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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진주가 된 가리비

창작동화 박숙희............... 조회 수 3030 추천 수 0 2004.09.25 09:09:44
.........
진주가 된 가리비

*박숙희  

  깊은 바닷속 커다란 물레가 아침 나절 감아들였던 바닷물은 다시 조금씩 풀어내고 있나 봅니다.
텅 빈 갯벌에 찰랑찰랑 밀물이 밀려듭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밀물 때가 되면 공연히 마음이 설레입니다.
해님이 서녘 하늘에 꿈같이 고운 노을을 물들여 놓고 가는 저녁 무렵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끼룩, 끼이룩-
나를 불러내는 갈매기의 휘파람 신호가 들려오면,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엄마 몰래 집을 빠져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도의 나룻배를 타고 내가 잘 가는 곳은 멀리 조갑지같이 올망졸망 엎드린 마을이 보이는 갯벌가에 몸을 반쯤 내놓고 굴 껍질을 다닥다닥 붙인, 유난히 키가 큰 바위너설입니다.
밀물 때마다 나는 그곳에 숨어 신기한 바닷가 풍경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나는 어느 날 그곳에서 아름다운 소녀를 보았습니다. 소녀는 무척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눈이 닿는 곳은 무엇이든 빛이 났습니다.
소녀는 바다를 무척 좋아하나 보았습니다. 해님이 빛을 거두고 산능선에서 활활 불이 붙는 광경이나 푸른 바닷물이 황금 물결로 옷을 바꾸어 출렁이거나 하이얀 갈매기들의 춤사위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소녀가 꼭 그 속에 빨려 들어가 그 풍경과 하나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알맞게 물이 빠진 갯벌 위를 부드러운 바닷바람에 긴 머리를 날리며 걷는 모습은 꼭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구태여 엄마 몰래 바깥 나들이를 하게 된 것도 곰곰 헤아려 보면 그 소녀를 본 까닭입니다.
소녀는 꼭 해질 무렵이면 산책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셈인지 그 소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잘 앉곤 하는 용머리 바위 아래엔 집게들이 집을 이고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발꿈치를 들고 갯머위가 피어 있는 비단 모랫벌까지 살펴보았지만 칼바람만 윙윙 울고 있었습니다.
웬일일까요? 병이 난 걸까요? 나는 온몸에 기운이 소르르 빠졌습니다.
그 소녀가 있을 때 빛나던 모든 풍경들이 초라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녀가 좋아하던 꽃게들의 행진이나 비단을 깔아놓은 듯 부드러운 모랫벌도, 어여샤 어여샤- 그물을 당기는 어부들의 싱싱한 음성도, 날치가 보여 주는 공중제비도, 오늘은 어쩐지 시시하기만 했습니다. 그 소녀가 사랑스런 목소리로 불러 주지 않은 까닭일 것입니다.
소녀는 물 속에 잠겨 생각하는 산그림자 같은 시인이었습니다. 소녀가 이름 없는 조약돌이나 풀잎 한 가닥에도 예쁜 뜻을 붙여 주면 그것은 곧 생명을 얻어 새로이 태어나곤 했습니다.
˝바다야, 너 오늘은 황금옷을 입었구나. 꼭 임금님의 곤룡포 같은걸.˝
소녀가 무심히 있는 바다를 향해 칭찬을 하면, 바다는 신이 나서 황금 물결을 출렁거리기도 하고,
˝저런! 너 감기 걸렸니?˝
하고, 다정히 물어 주면, 바다는 정말 감기 든 목청으로 술렁거렸습니다.
´아, 내게도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 준다면 나는 좀더 찬란하게 다시 태어날 텐데......´
소녀를 볼 때마다 나는 내게도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가슴을 죄며 소녀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종일 기다려도 소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생전 처음으로 가슴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얘, 무슨 일이 생겼니? 얼굴빛이 왜 그 모양이냐?˝
엄마가 깜짝 놀라 이마를 짚어 보며 걱정을 하셨지만, 나는 쇠미역 커튼이 달린 내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나 혼자 있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아픔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물살이 가슴께로 죄다 몰려들어 내 몸 속에 그렁그렁 차올랐습니다.
