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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고목나무
깊고 깊은 산 속에, 고목 나무 할아버지 한 분 살고 계십니다.
머리는 하얗게 새다 못해 노란 금빛이고,
옷은 하이얀 바지저고리를 입고 계십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고즈넉한 산 속에, 할아버지 혼자 살고 계십니다.
졸졸졸 옹달샘 소리 산 속을 울리고, 가끔 산노루가 물 먹으러 왔다가 옹달샘에 제 얼굴을 비춰봅니다.
제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돌아갑니다.
그 옆에 산작약꽃이 다소곳이 피어, 쓸쓸한 산 속 분위기를 밝힙니다.
할아버지가 콜록 콜록 해소기침을 합니다.
바람이 거칠게 나뭇잎을 때립니다.
"아아고 답답해. 아이고 답답해!"
바람 아줌마가 가슴을 칩니다.
할아버지가 짐짓 모른 체 대답합니다.
"아줌마, 왜 또 그래요?"
"할아버지만 보면 분통이 터져서 그래요"
아줌마는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얼굴이 붉어집니다.
"뭐가 그리 또......혈압 오르면 몸에 안 좋아요"
할아버지는 체념 한 지 오래 된 듯 조용히 말합니다.
"자식 새끼들 있으면 뭐해요. 도시에 나가 저들만 잘살면 그만이고......노인을 혼자 버려 놓고. 한 번 찾아오길 하나......"
"누가 버렸다고 그래. 그냥, 내가 좋아서 여기 사는 거라니까"
할아버지 얼굴에 약간 서운한 표정이 맴돕니다.
"그럼, 찾아보러 와야 할 것 아니에요. 이건 고려장이 따로 없다니까"
"......"
아줌마가 후다닥 저쪽 산으로 가버립니다.
할아버지는 손으로 허리와 어깨를 두드립니다.
"또 비가 오려는 게야......"
그때 저 멀리서 아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
"응? 너는 참새가 아니냐?"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 보셨어요?"
"너의 엄마가 어디 갔는데......?"
"화장실이요"
"화장실이라니......?"
참새는 당최 모를 소리만 합니다.
"터미날에서요......엄마가 잠깐 앉아 있으라고......화장실 갔다 온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산까마귀가 날아옵니다.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도망 간거야......"
"도망을 가요? 까르르. 내가 뭐가 무섭다고?"
"널 버린 거라구, 이녀석아"
속상하다는 듯이 까마귀가 다른 곳으로 날아갑니다.
"엄마가 왜 날 버리지......?"
천진한 눈빛이 깜빡 깜빡 거립니다.
"안되겠다, 아가야. 날도 저물었구. 비도 올 것 같구......오늘은 여기서 쉬어 가렴"
"네"
"어서 내 품으로 들어오너라"
"째재잭 째재잭 짹짹......"
"허허, 그 녀석 잠꼬대는......"
날이 밝아 옵니다.
일어난 참새가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랑 여기서 같이 살면 안돼요?"
엉뚱한 대답에 할아버지도 그다지 싫은 표정이 아닙니다.
"엄마는 어떻게하구......"
"여기서 살면서 계속 찾아보죠"
그렇게 해서 참새와 고목 나무는 식구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도 엄마 찾아갔다 올게요"
"그래라......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구"
대답은 했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언제부턴가 참새는 엄마를 찾으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끔 세상 소식을 물어 오겠다고 마을에 나갔다 와서는,
"오늘 텔레비전에서 나왔는데요. 어렸을 때, 외국으로 입양 간 사람이,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 왔대요. 친엄마를 찾겠다구요"
"......"
할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참새는 쫑알 쫑알 쫑알 떠들어댑니다.
이렇게 할아버지는 참새의 쫑알대는 소리를 들으며 기운을 차립니다.
참새는 또 그렇게 가끔씩 마을로 세상 소식을 물으러 가고, 갔다 와서는 쫑알댑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참새도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마을에 갔다 온 참새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목 나무 할아버지가 누워있었습니다.
참새가 울부짖었습니다.
"할아버지 돌아가심 안 돼요"
할아버지는 나직히 말했습니다.
"눕는데 벌레가 도와주었어. 내 밑둥을 보아라......참 오래도 살았지. 이젠,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싶구나"
참새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너도 어른이 되었으니, 가정을 꾸려야지......"
