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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있는 곳은 아주아주 시끄러운 도시의 길거리입니다.어쨌든 그 도시에는 크고 작은 건물이며,늘 다른 도시로 떠나는 기차나 버스가 많았습니다.그래서 그런지 거리는 늘 어디론가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로 뒤법석거렸지요. 하긴 그런 게 늘 꼼짝않고 길가에 서서 살아야하는 은행나무인 내겐 큰 구경거리였지만요.
˝뚝딱뚝딱!˝
며칠 전부터 그 거리 한모퉁이의 작은 가게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렸습니다.바로 내가 서있는 앞 가게였답니다.
˝보나마나 또 옷나부랭이나 뭐,번쩍거리는 가짜 보석을 파는 가게를 꾸미려는 게지.˝
얼마 전에 그 곳에다 어떤 젊은 처녀가 옷가게를 차렸습니다.하지만 몇 달 만에 또 다시 번쩍이는 반지나 귀걸이를 파는 가게로 바뀌더니한동안 문을 닫아둔 가게였거든요.
˝에그,또 몇 달이나 장사를 하려는지,쯧쯧!˝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벽지를 바르는 젊은 부부를 바라보며 군시렁 거렸습니다.요즈음 사람들은 그저 진득하게 뭘 기다릴 줄 모르고, 뭐든지 단숨에 꿀꺽 먹으려고만 하는지 그 거리에는 늘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곤 하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그 바람에 ´금나와라 복덕방´ 할아버지만 살판 날 수밖에요.하긴 나도 늘 새로운 구경을 할 수 있으니 나쁠 것도 없지만요.
그런데,이번에 가게를 얻어온 사람들은 어딘가 좀 달라보였습니다.며칠 동안 가만히 지켜보니,가게를 꾸미고 있는 젊은 부부는 참 다정해보였습니다. 여자가 가끔씩 남자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하고,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게 보이기도 하였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그 젊은 부부에게 바짝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간밤에 술주정뱅이 한 사람이 하도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을 설친 나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핏 잠을 깼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사람들의 고함소리에도 아무렇지 않게 푸욱 단잠을 자던 내가 뭔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에 저절로 눈을 떴으니 말입니다.
나는 실눈을 뜬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바라보았습니다.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간판을 달고 있는 남편과 아래에서 가만가만 손짓으로 이 쪽 저 쪽 비뚤어지고 바르게 된 것을 가리키는 아내의 모습을.
정말 그랬습니다.그 젊은 부부는 마치 두 마리의 나비가 사뿐사뿐 춤을 추는 듯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아! 마치 하늘에서 견우 직녀가 내려온 것같구나!˝
나는 숨을 죽이며 그 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
<단비네 집>
아침 햇살 속에서 가게 이름이 은박지처럼 반짝 빛났습니다.나는 고개를 더 빼꼼히 내밀고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가게 안에는 모두 네 개의 탁자가 놓여 있었고,그 위에서 노란 국화가 반짝 웃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바로 그 젊은 부부가 꾸민 새 가게였습니다.
그 날부터 ´단비네 집´은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뭘 파는 집이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간판을 쳐다보았습니다.그러다가는 그게 국수를 파는 집이라는 걸 금방 알아 차렸습니다.유리문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그릇이 보였거든요.
˝어,국수집이잖아? 들어가서 간단히 한 그릇 먹어야지!˝
사람들은 시계를 보며 서둘러 가게로 들어섰습니다.아마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려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나,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원,젠장! 이거 국수 한그릇 먹으려다가 사람 답답해서 미치겠구먼!˝
방금 들어간 손님 하나가 벌건 얼굴로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습니다.그 뿐이 아닙니다.
˝아이구 답답해라! 아,그래,입이 열개라도 힘든 판에 입도 없이 어찌 장사를 하누!˝
뒤따라 다른 손님도 휭 하니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아니,입이 없다니……?!´
나는 그만 어리둥절해서 얼른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때 나는 보았습니다.마치 두 마리의 나비가 날개를 펴고 속살속살 이야기를 하듯,손짓으로만 가만가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말입니다. 흰 모자를 쓴 남편은 훌쩍훌쩍 울고 있는 아내의 등을 날개짓 하듯 너울너울 쓰다듬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나는 그 정다운 부부가 벙어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어쩌면,하늘나라 옥황상제께서 일년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견우 직녀에게 일년내내 함께 살도록 허락해준 대신 말을 못하는 벌을 내려준 것만 같아서.
나는 날마다 마음을 졸이며 벙어리 부부의 식당이 잘되기를 바랬습니다.하지만, 그 도시의 사람들은 늘 허둥지둥 바쁘게 살기 때문인지,벙어리 부부의 식당을 싫어하였습니다.아내가 상냥하게 웃으며 물잔을 가져오고,음식이름이 적힌 차림표를 내보이며 무얼 먹겠느냐고 눈으로 물으면 답답하다는듯 후다닥 도망을 나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하루는 앳띤 여자와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좋아! 이 집 주인들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여기서는 큰소리로 싸워도 괜찮을 거야. 그래,내가 뭘 잘못했는지 어서
얘기해봐!˝
남자는 씩씩대며 여자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여자도 지지않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였습니다.
