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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고슴도치 만세

창작동화 조성자............... 조회 수 1542 추천 수 0 2004.09.25 09:05:32
.........
고슴도치 만세

조성자
      
  갈참나무며 잣나무도 서 있어 꽤 울창한 숲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숲 속에는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동물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고 있었답니다.
토끼, 다람쥐, 오소리, 여우, 고슴도치......
그 중 고슴도치 가족들은 팔 대나 계속해서 그 숲 속에 살고 있답니다.
넓은 잎나무의 썩은 둥치 속에서 엄마, 아빠, 아들 고슴도치가 마침 아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얘야, 사과를 많이 먹어라. 그러면 피부가 고와진단다.˝
뾰족한 주둥이 옆에 까만 점이 있는 엄마 고슴도치의 말입니다.
˝아니야. 사과보다는 이 새알을 많이 먹으렴. 힘을 길러야지.˝
뾰족한 갈색의 가시를 등에 빽빽이 달고 있는 아빠 고슴도치의 말입니다. 엄마 아빠의 말에 아들 고슴도치는 아무 말 없이 사과씨를 씹고 있습니다.
˝얘야, 학교 늦겠다. 빨리 먹고 가렴.˝
˝싫어요. 난, 학교 가기 싫어요. 다른 동물들이 매일 ´바늘 가시´라고 놀려대요. 그리고 내 옆엔 아무도 앉지 않으려고 해요.˝
아들 고슴도치의 말에 엄마 아빠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도 어릴 적부터 그런 일을 많이 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즈음에는 다른 동물을 숲에서 만나면 아예 피해 버리고 맙니다.
엄마 고슴도치는 한숨을 몰아 쉬며 말합니다.
˝휴우, 언제나 놀림을 안 당하고 살는지.˝
그 말을 듣던 아들 고슴도치의 두 눈에 반짝 하는 빛이 일렁입니다.
˝내가 우리 고슴도치들의 체면을 세워 줄 거야!˝
아들 고슴도치는 어느새 입술을 꼬옥 깨물고 단단히 각오를 합니다.
아들 고슴도치가 점심인 과일 몇 개를 들고 숲 속 모퉁이에 있는 학교로 갑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무척 좋습니다. 호젓한 산길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있고, 너도밤나무 밑에는 너럭바위도 있어 고슴도치는 가끔 그곳에서 햇살을 가득 받으며 해바라기도 합니다.
그곳에 엎드려 아들 고슴도치는 호랑이와 싸우는 상상을 해 봅니다. 자기 등에 솟아나 있는 뾰족한 가시로 호랑이의 몸을 마구 찔러 호랑이가 울상이 되어 도망 가는 상상! 아, 그건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는 일입니다. 그런 공상은 길을 지나던 다람쥐, 오소리, 너구리 들이 헤살(짓궂게 훼방함)만 부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야, 바늘 가시! 그곳에서 뭐 하니? 킥킥킥, 그 몸으로 바위에 누워 있으면 가시가 부러지겠다, 킥킥킥.˝
고슴도치의 공상은 그만 비누 방울처럼 폭 꺼지고 말았습니다.
학교 교문 어귀쯤에서는 항상 많은 동물들을 만납니다. 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헤살을 심하게 부리는 여우는 고슴도치의 뾰족한 턱을 손으로 톡톡 건드리며 장난을 칩니다.
˝이 봐, 바늘 가시, 우리들 중에는 너를 친구로 삼고 싶은 동물이 하나도 없으니까 학교를 그만두는 게 어때? 히히.˝
고슴도치는 입술을 꼬옥 깨물고 꾸욱 참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여러 동물들에게 시달리고 집에 오는 길에, 아들 고슴도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아빠 고슴도치가 아들 고슴도치를 불러 나직이 말했습니다.
˝얘야, 너 다른 동물들에게 놀림 당하기가 싫지? 사실 아빠도 그런 놀림 당하는 것이 싫었단다. 그러나 옛날 할아버지 때부터 들어 왔던 소리라 아빠는 체념하고 산 거야. 하지만 우리에게도 힘센 동물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있단다.˝
아들 고슴도치의 작은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찼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놀리는 ´바늘 가시´가 바로 우리의 무기지. 뾰족하게 잘 갈고 닦으면 우리보다 큰 동물을 얼마든지 이길 수 있지.˝
˝그런데 아빠는 그 좋은 무기를 왜 갈고 닦지 않으셨나요?˝
아들 고슴도치의 말에 아빠 고슴도치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귀찮기 때문이야. 무서운 동물을 만나면 얼른 피하면 그만이고, 혹 못 피했을 땐 몸을 움츠리고 밤송이 껍질마냥 소리 없이 엎드려 있으면 됐기에 갈고 닦지 않았지.˝
아들 고슴도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굳은 결심을 한듯 말했습니다.
˝나는 할 거야! 내 가시를 훌륭한 가시로 만들 거야!˝

