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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거인과 난쟁이

창작동화 김여울............... 조회 수 1736 추천 수 0 2004.12.05 19:01:26
.........
거인은 세상의 모든 일이 귀찮고 싫었습니다. 특히 난쟁이들에 대한 일은 생각조차도 하기 싫었습니다.
˝나 같은 거인이 난쟁이들하고 어울려 산다는 것은 말도 안 돼. 꼴도 보기 싫은 난쟁이들 같으니…. 어떻게 하면 난쟁이들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거인은 난쟁이들 속에 자기가 끼었다는 게 그렇듯 불만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마음씀씀이가 바늘귀 같은 난쟁이들하고는 다르단 말야. 걸핏하면 남의 흉을 보고 싸움질이나 하는 난쟁이들…. 난쟁이들의 꼴을 보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살수는 없을까?˝
거인이 난쟁이들을 미워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밖엘 나갔다가 난쟁이들의 싸움 구경을 하게 되고 부터였습니다. 난쟁이들은 서로 안고잡이를 한 채 뒹굴며 싸웠습니다. 힘이 센 난쟁이가 힘이 약한 난쟁이를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주위엔 싸움 구경을 하는 난쟁이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말리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말리기는커녕 빙 둘러서서 서로 자기편을 응원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요런 한심한 난쟁이들을 봤나.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되려 응원을 하다니?˝
거인은 구경을 하고 있는 난쟁이들을 비집고 들어섰습니다. 싸움을 하고 있는 난쟁이들을 뜯어말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난쟁이들은 도리어 마구 거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덤벼드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참견을 하는 거니? 얼른 썩 비켜서지 못 하겠니? 꺼져. 꺼지란 말야.˝
거인은 기가 막혔습니다. 싸움을 말려주면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인은 기가 찬 나머지 커다란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부터 거인은 더욱 난쟁이들이 싫어졌습니다.
˝어리석은 난쟁이들. 난 역시 난쟁이들하고는 어울려 살수가 없을 것 같아. 난 떠날 거야. 어디든 난쟁이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나 혼자 살 거란 말야.˝
난쟁이들의 곁을 떠난 거인은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거인은 처음엔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몰라 외딴길만을 찾아 걸었습니다. 어디선가 난쟁이들이 자기를 발견하고 뒤를 쫓아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에이, 귀찮은 난쟁이들! 꼴도 보기 싫은 난쟁이들!˝

오랜 여행 끝에 거인의 발길이 머문 곳은 뜻밖에도 고층 아파트들이 꽉 들어찬 동네였습니다.
거인은 갑자기 숨이 탁 막혔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거인은 뱅그르르 머리가 돌았습니다. 그와 함께 거인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파고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파트의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편리한 아파트가 있다는 걸 내가 왜 진작 생각 못 했을까? 맨 꼭대기 층에서 살게 되면 귀찮은 난쟁이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야.˝
아파트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은 거인은 가슴이 확 트이도록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날마다 배꼽을 잡고 뒹굴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이었습니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살게 되면 다시는 난쟁이들을 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인이 사는 아파트 동네에도 무지무지하게 많은 난쟁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와, 난쟁이들이 저렇게 많이 내 뒤를 따라와 살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거인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거인은 생각 끝에 아파트의 문을 모조리 걸어 잠갔습니다. 난쟁이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난쟁이들은 용케 잘도 알고 시도 때도 없이 거인이 사는 아파트의 문을 두드려댔습니다. 거인은 마침내 난쟁이들의 방문이 귀찮아 못 견딜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독한 난쟁이들 같으니. 내가 여기 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 왔을까?˝
거인은 난쟁이들을 만나는 게 귀찮은 나머지 모든 걸 거절하기로 했습니다. 신문 배달 소년의 여린 목소리는 물론 화장품 판매원 아가씨의 방울을 굴리는 것 같은 예쁜 목소리도 거절을 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의 반가운 소식도 거절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수도세 전기세 도시 가스 회사에서 나온 수금원 아저씨의 걸걸한 목소리까지도 거절을 했습니다.

