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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바람이 들려준 동화

창작동화 이경............... 조회 수 1606 추천 수 0 2004.10.24 14:39:16
.........
바람의 집이 어딘지 아니?
매일 떠돌기 때문에 집이 없다고?
아니야. 틀렸어. 누구에게나 잠시라도, 쉴 집은 있는 거야.
숲속? 나무? 동굴?
그래, 맞아. 바람은 숲속 나뭇잎 사이에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집을 짓고 살고 있었어. 깊은 동굴 속에 잠들어 있기도 하고, 더러는 시냇물을 따라 가며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장단을 맞춰주기도 했지.
바람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맞아,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입고 있는 그 옷은 옛날 선녀님들이나 입을 수 있었던 날개옷, 바로 그 날개옷이었단다.
바람은 숲속이 좋았어. 그래서 숲속에 집을 짓고 살면서 노래를 불렀단다.
봄엔 뻐꾸기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면서. 겨울엔 낮은 오보에 소리를 내면서.
누군가 그리워지면 오소소 오소소 휘파람을 불었어. 하늘이 쨍하고 푸른 가을날은 뒹굴뒹굴 낙엽을 굴리며 시를 외웠지. 아슴아슴 아지랑이에 가슴이 타는 봄날은 이 마을 저 마을에 꽃향기를 실어 날랐단다. 그리고 길을 잃은 어린이나 강아지를 보면 마음의 나침반이 되어 방향을 알려 주었어. 바람은 숨박꼭질을 좋아해서 어디든 꼭꼭 숨어 있었지. 그러다가 심심하면 나와서 몸을 흔들고 다녔단다.
기분이 좋은 날의 바람들은 나뭇잎새를 두드리며 실로폰을 쳤어. 들은 적 있지? 잎이 무성한 나무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 바람이 실로폰을 치면 숲은 금세 맑고 향기로운 소리로 가득 차잖니?
이런 바람의 마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주 커다란 불도저가 나타나고부터야.
˝빠른 시간내에 이 산을 모두 허물도록 하시오.˝
´감독´이라고 쓴 빨간 완장을 찬 아저씨가 말했어.
그러자 불도저를 몰고 온 사람들이 순식간에 산마을을 허물기 시작했단다.
˝어? 내 허락도 없이? 여긴 저희 집이에요! 남의 집을 이렇게 마구 허물면 어떡해요?˝
산마을 바람은 큰 소리로 아저씨들에게 얘기했어. 하지만 아저씨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어.
밤낮없이 산을 깎아 내리는 통에 바람은 더 이상 집을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단다. 잘못했다간 불도저에 날개가 찢기기 때문에 높은 하늘 위를 맴돌아야 했어. 시끄러운 불도저 소리에 질려 휘파람도 불 수가 없었고.
불도저에 밀려 나무들이 둥치째 잘려나갈 때마다 바람의 마음은 갈가리 찢기는 듯 아팠어. 바람은 높은 하늘 위에서 우우 소리를 내며 울었단다.
어느 날 불도저 소리가 멎으면서 그 자리에 아주 커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단다. 집을 잃은 바람은 이리저리 거리로 나돌아 다니게 되었지.
바람의 마음은 썰렁했어. 하루종일 나와 놀다가도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 이런 바람이 부는 거리도 썰렁했고 사람들 마음도 썰렁해져서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단다.
바람은 어디에 다시 집을 지을까 궁리하며 돌아다녔어.
˝나도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안에 집을 지을까?˝
바람은 아파트 창문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창마다 굳게 닫혀 있어서 들어갈 틈이라곤 없었단다. 잘못하다가 높은 아파트 벽에 쿵쿵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였어.
바람이 이렇게 밖에서 헤매는 동안 바람의 날개옷은 점점 더러워지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그때 아파트 마을엔 이상한 병이 돌기 시작했어. 한 아이가 기침을 하니까 그것이 다른 아이에게로, 또 다른 아이에게로 번져가는 돌림병이었어.
˝콜록콜록, 콜록콜록...... 아, 가슴이 아파요......˝
기침을 심하게 하던 아이들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아파했어.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았지만 영 낫질 않았단다.
˝이 병은 아주 싱싱한 바람을 마셔야만 낫는 병입니다.˝
코 끝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그래서 아이가 병에 걸린 집의 엄마들은 바람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창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단다.
창문을 열어 두자 얼굴도 모르고 살았던 이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
˝안녕하세요? 바람이 참 상쾌하죠?˝
˝네, 안녕하세요?˝
˝아기병은 좀 나았나요?˝
이렇게 서로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에 이웃 사람들은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단다.
이때부터 거리를 헤매던 바람도 새로운 기쁨을 갖기 시작했어.
