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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피서지에서 온 소포

창작동화 박재형............... 조회 수 1084 추천 수 0 2005.02.11 18:58:24
.........
  은정아, 참 좋지? 정말 좋다.˝
아빠는 벌써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니? 은정아?˝
˝좋아요. 좋다니깐요.˝
나도 아빠의 말에 동의를 했다. 아빠의 말씀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피서를 간 곳은 한라산에서 기슭에 있는 마을이었다. 한라산이 가까이 보이고, 넓은 들판이 있고, 숲이 우거져 아주 시원했다. 거기다가 한라산 골짜기를 타고 흘러 내려온 물이 있어 피서지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제주도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야.˝
˝아무도 모르긴요. 아빠까지 알고 있는데.˝
˝내 말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얘기지.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면 대 봐.˝
˝알았어요. 아빠 말이 맞아요.˝
나는 아빠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들은 냇물 옆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며 정말 즐겁게 놀았다. 해수욕장으로 가자던 동생은 텐트를 다 치기도 전에 물 속에 들어갔다.
˝누나, 물싸움하자.˝
˝알았어.˝
나는 동생과 정말 신나게 물싸움도 하고, 고물고물 기어가는 다슬기도 잡고 가재도 한 마리 잡았다가 놓아주었다. 수정같이 맑은 물 속에서 물놀이라니, 깊지도 않아 바질 염려도 없어 동생과 나는 마음껏 놀았다.
조금 후에는 다른 가족이 피서를 와 텐트를 쳤다.
˝말벗이 생겨 밤에 심심하진 않겠다.˝
엄마가 좋아하셨다.
저녁이 되자 엄마가 저녁밥을 지었고, 나는 아빠와 같이 콩잎을 뜯으러 갔다.
˝여름철에는 뭐니 뭐니해도 콩잎에 밥을 적당히 떠 넣고 젓갈을 척 걸치고 먹는 맛이 그만 이라니까.˝
아빠는 내가 콩잎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콩잎 예찬을 늘어놓았다.
아빠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는 콩잎이 싫었다.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게 비위가 상했다.
˝이게 얼마나 좋은데. 건강 식품이 따로 없다. 아, 무공해 식품이 바로 콩잎이지.˝
아빠는 콩잎을 뚝뚝 따면서 자랑했다.
˝그럼요. 콩잎이 바로 건강 식품이지요.˝
아빠의 말씀이 끝나자 마자 돌담 너머에서 음성이 들려 왔다. 그곳에는 밀짚모자를 쓴 어른 한 분이 서 계셨다.
˝많이 뜯어 가세요. 농약을 치지 않았으니까 안심해서 먹어도 될 거예요.˝
˝밭주인이시군요. 허락도 받지 않고.˝
아빠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괜찮아요. 콩잎이야 얼마든지 뜯어다 잡수세요.˝
하시며 밭으로 성큼 들어오시더니 부드러운 콩잎을 한 손 가득 따서 내미셨다.
˝아, 이거 고마워요. 저녁에 오셔서 술이라도 한 잔 합시다.˝
아빠는 아저씨를 만난 것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말씀하셨다.
저녁이 되자 아저씨는 수박을 한 통 들고 오셨다.
˝집에서 가꾼 건데 맛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아저씨는 수박을 내밀며 말씀하셨다.
엄마가 저녁밥상을 차렸다. 냇가에서 먹는 저녁은 정말 맛이 있었다. 아빠를 따라 콩잎에 밥을 싸서 먹었는데, 새로운 맛이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아빠와 아저씨는 술을 마셨다. 옆 텐트 아저씨도 건너와 같이 옛날 얘기를 하며 놀았다.
˝여긴 참 좋군요. 여기저기 관광 개발이다 뭐다 하면서 다 파헤쳐 놓아 옛모습이 사라져 버리고 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만 알려지면 사람들이 몰려가는 통에 자연이 많이 파괴됐지요.˝
˝땅을 팔라는 사람은 없나요? 요즘은 이런 한적한 곳에 별장을 짓는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데.˝
˝왜 안 그렇겠어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그렇지만 조상들이 살아온 땅을 함부로 팔 수 있나요. ˝
˝옳은 말입니다. 절대로 팔아서는 안 되지요.˝
˝요즘에는 피서를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는군요.˝
˝참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쓰레기를 버리다니요.˝
아빠는 아주 화가 난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그러자 옆 텐트의 손님도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도 죽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하며 맞장구를 치셨다.
