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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창작동화 송재찬............... 조회 수 1096 추천 수 0 2005.02.11 18:48:09
.........
  정말이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도 그랬고 학교에 가면 아이들까지도 아이엠에프(IMF)를 화제로 삼았지만 우리 집과는 상관없는 일인줄 알았다.
˝성구야, 내일 이사간다. 아빠가......˝
말을 꺼내는 엄마는 어두운 얼굴이었다. 엄마가 뭐라고 더 말했지만 내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걸까. 우리 아빠에게 우리 아빠에게.......
우리 아빠처럼 훌륭한 아빠가 또 있을까. 아빠는 내가 필요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줄 수 있는 하나님같은 사람이었다. 온 세상이 흔들려도 우리 아빠만은 끄떡하지 않을 줄 알았다. 작년......아니 이제는 재작년이다. 젊은 사장님을 소개하는 텔레비젼에도 나가 적이 있는 아빠였다. 그런데 그 아빠가 벌써 몇달째 회사 문을 닫고 있었다니.
˝성구야, 너에게 제일 미안하다. 그러나 또 새롭게 시작하면 돼.˝
아빠는 애써 웃었고 나역시
˝아빠, 힘내세요. 전 괜찮아요.˝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변두리의 작은 연립 주택을 얻어가는 걸 우리 개는 눈치라도 챈 것일까?
˝엄마, 희망이 못 보았어요?˝
˝희망이?˝
이사짐에 정신을 파는 사이에 희망이는 사라져 버렸다. 내가 골목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희망이를 불렀지만 희망이는 대답하지도 달려오지도 않았다. 아무리 줄을 풀어놓아도 마당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개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새로운 생활은 모든 게 낯설었다. 전에 살던 집에서 가져온 것들은 새로 이사온 집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낡은 도배지의 내 방과 비싼 컴퓨터. 녹쓴 전등과 아빠의 고급 오디오. 문이 삐그덕거리는 싱크대와 화려한 그릇들.......
나는 낯선 동네 낯선 학교에서 입을 다물고 다녔다. 우리 아빠만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희망이는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문득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는 이야기가 꼬물거리는 벌레처럼 내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집이 망하려면 집에 기르던 짐승들이 먼저 알고 떠나지. 아무리 아끼며 기르던 짐승들도 그 집이 망할 것을 미리 알고 떠난다더라. 날씨를 미리 아는 새나 벌레들 처럼......집에서 기르는 짐승들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희망이도 그래서 우리 곁을 떠난 걸까? 다른 때같으면 대문을 열어 놔도 안 나가던 개였는데. 정말 희망이는 그렇게 나간 것일까?´
낯 선 곳으로 이사온 집 안 물건들은, 마치 남의 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멀뚱한 눈으로 밤을 새우는 사람처럼 보인다. 눈에 익었던 것들도 모두 낯설어보인다.

아빠에겐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돈이 없는 눈치였다. 전에 살던 집을 처분해서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의 밀린 봉급이며 빚을 갚은 모양인데도 자주 전화가 걸려왔다. 빚쟁이들. 그런 전화가 걸려오면 아빠는 내 눈치부터 살피는 것 같았다. 나는 슬그머니 집을 나와 동네 주위를 걸어다녔다.
전화는 새벽에도 걸려온다. 전화 벨 소리가 이미 내 잠을 쫒아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처럼 꼼짝없이 누워있곤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갚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걸터앉는 아빠의 한숨. 깊고 어두운 한숨 소리가 집을 가득 채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전화 소리가 싫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올 때였다. 무심히 신호등을 건너는데 길 저쪽에 개가 보였다.
˝희망아!˝
나는 번개처럼 길 건너의 개를 좇아갔다.
˝희망아!˝
내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그는 나를 보지 않고 어스렁거리며 저쪽 가로 공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희망아!˝
가로 공원으로 뛰어갔을 때, 희망이는 보이지 않았다. 가로 공원에는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아저씨, 우리 희망이 못 보셨어요?˝
˝희망이? 니 동생이니?˝
˝개요. 개. 요만한 개요.˝
나는 손짓으로 희망이를 그렸다.
˝못 보았는데.˝
나는 가로 공원 구석 구석까지 다 뒤져 보았다. 여기 저기를 뒤지다가 갑자기 뒤를 살펴보기도 했다. 희망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힘없이 나무 의자에 앉았다. 이미 떨어져 시들어버린 목련들. 마치 내 마음을 내려다 보듯 나는 시든 꽃들을 보았다.
´희망아, 아니지? 우리 집이 망한다고 나간거 아니지?´
해가 떨어지며 어둠이 몰려오는 가로 공원. 봄꽃들의 향기가 갑자기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였다. 누가, 뱀처럼, 소리없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일어설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아, 나야, 이리와.´
하며 손을 뻗다가 주춤했다. 그개는 우리 희망이가 아니었다. 아까 그 개. 나를 이처럼 맥빠지게 한 개가 맞는 것 같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 그 개는 희망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비슷하게 생겼어도 나는 안다.
´희망아......´
눈물이 났다.
그 개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게 흐린 두눈으로 들어왔다.
´혹시?´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리가 없다. 아빠, 엄마가 일부러 개를 버리고 왔을리는 없다. 그런데 왜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개는 개나리 숲 속으로 숨어버렸다.

