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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네거리 아저씨

창작동화 박재형............... 조회 수 1546 추천 수 0 2005.02.11 18:59:55
.........
새롬이가 아저씨를 만난 건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는 길이었어요. 한 아저씨가 네거리 건너편 길가에 엎드려 있었어요.
´어른이 길 위에 엎드려 있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새롬이는 다 큰 어른이 길가에 엎드려 있는 게 이상했어요.
엄마는 새롬이가 흙장난만 해도 꾸중을 하시거든요.
˝거지가 너랑 친구하자고 찾아올지 몰라.˝
엄마는 새롬이가 옷을 더럽히기라도 하면 꼭 거지를 들먹이면서 꾸중을 하십니다. 그런데 어른이 길가에 엎드려 있다니 술이라도 마시고 취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저 아저씨 봐. 옷이 더러워져서 욕먹겠다.˝
그러나 엄마는 그 말을 못 들었는지 성큼성큼 앞장서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 버렸어요.
새롬이는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따라갔어요.
엄마는 시장을 뱅뱅 돌았어요. 맛있게 보이는 찬거리를 사지도 않고 자꾸 묻기만 하면서 지나쳤어요. 엄마는 다리도 안 아프신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고등어 한 마리를 사시면서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 큰일이야.˝
하고 검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말했어요. 그런데 다음 상점에 가서 파 한 단을 사면서도, 배추를 사면서도 물가가 올라서 큰일났다는 말을 해 새롬이는 은근히 부아가 났어요.
엄마는 새롬이가 군것질 할 돈을 달라고 할까 봐 괜히 그러시는 것 같았어요.
´물가가 올라 돈이 없으니까 아예 군것질하겠다는 말을 꺼내지도 말아.´
엄마는 미리 입막음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새롬이가 좋아하는 과일가게를 지나치면서 쳐다보지도 않아 더 속이 상했어요.
˝엄마, 딸기가 잘 익었어요.˝
˝나도 알아. 하우스 딸기는 맛도 없으면서 값만 비싸. 딸기 철이 되면 한 광주리 사다가 실컷 먹자.˝
엄마는 딸기 값이 금값이라도 되는 양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새롬이 눈에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보였어요.
˝엄마, 그럼 붕어빵이라도 사주세요.˝
새롬이는 시장에까지 따라왔다가 그냥 갈 수는 없었어요. 암만 돈이 없어도 붕어빵은 먹고 싶었어요.
˝알았다. 꼭 천칠백삼십 원이 남았으니까 칠백삼십 원은 차비하고 천 원으로 우리 새롬이 붕어빵 사주지.˝
엄마는 딸기를 못 사준 게 미안한지 선선히 허락을 하셨어요.
새롬이는 붕어빵을 샀어요. 붕어빵 다섯 개가 든 종이 봉투를 받아 하나를 꺼냈어요.
˝엄마도 하나 잡수셔요.˝
˝고맙다. 학교에 들어가더니 우리 새롬이 다 컸네.˝
엄마는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웃었어요.
새롬이도 붕어빵을 먹었어요. 팥을 듬뿍 넣어서 그런지 꿀맛이었어요.
새롬이는 시내버스를 타려고 엄마랑 길을 건넜어요.

그런데 길을 건너다보니 아까 그 아저씨가 보였어요. 아저씨는 여전히 길바닥에 배를 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애처로운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아저씨 앞에는 동전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었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아랫도리가 없었어요.
새롬이는 깜짝 놀랐어요. 다리가 없다니. 그렇다면 아저씨는 일도 못합니다. 다리가 성한 사람들도 일거리가 없어 애를 먹고 있는데 다리가 없는 아저씨가 무슨 일을 하겠어요.
아저씨는 다리가 없어 일을 못하여 구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른 척 그대로 지나쳤어요.
새롬이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냥 지나치면 하느님이 꾸중을 할 것 같았어요. 지난 번에 배가 아팠을 때 새롬이는 하느님이랑 약속을 했거든요. 안 아프게 해주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엄마, 도와줘요.˝
새롬이는 엄마에게 말했어요.
˝돈을 다 썼어. 너도 알잖아 차비밖에 없는 거.˝
엄마도 도와주고 싶은 눈치였지만 엄마가 가진 지갑에는 동전 칠백삼십 원만 담겨 있었어요.
새롬이는 엄마를 따라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손에 든 붕어빵을 보며 말했어요.
˝붕어빵을 안 샀으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전에는 붕어빵이 아주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었어요. 불쌍한 아저씨도 도와드리지도 못하게 한 얄미운 붕어빵이었어요.
˝엄마, 걸어가면 안 될까요?˝
˝얘는 걸어가려면 엄마 팔이 다 빠지겠다.˝
엄마는 손에 들고 있는 시장바구니를 치켜들며 말했어요. 바구니 속에 든 배추, 당근, 상추, 고등어가 꽤 무거워 보입니다.
˝내가 들고 갈게요.˝
새롬이는 그냥 갈 수 없었어요. 그냥 가 버리면 아저씨는 너무너무 슬퍼할 것 같았어요.
아니 새롬이 가슴이 너무너무 아플 것 같았어요.
˝네가 힘이 있니?˝
엄마의 말에 새롬이는 말이 막혔어요. 그렇지만 포기할 순 업었어요.
˝그럼 엄마, 내 차비 이백삼십 원이라도 드리면 안 될까요? 유치원 다닌다고 하지요.˝
˝알았다. 걸어서 가자.˝
엄마가 웃으며 되돌아섰어요.
새롬이도 얼른 엄마 뒤를 따라 갔어요. 아저씨는 여전히 배를 길 위에 대고 지나가는 사람들 애처로운 눈을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돈을 넣지 않았어요. 아저씨의 그릇에는 백원 짜리 동전 두 닢만 놓여있었어요.
엄마는 칠백삼십 원을 얼른 아저씨의 바구니에 넣었어요. 동전을 넣는 엄마의 얼굴이 밝아 보였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엄마가 돈을 넣자 얼른 인사를 했어요.
새롬이도 붕어빵이 담긴 봉지를 아저씨의 바구니에 넣었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가 새롬이에게 인사를 했어요.
새롬이의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걸음도 가벼워졌어요. 새롬이는 엄마 손을 잡고 걸었어요.
시내버스가 자꾸만 달려갔어요. 다섯 정거장이나 걸었지만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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