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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이메일 편지

창작동화 김영순............... 조회 수 1508 추천 수 0 2005.02.11 18:51:20
.........
  한탄강 상류에는 ´열 두 개울´이 있습니다. 이 골, 저 골 열 두 개의 골짜기에서 모여 든 개울 열 두개가 하나로 합친 개울이라 해서 그렇게 붙여진 별난 곳입니다.
그런데 열 두 개울 골짜기에 있는 마을 이름들도 좀 별납니다. 곰골, 바람골, 구름뜸이 있는가 하면 참나무골, 소나무골, 잣나무마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있는 학교의 이름도 좀 별납니다.
´참솔잣학교´라는 이름의 학교가 이곳에 있습니다.
참솔잣학교는 그 학교의 이름이 별난 것과 같이 학년도 별나게 10개의 학년이나 됩니다.
´이 세상에 10학년까지 있는 학교가 어디 있느냐고요?´
그러나 참솔잣학교는 한 울타리 안에 하나의 건물에서 한 운동장을 같이 쓰고 있는 10학년의 학교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중학교 1,2,3학년을 합치면 꼭 10개 학년이 됩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학생 수는 10개 학년을 다 합쳐봐야 도시 학교의 1개 학년의 수만큼도 못 됩니다.
참솔잣학교의 학생 수는 꼭 200명입니다. 한 학년에 각기 20명 안팎이니까 10개 학년을 합쳐봐야 겨우 200명입니다.
´이렇게 별난 학교는 도서(섬) 벽지에 몇 개 있기는 있는데…….´
선생님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아마 참솔잣학교 처럼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모두 한 솥밥을 먹는 학교는 정말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 열 다섯 분과 학생 200명이 한 집안의 식구들처럼 한데 모여서 한솥밥을 먹는 학교! 비록 하루에 점심 한 끼를 먹지만, 끼니때가 되면 215명의 식구가 모두 한 곳에 모여서 점심을 먹습니다.
참솔잣학교는 점심 끼니때면 이렇게 모두 한 집안 식구가 됩니다. 더구나 중학생 언니들이 유치원 동생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모두 한 집안의 식구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참솔잣학교는 소풍도 10개 학년이 모두 한 장소로 갑니다.
봄소풍은 모두 잣나무 마을로 갑니다. 그곳에 가면 청설과 다람쥐가 많습니다. 그것들은 학교 운동장에서도 늘상 만나는 친구지만, 잣나무골의 청설은 높다란 자나무 위에서 이리 저리 날아 다니는 것이 더욱 신기하게 보입니다. 곡예사같은 날다람쥐(청설)의 묘기가 신기합니다.
가을 소풍은 참나무골로 모두 갑니다. 그곳으로 소풍을 갈 때는 따로 쌀포대 몇 개씩을 갖어갑니다.
그 포대에 도토리와 상수리를 가득가득 담아 옵니다. 그것들은 점심 끼니때마다 두고두고 묵을 쑤워 반찬으로 맛있게 먹습니다.

참솔잣학교의 여름야영은 모두가 소나무골로 갑니다.
솔밭에 캠프(막사)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중학생 오빠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오빠들은 캠프를 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너희들은 몸에서 솔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라. 그러기 위해 너희는 풋풋한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은 참솔잣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구호처럼 늘 하는 말입니다. 그것을 중학생 오빠들이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가정환경이 허락만 된다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이런 산골에서 다니는 것이 좋다. 도시의 삭막한 콘크리트숲에서 생활하다보면 정서가 메말라 도시 사람들의 몸에서는 풋풋한 향기가 나지를 않는다.˝
라고 교장 선생님은 늘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교장선생님도 좀 별난 데가 있습니다.
참솔잣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모든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조회를 합니다.
조회때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아주 짧습니다.
´너희들의 몸에서 솔향기가 풍기는 사람이 되어라.´
´항상 풋풋한 흙을 밟고 다녀라. 그러면 정신건강, 육체건강에 좋다.´
하는 식으로 아주 짧게 한 문장 정도만 훈화를 합니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한 문장의 아주아주 짧은 것이거나 아니면 시(동시)를 한 수 들려주는 식으로 조회때 훈화를 합니다.
예를 들면 참솔잣학교의 앞산과 뒷산에 산벚꽃이 필 때면 이런 동시를 들려 줍니다.