그것은 사람들의 이야길 듣게 된 것이란다. 바람은 아이들처럼 이야기를 몹시 좋아했거든.
바람은 곧 아이들이 병에 걸린 것도 알게 되었어.
˝어떻게 하면 이 마을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바람은 생각에 잠겼지.
˝아, 휘파람을 불면 되겠구나. 그래서 사람들 마음 속에다 내 생각을 전하는 거야.˝
바람은 누군가 그리워지면 오소소 오소소 불던 휘파람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누구나 휘파람 소리를 좋아했거든. 바람이 휘파람을 불면 행여나 하는 기대감으로 귀기울여 듣곤 했어.
˝잔디밭에 꽃이랑 나무를 많이 가꾸어 보셔요.˝
사람들은 곧 잔디밭에 금잔화랑 국화랑 코스모스를 갖다 심기 시작했단다.
목련이랑 후박나무도 심고 백향목이랑 감나무도 심었어.
나무들이 자라는 동안에 아이들의 병이 조금씩 나아졌단다.
˝엄마, 바람결에서 꽃향기가 나요.˝
˝응, 아파트 화단에 꽃들이 활짝 피었거든.˝
바람은 이런 이야길 들을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
바람은 또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심술을 부릴 때도 그 애 가슴을 살며시 두드렸단다. 그래서 착한 일을 하도록 일러 주었어.
˝한결아, 너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게 일찍 일어나 청소를 다 했니?˝
˝글쎄, 엄마! 무슨 바람일까. 나에게 분 바람이? 하하하.˝
이렇게 착해진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일은 정말 가슴 설레는 기쁨이었어.
아무도 모르게 그 아이 마음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니겠니? 바람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품어왔던 마음 속의 섭섭함도 지워버릴 수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은 아파트 화단에 매일 나와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할머니를 발견했단다. 바람은 조심스레 할머니에게 다가갔어.
˝바람이구나. 얼마나 좋을꼬, 바람은. 제 가고 싶은 곳 다 가볼 수 있으니.˝
할머닌 혼잣말처럼 말씀하시곤 눈을 가늘게 떠서 북쪽 하늘을 바라보셨어.
바람은 궁금했단다. 할머니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시길래 집도 없는 바람을 다 부러워하실까? 바람은 일을 마친 할머니를 따라 가 보았단다.
할머닌 아파트 안에 혼자 살고 계셨어. 빛바랜 사진속에 귀여운 소년을 매일 바라보며 할머닌 어른이 되었을 그 아들과 만날 날을 기도하고 계셨단다.
할머닌 종종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들을 불러들이며 말씀하셨지.
˝바람아, 내 죽거들랑 혼이라도 좀 북쪽 아들에게로 데려가다오.˝
알고 보니 할머닌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장통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바로 그 할머니였어.
아! 신문에도 실렸었지. 온통 쭈글쭈글 주름살에 온화한 미소가 흐른 할머니 얼굴이. 평생 과일 장사로 모은 돈을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았다던 바로 그 할머니였어!
그렇게 큰 돈을 병든 어린이를 위해 쓰라고 내놓은 할머니가 아주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계셨던 거야.
할머니에겐 6.25때 피난길에서 잃어버린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단다.
이제 청년이 다 되었을 그 아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는 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남은 가장 간절한 소원이었어.
할머닌 낮에 아파트 공터에 나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셨어. 아이들이 베이지 않도록 떨어진 유리 조각을 줍기도 하고 줄줄 코를 흘리는 아이를 깨끗이 닦아 주기도 하셨지. 그러다가 할머닌 아파트 공터마다 꽃나무와 과일 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거야.
˝할머니, 힘들게 그건 왜 심으세요?˝
아이들이 물을 때 할머닌 이렇게 대답하셨어.
˝바람도 깃들일 집이 있어야 하는 거란다. 그래야 온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너희들도 건강해지지.˝
오직 할머니만이 바람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듯 그렇게 말씀하셨어.
향기롭게 꽃이 피고 과일들이 열릴 즈음 아이들의 기침병은 거짓말처럼 나아 있었단다.
할머니가 바람에게 혼을 맡기고 떠나신 건 어느 가을 날이었다.
할머니가 심은 나무들이 황금빛 잎을 떨굴 때 할머니도 낙엽처럼 저 세상으로 떠나가셨어.
아파트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어. 열려진 창문으로 언제나처럼 바람이 먼저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지.
˝바람아, 내 혼을 어딘가에 살고 있을 내 아들에게로 좀 데려가 다오.˝
바람은 바람처럼 가벼워진 할머니의 간절한 혼을 싣고 아파트를 떠나 먼 북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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