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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뿌리 깊은 나무

창작동화 손상렬............... 조회 수 1883 추천 수 0 2004.08.30 16:46:19
.........
뿌리 깊은 나무

넓디 넓은 들판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바람을 타고 온갖 씨앗들이 날아와 떨어졌습니다. 꽃씨. 나무씨. 풀의 씨앗할 것 없이.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이 지나고, 먼 남쪽 나라로부터 훈훈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햇살도 따스하게 빛났습니다. 봄이 온 것입니다.
잠들어있던 씨앗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앗 어서 싹을 틔워야지'
땅속에서는 날마다 사르륵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씨앗들이 싹을 틔우는 소리입니다.
'내가 제일 먼저 세상에 나갈거야.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가 될거야'
씨앗들은 앞다투어 피어났습니다.
"내가 먼저 나갈거야" 토닥이며 다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들판에는 온갖 나무와 풀들로 가득찼습니다.
"어서 어서 물을 마셔야지. 그래서 누구보다도 키 큰 나무가 되어야지"
들판은 서로 서로 키 큰 나무가 되기 위해, 다투어 자라나는 풀과 나무들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벌써 빨간 꽃을 내뿜는 풀들도 있었습니다.
들판은 향기로 가득찼습니다.
꿀벌들이 날아왔습니다.
"너희들은 참 예쁜꽃을 피워냈구나. 게다가 우리가 가져 갈 수 있는 달콤한 꿀까지 있으니......세상에서 너희들이 최고야"
최고라는 말에 풀들은 까르르 웃었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더욱 많은 꽃잎들을 피워올렸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나무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법 목을 세운 미루나무가 핀잔을 주기 일쑤였습니다.
"너는 왜그리 작니? 그래가지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겠어? 그리고 잎은 그게 뭐니. 뾰족뾰족 해가지고. 그래서 그늘이나 내릴 수 있겠어?"
어린 소나무는 미루나무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내가 과연 앞가림이나 할 수 있을까."
소나무는 몇 날 몇 일 슬픔 속에서 지냈습니다.
그런 어느날 꿈속에선지 현실에선지, 바람이 말했는지 구름이 말했는지,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아주 튼튼하고 큰 나무가 될거야. 원래 크게 될 나무는 어려움이 많은 거란다. 우선은 뿌리부터 알차게 내려보렴"
소나무는 깜짝 놀라 눈을떴습니다. 그러나 그말을 한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소나무 자신이 한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때부터 소나무는 풀들과 나무들의 말에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땅 속으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돌이 있으면 돌 사이로, 바위가 있으면 바위를 피해서, 아래로 옆으로 깊이 깊이 넓혀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나무들과 풀들은 하늘 높이 자랐습니다.
소나무는 하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뿌리를 깊이 내렸습니다.
가을이 되자 무성하던 풀들은, 하나 둘 말라죽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더니, 빨리 죽어버리는 1년초였던 것입니다.
들판은 풀들이 죽자, 여기 저기서 키작던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는 보일 듯 말 듯 하게 소나무도 끼여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날씨는 서서히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이 온 것입니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추위에 못이긴 어린 나무들이 얼어죽었습니다.
그러나 소나무는 꿋꿋했습니다.
또다시 봄이 오고 겨울이 왔다 갔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은 나무들은 이제 제법 나무다워 보였습니다.
소나무는 그중에서 제일 작았습니다.
옆에 있던 복숭아나무가 말했습니다.
"넌 도대체 무엇하는 나무니? 키도 작고 열매도 없고"
그러나 소나무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 해 여름 태풍이 오자, 나무들은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불자 열매가 떨어지고, 가지가 부러졌습니다. 비가 쏟아져 냇물이 불어나자, 뿌리가 파여 떠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소나무는 끄떡 없었습니다.
뿌리부터 튼튼히 내렸기 때문입니다.
들판에는 한 그루 천년송이 있답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천년을 끄떡없이 살아 온 소나무.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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