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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느티나무와 파랑새

창작동화 김여울...............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04.12.05 19:04:30
.........
솔내마을 동구 밖에 한 그루의 커다란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느티나무 밑은 온통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 느티나무가 언제부터인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된 노릇일까?˝
날이 다르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느티나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처럼 느티나무 가지에 무성하게 잎이 돋도록 하고 싶은데 도무지 뽀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단났군. 느티나무를 살려낼 무슨 방법이 없을까?˝
마을 사람들은 니티나무 밑에 모여 앉아 의논을 했습니다. 의논 끝에 마을 사람들은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로 했습니다. 느티나무에 귀신이 붙어있어 그걸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즈음 솔내마을에 한 사나이가 찾아들었습니다. 사나이는 자칭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라고 했습니다. 부자는 여행을 하는 동안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별난 취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자를 만나기 위해 느티나무가 있는 동구 밖으로 몰려갔습니다. 부자는 환영 나온 마을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친애하는 솔내마을 주민 여러분,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구든지 소원을 말씀해주신다면 나는 꼭 그 분의 소원을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자는 일일이 마을 사람들의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고맙소 부자 양반. 그렇다면 내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 바라오.˝
할아버지 한 분이 부자의 앞으로 불쑥 나섰습니다.
˝좋습니다. 어서 할아버지의 소원이 무엇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부자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내 소원은 이 느티나무가 예전처럼 무성하게 잎을 피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해가 갈수록 자꾸만 느티나무가 죽어가고 있으니 이렇게 딱한 일이 또 어딨겠소? 부자 양반, 제발 이 늙은이의 소원을 들어주시오.˝
˝아이고 맙소사! 할아버지, 죽어 가는 나무를 살려달라니? 그런 일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마술사도 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늙은이의 소원을 들어주신다니 정말로 고맙소.˝
˝고마워하실 것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니까요. 고목이 돼서 제대로 나무 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 느티나무를 베어낸 다음 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나무를 심어드리면 될 테니까요.˝
부자의 말에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고 나섰습니다.
˝무엇이라고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고작 느티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어주겠다고요? 느티나무보다 더 귀하고 값진 나무가 어딨다고 함부로 허튼 소리를 한단 말이오? 또 다시 그딴 소릴 하려거든 당장 마을을 떠나시오.˝
할아버지의 역정은 대단했습니다. 그 바람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라고 으시대며 뻐기던 부자는 코가 납작해지고 말았습니다.

