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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 년하고도 수천만 년이 더 지났군.˝
자꾸만 달아오르는 체온을 식히려고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거북이, 어느 날 중얼거렸단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대대손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거북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지.
살아 남기 위해, 단지 살아 남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안으로 안으로만 웅크리고 살았던 그 긴 세월에 문득, 멀미가 났던 거야. 심지어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소스라치며 몸을 사리던.
´남들은 어떻게 사나?´
거북은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 그래서 우선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을 만나 보기로 했어. 가벼운 파도를 가르며, 거북은 무턱대고 헤엄을 쳤지.
처음 맞닥뜨린 것은 고래였어.
˝음, 그러니까, 네 생각에 너희 고래들이 사는 방식이, 그 살아가는 태도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지…….˝
웬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말을 더듬게 됐어. 가까스로 거기까지 말한 거북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래를 빤히 쳐다보았지.
˝우리 고래들의 생존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고래의 눈이 둥그래졌어. 잠시 후에, 고래는 그 큰 입을 벌리고 푸하푸하 웃었지.
˝너 아니? 우리 고래들은 원래 뭍의 짐승이었다는 것을?˝
무슨 대단한 비밀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래는 목소리를 낮췄단다.
˝어느 날, 뭍에 싫증이 난 우리 조상이 물 속에서 살 결심을 했대. 그래서 열심히 헤엄치는 연습을 했다지? 그리고 부지런히 기도도 하고, 아무튼 그 분이 귀찮아할 만큼 열심히 졸랐대.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는 바다에서 살게 되었다는 거야. 재미있지?˝
하나도 재미없었어. 고래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거북은 조상과 후손이란 단어에 대해서, 엄마 후에 갖게 될 새끼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
˝뭍에서는 이 큰 몸집을 추스르기가 좀 힘들겠어? 그래서 바다로 온 것인가 봐. 물 속에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가 있거든.˝
고래는 이렇게 떠벌리면서 신나게 시범을 보여 주었어.
˝그리고 우리끼리 얘기지만, 바닷속에는 먹이감도 섭섭잖게 있는 편이고.˝
다시 목소리를 낮춰 이렇게 말하면서, 고래는 한쪽 눈을 찡긋하기까지 했지. 구태여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거북은 고래의 생각을 다 읽을 수 있었어.
´저렇게 적극적으로 살 수도 있구나!´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거북은 고래 곁을 떠났단다.
다른 이들을 만나 보러 다닐 기력도 없었어. 거북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지.
굳고 무거운 등딱지 속에 온몸을 집어 넣고서, 손발만은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보통은 늑골이 맨 위에서 앞발의 운동을 돕는 견갑골을 가슴 부분까지 내렸고, 뒷발을 받쳐 주는 뼈도 가슴까지 올릴 수밖에 없었거든. 뼈의 위치를 바꾸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겨우 얻게 된 것이 대체 뭐야? 기껏해야 언제나 두꺼운 등딱지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 아니야?
스스로에게 화를 내면서, 거북은 결심했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살기로. 설사 목숨을 잃을 만큼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있더라도 등딱지만을 의지하고 그 속에 숨어 소극적으로 살지는 않겠다고.
거북은 물에서 나와 모래밭을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어. 뾰로롱 뾰로롱, 낯선 새가 머리 위에서 울었지.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모래밭이 끝나고, 풀잎이 우단처럼 깔려 있는 들판이 나타났어. 그 들판 저 끝에서 하얀 점이 깡충거리며 점점 다가왔지.
˝어어, 움직이는 돌멩이네!˝
가까이 다가온 토끼가 버릇없이 거북이의 등딱지를 툭툭 쳤지.
˝뭐라구?˝
가뜩이나 편안하지 않았던 거북은 단번에 푸르르 화를 냈어.
˝어, 돌멩이가 아니신가? 난 또……하도 느리길래 돌멩이가 기신기신 굴러가다 멈춰 섰는 줄 알았지. 낄낄.˝
어떻게 마음을 먹었는지, 토끼가 자꾸만 화를 돋구었지.
˝뭐라고 기신기신?˝
거북의 목소리에 저절로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어. ´기신기신 목숨을 연명해 왔다´라는 따위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서, 안 그래도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었거든. 거북은 오기가 났지.