그 증세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오래 계속되었습니다. 그렇도록 그 소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가슴 속은 온통 소녀의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소녀가 은방울 같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나 맨발로 모래 사장을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 모습이나 아찔아찔 발목을 적시러 오는 밀물을 향해 읊어 주는 소녀의 시구들이 못 견디게 듣고 싶었습니다.
˝너 요즘 어디 아픈 데 있니? 왜 그렇게 야위어 가니?˝
전에 없이 한숨을 쉬며 초점 없는 눈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엄마는 걱정스럽다는 듯 물으셨습니다.
˝얘야, 말해 봐라. 무슨 걱정거리라도 생겼니?˝
˝아녜요, 엄마, 아무 일도 없어요. 조금 체했나 봐요. 가슴이 약간 답답하고 아플 뿐예요.˝
아무 일도 없다곤 했지만 내 가슴을 열어 보면 뜨거운 눈물이 가득 들어 있을 거예요. 아니면 큰 장미 가시가 하나 쿡 박혀 있거나 서걱서걱 가슴을 저미는 쐐기풀이 자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엄마에게 말씀드릴 순 없었습니다. 그건 나 혼자만의 비밀이니까요.
엄마가 손끝을 바늘로 따고 가슴을 쓸어 주셨지만 조금도 시원해지지가 않았습니다. 내 아픔은 엄마의 약손 치료를 해서 나을 병이 아닌 줄은 알지만, 온몸이 쥐어짜는 듯 심한 가슴앓이를 남몰래 앓고 있다는 것이 때론 겁이 덜컥 나기도 했습니다.
그 아픔은 우울한 날이나 외로운 날은 더욱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는 늘 방안에 틀어박혀 소녀 생각만 했고 혹시라도 소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해질 무렵이면 꼭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 나를 보고 소꼽 동무들은 입술을 삐쭉거렸지만 나는 내 스스로 고독한 시인이 된 것처럼 나 혼자만의 아픔을 소중히 키우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보아도 자신이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처럼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전쟁놀이나 하고 녹색말들을 괴롭히거나 비명을 지르는 새끼 고동들을 울리곤 하던 심술쟁이였던 지난 날들이 몹시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하릴없이 바닷속을 쏘다니는 일도 시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바닷가에 나갔다가 갑자기 시작된 아픔에 못 이겨 그만 까무라치고 말았습니다.
˝얘, 이제 정신이 드니?˝
˝아니, 당신은 달님 아니셔요?˝
눈을 떠 보니 곁에 누운 빈 소라 껍질 속에 먼 하늘에만 떠 있던 달님이 내려와 있질 않겠어요? 나는 너무 기뻐 달님과 친구가 되게 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달님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린 만나자마자 단짝같이 친해졌습니다.
달님은 많은 여행을 해서 여러 가지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소녀의 소식도 아시나요?˝
˝알다마다, 그 소녀는 먼 나라에 유학을 갔단다. 더 훌륭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지. 허지만 그 소녀도 바닷가 친구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단다.˝
˝어쩜! 소녀도 나와 똑같은 그리움을 앓고 있을까요?˝
˝얘, 아깐 왜 그렇게 정신을 잃었니?˝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달님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얘기를 들은 달님은 껄껄 웃었습니다.
