 힘이 쑥 빠지더니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아무리 외치려고 몸부림쳐도 입만 벌리면 매캐한 물이 목구멍으로 꼴깍꼴깍 넘어 왔습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젠 죽었구나 생각하니 왕눈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까르륵, 까르륵..." 생전 처음 듣는 소리가 귀에 스쳤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몸이 나무 뿌리에 걸려 있었습니다. 왕눈이는 너무 무서워서 나무 뿌리 밑에 몸을 숨겼습니다. `어휴, 살았다.' 우물 밖의 세상을 그리워했던 게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우물 속으로 가야지. 내 고향 우물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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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는 물 먹은
하마처럼 물 위에 둥둥 떠서 물결따라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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