벚꽃

빈소영 지음

흰옷 입은 천사들이
나무 위에 앉아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살짝
세상으로 놀러 왔나 봅니다.

하느님께
물어보고 왔을까
그냥 왔을까?

뻥튀긴 강냉이 튀밥처럼
많이 모여있는
천사들을
나는 보았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런 동시 한 편을 들려주고 전교생이 모두 따라 읊도록 합니다.

그리고 지난 해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날이었지요. 때마침 첫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모두 마당으로 모이게 했어요. 그리고 김미영선생이 지은 ´첫눈´이란 동시를 들려 주었어요.


첫눈

김미영 지음

하늘나라에서 온
소포.

미처
풀어보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스러진다.

´첫눈´동시의 내용처럼 그날도 첫눈은 잠시 뒤에 흔적도 없이 스러졌어요.
그걸 보고 교장선생님도 섭섭한지 다음과 같이 꼬리를 달아 설명했어요.
˝김미영 선생이 지은 ´첫눈´은 참 짧은 동시지? 그런데 이보다 더 짧은 시도 있단다. 장 콕도란 시인이 쓴 ´뱀´이란 시는 단 네자 뿐이야.˝

너무 길다.

˝시는 이렇게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정말 알짜말만 골라서 짧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거야. 그래야 읽는이가 더욱 감동을 하게 되지.˝
교장선생님은 아쉬운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첫눈´을 다시 읊조립니다.
참솔잣학교 교장선생님은 이같이 시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학교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은 그냥 ´교장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시인 교장선생님!´하고 부릅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시를 직접 짓는 시인은 아닙니다. 시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할 뿐이지 직접 시 한편을 지어서 지상에 발표한 일은 없답니다.
그런데도 참솔잣학교 교장선생님을 ´동시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물론 동시도 지은 일이 전혀 없답니다. 그런데 왜 ´동시인´이라 부르냐고요?
그것은 아마 교장선생님의 성씨가 별나게 ´동씨´이기 때문에 ´동시인´이라고 부르나봐요?

아무튼 동시인인 교장선생님은 동시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세상에 그렇게 동시를 좋아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월 하순이었어요.
동시를 좋아하던 참솔잣학교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원들의 원래 정년은 65세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교육의 구조조정을 한다는 핑계로 교원들의 정년을 62세로 3년씩이나 낮추었어요.
그래서 금년에 만 62세 되는 교장선생님은 갑자기 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날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6학년,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의 언니, 오빠들의 졸업식이 교장선생님의 퇴임식에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합동 졸업식 식사(인사말씀)에서도 동시 한 편만 달랑 읽었습니다.


귤 한 개
박경용 지음

귤 한 개가
방을 가득히 채운다.

짜릿하고 향긋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쪽의 화사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는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

˝졸업생 여러분! 박경용선생이 지은 이 동시 ´귤 한 개´처럼 향기가 가득한 사람이 되십시오.˝
교장선생님의 종합 졸업식 식사는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졸업식장에 가득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귤 한 개에 담긴 깊은 뜻을 가슴에 새겼어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정년퇴임식의 식사도 장 콕토의 시 ´뱀´처럼 아주 짧은 자작시(자기가 지은 시)를 읊었어요.
´동시인은 못잊으리, 참솔잣골의 향기´
라는 내용의 자작시를 읊는 것으로 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렇게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식이 끝났는데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줄을 몰랐어요.

