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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땅속엔 누가 있나봐

창작동화 김여울............... 조회 수 1475 추천 수 0 2004.12.05 19:02:18
.........
금빛 햇살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연희는 숙제를 마치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이 눈부셔.˝
연희는 손으로 재빨리 눈을 가리며 수다를 떨어댑니다.연희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여자아이입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한 점이 둥실 떠있습니다.
˝어디로 갈까?˝
연희는 일요일이 싫습니다.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연희는 심심한 건 딱 질색이었습니다.
˝연희야, 연희 있니?˝
삐걱 대문이 열리면서 이웃집 종구가 달려들어왔습니다.
˝연희야, 우리 함께 동산에 가지 않을래?˝
종구가 막무가내로 연희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동산엔 뭣하러 가니?˝
˝진달래가 피었을 지도 모르잖니?˝
˝진달래?˝
˝응, 그래 진달래.˝
˝벌써?˝
˝얘 좀 봐. 봄이 온 게 언젠데 벌써라니?˝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산으로 내달았습니다.
동산엔 봄이 한창이었습니다. 겨우내 쌩쌩 칼날바람이 매달려있던 나뭇가지엔 봄빛이 가득 맴돌았습니다. 동산은 온통 봄빛 투성이었습니다.
˝연희야, 우리 저기 바위로 가서 놀자.˝
종구가 오솔길섶에 누워있는 바윗돌을 가리키며 앞장서 달렸습니다. 연희도 종구의 뒤를 따라 달렸습니다.
두 아이들이 바위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였습니다. 솜사탕같은 봄바람이 아이들의 볼을 간지럽히며 지나갔습니다.
˝연희 너 봄이 어디서 오는지 아니?˝
종구가 연희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그야 물론 남쪽이지 어딘 어디니?˝
˝남쪽? 누가 그러던 남쪽이라고?˝
˝누군 누구야. 우리 엄마가 얘기해줘서 알았지.˝
˝엄마가 얘기해주셨다고? 그럼 남쪽은 어딘데?˝
˝넌 것도 모르고 있었니? 산너머 저쪽이지 바로 남쪽이지.˝
˝아니야, 틀렸어. 이 세상 어디에도 남쪽이란 곳은 없다고 우리 형아가 말했다고.˝
종구가 대뜸 연희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흥, 느네 형아가 뭘 안다고?˝
˝뭐야? 우리 형아는 내가 모르는 건 다 알고 있는 척척박사란 걸 모르니? 우리 형아가 그러는데 산너머 남쪽 아이들한테 가서 남쪽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 애들 역시 산너머 저쪽이 남쪽이라고 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결국 이 세상 어디에도 남쪽은 없는 셈이라고.... .˝
종구가 으시대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봄이 어디서 오는 지를 알고 있겠구나?˝
˝알고 말고. 우리 형아가 그러는데 땅속나라라고 그랬다.˝
˝땅속나라라고?˝
˝그뿐인 줄 아니? 땅속나라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아주 커다란 손이 있다고 했거던.˝
˝손? 땅속에 손이 있다고?˝
연희의 눈이 대번 휘둥그래졌습니다.
˝연희 네가 무척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땅속나라의 비밀을 얘기해주지.˝
종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했더니 저만치 오솔길섶에 이제 막 얼굴을 내민 듯한 아기고사리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건 고사리가 아니니?˝
˝그래 맞아, 고사리야.˝
˝별안간 고사리는 뭘 하려고?˝
연희가 종구를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뭘 하다니? 고사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를 들으려고 그러는 거지.˝
˝얘가 점점.... . 고사리한테서 무슨 소리를 듣는다는 거니?˝
종구가 보라는 듯이 땅바닥에 납짝 엎드린 채 고사리쪽으로 귀를 기울렸습니다.
영문을 몰라하고 있던 연희도 종구가 하는 대로 따라 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연희가 고사리쪽으로 귀를 갖다대기 무섭게 마치 꼭 기지개를 켜는 듯한 아주아주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드르렁 드르렁 드르렁 드르렁.˝
˝저벅 저벅 저벅.˝
˝쿵쾅 쿵쾅 쿵쾅.˝
어찌나 크고 우렁찼던지 연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놀랄 것 없다. 땅속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새싹들을 세상으로 내보내기위해 봅바람을 일으키는 소리니까.˝
종구의 말에 연희는 사뭇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때. 이래도 아직 내 말을 못 믿겠니?˝
˝아니야, 아니야. 종구 네 말대로 땅속엔 정말 누가 있나 봐. 그러지 않고서야 땅속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겠니?˝
˝알았으면 됐다. 땅속에서는 날마다 이렇게 봄바람을 만들어 내보내느라 부산하단다. 세상 구경을 나온 새싹들을 튼튼하게 잘 자라도록 기르기위해서 말야.˝
종구가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종구야?˝
˝이번엔 또 뭐니?˝
˝우리 집 꽃밭에도 네가 말한 땅속나라의 손이 있을까? 오늘 아침에 보니 귀엽고 예쁜 백합꽃 새싹이 쏘옥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거던.˝
˝그걸 말이라고 하니? 새싹이 자라는 곳엔 어디나 할 것 없이 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단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그 손은 어떻게 생겼길래 그렇게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땅속을 깊이 파면 그 손을 볼 수 있을까?˝
˝안 돼. 땅속을 아무리 깊이 파도 그 손을 볼 수는 없어. 괜시리 함부로 잘못 땅을 팠다가 새싹을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겠구나. 하지만 그럴수록 땅속에 있다는 손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는 걸 어쩌면 좋지?˝
˝얘는,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니?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이제 그만 동산을 내려가는 게 어떨까?˝

아이들이 오솔길을 내려오는 도중이었습니다. 갓 피어난 진달래가 가느다란 꽃대궁을 흔들며 아이들을 반겼습니다.
˝야아, 진달래다! 정말 벌써 진달래가 피었네?˝
연희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내가 뭐랬니? 이렇게 예쁜 진달래꽃을 피우게 한 것도 땅속나라에 있는 커다란 손이 하는 일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종구가 연희를 보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땅속나라엔 정말 누가 있나 봐.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진달래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 말야.˝
˝알았음 됐어.˝
둘은 약속이라도 하듯이 마주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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