˝도대체 넌 얼마나 빨라? 얼마나 빠르기에 그렇게 건방져? 뭐야, 돌멩이? 그것도 기신기신 구르다 멈춘 돌멩이?˝
거북은 분해서 앞발을 탕탕, 굴렀어. 그러나 토끼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헤실거렸지.
˝정말 알고 싶은 거야, 내가 얼마나 빠른지?˝
거북이 미처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토끼가 말을 이었어.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 내가 얼마나 빠른지 알려 줄 수 있지?˝
토끼는 여유 있게 웃으며, 거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지.
˝내 생각엔……시합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달리기 시합을.˝
˝시합이라구? 그거 좋지.˝
거북은 토끼의 말을 받았어. 달리기 시합이라니. 정말 꿈에서 또 꿈을 꿔도, 평상시 같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러나……
거북은 생각했어.
´물론 질게 뻔하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질 때 지더라도 무엇에든 한번 부딪쳐 보겠어. 이제부터는 절대로 피하지 않아. 최선을 다하는 거야. 이렇게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달라질 수 있을 거야. 능동적으로 살 수도 있을 거라구!´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고, 토끼는 금방 저만치 앞으로 사라져 버렸어. 그렇지만 거북은 실망하지 않았지. 사실 어찌 보면 거북은 자신과의 시합을 하고 있는 중이었거든.
엉금엉금.
어기적어기적.
기신기신.
뭐라고 표현해도 좋았어. 어쨌거나 거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인 산꼭대기를 향해 한 발짝씩 발을 옮겼으니까.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거북의 속도는 정말 느렸어. 까마득히 앞서나간 토끼는,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다보며 중얼거렸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거북이 녀석! 내가 약을 좀 올렸기로소니, 아니, 어떻게 이렇게 겁도 없이 시합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어?˝
토끼는 바람이 잘 통하는 나무 그늘에 몸을 뉘었어.
˝도대체 서두를 이유가 있어야 말이지. 이참에 잠이나 한잠 푹- 자야겠다.˝
토끼는 금방 잠이 들었지. 그리고 꽤 한참 동안 계속 잤어. 그렇게도 느린 거북이, 토끼를 젖히고 목표 지점인 산꼭대기에 닿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산꼭대기에서 서서 그제서야 헐레벌떡 뛰어오는 토끼를 바라보며, 거북은 속으로 울었단다.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지. 토끼에게 이겼다는 사실 따위는 이미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도…….
´시도를 하면, 가다가 이렇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거구나!´
이런 깨달음의 뒤에는, 그 동안 그렇게 꼼짝도 못 하고 웅크리고만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이 정말 깊었지.
토끼의 부산스런 사과와 축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고, 거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
그제서야, 나무와 풀꽃과 바위와 새가 보이고, 가슴 속까지 싸아해지는 숲의 향기가 느껴졌지. 거북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어.
그때 별안간 아랫배가 싸르르 아팠지. 아니, 갑자기 꽁지 근처가 근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이유를 생각하던 거북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어. 알! 그래 알 말이야. 몸도 마음도 무리했기 때문에, 알이 예상보다 빨리 나오려는 것이 틀림없었거든.
´세상에! 그 중요한, 가장 중요한 일을 깜박하다니!´
자꾸만 묵지근해지는 그 느낌 때문에, 서둘러 물 속으로 들어가려던 거북이 문득 제자리에 우뚝 섰지.
˝그래! 이녀석들은 내 꼴을 닮지 말아야 해! 그렇다면…….˝
그 순간 거북은 고래의 조상을 생각했단다. 그리고는 재빨리 결론을 내렸어.
거북은 그 순간부터 물 속이 아닌, 뭍에다 알을 낳기로 결심한 거야. 아직은 새끼들에게 모범을 보일 자신이 없었거든. 아직은…….
새끼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않으리라고 수없이 다짐하면서, 거북은 알을 낳을 준비를 했지. 힘겹게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알을 낳고. 거북은 그 알더미에다 다시 살짝 모래를 덮어 놓았어. 그런 다음, 혼자서 물가로 향했지.
˝부디 너희들부터는 우리처럼 살지 말아라. 넘어지고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처럼, 너희 조상들처럼 불쌍하게 살지는 말아라. 알겠지? 알아들었지?˝
거북은, 짐짓 소리내어 되물으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지.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
자꾸만 달아오르는 체온을 식히려고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거북이, 어느 날 중얼거렸단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대대손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거북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지.
