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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감기에 걸린 발

창작동화 김영미............... 조회 수 1871 추천 수 0 2005.01.06 00:08:27
.........
민우 엄마 계세요?”
민우가 거실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옆집 수야 누나엄마가 놀러 오셨습니다. 아줌마는 손에 노란 장화를 한 컬레 들고 계셨습니다.
“어서 와요. 수야 엄마, 근데 그 장화는 웬거예요?”
“예. 우리 수야가 신던 건데 작아져서 민우 신기면 어떨까 하고 가져왔어요. 요즘은 품질이 좋아져서 아주 질기잖아요. 글세 우리 수야가 이태나 신었는데도 이렇게 말짱하답니다.”
“어머, 고마워요. 그렇잖아도 길이 엉망이라서 민우 장화를 사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참 잘 됐어요.”
민우는 살그머니 옆눈으로 장화를 훔쳐봅니다. 그런데 웨걸, 색깔가지는 괞찮았는데 옆면에 커다란 공주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단번에 민우의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엄마는 속도 모르고 민우에게 신어보라고 벌써 독촉이십니다. 마지못해 신어보는 장화는 거짓말처럼 민우의 말에 들어맞습니다.
“어쩜 이렇게 잘 맞을까? 민우 꼭 네것처럼 보이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 도련님 입이 이렇게 나왔을까? 마음에 들지 않니?”
“이것 여자애 것이잖아요? 이것 보세요. 그림도 이렇게공주 그림이 그려져 있잖아요.”
“그건 그림이 작아서 잘 눈에 띄지도 않는데 뭘 그러니ㅣ?”
어휴, 엄마는 저렇게 커다란 그림을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때는 귀한 아들이라고 뭐라도 다 해 줄 듯이 하시지만 이럴 때 보면 엄마도 보통 구두쇠가 아닙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하늘을 올려다 본 민우의 얼굴은 하늘의 먹장구름보다도 더 어두워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가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민우야, 비 오겠다. 비옷 입고 장화 신어라. 웅덩이가 많아서 물에 젖으면 감기에 걸린다.”
며칠 전부터 걱정하던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친구들이 모두 민우를 계집아이 같다고 놀리는데 민우는 날마다 잠자기 전 비가 오지않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십이월인데도 눈은 오지 않고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더구나 민우네 동네는 새로 주택단지를 조성한다고 온통 땅을 파헤쳐 비가 오면 곳곳에 웅덩이가 생깁니
다.
이렇게 불편한 곳을 아빠는 가장 좋은 동네라고 자랑이십니다. 아빠는 이 집에서 태어나셨고 이 집에서 결혼하셨고 그리고 늦게 낳은 민우까지 있으니 아들 딸 낳고 잘 지낸다나요.
아빠는 나무가 많고 뜨락이 넓은 이집이 너무 좋아 군대에 갈 때를 빼놓곤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으시답니다. 아빠는 집터가 좋아 늦게라도 민우 같은 아들을 얻었다고 또 자랑이십니다. 하긴 딸 셋을 낳고 아예 포기 했다가 막내 누나가 여섯 살이나 된 뒤에 민우를 낳았으니 자랑할 만도 합니다.
이렇게 딸을 셋씩이나 낳고 얻은 아들이기에 아빠의 민우에 대한 사랑은 대단합니다. 애지중지 귀여워 하시며 무엇이든 민우의 청을 잘 들어 주셨습니다. 특히 목욕을 데리고 다닐 때 부탁을 하면 거의 무엇이든 들어 주셨습니다. 민우는 기회를 봐서 멋진 로봇 그림이 그려진 장화를 사 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처 그 기회가 오기도 전에 비가 내려 버린 것입니다. 민우는 아침 밥맛까지 없었습니다.
“얘. 빨리 서둘러, 학교 늦겠다. 비오는 날은 빨리 걷지도 못하잖니?”
누나가 재촉합니다. 창밖을 보니 비는 제법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우는 슬그머니 일어서 셋째누나를 따라 나서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금방 엄마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비옷을 입히고 장화를 신기려고 하셨습니다. 민우는 비옷만 입고 장화는 신지 않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이럴 때 아빠만 계시다면 틀림없이 민우의 편을 들어 주실텐데. 아빠는 시골 학교에 계시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에만 집에 오십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어림도 없습니다. 귀한 아들일수록 함부로 키워야 한다고 민우에게 오히려 누나들보다도 더 엄격하게 하십니다. 민우는 어떻게 이 자리를 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말씀을 안 들으면 엄마에게 혼날 것이고 장화를 신고 가면 짝꿍 경중이가 놀릴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중이는 민우의 장화를 들어다 반아이들한테 보여주며 놀릴지도 모릅니다. 민우는 개구쟁이 경중이가 몹시 싫었습니다. 그래서 경중이가 는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않아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 주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를 생각해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나는 속도 모르고 또 독촉입니다.
“오늘 아침엔 얘가 왜 이리 느려 빼는 거지.너 이렇게 늑장 부리면 나 먼저 간다.”
“글세, 얘가 장화를 신지 않겠다고 이 말썽이구나. 보나마나 발이 젖으면 감기에 걸릴 텐데.”