거인은 자기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난쟁이로 취급했습니다. 그 결과 거인은 출입문 앞에 달린 부저가 울리기 무섭게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나쁜 버릇이 생겼습니다.
˝알았소! 알았으니 거기 놓고 가도록 하시오!˝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거인의 말에 사람들은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귀찮은 난쟁이들이 다시는 내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오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거인은 난쟁이들을 상대하지 않고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궁리를 했습니다.
˝무슨 수가 없을까?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거인은 궁리를 짜내기 위해 자나깨나 머리를 굴렸지만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궁리를 하면 할수록 거인은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하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전에는 이러치 않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멍텅구리가 되었을까? 난 몰라. 난 몰라. 내가 어쩌다 이처럼 멍텅구리가 되었단 말인가?˝
거인은 고민 끝에 그만 덜컥 자리에 눕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리에 누운 거인은 자기도 모르게 끙끙 소리를 냈습니다. 어찌나 심하게 앓아 누웠던지 거인은 문밖에서 사람이 와 찾아도 대답할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것 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군. 아무리 큰소리로 불러도 안에선 쓰다 달다 말이 없으니 말야.˝
거인을 찾아왔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는 갔습니다.

어느덧 거인이 사는 아파트엔 눈을 씻고 보려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신 거인이 사는 아파트의 문 앞에는 먼지만 수북히 쌓였습니다.
병이 깊어진 거인은 거짓말처럼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헛소리를 하는 거인은 눈만 붙였다 하면 반드시 꿈을 꾸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거인이 제일 싫어하는 난쟁이들의 꿈이었습니다. 거인은 항상 꿈속에서 난쟁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며 놀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습니다. 평소엔 난쟁이들이 그렇듯 얄미울 수없었는데 꿈속에서는 전혀 그렇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난쟁이들!˝
˝사랑스런 난쟁이 친구들!˝
거인은 난쟁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난쟁이들 속에는 벼라 별 난쟁이들이 다 있었습니다. 과학자, 의사, 판사, 검사, 순경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그런가 하면 매일 아침 거인의 아파트에 신문을 넣던 나이 어린 소년과 기쁜 소식 슬픈 소식을 나누어주고 다니던 집배원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화장품 판매원 아가씨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모두가 거인이 싫어하는 난쟁이들이었습니다.
˝난쟁이들이란 참 알다도 모르겠단 말씀야. 안고잡이를 한 채 뒹굴며 싸움질을 하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이 이렇게 신나게 어울려 춤을 추고 있으니 말야.˝
거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거인의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리석은 거인아, 사람은 제 아무리 잘났다고 뽐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어째서 모른단 말이냐?˝
˝그 그래요. 사람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고 말고요.˝
˝그걸 알고 있다면 어째서 그렇게 난쟁이들을 미워하고 싫어한단 말이냐?˝
˝난쟁이들은 한낱 싸움질이나 하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으흠, 그게 바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란 것을 몰랐던 모양이로구나. 사람들은 싸우고 사랑하는 가운데 차츰 깨닫게 되지. 싸움보다는 사랑을 하며 사는 게 훨씬 더 아름답고 좋다는 것을 말야.˝
˝사랑이라고요? 그게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아주 좋은 것인가 봐요. 사랑이랑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지 뭐예요.˝
˝그래? 그렇다면 지금 당장 거인의 껍질을 벗고 난쟁이들 속으로 뛰어드는 게 어떻겠니? 네 몸에서 풍기는 사랑의 향기를 난쟁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면 말야.˝
˝날더러 난쟁이들 속으로 뛰어들라고요?˝
˝왜 싫으냐?˝
˝아 아닙니다. 난 두 번 다시 거인 노릇 같은 것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도 난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거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치다가는 제물에 놀라 벌떡 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났습니다. 꿈이었습니다.
난쟁이는 엉겁결에 드르륵 창문을 열고는 베란다로 달려나갔습니다. 밖은 금빛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널따란 아파트 동네의 마당엔 거인이 그 동안 눈에 가시처럼 귀찮게 생각했던 난쟁이들이 부산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오! 사랑스런 나의 이웃들….˝
거인의 입가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끝도 없이 자꾸만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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