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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나, 봄비

창작동화 김영미............... 조회 수 1832 추천 수 0 2005.01.20 15:33:04
.........
안녕, 휘슬이의 병아리 봄비야.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나왔어. 모두 내 이야기 들어 줄 수 있지?”
휘슬이는 금부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주 씩씩한 사내 아이야. 근데 동생이 없어. 요즘 동생없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고. 그래 네 말 맞아. 그런데 휘슬이는 그걸 슬퍼했어. 직장에 다니는 엄마에게 동생하나 낳아달라고 했다고 혼만 났지. 시롤에 사시는 휘슬이의 할머니는 공주에 오시기만 하면 휘슬이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휘슬이 언제나 터 팔거냐? 이렇게 이쁜 놈 더도 말고 꼭 한나만 더 있었음 좋겄다.”
할머니의 손길이 휘슬이의 엉덩이를 토닥토닥하시면 괜히 휘슬이는 미안해 한단다. 그것만 봐도 휘슬이가 얼마나 착하니 알겠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휘슬이와 나는 교문 앞에서 만났어. 우리끼리 상자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곰살거리고 있을 때 휘슬이와 나의 눈길이 스쳤어. 단박에 날 알아 보더라고.
아저씨께 오백원을 주고 날 안았지. 휘슬이는 멀지도 않은 즈네 아파트까지 오면서 많은 이야길 하더라. 자기는 모든 동물을 다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엄마 때문에 아무도 키울 수 없다면서 몹시 화를 냈어. 나는 병아리니까 엄마 몰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 하겠지.
대신 나보고 절대로 울지 말아달라고 사정했어. 단 ‘엄마가 계실 때면’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 좀 어려운 부탁이었어. 내가 대답을 안 하니까 휘슬이는 걱정되는지 엄마는 직장에서 매일 늦게 오시기 때문에 네가 잠만 일찍 잔다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어. 그래서 마지 못해 약속을 해 버렸지.
휘슬이의 아빠는 시인이신데 무지무지 좋은 분이셨어. 우리와 동맹을 맺고 엄마에게 나의 비밀을 지켜 주기로 하셨지. 내게 이렇게 멋진 봄비라는 이름도 아빠가 지어 주셨어. 봄비 오는 날 만났다고 기념으로 지어 주셨지만 나도 그 이름이 정말 맘에 들었어. 나는 시인이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이 다음에 크면 시인이 될 거야. 하긴 지금도 난 시인인 것 같아. 멋진 말만 들으면 가슴이 울렁거리거든.
우리는 몰래 몰래 살았어. 내가 잠을 일찍 잤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존재를 몰랐지. 엄마는 몸이 허약해서 짐에 오면 주무시기 바빴거든. 집안 일도 주로 아빠가 더 많이 하셨기 땜에 우리는 비밀을 지킬 수가 있었지.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휘슬이네 식구들이 모두 맘에 들고 다 좋은데 이집 식구는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글쎄 자기들 안 먹는 건 괜찮은데 이 봄비의 식사까지 잊어먹는 거야. 내가 다이어트 하는 병아리도 아니고........ . 더구나 한참 자라야 할 이 봄비가 얼마나 괴롭겠어.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그전 아저씨가 나보고 잘 먹는다고 식충이란 별명을 붙였거든.
그런데 휘슬이네 집에선 우아한 봄비가 됐으니 배고파도 참으려고 무지 노력했어.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위슬이가 빠뜨린 클립이라나 뭐라나 그런 걸 삼켜버렸어. 그때부터 상황 설명 안해도 알겠지?
나는 죽어라고 삐약삐약삐약 삐아악, 나는 그때까지 못 울었던걸 모두 모아서 악을 썼어.
휘슬이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다행이 아빠가 일찍 오셨어. 옥희네 동물병원으로 달렸지.
그 가운데서도 휘슬이는 지 저금통을 들고 뛰더라.
난 수술을 받았어. 그 이야긴 묻지마. 주사랑 얼마나 아팠다고. 그 부분만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수술비도 엄청 많이 나왔어. 민 칠천 오백원이었어. 휘슬이의 저금통으론 부족했기 때문에 아빠가 삼천원을 보태셨어. 휘슬이는 조금도 아까워 하지 않았어. 일년 넘게 모은 돈이라는데, 내 수술이 잘 됐다고 기뻐하며 박수를 치겠지. 역시 우리 주인님은 싸나이중의 싸나이야.
난 내 생명의 은인인 휘슬이를 알라딘의 지니처럼 잘 모시기로 맹세했어.
집에 오니 엄마가 얼마나 놀래셨는지 짐작이 가지? 정말 엄마는 기절하실 정도로 놀라시더라. 아빠가 그 동안의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리고 속이려는 건 아니었다고 용서를 빌었어.
휘슬이도 동생 대신이라고 떼를 썼어. 휘슬이가 떼쓴는 것 처음 봤다.
엄마는 화는 풀었지만 나 봄비를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낸다는 조건이었어.
휘슬이도 조건을 붙였지. 주일마다 할머니 댁으로 봄비를 보러 간다는 약속이었어. 세 사람은 ‘삼자동맹’이라는 엄숙한 선언을 하고 그렇게 결정했어.
난 이제 내일 아침이면 휘슬이네 할머니 댁으로 가. 가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다행히 휘슬이가 매주 나를 보러 온다니까. 기다리면서 살아야지.
그래도 난 휘슬이 같은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얼마나 좋아? 내가 가는곳은 광산구 비아동 다솔리야. 나 보고 싶은 친구는 편지 해. 휘슬이를 기다리는 동안 늬네 편지를 받으면 위안이 될 거야. 시내 버스 타고 올 수도 있대.
얘들아, 비아동에 있는 봄비를 항상 기억해 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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