모처럼 세식구가 텔레비전을 보는데 아나운서가 말했다.
˝갑자기 떠돌이 개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엠한파를 타고 생활이 어려 워진 사람들이 기르던 개를 버리는 게 아닌지......˝
나는 나도 모르게 아빠, 엄마를 살폈다. 순간 엄마, 아빠도 서로 눈빛을 주고 받다가 황급히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나도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이, 졸려. 아빠,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우리가 살던 주택가에도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나는 희망이를 찾아 옛동네를 뒤지며 다녔다. 우리 희망이도 그 개처럼 어디선가 쓰레기를 뒤지며 다닐 것 같은 생각에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성구야, 어디 갔다 이렇게 늦었니?˝
서들러 돌아왔지만 이미 밤이었다. 아빠는 안 보이고 엄마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요?˝
˝새일자리를 찾아본다고 나가셔서 아직 안들어 오셨다. 어디 갔었 니?˝
˝새로 사귄 친구 생일 잔치에 갔는데 전화하는걸 깜박했어요.˝
엄마는 쉽게 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전에 없던 일. 엄마는 내 말의 높고 낮음만 가지고도 내 마음을 읽어내던 분이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 하지마. 난 너를 낳았어. 네가 어디서 무 엇을 했는지 내 마음에 다 잡힌다구.˝
이처럼 말하며 나의 마음까지를 꿰뚫어보던 엄마가 변하고 있다. 온통 나에게 쏟던 엄마가 지금은 다른 것에 팔려있다.
숙제를 하며 다시 희망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를 생각한다. 그 개는 왜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는걸까.

베렌다에 간 것은 화판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사는 집은 산 밑에 지은 연립주택이어서 바로 산이 보이는 베렌다였다. 나는 거기서 화판을 찾고 있었다.
´아, 저기!´
베렌다 한 쪽 구석 아빠의 책장으로 쓰던 책장 위에 화판이 올라가 있었다. 까치발을 하고 화판을 내리는데 문득 튀퉁수에 누가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화판을 내리고 돌아섰다.
´.......?´
베렌다 밖엔 뜻밖의 손님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 개. 그가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읽어냈다.
´잠깐만.......´
엄마 몰래 식빵 하나를 베렌다 밖으로 던져주자 아닌게 아니라 그는 식빵을 물고 떠나가는 것이었다.
알 수없는 기쁨이 잔잔하게 내 마음 속으로 물결쳐왔다. 내가 그를 기억하고 있듯이 그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걸까. 어쩌면 그는 나를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나는 그가 사라진 숲 속을 보며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 안 가니? 화판 못 찾았어?˝
˝찾았어요, 엄마.˝
길거리를 다니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한 것은 그날부터였다. 그리고 산에도 올라가 보았다.
가끔씩 그를 본다. 그는 찻길을 걸어갈 때도 있고 우리 집 뒤 약수터에서 어스렁거리기도했다. 그는 항상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아침마다 먹을 것을 숨겨가지고 베렌다에 나가보지만 그는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않았다.

며칠동안 그를 보지 못한 날, 나는 내가 살던 마을로 다시 찾아갔다. 내가 붙인 전단은 말끔하게 떼어져있었다. 나는 희망이를 찾는 전단을 15장이나 붙여놓았었다.
희망이는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잘 키우고 있을까, 아니면 그 개처럼 떠돌이 개가 되고 말았을까.
내가 살았던 동네 근처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희망이는 없었다.
희망아, 희망아, 하면서 불러보지만 어디서도 내 소리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 먼 데로 가버린걸까.