어른들은 음식을 들면서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별빛이 그만이었다. 까만 밤하늘에 안개꽃처럼 점점이 빛나는 별들. 우리는 별을 올려다 보며 별자리 찾기도 했다. 그리고 달이 뜨자 다시 냇가로 나가 엄마가 그만 자라라고 할 때까지 물놀이를 하며 놓았다.
˝누나, 정말 좋지이. 우리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 정말 좋다.˝
우리들은 잠자리에 누워 별을 보며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이튿날도 우리들은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 엄마와 아빠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한다면서 내를 따라 한참 올라가셨다가 돌아오셨다.
오후가 되어 더위가 가시자 우린 짐을 챙겼다. 더 놀다 가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빠가 이튿날부터 출근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었다.
그런데 쓰레기가 참 많았다. 태울 수 있는 쓰레기를 태우고 나서도 깡통이랑 빈병이 비닐 봉지를 가득 채웠다.
˝아빠, 이 쓰레기는 집에 가져가야겠어요.˝
나는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말씀드렸다. 그러자 엄마가
˝그걸 어디 가져가니? 더러운 걸. 버리고 와라.˝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망설였다. 엄마 말대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뭐 하니? 빨리 버리지 않고.˝
엄마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나는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빠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텐트만 챙겼다.
˝알았어요. 버리면 될 거 아니에요.˝
나는 마음에 걸렸지만 쓰레기 봉투를 냇가 돌틈에 감추었다. 환경 글짓기 대회에서 은상까지 받은 내가 쓰레기를 감추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누가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운동회를 며칠 앞 둔 날이었다. 무용 연습을 하느라 목이 말라 나는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갔다. 물을 마시고 마루로 나왔는데 집배원 아저씨가 소포를 가져오셨다.
˝엄마, 도장 주세요. 소포 왔어요.˝
나는 소포가 온게 좋아서 소리질렀다.
˝어디서 소포가 왔지?˝
도장을 가지고 나오며 엄마도 밝은 얼굴이었다.
나는 얼른 보낸 사람의 주소를 보았다.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 1429번지 김태윤」
˝송당리 대천동? 송당리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엄마는 주소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집배원 아저씨가 도장을 찍으며 말씀하셨다. 그 때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 우리 피서 갔던 곳 아냐.˝
˝그렇구나. 피서 갔던 곳이네. 그런데 뭘 보냈지?˝
엄마도 퍽 궁금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호박이나 고구마 같은 게 아닐까요?˝
나는 꽤 묵직해 보이는 상자를 들어보며 말씀드렸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주 착한 사람 같아 보이더라.˝
엄마도 선물을 받은 게 좋은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얼른 열어 봐야지. 무얼 보냈는지.˝
나는 궁금해서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 내며 말했다. 나는 상자 속에서 잘 익은 호박이나 아니면 오이나 고구마 같은 것이 나오길 기대했다.
˝아니 이제 뭐지?˝
˝에, 이거 쓰레기 아냐?˝
엄마와 나는 상자를 열다가 깜짝 놀랐다. 상자 속에는 쓰레기가 가득히 들어 있었다. 그 쓰레기를 보는 순간 돌틈에 버린 쓰레기가 떠올랐다. 분명히 내가 버린 쓰레기였다.
˝참 세상에……. 나쁜 사람 같으니.˝
엄마는 어이가 없으신 지 말을 잊지 못했다. 활짝 피었던 엄마의 얼굴은 아주 우거지상이었다.
상자 속에는 쓰레기와 함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무례한 줄 알면서도 쓰레기를 보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드는 일에는 말보다 실천이 더 필요합니다. 』

엄마는 편지를 읽다가 얼굴이 하얘지셨다. 그리고 얼른 쓰레기를 규격봉투에 옮겨 담으면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
아빠는 그 쓰레기를 보면 뭐라고 말씀하실까?
나도 그 쓰레기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쓰레기를 보낸 그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라 사라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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