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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내 얼굴 찾아줘요

창작동화 신충행............... 조회 수 1256 추천 수 0 2004.10.24 14:36:56
.........
명혜는 요즈음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즐기는 연속극 ´별난 가족´에 나오는 유명한 어린이 배우입니다.
명혜는 아무런 분장도 하지 않고 그 연속극에 출연합니다. 방송국에서는 명혜를 깨소금이라고 합니다. 명혜가 출연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더해 주기 때문이랍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면에 명혜 얼굴만 나타나면 절로 웃음을 짓습니다.
명혜의 머리는 꼭 불쏘시개 같습니다. 마치 서양 사람 머리 같이 붉은 갈색입니다. 코허리가 낮습니다. 얼굴은 희지만 코 언저리는 온통 주근깨 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언니는 참 예쁩니다. 언니의 얼굴은 유월의 아침 뜰에 핀 장미 같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깊은 산 속, 수풀 속에 숨어 핀 백합처럼도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엄마는 처녀 시절에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나가지 못한 것을 지금도 안타까워하며 외할아버지를 원망하실 때가 많습니다.
외할아버지 반대만 없었으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 예쁜 얼굴과 날신한 몸매를 한 것 뽐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엄마는 명혜 언니 명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내 보낼 것이라고 말하십니다. 엄마가 못 이룬 꿈을 딸을 통해 이뤄 볼 생각이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명진이가 연속극에 출연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언니 덕분이었습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연기 학원에 다녔습니다. 엄마는 언니를 연속극에 출연시키기 위해 방송국에 다니시는 외삼촌에게 연출가 아저씨를 소개해 달라고 조르셨습니다.
외삼촌은 마지못해 명혜 엄마를 연출가 아저씨께 소개하셨습니다.
명혜는 언니가 연속극에 출연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굴뚝같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엄마가 언니를 데리고 나갈 때 억지로 따라갔습니다.
언니를 만나 몇 가지 물어본 연출가 아저씨는 명혜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연출가 아저씨는 명혜에게 웃어 봐라, 걸어봐라 슬픈 표정을 지어 봐라, 하고 온갖 것을 다 시키셨습니다.
명혜는 연출가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아무런 멋 부리지 않고 해냈습니다.
˝명진이 어머니 명진이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내보내시고 방송엔 명 혜를 출연시키시죠.˝
연출가 아저시는 엉뚱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엄마 전 왜 방송극에 안 내 보내려 하셔요?˝
˝아빠가 나가도록 허락하시겠니?˝
엄마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아빠에겐 제가 허락 받을 거예요.˝
명혜가 방송극에 나가고 싶다고 했을 때 아빠는 쾌히 승낙하셨습니다.
˝집안 망신시킬 일 있어요?˝
엄마는 한숨을 쉬셨습니다.
˝집안 망신이라니요?˝
˝명혜 같은 애를 왜 방송국에서 원하겠어요? 틀림없이 못난이가 필요한 장면에 내보내기 위해서일 거예요. 잠깐 얼굴 한번 비치는 것보고 당신이나 내 친구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배우는 연기로 하는 거지 얼굴로 하는 게 안예요? 연출가는 전문가예요. 우리 명헤를 원했다면 아마 잘할 수 있는 싹이 보였기 때문일 거요.˝
˝싹이 보이기는..... 명예 같은 애 나가봤자 망신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엄마는 신통찮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연속극 별난가족에 출연한 명혜는 굉장한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는 명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어도 기뻐하기보다는 얼굴 걱정을 하셨습니다.
´저 만한 연기에 인물이 제 언니만큼만 생겼으면 대 스타가 되는 건 시간 문젠데......´
엄마는 예쁜 큰딸이 자랑스러운 만큼 명혜 인물이 늘 걱정입니다.
˝괜찮아요. 우리 명혜는 무엇이나 잘 해요. 공부 잘 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거기다 배우로 성공할 수 있는 재능까지 타고났어요. 그만하면 됐지 뭘 더 바래요?˝
아빠는 걱정하시는 엄마를 이렇게 나무라셨습니다.
˝당신은 뭘 몰라도 너무 몰라요. 여자는 무엇보다 얼굴이 첫째라는 걸 알아야 해요. 얼굴이 못난 여자는.....˝
˝또 그 소리요? 사람은 얼굴로 사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 사는 거예요.˝
아빠는 엄마가 명혜의 얼굴 걱정 만하시면 이렇게 나무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명혜 엄마. 참 신기하지요. 아주 멋진 비누가 나왔어요. 우리 순화 할아버지께서 드디어 요술 비누를 만들어 내셨어요. 이 비누로 목욕을 하면.....˝
순화 엄마가 전화를 거셨습니다.
순화 할아버지가 20년 동안의 연구 끝에 신비한 비누를 만드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비누로 목욕을 하면 아무리 까만 피부도 배꽃처럼 하얘진다고 했습니다. 쓸 데 없는 곳에 붙은 군살은 빠지고 필요한 부분엔 거짓말처럼 꼭 알맞게 살이 차 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럼 낮은 코와 작은 눈은.....˝
명혜 엄마는 침을 꼴깍 삼키셨습니다.
