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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미르와 미리내

창작동화 김자환............... 조회 수 1208 추천 수 0 2005.01.27 20:53:17
.........
□ 미르내

따뜻한 남쪽나라에 강이 하나 있어요.
미르내.
용이 난 강이라는 뜻인데요,
넓고, 깊고,
그래서 힘이 좋은 강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강이라고 하질 않고 내라고 불러요.
그건요, 미르내가 워낙 겸손하기 때문이에요.
미르내는 사람들을 위하여 조용조용 논과 밭을 적셔 주고,
비가 많이 오면 품을 한껏 열어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하지요.
사람들이 더럽혀도 화를 내지 않아요.
조용조용 저 혼자서 스스로 맑아지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위해
하얗고 큰 손을 펼쳐서 배를 편안하게 떠받쳐 주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한 번도 자기 자랑을 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토라지거나 하질 않지요.
겸손하지요?
미르내는 ´강´보다는 ´내´라고 부르는 걸 더 듣기 좋아하였고,
그래서 사람들은 미르내처럼 큰 강을 그냥 ´미르내´라고 부르는 거예요.

□ 미르

미르내의 허리께에 얕으막한 산이 하나 있어요.
미르뫼.
고사리, 두릅, 취나물, 더덕……,
산은 낮아도 이름처럼 품이 넓어서 나는 게 참 많아요.
인정많은 할머니 같은 그런 산이지요.
그 산을 병풍처럼 두른 곳에 자그만 집이 한 채 있고,
그 집에 미르라는 총각이 살아요.
미르내처럼 조용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참 맑은 사람이에요.
나룻배를 저으면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건너 주고 살아요.
키가 크고,
햇볕을 많이 쬐어도 얼굴이 하얗게 맑고,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참 착해요.
늘 웃는 얼굴이어서
미르의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요.
마을 처녀들, 미르를 보면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어요. 바보처럼 입을 떡 벌리고는, 배 타는 것도 잊고.
은실이, 순녀, 은희, 복례…….
처녀들은 미르를 생각하면서 남 몰래 얼굴을 붉히곤 해요.
미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나,
그러나 말예요,
미르는 처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예요.
아무리 참한 처녀라해도 눈에 들어오질 않고
오직 한 사람,
미리내,
미리내의 얼굴만 떠오르는 거지요.

□ 미리내

미리내가 무어냐구요? 누구냐구요?
거 있잖아요,
하늘에 흐르는 맑고 착한 강.
남쪽나라에 미르내가 있어서 착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듯
하늘에도 강이 하나 있어요.
꿈을 이루지 못한 별들이 모여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마음을 맑게 밝혀 꿈을 심어 주는 그런 강.
그 강에, 꿈을 잃은 사람들을 찾아서 꿈을 심어 주는 처녀가 사는데요,
미르가 미리내라는 그 고운 처녀를 만난 거예요.
하늘의 착한 강
미리내와 똑같은 착한 이름을 가진.

□ 별빛이 좋아도 달이 밝아도

처음엔요,
꿈인 줄 알았어요.
은하의 맑은 물보다 더 맑은 눈,
더 맑은 목소리,
그리고 석류알처럼 눈부시게 화안한 미소…….
그런 고운 처녀는 처음이었거든요.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렇게 미르는 미리내를 만났어요.
달빛이 좋은 밤,
강아지풀이 조용하게 혼자서 울고
강둑의 달맞이꽃이 달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밤,
귀뚜라미 눈물나는 노랫소리에 강물도 숨을 죽이는 그런 밤에,
미르내의 깊고 조용한 가슴 속에서,
문득,
꿈꾸듯이.
바로 그때부터
미르의 마음은 자기의 것이 아니었어요.
배를 저으면서도
잠 자거나 강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거나 하면서도
오직 미리내 생각뿐이었어요.
미리내가, 얼굴을 한 번만 더 보여 주기를 소원하였어요.
그러나 미리내는 나타나질 않는 거예요.
별빛이 좋아도
달이 밝아도
꿈속에서도…….

□ 그날, 달빛이 좋은 밤

미리내도 미르가 좋았어요.
땅의 사람이지만 마음이 맑고, 따스하고, 너무 착해요.
하늘의 사람이 어떻게 땅의 사람을 만났냐구요?
아마 그것은 운명일 거예요.
그날, 달빛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날도 꿈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찾아나선 미리내는
달빛을 타고 미르내 위를 지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자그만 나룻배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한 총각을 본 거예요.
달빛 속에 숨어 그 총각의 눈 속으로 몰래 들어간 순간
아아, 미리내는 가슴이 떨렸어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고
그러면서도 가슴 속이 화안해지는 것이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언젠가는 꼭 만나야 할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미르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말예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리내는 나룻배로 조용히 몸을 내렸고
그리고 둘은 밤을 새워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소곤소곤
소곤소곤
끝없이, 끝없이, 밤이 새도록…….
달빛이 좋은 밤
미리내 별들의 맑은 빛이
미르내의 맑은 물과 이쁘게 몸을 섞는 그런 밤에.
동쪽나라 해님이 잠깬 줄도 모르고
하늘나라 임금님이 내려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 사랑하는 마음에