나도 그 자리를 떠나지못했어요.
내가 누구냐구요?
내 이름은 ´슬기´입니다. 성은 ´기씨´이구요. 그러니까 내 성명은 ´기슬기´지요.
내 성명도 좀 별나지요? 성씨가 기씨다 보니 왼쪽에서 읽어도 ´기슬기´요, 오른쪽에서 읽어도 나는 ´기슬기´입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말은 아니했지만 사실은 내가 별난 교장선생님의 외손녀이거던요.

그러니까 4년 전의 일입니다.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교장이 되어서 이 학교에 부임해 올 때, 나는 외할머니와 함께 이 학교의 관사로 이사를 왔습니다.
나는 곧바로 이 학교의 유치원을 다녔고, 또 초등학교 3학년까지 마쳤어요.
´초등학교까지는 시골에서 다니는 것이 더 좋다´
라고 할아버지가 권했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도 나는 꾹 참고 이곳에서 4년 동안을 살았어요.

그렇게 4년 동안 이 산골에 살면서 여름이면 열 두 개울에 나가 물고기도 잡고, 가을이면 산에 올라가 머루와 다래 같은 산열매도 땄어요.
나는 그렇게 별난 이 고장에 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생각도 잊었었지요.
어쩌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놀렸어요.
´야, 슬기의 몸에서 풋풋한 솔향기가 나는데…….´
하고 놀려대도 나는 이곳이 별나게 좋아져서 서울에는 가고싶지 않았어요.
그런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가 65세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는 이곳에서 살기로 작정을 했거던요.
그때가 되면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거던요.
´정말 내 몸에서 솔향기가 날 때까지 이곳의 풋풋한 흙을 밟고 살겠다.´
그건 정말 내 희망이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정년퇴임을 하는 바람에, 나는 이제 할 수 없이 엄마, 아빠가 사는 서울 집으로 이사 가야 합니다.
내가 막상 이 고장을 떠나려고 하니 섭섭하고 그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봄이면 앞 뒷산에 울긋불긋 피는 진달래, 철쭉꽃이 보고싶습니다. 연분홍 꽃구름처럼 피어나던 산벚꽃도 그립습니다.

그리고 여름철이면 할아버지를 따라서 열 두 개울에 나가 고기를 잡던 맑고 시원한 시냇물도 잊지못할 것입니다. 또 소나무골 잣나무골의 싱그러운 솔향기는 어떻게 잊겠어요?

낙엽이 쌓이는 가을이면 참나무골에서 상수리를 줍던 일. 그리고 다람쥐를 쫓아다닐 때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밟히던 풋풋한 흙의 촉감은 이곳 산골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추억이지요.

그리고 겨울철이면 우리 학교 운동장까지 날아오던 산비둘기와 산꿩에게 콩이며 옥수수같은 모이를 주던 일이며, 또 하얀 털, 쫑긋한 두 귀와 빨간 눈의 산토끼에게 무, 배추잎을 던져주면, 저만큼 도망 갔다가 어느새 돌아와서 오물오물 먹던 귀여운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내가 이곳을 막상 떠나려 하니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다시 보고싶은 것들뿐입니다.
그리고, 또 보고싶은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이제 내가 서울로 가면 시골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방학이나 되어야만 볼 것 같습니다.
´서울 애들은 방학동안에도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는데…….´
나는 지금부터 그런 걱정이 앞섭니다.

그리고 또하나 섭섭하고 아쉬운 일이 있습니다. 할어버지께서 매주 1편씩 가르쳐 주던 동시공부도 이제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섭섭하고 아쉽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이 모두 걱정이었습니다.

내가 서울집으로 돌아와서도 참솔잣골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한 20일이 지났어요.
˝슬기야, 네 컴퓨터 이메일로 동시 공부 편지를 보냈다.˝
그 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내 컴퓨터에 편지를 띄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나는 얼른 컴퓨터를 켜 봤어요.
화면에는 ´동시공부´ 글이 떠올랐어요.