참새는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서쪽 산에 붉은 노을마저 엄숙한 순간이었습니다. *
깊고 깊은 산 속에, 고목 나무 할아버지 한 분 살고 계십니다.
머리는 하얗게 새다 못해 노란 금빛이고,
옷은 하이얀 바지저고리를 입고 계십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고즈넉한 산 속에, 할아버지 혼자 살고 계십니다.
졸졸졸 옹달샘 소리 산 속을 울리고, 가끔 산노루가 물 먹으러 왔다가 옹달샘에 제 얼굴을 비춰봅니다.
제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돌아갑니다.
그 옆에 산작약꽃이 다소곳이 피어, 쓸쓸한 산 속 분위기를 밝힙니다.
할아버지가 콜록 콜록 해소기침을 합니다.
바람이 거칠게 나뭇잎을 때립니다.
"아아고 답답해. 아이고 답답해!"
바람 아줌마가 가슴을 칩니다.
할아버지가 짐짓 모른 체 대답합니다.
"아줌마, 왜 또 그래요?"
"할아버지만 보면 분통이 터져서 그래요"
아줌마는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얼굴이 붉어집니다.
"뭐가 그리 또......혈압 오르면 몸에 안 좋아요"
할아버지는 체념 한 지 오래 된 듯 조용히 말합니다.
"자식 새끼들 있으면 뭐해요. 도시에 나가 저들만 잘살면 그만이고......노인을 혼자 버려 놓고. 한 번 찾아오길 하나......"
"누가 버렸다고 그래. 그냥, 내가 좋아서 여기 사는 거라니까"
할아버지 얼굴에 약간 서운한 표정이 맴돕니다.
"그럼, 찾아보러 와야 할 것 아니에요. 이건 고려장이 따로 없다니까"
"......"
아줌마가 후다닥 저쪽 산으로 가버립니다.
할아버지는 손으로 허리와 어깨를 두드립니다.
"또 비가 오려는 게야......"
그때 저 멀리서 아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
"응? 너는 참새가 아니냐?"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 보셨어요?"
"너의 엄마가 어디 갔는데......?"
"화장실이요"
"화장실이라니......?"
참새는 당최 모를 소리만 합니다.
"터미날에서요......엄마가 잠깐 앉아 있으라고......화장실 갔다 온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산까마귀가 날아옵니다.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도망 간거야......"
"도망을 가요? 까르르. 내가 뭐가 무섭다고?"
"널 버린 거라구, 이녀석아"
속상하다는 듯이 까마귀가 다른 곳으로 날아갑니다.
"엄마가 왜 날 버리지......?"
천진한 눈빛이 깜빡 깜빡 거립니다.
"안되겠다, 아가야. 날도 저물었구. 비도 올 것 같구......오늘은 여기서 쉬어 가렴"
"네"
"어서 내 품으로 들어오너라"
"째재잭 째재잭 짹짹......"
"허허, 그 녀석 잠꼬대는......"
날이 밝아 옵니다.
일어난 참새가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랑 여기서 같이 살면 안돼요?"
엉뚱한 대답에 할아버지도 그다지 싫은 표정이 아닙니다.
"엄마는 어떻게하구......"
"여기서 살면서 계속 찾아보죠"
그렇게 해서 참새와 고목 나무는 식구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도 엄마 찾아갔다 올게요"
"그래라......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구"
대답은 했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언제부턴가 참새는 엄마를 찾으러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끔 세상 소식을 물어 오겠다고 마을에 나갔다 와서는,
"오늘 텔레비전에서 나왔는데요. 어렸을 때, 외국으로 입양 간 사람이,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 왔대요. 친엄마를 찾겠다구요"
"......"
할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참새는 쫑알 쫑알 쫑알 떠들어댑니다.
이렇게 할아버지는 참새의 쫑알대는 소리를 들으며 기운을 차립니다.
참새는 또 그렇게 가끔씩 마을로 세상 소식을 물으러 가고, 갔다 와서는 쫑알댑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참새도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마을에 갔다 온 참새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목 나무 할아버지가 누워있었습니다.
참새가 울부짖었습니다.
"할아버지 돌아가심 안 돼요"
할아버지는 나직히 말했습니다.
"눕는데 벌레가 도와주었어. 내 밑둥을 보아라......참 오래도 살았지. 이젠,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싶구나"
참새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너도 어른이 되었으니, 가정을 꾸려야지......"
참새는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서쪽 산에 붉은 노을마저 엄숙한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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