“엄마, 저 녀석 혼좀 나게 놔두세요. 감기 걸려봐야 쟤가 속 차릴 거예요.”
동화책에서 보면 셋째로 나오는 사람은 모두 착하고 예쁜데 어떻게 된 게 민영이 누나에게만은 해당되지 않은 듯합니다. 행동도 덜렁덜렁 남자 같고 민우가 조금만 거슬리는 태도를 보이면 곧장 알밤이 날아옵니다. 더구나 엄마가 학교를 오갈 때라든가 숙제 등, 모든 것을 부탁했기 때문에 민우에게 철저히 순종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민우는 속으로 셋째 누나를
마귀 할멈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민우는 이것저것 모두 짜증이 나서 절대로 장화를 신지 않겠다고 울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민우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자 엄마도 더 어찌할 수 없었던지 그대로 학교에 보냈습니다. 누나는 민우의 어깨를 우왁스럽게 잡아끌며 학교로 향했습니다.
민우는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요 다음에 돈이 생기면 내가 저 마귀 할멈 주나 봐라. 손님이 오셔서 준 용돈도 모조리 빼앗아가구서......
민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누나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가다보니 자꾸 웅덩이를 밟게 되었습니다. 발걸음 폭은 작은데 빨리만 걷는 누나를 따라갈 재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금방 발이 시려웠습니다. 발이 꽁꽁 어는 듯했습니다.
“누나, 천천히 가. 발이 감기에 걸렸나 봐.”
“뭐, 발이 감기에 걸려? 우하하하.”
누나는 사내아이처럼 큰 소리로 깔깔거리더니 갑자기 가다말고 민우의 볼에 쫙 뽀뽀를 하였습니다.
“아유, 요 깍쟁이. 넌 계집애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누나는 다시 한번 뽀뽀 세례를 퍼부을 기세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큰일입니다. 학교는 아직 한참인데 발은 꽁꽁 얼어오고 있으니 민우는 울고 싶었습니다. 엄마의 말씀을 듣지 않은게 후회스러웠습니다.

민우와 누나가 학교에 도착 했을 때 민우의 발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운동화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민우의 발은 자기 발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춥지?”
신발을 벗으며 누나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응, 발이 너무 시려워. 발이 아무래도 감기 걸린 것 같애.”
“그래, 네 말이 맞다, 이 누나가 치료해 줄게.”
누나는 자기의 양말을 벗더니 손수건으로 민우의 발을 잘 닦은 다음 신겨 주었습니다. 앞 뒤 꽁지로 삐져나온 부분들은 실내화 속으로 잘 여며 주었습니다, 민우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누나를 마귀 할머니로 부른 자기가 참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난 발 시려서 어떡해?”
“짜식, 괞찮아. 이 누난 다 컸잖아.어서 교실로 가거라. 공부 시작하겠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누나는 빨간 맨발을 하고서도 거침없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갔습니다. 민우는 이럴 때의 누나가 제일 맘에 들고 씩씩하게 보였습니다. 민우도 재빨리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자습을 마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제 선생님은 여러분이 모두 집에 돌아간 다음 책상 속을 들여다 보았어요. 그런데 책상 속에 여러분의 물건들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연필, 지우개 등 남아 있는 물건들은 주인인 여러분들에게 버림 받고 몹시 쓸쓸한 표정이었어요. 우리는 작은 것들이라도 언제나 아껴 쓸수 있는 그런 마음 가짐이 필요하답니다.”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신 선생님께서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얼굴이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형제가 참 많았어요. 무려 구 남매나 되었죠. 우리에겐 내것 네것이란 구분이 별로 없었어요. 형제 모두가 함께 쓰고 당연히 함께 나누어 먹었죠. 이불도 부족해서 한이불 속에서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이불을 잡아 당기며 잠을 잤어요.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즐거운 놀이였다고도 할 수 있었어요. 어른이 된 선생님의 형제들은 지금도 만나면 그 얘기를 하며 웃죠. 그때가 그리워요. 그런데 요즘 여러분은 너무 풍족해서 아낄 줄 모르고 오히려 뭐든 버리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물건들을 보니 너무나 불쌍했어요. 여러분 자기 물건들은 꼭 잘 챙겨서 소중하게 다루도록 합시다. 끝으로 또 한 가지 기억나는게 있어요. 선생님의 언니 언니가 언제나 새옷을 입고 내겐 그 다음 다음에야 돌아왔지만 선생님은 언니의 옷을 얼른 입게 되기를 늘 기다렸어요. 여러분도 혹시 어머니께서 언니나 형들의 헌옷을 물려 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입도록 하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고 있던 민우는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경중이가 놀리는 것 따윈 걱정하지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엄마의 말씀을 잘 듣고 수야 누나 장화를 신고 왔더라면 민우나 민영 누나의 발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 테고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짝꿍 경중이가 손을 번쩍 든 것은.
“선생님. 저 오늘 우리 누나가 신던 빨간 장화를 신고 왔어요.”
민우의 빨개진 얼굴이 점점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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