이메일 편지를 받아 본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더구나 이메일 편지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시가 써있으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이거 얼마만에 하는 동시공부야?˝
내가 크게 소리치자 엄마도 컴퓨터 앞으로 나왔어요.
나는 4년 동안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동시공부는 참솔잣골을 떠나면서 끝났나 했더니, 서울에 와서도 하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자, 그러면 내가 서울에 와서 공부한 이메일 편지의 동시들을 몇 편 소개하겠습니다.


(3월 20일 춘분. 맑음)


최남호의 동시

우표

우표는 편지의 발이래요.
내 마음을 담은
편지의 주소지를 따라
세계 어디고 찾아가는
우리들 마음의 발이래요.

´곱고, 즐거운 마음만을 띄워야지.´
편지 속의 내 마음을
우표는 알고 있지.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타고
휘파람을 부는 것을 보면……,

슬기야, 너 봉투에 우표를 붙여서 보내온 편지를 받은 적이 있지? 그 때의 기분이 어땠어? 참 좋았지? 그래 그것은 편지를 보낸이의 곱고 즐거운 마음이 편지글에 적혀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편지를 쓸 때는 자기의 아름다운 마음을 솔직하게 써야 하겠지? 곱고 즐거운 마음을 그대로 쓰는거야.
그리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면 우표는 금새 발이 되어서 주소지로 달려가지.
슬기야, 봉투에 받는이와 보내는이의 주소 쓰는 위치를 알고 있어? 또 우표를 붙이는 위치도 알고 있어? 또 우편번호도 꼭 써야 해. 잘 모르면 엄마한테 물어봐.
최남호 선생이 지은 ´우표´는 10행, 2연으로 된 짧은 동시지만 편지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의미도 담고 있구나.
슬기야, 할아버지가 ´동시공부 이메일 편지´를 다달이 한 편씩 띄울테니 받아서 공부를 하고 너도 이메일로 답장을 써라.


(4월 5일 식목일. 비)

정하나의 동시


봄비

산으로 갈까?
들로 갈까?

소곤소곤 소곤소곤

꽃을 먼저 피우자.
잎을 먼저 피우자.

소곤소곤 소곤소곤

봄비는 늦잠자는 산과 들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한다.
˝산으로 갈까?˝ ˝아니야 들로 가자.˝
봄비는 어디로 먼저 가야할지 몰라서 망설여진다.
˝산으로 먼저 가야 해. 산엔 나무도 많고, 숲이 있어서 할 일이 더 많아.˝
˝아니야, 들에는 벌써 농부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있으니까 들로 먼저 가야해.˝
산으로 먼저 가겠다는 편과 들로 가겠다는 편으로 갈라져, 팽팽하게 맞서 싸웠다.
˝슬기야, 너는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니?˝
그들은 싸우다가 어느 쪽이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로 했어. 산으로 가고 싶은 봄비는 산으로 가고, 또 들로 가고 싶은 봄비는 들로 가기로 했어.
그래서 봄비들은 산에도 내리고, 들에도 골고루 내렸어. 그리고 봄비들은 꽃도 피우고, 잎도 피우느라 제각기 아주 열심히 일들을 했어.
슬기야, 봄비들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열심히 맡은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단다.
정하나 선생의 동시 ´봄비´는 여러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빗대어 표현했구나.
슬기야, 서울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 되겠지? 그리고 참솔잣골의 솔향기는 잊지말어라.


(5월 8일 어버이날, 맑음)

김마리아의 동시


우렁각시 되던 날

앞치마를 입고
오늘은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는 거다.

달그락
덜거덕

-아이, 아파 살살 해-
-미안해, 깨끗이 목욕시켜 줄게-
밥그릇, 국그릇을 닦는다
접시가 미끄러진다.

소매가 젖고
앞치마도 젖었다.