살아 남기 위해, 단지 살아 남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안으로 안으로만 웅크리고 살았던 그 긴 세월에 문득, 멀미가 났던 거야. 심지어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소스라치며 몸을 사리던.
´남들은 어떻게 사나?´
거북은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 그래서 우선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을 만나 보기로 했어. 가벼운 파도를 가르며, 거북은 무턱대고 헤엄을 쳤지.
처음 맞닥뜨린 것은 고래였어.
˝음, 그러니까, 네 생각에 너희 고래들이 사는 방식이, 그 살아가는 태도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지…….˝
웬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말을 더듬게 됐어. 가까스로 거기까지 말한 거북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래를 빤히 쳐다보았지.
˝우리 고래들의 생존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고래의 눈이 둥그래졌어. 잠시 후에, 고래는 그 큰 입을 벌리고 푸하푸하 웃었지.
˝너 아니? 우리 고래들은 원래 뭍의 짐승이었다는 것을?˝
무슨 대단한 비밀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래는 목소리를 낮췄단다.
˝어느 날, 뭍에 싫증이 난 우리 조상이 물 속에서 살 결심을 했대. 그래서 열심히 헤엄치는 연습을 했다지? 그리고 부지런히 기도도 하고, 아무튼 그 분이 귀찮아할 만큼 열심히 졸랐대.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는 바다에서 살게 되었다는 거야. 재미있지?˝
하나도 재미없었어. 고래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거북은 조상과 후손이란 단어에 대해서, 엄마 후에 갖게 될 새끼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
˝뭍에서는 이 큰 몸집을 추스르기가 좀 힘들겠어? 그래서 바다로 온 것인가 봐. 물 속에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가 있거든.˝
고래는 이렇게 떠벌리면서 신나게 시범을 보여 주었어.
˝그리고 우리끼리 얘기지만, 바닷속에는 먹이감도 섭섭잖게 있는 편이고.˝
다시 목소리를 낮춰 이렇게 말하면서, 고래는 한쪽 눈을 찡긋하기까지 했지. 구태여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거북은 고래의 생각을 다 읽을 수 있었어.
´저렇게 적극적으로 살 수도 있구나!´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거북은 고래 곁을 떠났단다.
다른 이들을 만나 보러 다닐 기력도 없었어. 거북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지.
굳고 무거운 등딱지 속에 온몸을 집어 넣고서, 손발만은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보통은 늑골이 맨 위에서 앞발의 운동을 돕는 견갑골을 가슴 부분까지 내렸고, 뒷발을 받쳐 주는 뼈도 가슴까지 올릴 수밖에 없었거든. 뼈의 위치를 바꾸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겨우 얻게 된 것이 대체 뭐야? 기껏해야 언제나 두꺼운 등딱지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 아니야?
스스로에게 화를 내면서, 거북은 결심했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살기로. 설사 목숨을 잃을 만큼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있더라도 등딱지만을 의지하고 그 속에 숨어 소극적으로 살지는 않겠다고.
거북은 물에서 나와 모래밭을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어. 뾰로롱 뾰로롱, 낯선 새가 머리 위에서 울었지.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모래밭이 끝나고, 풀잎이 우단처럼 깔려 있는 들판이 나타났어. 그 들판 저 끝에서 하얀 점이 깡충거리며 점점 다가왔지.
˝어어, 움직이는 돌멩이네!˝
가까이 다가온 토끼가 버릇없이 거북이의 등딱지를 툭툭 쳤지.
˝뭐라구?˝
가뜩이나 편안하지 않았던 거북은 단번에 푸르르 화를 냈어.
˝어, 돌멩이가 아니신가? 난 또……하도 느리길래 돌멩이가 기신기신 굴러가다 멈춰 섰는 줄 알았지. 낄낄.˝
어떻게 마음을 먹었는지, 토끼가 자꾸만 화를 돋구었지.
˝뭐라고 기신기신?˝
거북의 목소리에 저절로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어. ´기신기신 목숨을 연명해 왔다´라는 따위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서, 안 그래도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었거든. 거북은 오기가 났지.
