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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우물밖으로 나온 왕눈이

엄마동화 양경한............... 조회 수 1885 추천 수 0 2003.11.16 21:40:21
.........

글/양경한(대구시 동구 효목2동) 그림/강낙규

 

 

진종일 우물가에 몰려와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해해해..."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한참 동안 우물가에 맴돕니다. 그때마다 우물 속의 왕눈이는 바깥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우물 밖 하늘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물 밖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왕눈이는 오늘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달님과 해님이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 주곤 하지만 우물 밖 세상에 뜬눈으로 온밤을 지샌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물 밖으로 나가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그란 하늘에서 큰 두레박이 조금씩 조금씩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두레박이 우물 속까지 내려 왔을 때 왕눈이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간이 콩알만해졌습니다.
두레박에 물이 가득 차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왕눈이는 엉겁결에 그만 펄쩍 뛰어 두레박에 올라갔습니다.
두레박은 출렁출렁 춤을 추면서 우물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더니 눈이 부셔 왔습니다. 어리둥절하여 한동안 멍하니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툇! 툇! 툇!"
"에잇, 재수 없어!'
"개구리 한 놈이 두레박 속에 들어 있다니. 더러워서 물도 못 먹겠네."

아이들이 투덜거리면서 왕눈이의 두 발을 꽉 붙잡도니 빙빙 돌려 공중으로 휙 날려 버렸습니다. 왕눈이는 정신없이 공중으로 날아가다 꽥 하고 머리를 땅에 박았습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일어나 보니 거기엔 왕눈이와 똑같이 생긴 친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 친구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되더니 눈앞이 번쩍번쩍하면서 "쿵 우르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굵은 물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왕눈이는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하늘에서 물방울만 떨어지면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개골, 개골, 개골개골..."

모두들 소리 높여 목청을 뽐내었습니다. 왕눈이도 목청을 가다듬고 한 번 불러 보았습니다.

"개으윽골, 개으골, 개으골...야호!"

왕눈이는 너무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왕눈이는 겸연쩍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친구들이 풀밭을 뛰어다니며 먹이를 잡는 모습을 보고 따라해 보았습니다. 서툴러서 그만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침이 달린 것을 잡으려다 온몸이 퉁퉁 붓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위험한 것이라며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지. 큰일 날 뻔했어.'

그렇게 생각하며 풀숲을 뛰어가는데 어디선가 "싸아악, 싸아악"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꼬리가 길고 눈을 번득이며 혀를 날름날름거리는 녀석이 한 친구를 덥석 입 속으로 넣지 않겠어요?
눈을 끔벅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친구가 불쌍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풀숲을 나와서 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이르렀습니다.

"야호!"

여기서 목욕이나 하고 가야지 하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겉 보기에는 그리 더럽지 않아 보이던 물인데 살갗이 따끔따끔하고 온몸의 힘이 쑥 빠지더니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아무리 외치려고 몸부림쳐도 입만 벌리면 매캐한 물이 목구멍으로 꼴깍꼴깍 넘어 왔습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젠 죽었구나 생각하니 왕눈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왕눈이는 물 먹은 하마처럼 물 위에 둥둥 떠서 물결따라 흘러갔습니다.

"까르륵, 까르륵..."

생전 처음 듣는 소리가 귀에 스쳤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몸이 나무 뿌리에 걸려 있었습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주둥이가 날카롭고 시커먼 검둥이 새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습니다.

왕눈이는 너무 무서워서 나무 뿌리 밑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 검은 새가 잽싸게 날개를 퍼득이며 왕눈이가 숨은 나무 위에 앉을 때는 간이 콩알만해졌습니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니 그 새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휘익 날아갔습니다.

`어휴, 살았다.'
`우물 밖 세상이 이처럼 위험한 곳이로구나.'

우물 밖의 세상을 그리워했던 게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저녁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 위로 조용히 헤엄쳐 가면서 왕눈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물 속으로 가야지. 내 고향 우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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