행주 꼭 짜서
싱크대 닦고
설거지 끝.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
고개를 갸우뚱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김마리아 시인은, 아들 딸 남매를 키우는데 딸의 이름이 ´예지´라고 해.
예지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대. 예지 엄마가 동창횐지? 뭔가 하는 모임 때문에 외출을 하고 돌아와 보니, 집을 나갈 때 시간이 없어 물통에 그대로 담가둔 그릇들이 말끔하게 닦여서 가지런히 정돈이 되어 있더래.
´우리 예지가 다 컸구나. 엄마 없는 사이에 설거지를 다 하고……´
엄마는 마음속으로 예지를 칭찬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이렇게 말했어.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슬기야, ´우렁각시´가 뭔지 알지? 잘 모르겠으면 전래동화를 읽어봐.
우리가 착한 일을 할 때는 우렁각시처럼 남모르게 하는 것이 더 값진거야.
슬기야, 예지가 엄마의 일손을 돕겠다고,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뻐보이지?
슬기야, 착한 어린이는 엄마, 아빠 말씀도 잘 듣고, 스스로 청소도 하고, 또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거야.
슬기야, 오늘은 어버이날이지?


(6월 9일 이의 날. 흐림)


이혜영의 동시

칫솔도 알고 있어


된장국과 김치
햄, 치즈

난, 알 수 있어
네가 무얼 먹었는지

˝엄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예쁜 말의
향기까지
다 알고 있어.

슬기야, 너는 하루에 몇 번 이를 닦니? 세 번. 그래 이닦기의 3,3,3 운동은 식사 후 3분내에 하루 3번씩 각각 3분 동안 이닦는 일을 말하는 거야.
슬기는 이빨을 건강하게, 깨끗하게, 아름답게 하기 위해 칫솔질을 매일 세 번씩 하고 있지?
그런데 이혜영 선생의 동시 ´칫솔도 알고 있어´를 읽어보면, 칫솔은 우리가 무얼 맛있게 먹었는지도 알고 있네. 또 입으로 말한 ´말의 향기´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거야.
슬기야, 그러니까 우리는 예쁜 입으로 향기롭고 고운 말만 해야겠지? 그래야 몸에서 솔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된단다.


(7월 17일 제헌절. 맑음)

오순택의 동시


해바라기

꽃씨
촘촘촘 박힌
커다란 방석이죠.

벌 나비 함께 와
앉았다 가라고
노란방석 펴 놓았죠.

슬기야, 너는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니? 햇님은 해바라기꽃을 제일 좋아하나봐. 그리고 해바라기도 햇님을 제일 좋아하나봐.
해바라기가 언제나 햇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잖아. 하지만 햇님은 너무 멀리 있어서 자기 곁으로 불러올 수가 없나봐.
그걸 알고 벌과 나비가 해바라기와 같이 놀아주려고 찾아오는 거야. 그래서 해바라기는 벌과 나비가 앉아서 놀도록, 커다란 방석을 만들구 말야.
꽃씨가 촘촘히 박힌 커다란 방석! 그 꽃방석의 색깔은 노란색이지?
그런데 벌과 나비는 그 노란 꽃방석에 앉아서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야. 벌과 나비는 해바라기 씨알이 토실토실 여물도록 열심히 일을 해 준단다.
슬기야, 너 까만 해바라기씨를 까먹어 봤어? 무척 고소하고 맛이 있었지? 그 씨앗은 햇님이 에너지를 보내주었고, 또 벌과 나비가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잘 여물고 고소한 거야.
우리 사람들도 자연에서 이렇게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을 잘 보호해 주어야 한단다.
그래야 우리는 몸에서 솔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된단다.

=============== (동시와 동화) ================================

* 김영순은 동화 ´이메일 편지´에......

시인 빈소영, 김미영, 박경용, 최남호, 정하나, 김마리아, 이혜영, 오순택 등 여러 선생님의 좋은 동시 한 편씩을 인용했습니다.
여덟 분 시인의 양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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