˝도대체 넌 얼마나 빨라? 얼마나 빠르기에 그렇게 건방져? 뭐야, 돌멩이? 그것도 기신기신 구르다 멈춘 돌멩이?˝
거북은 분해서 앞발을 탕탕, 굴렀어. 그러나 토끼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헤실거렸지.
˝정말 알고 싶은 거야, 내가 얼마나 빠른지?˝
거북이 미처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토끼가 말을 이었어.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 내가 얼마나 빠른지 알려 줄 수 있지?˝
토끼는 여유 있게 웃으며, 거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지.
˝내 생각엔……시합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달리기 시합을.˝
˝시합이라구? 그거 좋지.˝
거북은 토끼의 말을 받았어. 달리기 시합이라니. 정말 꿈에서 또 꿈을 꿔도, 평상시 같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러나……
거북은 생각했어.
´물론 질게 뻔하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질 때 지더라도 무엇에든 한번 부딪쳐 보겠어. 이제부터는 절대로 피하지 않아. 최선을 다하는 거야. 이렇게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달라질 수 있을 거야. 능동적으로 살 수도 있을 거라구!´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고, 토끼는 금방 저만치 앞으로 사라져 버렸어. 그렇지만 거북은 실망하지 않았지. 사실 어찌 보면 거북은 자신과의 시합을 하고 있는 중이었거든.
엉금엉금.
어기적어기적.
기신기신.
뭐라고 표현해도 좋았어. 어쨌거나 거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인 산꼭대기를 향해 한 발짝씩 발을 옮겼으니까.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거북의 속도는 정말 느렸어. 까마득히 앞서나간 토끼는,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다보며 중얼거렸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거북이 녀석! 내가 약을 좀 올렸기로소니, 아니, 어떻게 이렇게 겁도 없이 시합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어?˝
토끼는 바람이 잘 통하는 나무 그늘에 몸을 뉘었어.
˝도대체 서두를 이유가 있어야 말이지. 이참에 잠이나 한잠 푹- 자야겠다.˝
토끼는 금방 잠이 들었지. 그리고 꽤 한참 동안 계속 잤어. 그렇게도 느린 거북이, 토끼를 젖히고 목표 지점인 산꼭대기에 닿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산꼭대기에서 서서 그제서야 헐레벌떡 뛰어오는 토끼를 바라보며, 거북은 속으로 울었단다.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지. 토끼에게 이겼다는 사실 따위는 이미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도…….
´시도를 하면, 가다가 이렇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거구나!´
이런 깨달음의 뒤에는, 그 동안 그렇게 꼼짝도 못 하고 웅크리고만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이 정말 깊었지.
토끼의 부산스런 사과와 축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고, 거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
그제서야, 나무와 풀꽃과 바위와 새가 보이고, 가슴 속까지 싸아해지는 숲의 향기가 느껴졌지. 거북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어.
그때 별안간 아랫배가 싸르르 아팠지. 아니, 갑자기 꽁지 근처가 근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이유를 생각하던 거북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어. 알! 그래 알 말이야. 몸도 마음도 무리했기 때문에, 알이 예상보다 빨리 나오려는 것이 틀림없었거든.
´세상에! 그 중요한, 가장 중요한 일을 깜박하다니!´
자꾸만 묵지근해지는 그 느낌 때문에, 서둘러 물 속으로 들어가려던 거북이 문득 제자리에 우뚝 섰지.
˝그래! 이녀석들은 내 꼴을 닮지 말아야 해! 그렇다면…….˝
그 순간 거북은 고래의 조상을 생각했단다. 그리고는 재빨리 결론을 내렸어.
거북은 그 순간부터 물 속이 아닌, 뭍에다 알을 낳기로 결심한 거야. 아직은 새끼들에게 모범을 보일 자신이 없었거든. 아직은…….
새끼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않으리라고 수없이 다짐하면서, 거북은 알을 낳을 준비를 했지. 힘겹게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알을 낳고. 거북은 그 알더미에다 다시 살짝 모래를 덮어 놓았어. 그런 다음, 혼자서 물가로 향했지.
˝부디 너희들부터는 우리처럼 살지 말아라. 넘어지고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처럼, 너희 조상들처럼 불쌍하게 살지는 말아라. 알겠지? 알아들었지?˝
거북은, 짐짓 소리내어 되물으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지.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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