˝네 나이 땐 누구나 그렇게 황홀한 아픔도 같이 자라곤 하는 법이야. 그걸 가지고 뭘 그렇게 엄살을 떨고 그러니?˝
˝엄살이 아녜요. 전 정말 가슴이 쓰라라고 아파 내 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걸요.˝
˝으응, 그럼 혹시 모래알 같은 걸 삼키지 않았니?˝
˝그러구 보니 그 소녀를 마지막으로 본 날인가 봐요. 그 소녀가 바위 위에 앉아 하얀 모래알을 던지고 있었어요. 난 소녀가 내게 주는 선물인 줄 알고 가슴 깊숙히 삼킨 적이 있었어요. 소녀는 걸핏하면 모래나 열매들을 따서 바닷속 친구들에게 던져 주곤 했거든요.˝
˝그럼 그렇지, 걱정 마. 네 아픔은 병이 아니니까...... 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배를 가질 거야.˝
˝보배라뇨?˝
˝네가 삼킨 모래알이 움직일 때마다 네 몸을 쥐어짜는 진액을 덧입고 진주가 되느라고 그렇게 괴로운 거야.˝
˝진주요? 아, 내가 진주를 가지게 된다구요? 그렇게만 된다면 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로 키우겠어요.˝
˝진주를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냐. 쓰라린 가시밭과 끝없는 사막이나 험한 산골짜기를 지나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 고통 없이 진주를 키우려고 한다면 그것이 힘들어 넌 그 모래알을 뱉아 버릴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될 거야.˝
˝뱉아 버리다니요?˝
나는 화가 나서 소리를 치고 싶었습니다. 꾸욱 참긴 했지만 달님이 내 마음을 몰라 주는 것이 섭섭해서 눈물이 절로 삐죽삐죽 삐어져 나왔습니다. 달님은 그런 나를 보고 네 맘 내가 훤히 안다는 듯 빙글빙글 웃었습니다.
그 웃음 속엔,
´그것 봐라, 넌 아주 작은 고통 하나도 힘들지 않니?´
하는 빈정거림이 들어 있는 것만 같아 나는 앵돌아진 채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오면서, 아무래도 나는 아직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진주를 가진 사실은 생각만 해도 꿈만 같아서 온 바닷속을 누비며 고함을 치고 싶었습니다.
˝얘들아, 난 진주를 가졌단다.˝
물위로 떠오르고 싶어서 부지런히 공기 주머니를 만들고 있던 모자반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 누구 하나 기뻐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입이 가려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제 가슴 속엔 진주가 자란답니다.˝
비단조개며 전복 아줌마, 만나는 이웃마다 붙들고 얘기해도 누구 하나 칭찬해 주지 않았습니다. 칭찬은커녕,
˝얘, 우리같이 귀한 조개도 못 가진 진주가 어떻게 너같이 보잘 것 없는 가리비에게 들어 있겠니?˝
하고 비웃어 주었습니다. 나는 그만 풍선같이 부풀었던 신명이 소르르 빠졌습니다.
기운이 하나도 없이 달님을 찾아갔더니 달님은 여전히 벙글벙글 웃으며 나를 맞아 주었습니다.
˝전 아무래도 진주가 될 자격이 없나 봐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조금이라도 안다면 자격은 있는 셈인걸.˝
˝아무도 나를 알아 주지 않아요. 내 가슴에 진주가 있다는 사실을......˝
˝이런! 어리석은 얘야, 너 이제 보니 자랑을 하고 다닌게로구나. 보배란 가슴 깊숙히 간직할 때 가치가 있는 거야. 자랑하지 않아도 저절로 빛날 때가 오면 그제서야 모두들 진심으로 기뻐해 줄 거야. 그래야만 진주를 키울 수 있는 가슴이 된단다.˝
달님의 꾸지람을 들으며 나는 부끄러워 모래맛의 구멍으로 기어들고 싶었습니다.
´좋은 진주를 가지려면 우선 네 마음이 유리알처럼 맑아야 한다.´는 달님의 충고대로 나는 점점 말이 적어진 대신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주가 자랄수록 내 몸은 고통으로 빨갛게 변하여 갔습니다. 그 고통은 내가 욕심을 부리거나 누굴 미워할 때나 나쁜 짓을 할 때는 더욱 심했습니다. 나는 내 몸에 갯강구처럼 달라붙어 있는 나쁜 버릇들을 하나하나 뜯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잘난 척하는 뱀장어나, 가시처럼 이웃들을 찔러대는 가시복어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달님은 그런 나를 무척 대견해 하였습니다.
창밖에 청각채 가지가 점점 넓어지고 갯불꽃이 몇 번이나 피어서 졌습니다.
