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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솔이의 봉숭아 꽃

창작동화 김경옥............... 조회 수 2234 추천 수 0 2005.01.31 11:20:09
.........


  달님이 환하게 비추는 마당으로 솔이가 나왔어요. 솔이는 내가 있는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돌맹이로 화단의 흙을 푹푹 파헤치는걸 보니 화가 난 것 같아요.
나는 지난 봄에 솔이가 엄마와 함께 심어놓은 봉숭아예요. 솔이 엄마는 나를 심어 놓고 난 뒤 바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아빠는 맨날 잠만 자. 엄마가 분명히 준비물도 챙겨주고 숙제도 봐주라고 했는데…….˝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는 아빠를 원망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솔이가 혼자서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불빛이 새어 나오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거든요.
˝아빠, 나 문방구 다녀올게. 내일 준비물이 찰흙이에요.˝
손에 천원짜리를 움켜 쥔 솔이가 어두운 골목길을 뛰어가는걸 자주 봤거든요.
˝우리 반에 화초 안 가지고 온 사람은 나밖에 없어. 아빠는 저렇게 잠만 주무시고 꽃집은 벌써 문 닫았을거야.˝
병원에 가신 뒤로 혼자 노는 솔이가 나는 늘 안쓰러웠어요.
´무슨 화초를 가져가야 되길래 저렇게 걱정일까?´
나는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솔이를 불렀어요.
˝솔이야, 무슨 화초를 가져가야 하니?˝
˝어? 누구 목소리지?˝
솔이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나야 나! 봉숭아야!˝
솔이가 달빛 속에 고개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어? 넌……, 봄에 엄마랑 심었던 그 봉숭아구나?˝
˝그래. 그 동안 넌 내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 그나저나 어떤 화초를
가져가야 되는거야?˝
˝선생님이 자기가 키울 화초를 한가지씩 화분에 심어 오라고 했거든.˝
˝난 또 뭐라구. 그럼 날 가져가면 되잖아.˝
˝널 가져가라구?˝
˝그래, 나도 화분에서 꽃 피울 수 있어.˝
˝정말?˝
솔이의 눈이 어둠속에서 별처럼 빛났어요.
솔이는 화단 구석에 겹겹이 포개어 있는 화분을 찾아 냈어요. 고사리같은 손으로 나를 캐어 화분에 심었지요. 흙을 다독거리는 솔이의 손이 사랑스러웠어요. 화분 겉에는 ´1의 4 한 솔´이라고 삐뚤빼뚤 자기이름을 써놓았어요.
솔이는 나를 안고 학교에 갔어요. 얼마나 의기양양하던지 솔이의 가슴이 무척 커 보였어요.
교실에 들어서자 창가에 주욱 놓여진 화분들이 보였어요. 화분속에는 한결같이 예쁜 화초들이 방글거리고 있었어요. 나는 솔이가 앉은 세 번째 책상 옆 창가에 놓였어요. 햇볕이 잘 드는 곳이었어요. 내 옆에는 흰꽃이 조랑조랑 매달려 있는 일일초가 있었어요. 또 하늘하늘한 보라빛의 꽃도 있었어요.
다른 꽃에 비하면 나는 너무 볼품이 없었지요. 키만 쑥 자란데다 몸 구석 구석에 달라붙은 진딧물 때문에 무척 지저분해 보였어요. 못된 진딧물들이 내 몸 속에 있는 영양분을 자꾸만 빨아먹는 거예요.
세차게 퍼붓던 장대비에 목이 뿌러질 뻔하면서도 버텨 내던 나였는데……,
그래도 조금씩 가지를 뻗고 이젠 튼튼하게 뿌리를 박았는데. 몹쓸 진딧물 때문에 잎이 누렇게 변해 버렸어요.
솔이는 쉬는 시간마다 내 곁에 와서 손가락으로 진딧물을 훑어 주었어요.
˝솔이야,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미안해. 다른 친구들의 화초는 저렇게 예쁜데 말이야.˝
˝괜찮아, 이 진딧물만 없어지면 너도 예뻐질거야.˝
솔이는 물을 뿌려주면서 나를 지켜 주었어요.

날마다 나를 돌봐주던 솔이가 어느 날 학교에 오질 않았어요. 선생님 말씀이 솔이 엄마가 수술받는 날이라서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갔대요. 솔이가 없는 책상은 너무 쓸쓸해 보였어요. 진딧물들은 솔이가 없는 틈을 타서 더욱 극성을 부렸어요. 난 온 몸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지면서 몸이 축 늘어졌어요.
다음날 학교에 온 솔이는 축 늘어진 나를 보더니 울상이 되었어요. 화장실로 데려가 물을 흠뻑 뿌려주었어요. 여전히 내 몸에 붙어 영양분을 빼앗는 진딧물을 일일이 손으로 훑어 주었지요.
˝솔이야,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미안해. 꽃을 피워 너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넌 꼭 건강 해져야해. 네가 건강해져야 우리 엄마도 건강해 진단 말이야. 내가 보살펴줄게 걱정마.˝
솔이가 제법 믿음직스러워 보였어요. 솔이는 공부시간에도 나만 쳐다봤어요. 나를 보는 솔이의 눈길은 전에 엄마를 바라보던 그 눈길이었어요.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빈 교실에 솔이가 들어왔어요. 노란 약물이 담긴 조그만 유리병을 내 옆에 꽂아주고는 두 손을 모으는 거예요. 솔이의 그런 모습을 보자 이상하게도 나는 조금씩 기운이 생겼어요.
그 뒤로 내 몸에 있던 진딧물도 점점 없어졌어요. 잎은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내 키는 쑥쑥 자라게 되었지요.

드디어 방학식 날이에요. 선생님은 창가에 놓인 화분들을 집에 가져가서 잘 키우라고 나누어 주셨어요. 나를 보던 선생님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어머! 예뻐라. 꽃봉우리가 맺혔네? 우리반에서 화초를 제일 잘 키운 사람은 솔이구나!˝
선생님이 솔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솔이의 입이 헤 벌어졌어요.

내가 솔이를 위해 준비한 꽃봉우리는 어느새 톡톡 터져 꽃송이가 탐스럽게 매달렸어요. 솔이는 나를 안고 엄마가 계신 병원에 갔어요.
˝엄마, 엄마랑 심었던 봉숭아가 꽃을 피웠어요.˝
˝어쩜……! 엄마가 없는 사이에 우리 솔이가 참 잘 키웠구나.˝
˝엄마, 이 봉숭아꽃으로 엄마 손톱에 물들여 줄게요. 그 대신 약속할게 있어요.˝
˝뭔데?˝
˝뭐냐하면……, 음- 엄마 손톱에 봉숭아 물이 들면, 그 꽃물이 빠지기전까지는 꼭 퇴원하기로 약속해요.˝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나는 솔이엄마가 약속을 꼭 지킬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구요?
건강해진 엄마의 손톱을 보았거든요. 나를 처음 땅에 묻었을 때의 그 핏기 없는 손톱이 아닌 발그레한 꽃물이 번진 손톱을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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