˝아빠, 엄마. 저......혹시......우리 희망이 버린 건 아니지요?˝
아빠 엄마는 식사를 하다말고 동시에 숟갈을 놓았다.
아니라고 했다.
˝네가 그렇게 아끼던 개인데, 어떻게 버리겠니?˝
엄마가 강하게 부정했고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리 어려워도 기르던 개를 버리겠니?˝
아빠도 굳은 얼굴이 되어 숟갈을 놓았다.
˝죄송해요. 희망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우리 동네서는 그개를 찾아다니고 틈이 날 때는 옛동네에 가서 우리 희망이를 찾아다녔다.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꽃나무들이 많았는데 봄꽃들이 다 지고 있었다.
친구와 다투었기 때문에, 선생님께 꾸중듣고 쓸쓸한 마음으로 교문을 나선 날도 나는 나도 모르게 우리가 살던 옛동네로 갔다. 교문을 나서자 나의 울적한 마음을 위로하듯 버스가 왔던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복잡한 시내를 돌아 우리가 살던 동네로 가는 버스가 잠깐 신호정지로 서있을 때였다.
˝아,˝
자전거에 물건을 잔뜩 싣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 아빠였다. 자전거는 꼭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아빠야, 아빠가 분명해.´
나는 더러워진 차창을 딲으며 아빠인가 아닌가를 더 확인하려 하였다. 아, 이 버스가 빨리 출발한다면 저 아빠 곁을 지날텐데. 버스는 늦장을 부렸고 아빠는 길을 꺾어 사라져 버렸다.
그 사람은 아빠였을까?
희망이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이 생각 하나에만 매달려 있었다. 사장이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하던 아빠와 엄마가 새삼스렇게 떠올랐다.
˝여보, 성구 엄마 걱정마. 아무렴 내가 식구들 굶기기야 하겠소?˝
˝당신 혼자 힘드니까 그렇죠. 저도 무슨 일을 해야겠어요.˝
˝쓸데없는 소리. 당신은 성구 잘 키우고 그저 알뜰하게 살림하는 거 그게 돈을 버는 거야. 아프지 말고.˝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무거웠다. 그 사람,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가던 그 사람이 정말 아빠였을까?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데 누가 절뜩거리며 저 앞을 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개다.´
며칠 보지못한 사이에 그 개는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더 더러워지고 더 야윈 모습으로 그는 걸어가고 있었다.
그를 따라 끝까지 간 것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빈집이었다. 무슨 때문인지 짓다가 만 그 빈집으로 그가 들어갔다.
´여기가 네 집이야? 그동안 쭉 여기서 지낸거야?´
어쩔 수 없이 또 희망이 생각이 났다. 우리 희망이도 이런 곳에서 나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일은 다시 그 동네에 가서 빈 집이 있는 지 찾아봐야겠다.