˝그거야 뭐가 걱정이에요. 수술로 고치면 감쪽같아지는데.˝
순화 엄마는 별 걱정도 다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화 엄마, 고마워요, 순화 엄마. 그 비누는 틀림없이 우리 명혜를 위하여 만들어진 거예요.˝
˝명혜를 위해서는..... 20년 전에 연구를 시작하셨는데.˝
˝순화 엄마. 그 비누 무척 비싸지요?˝
˝아녜요. 효과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어요.˝
˝그럼 얼마나 되죠?˝
˝순화 할아버지께서는 비누를 써 보고 예뻐진 사람들이 주는 대로 받으실 거래요.˝
순화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나 지금 가지러 갈게요. 꼭 하나 남겨 두어야 해요.˝
명혜 엄마는 전화를 끊기가 바쁘게 서둘러 순화네로 달려가 비누를 가져오셨습니다.

명혜가 방송국에서 별난가족 촬영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명혜야. 어서 목욕하고 식사하자.˝
명혜 엄마는 새 비누를 내밀며 말씀하셨습니다.
˝알았어. 엄마.˝
명혜는 엄마가 챙겨 주시는 비누와 수건을 받아 들고 목욕탕으로 갔습니다. 명혜가 목욕을 하는 동안 엄마는 가슴이 조마조마 하셨습니다.
˝명혜야. 목욕 다 했니? 엄마 좀 들어가도 되겠니?˝
명혜가 미쳐 몸을 닦기도 전이었습니다. 엄마가 목욕탕 문을 똑똑 두드리셨습니다.
˝엄마는...... 아직 물도 안 닦았어요. 곧 나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명혜 오늘 따라 엄마가 서두르신다 싶었습니다. 서둘러 물 끼를 닦고 커다란 타월로 몸을 싸 가지고 나왔습니다.
˝아니, 며, 명혜야. 네가 정말 우리 명혜 맞니? 내 딸 명혜가 틀림없어?˝
목욕탕 문 앞에서 가슴을 조마조마하며 지키고 계시던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엄마, 왜 이래요?˝
명혜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얘야. 이리와 거울 좀 보아라.˝
엄마는 명혜의 팔을 끌고 거실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앞으로 가셨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야?˝
거울 앞에 선 명혜는 낯선 얼굴에 몇 번이나 눈을 끔벅거리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코 언저리의 주근깨는 하나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코는 낮고 눈은 작았지만 피부는 우유 빛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누군 누구야. 이 엄마가 사랑하는 내 딸, 명배우, 윤명혜지.˝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어하앙. 나 어째..... 아하앙 아빠아.˝
명혜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니 얘가 울기는..... 어서 옷 입고 엄마 따라 나서.˝
˝어디 가려고요?˝
˝어딘 어디야. 순화네 집이지. 네 피부를 이렇게 백옥 같이 말끔하게 만들어 준 순화 할아버지께 고맙다는 인사 드리러 가는 거야.˝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싫어. 전 안 가요.˝
명혜는 얼굴을 감싸쥐고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여자는 꼭 언니처럼 하얀 얼굴이라야 하는 걸까? 얼굴에 주근깨가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모두가 미인이 되고 말면 그건 미인이 없어지고 마는 거나 다름없을 거야. 못난 사람 틈에 끼어 있을 때나 미인이지. 모두가 잘난 사람뿐인데 그 중에서 미인을 어떻게 찾아내......´
˝엄마는 공연한 걱정하고 계시는 거야. 진짜로 멋있는 여자는 낯빛이 검고 주근깨가 많고 코가 낮아도 징징 울면서 실망하지 않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해 나가는 사람이지.˝
아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렇지만 아빠. 난 언니처럼 예뻐지고 싶어. 그럼 인기있는 연속극주인공 딸로도 나오고 그럴 것 아냐. 난 겨우 ´별난가족´에나 나오는 게 고작인데 뭘.˝
명혜가 말했습니다.
˝우리 명혜는 잘 하고 있어. 마음이 여물고 속이 찬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런 사람은 빛을 낸단다. 그 빛이 중요하지, 하얀 얼굴빛이 중요한 게 아냐.˝
˝아빠, 위로하실 것 없어요.˝
명혜는 아빠에게 이런 대답을 할 때는 울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빠도 속으로는 엄마처럼 작은딸도 언니처럼 예뻤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굴이 하얘지고 주근깨가 말끔하게 가시자 아빠 말씀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명혜야. 어서 가자. 순화 할아버지께 고맙다는 인사드려야지.˝
엄마가 명혜의 방문을 두드리셨습니다.
˝그래, 가요. 가서 난 순화 할아버지께 내 얼굴 찾아 달라고 할거야.˝
명혜가 문을 와락 열어붙이며 벌처럼 톡 쏘는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아니, 얘가.....˝
엄마를 따라 대문을 나섰습니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난 잘난 애 되고 싶지 않아요. 엄마에게 예쁜 딸은 언니 하나면 되잖아요? 난 태어난 그대로 주근깨 범벅인 납작코 얼굴 가지고도 훌륭하게 자라고 싶었어요. 그런데 엄마, 엄마가.....˝
명혜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습니다.
얼굴을 잃어버린 명혜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퍼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명혜나 명혜 엄마는 별난 가족에 나갔을 때 시청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란 생각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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