내가 사는 거품산호숲 마을 친구들이 알록달록 고운 겉치장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나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오로지 내 마음이 유리알처럼 맑아지는 일에만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얘, 이젠 네 가슴이 무척 맑아졌나봐. 멀리서 봐도 네게선 은은한 빛이 나는구나. 넌 정말 굉장한 조개야!˝
˝이젠 저도 아름다운 뜻을 얻을 만한 그릇이 될까요?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엄, 넌 아주 멋진 뜻을 얻게 될 거야. 아침 바다의 입김보다도, 파도의 하이얀 어금니보다 더 아름다운......˝
˝아아, 정말 꿈만 같애요.˝
나는 내가 벌써 진주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풍선같이 들떴습니다. 그런 탓인지 그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달님과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썰물 때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아, 이를 어째! 물을 떠나면 위험한데......˝
후회를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샛별이 돋을 쯤엔 세찬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달님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천둥이 치고 벼락이 때렸습니다. 바닷물이 배앓이 난 문어처럼 몸서리를 쳤습니다.
나는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눈알이 빙빙 돌 지경이었습니다.
˝물레지기 할아버지! 또 한 번 바닷물을 돌려 주셔요.˝
나는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정해진 시간 외에는 물레를 돌릴 수 없으니 그건 바라볼 희망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소나기는 금새 산골짜기 물을 모아 바다로 흘려보냈습니다.
아, 어쩌면 좋을까요? 나는 달님이 버리고 간 빈 소라 껍질과 함께 황톳물에 휩쓸려 어디론지 떠내려가다가 우륵조개 구릉에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눈으로 귀로 입으로 더러운 구정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아아! 하나님, 내 안엔 진주가 있어요. 전 아름다운 뜻을 얻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진주를 키워 왔는데 왜 이렇게 심술궂은 비를 내리시는 거죠? 정말 너무해요.˝
나는 더러운 구정물에서 금방이라도 내 몸 속에서 자라고 있던 진주가 흙덩이가 되는 것 같아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진주가 되려고 그토록 온 내 꿈이 물거품처럼 끝나 버리는 것이 억울해 소낙비를 퍼부어 준 하늘을 원망하며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어두운 꿈속을 헤매다 문득 눈을 떠 보니 한데 뭉쳐져 어지럽게 돌고 있던 산과 들이 제자리에 얌전히 서 있고 건너편 하늘이 발그레한 노을 속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내 몸은 어느 틈엔지 낯선 해안으로 밀려와 있었고 밀물이 조락조락 다가와 나를 깨우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갯벌에서 조금 떨어진 해당화 꽃 배미에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녀가 소슬바람과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며, 천사의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내가 왔다아. 너희들의 친구가 되어 주려고......˝
더욱 훌륭한 시인이 된 소녀는 그리움과 사랑이 넘치는 목소리로 옛날의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오랫동안 아무 뜻없이 잊혀져 있던 친구들이 갑자기 싱싱하게 생기를 띄웠습니다.
˝만세! 만세! 정말 반가워요.˝
파도가 하얀 손을 흔들며 떼로 달려오고 물새들은 신이 나서 너울너울 춤을 추었습니다. 기다림으로 몸이 길게 늘어난 동태고동도 모래밭에 길을 내며 기어왔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내 몸을 얼른 살펴보았습니다. 나를 구덩이 속에 팽개친 하늘의 뜻을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잘 여문 내 진주는 아무리 더러운 구덩이에 있어도 오물이 스며들지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진흙투성이로 소녀를 만나는 일이 부끄러웠지만 소녀는 맨 먼저 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머나! 진흙 속에 이렇게 예쁜 조개가 있었네?˝
소녀는 나를 깨끗이 씻어 주었습니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소녀에게 보이기 위해 긴 세월 동안 밝혀온 등불을 힘껏 빛내었습니다.
˝호! 조개가 빛을 내고 있어. 무엇을 품은 가슴이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초롱을 밝히는 걸까?˝
소녀는 내 몸을 둘로 갈랐습니다.
˝아아, 진주였구나!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진주는 처음이야. 세상 그 어떤 어둠도 밝힐 수 있을 것 같애. 넌 귀한 분의 왕관을 장식할 ´머릿보석´이 될 거야.˝
칼로 저미는 아픔은 굉장했지만 그 아픔은 금시 황홀한 기쁨으로 변했습니다.
˝아아!˝
나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순간 보잘 것 없는 가리비에 지나지 않던 내 영혼은 남김없이 진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소녀가 불러 준 새롭고 아름다운 뜻이 담긴 영원한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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