하늘나라 임금님, 크게 화가 났어요.
――법을 어기다니!
직분을 잊고 땅의 사람을 사랑하다니!
가엾은 미리내는 미리내 깊은 물속 감옥에 깊이 갇히고 말았어요.
하늘나라 사람들의 엄한 법,
땅의 나라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는
그 법에 갇힌 거지요.
미리내는 슬펐어요.
이젠 달빛을 타고 땅의 나라로 내려갈 수도 없고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도 없고
보고 싶은 미르, 무엇보다
이젠,
그리운 미르를 다시 볼 수가 없었거든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미르가 기다리다 사슴목이 되어 있을 텐데 말예요.
――내가 땅의 나라 사람이라면…….
아, 보고 싶은 미르!
얼굴 한 번만 더 보았으면…….
보고 싶어요.
정말정말 보고 싶어요.
미르내 맑은 물이, 자그맣고 정다운 미르의 나룻배가,
하얗게 맑은 얼굴
착한 눈동자가.
미리내는 울었어요. 한없이 한없이 슬피 울었어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잠 자지도 않고.
가엾은 미리내는 몸이 점점 야위어 가고
빛을 잃어 가고
그러다가 마침내 몸져서 눕고 말았어요.
――이 일을 어쩌지?
저러다 앨 죽이겠어.
저 곱고 착한 아이를…….
미리내 강물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착한 미리내가 병이 더 깊어져서 어찌 되기라도 하면
미리내에 모인 모든 별들이 덩달아 빛을 잃고말 것이 불을 보듯 뻔했거든요.
그러면 미리내라는 하늘의 착한 강이 하늘나라에서 사라지는 거지요.
――안 돼!
저 앨 살려야 해!
미리내 강물은 하늘나라 임금님께 용서를 청했어요.
――용서하세요.
사랑하는 마음에 하늘이 어디 있고
땅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하늘나라 임금님,
――한 번 정한 법,
누구도 어길 수 없느니라.
사랑이 우리들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지만
사랑은 정해진 법 안에서 해야 하는 것.
하늘의 사람과 땅의 사람,
이들은 갈 길이 서로 따로 있느니라.
방으로 들어가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거예요.

□ 어떻게 마셔요? 어떻게 먹어요?

――땅의 사람들은 아무도 그 처녀를 볼 수가 없는데,
네 마음이 너무 맑아 그 처녀를 보았구나.
마음이 맑은 것도 이럴 땐 병이로구나.
미르내는 가만히 한숨을 지었어요.
퀭하게 열린 커다란 눈을 하늘로 향한 채
빼빼말라 죽어 가는 미르가 너무 가엾어요.
안타까워요.
땅의 사람과 하늘의 사람은
서로 아무리 사랑을 해도,
깊이깊이 사랑해도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거든요.
――얘야, 너무 상심 말아라.
꿈이었거니 생각하고 사노라면
언젠간 잊힐 날이 있을 게다.
미르내는 하얗고 큰 손으로
미르의 나룻배 뱃전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다독였어요.
그러나 미르는 고개를 저어요.
――미리내는 올 거예요.
꼭 올 거예요.
그것은 미르의 믿음이었지요.
――미리내가 그랬어요.
저를 만나고 나서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알았다고요.
그런데 왜 안 와요, 오지.
전요,
미리내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미리내의 기쁨이 저의 기쁨이거든요.
미리내를 위해서라면
전요,
미리내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
미르내는 흐르는 눈물을 속으로 삼켰어요.
거룩한 사랑이었거든요.
이 나이 되도록 그런 사랑은 처음 보았거든요.
――지금 미리내는 큰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안 보아도 알아요.
마음이 이렇게 떨리는 걸요.
미르는 힘없이 눈을 감았어요.
목이 마르고 배도 고팠지만
그래도 꾹 참았어요.
미리내가 고통 속에서 슬퍼하고 있는데
어떻게 마셔요?
어떻게 먹어요?

□ 별들이 모두 불을 끈 밤

남쪽나라의 강 미르내와
하늘나라의 강 미리내가 몰래 만났어요.
둘은 의논을 하였어요.
――둘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떡하지요?
――모르겠어요.
하늘의 법이 얼마나 엄한데……
――그렇지만 저러다 둘 다 죽겠어요.
둘 다
서로 저리도 못 잊어하는데…….
――글쎄 말예요.
벌을 받을 때 받더라도
둘을 한 번 만나게 해 줄까요?
――그러지요.
잘못 되면
벌은 늙은 우리들이 받도록 하지요.
미리내 강은 하늘로 돌아가 별들을 불렀어요.
――오늘 밤
우리 모두 불을 끄자.
――임금님이 아시면 어떡해요?
――걱정할 것 없어.
벌은 내가 받을 테니까.
별들은 모두 불을 껐어요.
물론 달도 그랬고,
하늘을 날던 반딧불이들도 풀숲에 숨어 빛을 가렸지요.
마침내 미리내 물속 깊은 곳의 감옥 문이 열리자
미리내는 금방 생기가 돌았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잊은 채
떠날 채비부터 하는 거예요.
――빛이 없는데
무얼 타고 땅의 나라로 가죠?
――나를 타고 가.
내 나이가 이젠 다 되었거든.
삶을 마치는 별똥별을 네가 타고 가면
임금님도 모르실 거야.
늙은 별 하나가 나서서 등을 들이댔어요.
별똥별이 되어서 미리내를 태우고 가겠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어떻게…….
――괜찮대도 그러는구나.
난 살 만큼 살았고,
널 위해 무언가 하고 싶구나.
별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어요.
멀리서 하늘나라 임금님도
몰래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그러나 너무 어두워서
아무도 그걸 보질 못했어요.

□ 어둔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 하나

아주 깜깜한 밤이에요.
울보 강아지풀도 울음을 그치고
강둑의 달맞이꽃이
달이 없어도 노오랗게 등불을 내걸고
강물은 여전히 숨을 죽이고
바람도 문 닫고 들어앉은 그런 밤,
아아, 미르는
어둔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 하나를 보았어요.
그 별똥별에 누가 탔게요?
나이 많은 별들이 삶을 마치면
꼭 땅의 나라로 내려오거든요.
왜 그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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