그 날 아빠는 늦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가 자라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11시가 넘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벨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여보, 나.˝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빠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내가 잘못본 것일까? 낮에 본 아빠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 그렇지. 아빠가 그런 일을 할리가 없어. 아빠는 사장님인걸. 곧 회사를 시작한다고 하셨어.´
잠이 몰려왔다.
이튿날 나는 아무도 몰래 먹을 것을 싸들고 그 개를 찾아갔다.
내가 빈 집 마당에 먹을 것을 풀어놓자 그가 어디선가 쩔뚝리며 나타났다. 그는 품위있게 먹었다. 배가 무척 고팠을텐데도 허겁대지 않았다.
그 개와 나는 빠르게 친해졌다.
집에 아무도 없는 날 나는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시켜주었다.
그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다. 얼핏보면 진도개를 닮았다.
그 개와 친하게 지내면서부터 나는 그가 어디론가 며칠씩 떠돌다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를 위해 먹을 것을 가지고 빈 집에 가 보지만 그는 며칠 째 보이지 않았다. 빈 집에는 앵두만 비밀처럼 익어가고 있었다. 그 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성구야, 아빠가 새 일을 찾았어. 지방에 가서 새 사업을 시작해 보 신대.˝
˝성구야, 아빠는 한 동안 못올거야. 아빠 친구들이랑 지방에서 새사 업를 하기로 했거든. 아빠가 안 계실 때는 니가 가장이니까 엄마 잘 모시고 있어. 알았지?˝
˝아빠 또 회사를 차리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힘내.˝
모처럼 세식구의 외식. 아빠는 기분이 좋은지 술까지 마셨다.
˝일찍 주무세요. 내일 일찍 가시다면서요?˝
˝그래, 성구야, 잘자.˝
거실에서 밤인사를 하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잠이 오지않았다. 역시 우리 아빠는 다르다니까, 나는 참으로 오랫만에 컴푸터 게임을 하다가 자정을 넘겼다.
´아냐, 게임만 할게 아니라....´
나는 컴퓨터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 축하해요. 아빠 집안 걱정마세요. 아빠 사업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아빠,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길고 긴 편지를 정성껏 썼다. 나는 살금살금 거실로 나갔다. 거실 구석에 아빠의 가방이 놓여있는 걸 나는 아까 보았다. 가방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 몰래 가방 속에 편지를 넣어두면 아빠는 내 편지를 보고 기뻐하실것이다. 생신 축하 짧은 편지에도 감격하는 우리 아빠.
아빠의 가방에는 비밀 번호가 있다. 0과 0. 나는 비밀 번호를 맞추었다. 아빠와 엄마가 언젠가 하는 소리를 귀담아듣길 잘했다. 가방은 쉽게 열렸다.
´......?´
이게 웬일일까? 이런 아빠의 가방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이 가방에 아빠는 늘 다림질된 와이셔쓰와 몇개의 넥타이가 준비되어있곤했었다. 분명 출장다니실 때 가지고 다니는 비밀 번호가 있는 그 가방이었다. 그런데 내가 편지를 집어넣기 위해 열어본 그 가방 속엔 작업복과 흰 면장갑이 들어있었다.
´이상하다. 아빠 가방이 아닌가?´
순간 내 머리가 강하게 때리며 자전거가 뛰어들어왔다. 무거운 짐을 잔뜩 실고 가던 아빠를 닮은 그 사람....나는 뭔가 알것 같았다. 아빠는 사업하러 간다고 하면서 어디론가 멀리 노동을 하러 가는 게 아닐까...?
´그럴리가 없어.......´
편지를 집어 넣지 못한 채 아빠의 가방을 거실에 가져다 놓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빠가 정말......´
날이 새자 아빠는 그 가방을 들고 손을 흔들었다. 여전히 말끔한 양복을 입고 떠나는 아빠. 그러나 나는 가방 속의 비밀을 안다. 축하 편지를 넣을 수 없는 아빠의 저 가방.
˝아빠, 건강하세요.˝
나는 애써 명랑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마지막 손을 흔들기 전 아빠가 나를 껴안아 주었다.
˝성구야, 다 잘될 거야. 넌 걱정말고 열심히 공부해.˝
아빠가 나를 껴안을 때 나는 알 것 같았다. 아빠 몸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어떤 것......슬픔 같은 것, 고통 같은 것, 어둠 같은 것.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었다간 뭔가 나에게서도 그런 게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아빠가 떠난 후 더 열심히 희망이를 찾으러 내가 살던 동네를 찾아갔다.
희망이는 어디에도 없다.

그날도 나는 혼자서 내가 살던 동네로 갔다. 개나리 진달레가 지고 등나무 꽃이 피어있는 어느 골목을 지날 때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컹컹컹!˝
˝희망아!˝
나는 몸을 날려 희망이를 안았다. 내가 그를 껴안자 그는 나의 얼굴을 핥느라 정신이 없었다.
˝희망아!˝
나는 문득 희망이 등 뒤에 누가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누구라고 정확하게 말 할 수는 없다. 다니다 만 교회 학교의 아이들 노랫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얼굴 없는 그는 하나님이었을까.
´아빠! 힘내세요. 희망이를 찾았어요. 아빠도 해낼 수 있어요. 내가 기도할 게요..´
비가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희망이와 나는 버스를 타지않고 걷기 시작했다. 온 몸에 힘이 넘쳤다. 할 수만 있다면 이 힘을 아빠에게 드리고 싶다. 아빠, 힘내세요. 희망이를 찾았어요. 아빤 더 잘 잘 할 수 있어요. 희망이를 찾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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