부자가 돌아가고 나자 이번엔 세상에서 제일가는 마수사가 솔내마을을 찾았습니다.
˝여러분,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종이 비행기 하나만 가지고도 이 세상 어디든지 맘대로 날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마술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달걀껍질 속으로 병아리가 들어가게 해서 다시 달걀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든지, 수탉이 황금달걀을 낳게 하는 등….˝
마술사는 제법 정중하게 모자를 벗어들고 구경을 하러나온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인사를 해 보였습니다.
˝마술사 아저씨, 그게 정말여요? 뭐든지 말만 하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 말여요?˝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난 쪽으로 눈길을 던졌습니다. 왠 조그만 사내아이가 뚫어져라 마술사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랍쇼? 꼬마가 제법인데? 좋아. 네 소원이 뭔지 모르지만 어디 한번 얘기를 해 보려므나.˝
마술사가 넉살좋게 웃어 보였습니다.
˝얼른 소원을 말해보래도 그러는구나? 옳아, 알았다. 밤에 꿈을 꾸다 이부자리에 지도 안 그리게 하는 것? 아니면 종이 비행기를 타고 달나라 여행을 하는 것? 보나마나 그렇고 그런 것이겠지 뭐? 안 그러니, 꼬마야?˝
느티나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며 마술사가 제법 그럴 듯하게 사내아이를 얼러댔습니다.
˝천만에요. 누가 언제 그따위 시시한 것을 소원이라고 부탁할까 봐서요?˝
˝아이쿠! 우리 꼬마 도련님께서 단단히 화가 나신 것 같군. 자자, 너무 그러지 말고 어서 소원을 말해 보도록 하렴. 응, 꼬마야. 네 소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마술사 아저씨가 반드시 들어주도록 할 테니까 말야.˝
˝좋아요. 그럼 제 소원을 말할 테니 꼭 들어주시는 거여요?˝
˝암암, 들어주다마다.˝
˝제 소원은….˝
사내아이가 난데없이 느티나무를 가리켰습니다.
˝이렇게 까닭 없이 말라죽어 가고 있는 느티나무를 예전처럼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살려주세요. 우린 느티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바람에 놀이터를 잃게 되었지 뭐여요. 어때요? 아저씨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마슬을 가졌다고 하셨으니 물론 제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겠죠?˝
사내아이의 말에 마술사는 어찌된 영문인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붉으락 푸르락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지금껏 온갖 마술을 다 부려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삐쩍 말라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내는 마술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주위는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술사는 궁리 끝에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여러분, 꼬마 도련님께서 참으로 멋진 소원을 말해주었는데 불행하게도 마술 솜씨를 보여드릴 시간이 지나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제 마술은 해가 지면 보여드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내일 아침 동이 트면 여러분 앞에서 느티나무를 살려내는 마술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꼬마야, 미안하게 됐구나.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구나.˝
마술사는 마을 사람들이 흩어져 돌아가기도 전에 짐보따리를 싸들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며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는 톡톡히 망신을 당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또 한 사나이가 소리 없이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사나이는 어릴 때부터 나무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찌나 나무에 관심이 많았던지 나무박사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습니다. 나무에 관해 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척척박사였습니다.
사나이가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사나이에게는 무척 아끼던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가 이유도 없이 갑자기 말라죽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이는 그것을 보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어 가는 나무를 살려낼 무슨 방법이 없을까?˝
사나이는 그날부터 나무를 살려낼 생명의 약을 만들어내기위해 연구를 했습니다. 사나이는 마침내 성공을 했습니다.
사나이는 생명의 약을 실험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사나이가 솔내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도 오랫동안 여행을 한 탓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듯 몹시 피곤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을 나설 때 입었던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두 볼은 온통 까칠한 턱수염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사나이는 무심코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다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크고 멋진 나무가 아깝게도 말라죽어 가고 있다니?˝
사나이는 자기가 연구해낸 생명의 약을 실험하기 위해 부랴부랴 가방을 열었습니다. 느티나무의 몸통에 주사기를 꽂고는 생명의 약물을 흘려 넣기 시작했습니다. 사나이가 정신없이 느티나무에 주사를 놓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는 사나이를 에워쌌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가 너무 많은 데다 영양분이 모자라 이렇게 볼품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만든 생명의 약으로 주사를 놓고 있는 것이랍니다.˝
˝생명의 약이라니? 당신이 무슨 식물학자라도 된단 말이오?˝
마을 사람들은 급기야 여기 저기서 사나이를 비웃고 나섰습니다. 사나이는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 따위엔 아랑곳없다는 듯이 느티나무의 몸통에 열심히 주사를 놓고 있었습니다. 사나이가 느티나무에 주사를 놓기 시작한 지 열흘쯤 되었습니다.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성공이다. 성공!˝
사나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앙상하게 말라죽어 가던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색종이처럼 예쁘게 생긴 나뭇잎들이 한 잎 두 잎 쏘옥쏘옥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나이는 기쁜 나머지 느티나무를 얼싸안고 엉엉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울다 지친 사나이가 갑자기 뒤로 벌렁 넘어졌습니다.

이튿날 아침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주위로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던 나뭇가지마다 나뭇잎들이 무성하게 피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비웃던 나그네가 아무리 깨워도 깨어날 줄 모르는 깊은 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기 나뭇가지 끝에 새가 앉아있어요. 파랑새여요.˝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나뭇가지 끝의 새를 향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정말? 저렇게 예쁜 파랑새가 어디서 날아왔을까?˝
˝그것도 모르세요? 저 새는 느티나무에 잎을 돋게 한 식물학자님의 영혼이 죽어서 파랑새가 된 것이라고요. 마음씨가 착하고 좋은 일을 한 사람은 죽어서 저렇게 예쁜 파랑새가 된다고 했거든요.˝
제법 그럴 듯하게 말문을 열고나선 사람은 얼마 전 엉터리 마술사에게 소원을 말했던 사내아이였습니다.
˝옳지, 그래 네 말이 맞다.˝
파랑새는 마치 마을 사람들의 말을 다 듣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무성하게 잎이 돋은 느티나무 위를 한 바퀴 휘익 돌고나서는 푸른 하늘 어딘가로 날아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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