그 날 밤부터 아들 고슴도치의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몸으로 땅 위를 구르는 연습부터 했습니다. 아직 영글지 않은 가시는 땅 속에 박히기도 했고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등을 큰 나무 둥치에 부딪히는 연습과 큰 바위에 거꾸로 달려가 등을 박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일은 새벽에도 어김없이 계속되었습니다. 남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아들 고슴도치는 새벽별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튼튼한 가시로 만들 거야!˝
어느새 아들 고슴도치의 등에는 피가 송글송글 맺히고, 발바닥은 터져 흥건히 피로 물들기도 했습니다. 으레 훈련을 한 후에는 땅바닥에 부러진 가시가 아들 고슴도치의 아픔을 말해 주듯 널려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고슴도치도 새벽에 일어나 아들 고슴도치의 훈련을 지켜 봤습니다.
아들 고슴도치가 큰 바위에 뒷발질로 달려가 등을 박았는데도 가시 하나 부러지지 않았을 때는, 엄마도 아빠도 아들 고슴도치를 부둥켜안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오늘은 작은 동물들이 사는 이 마을에 놀이 마당이 열리는 날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 동물들은 집 안에 먹을 것들을 차곡차곡 챙겨 놓고, 그 중에 일부를 들고 나와 놀이 마당을 열었습니다.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고 또, 굴 속에 박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올해부터 늦가을 이맘때 놀이 마당을 열기로 한 것입니다.
해님이 따뜻합니다. 울긋불긋한 나뭇잎 위로 햇살이 미끄럼을 탑니다.
고슴도치 가족도 단풍잎으로 몸을 치장하고 몇 개의 열매를 바구니에 담아 숲속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그 날만큼은 다른 동물들이 고슴도치를 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창 놀이 마당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습니다.
아들 고슴도치도 예쁜 다람쥐와 손을 잡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동물들의 노랫소리와 웃음 소리가 이 산 저 산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데 그 흥겨운 노랫소리를 듣고 저편 숲 속에 사는 호랑이 한 마리가 기어 나왔습니다.
˝어흥, 오늘은 먹을 것이 많군!˝
호랑이가 사납게 으르렁대는 소리에 모든 동물들이 혼뜨검이 나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참말 큰일이 났습니다.
아들 고슴도치가 도망을 가지 않고 자기보다 몇 배나 큰 호랑이를 노려보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얘야, 큰일 나려고!˝
엄마 아빠는 차마 아들 고슴도치를 남겨 두고 도망갈 수 없어 덤불 속에서 아들 고슴도치를 지켜 봅니다.
혼뜨검이 나서 도망 가던 다른 동물들도 덤불 속에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아들 고슴도치의 모습을 지켜 봅니다.
˝으하하하, 너같이 쬐그만 게 나에게 덤비겠다고!˝
호랑이가 아들 고슴도치의 몸을 와락 덮칠 때 아들 고슴도치는 온 힘을 가시 위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습니다. 이 때야말로 고슴도치의 체면을 살릴 때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아쿠, 따가워!˝
아랫배를 찔린 호랑이가 아픔을 못 이겨 소리를 치다가 다시 고슴도치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아들 고슴도치는 이번엔 호랑이를 바위라 생각하고, 뒷달음질로 호랑이의 몸에 마구 부딪혔습니다. 호랑이가 채 정신 차리기도 전에 수없이 말입니다.
호랑이가 고슴도치의 가시에 찔려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며 꽁무니를 감추자, 모든 동물들이 뛰어나와 만세를 불렀습니다.
˝만세! 용감한 고슴도치 만세!˝
가을 하늘에 동물들의 합창 소리가 노을처럼 번져 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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