˝흥,순 거짓말장이! 뭐,자기가 좋은 대학을 나왔다구? 시골에 땅도 많고 부자라구? 치,내가 알아봤더니 말짱 거짓말이었어!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했지?˝
˝그, 그건 말이야…….˝
남자가 갑자기 시든 배추처럼 고개를 푸욱 떨구었습니다.
˝그래, 입이 있으면 말해 봐! 어떻게……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냐구?˝
여자는 여전히 앙칼지게 다구쳤습니다.
˝그건……널,널 좋아하기 때문이었어.˝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습니다.
˝……말도 안 돼.˝
여자는 앵두같은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잊은 채 오래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젊은 아내가 조심조심 다가와 뜨거운 차 한 잔을 두 사람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곤 빙그레 웃으며 두 손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나는 그게 바로 벙어리 남편과 아내가 늘 주고받던 ´사랑해요´라는 손짓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물끄러미 잰손놀림으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벙어리 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두 부부의 얼굴 가득 편안하고 따스한 사랑이 흘러 넘치는 게 보였습니다.
그 때, 유리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빨간 가방을 어깨에 맨 단비가 나풀나풀 뛰어 들어왔습니다.
˝엄마,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엄마 품에 꼬옥 안겼습니다.그리곤 이번에는 아빠품으로 담쏙 뛰어들곤 아빠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엄마,아빠의 얼굴에 햇살같은 웃음이 가득 번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자가 먼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먹였습니다.
˝바보,나도 예쁜 아기 낳고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야!˝
˝유희야,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어! 너를 얼마나 좋아한다구!˝
남자가 다가가 여자의 어깨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벙어리 부부는 갓 삶아낸 따끈한 국수 두 그릇을 살그머니 탁자 위에 놓아주었습니다. 물론 국수를 다 먹은 둘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식당을 나섰지요.
그렇게 하루 이틀……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 입을 통해서 벙어리 식당에 관한 이야기가 안개처럼 천천히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그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떠벌이 국회의원이 혼자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으니까요.
국회의원은 후르륵 후르륵 맛있게 국수를 먹었습니다.그러자,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아니,국회의원님 아니세요? 어떻게 여길……?!˝
˝이곳에 오면,그동안 내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거든요.˝
국회의원은 혼자 묵묵히 국수 국물을 다 마셨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얼마 전에 들은 말을 떠올렸습니다. 떠벌이 국회의원이 플랭카드나 그 어떤 피켓도 내세우지 않고 익명으로 마을 노인정에다 쌀이랑 고기를 사다드렸다는 소문을 말이지요.
나는 그제서야 저 국회의원이 진짜 쓸모있는 일을 많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벌이 국회의원 뿐 아니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벙어리 식당에 와서야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가를 깨닫고 돌아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벙어리 식당은 날이 갈수록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식당은 오히려 바닷속처럼 조용하기만 하였습니다. 모두들 벙어리 부부들처럼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그 사람들이 마음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같은 나무들이 서로서로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그곳에 온 사람들도 그제서야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지요.
이제 나와 벙어리 부부,단비도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단비야,학교 갔다 왔니?˝
저만치서 빨간 가방을 어깨에 맨 단비가 팔랑팔랑 뛰어오면 나는 노오란 잎새를 흔들면서 먼저 인사를 합니다.그러면 단비는 내 둥치에 손을 얹으면서,
˝은행나무 할아버지,안녕!˝
하고 방긋 웃는답니다.
그 뿐이 아니지요.
˝이렇게 커다란 은행나무가 가게 앞에 있으니,마음이 든든해요.˝
˝그럼, 우리 고향마을에도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잖아! 이 은행나무는
우리 가게를 지켜주는 나무야! 그렇지요,은행나무님?˝
나는 벙어리 부부가 손짓으로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나도 온 몸을 흔들며
˝그럼,그렇구 말구!˝
라고 대답 해주었답니다.
그리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들처럼 소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발,사람들이 이 벙어리 식당을 많이 찾아와주었으면.그래서 빛나는 말이나 반짝이는 겉치레 말보다 마음으로 하는 말이 더 소중하다는 걸 배우고 갔으면…….˝
나는 내 소원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날마다, 날마다 벙어리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으니까요.
오늘도, 탁자 가득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뜨거운 국수를 후르륵 먹는 걸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벙글벙글 웃고 말았답니다. <끝>
˝뚝딱뚝딱!˝
며칠 전부터 그 거리 한모퉁이의 작은 가게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렸습니다.바로 내가 서있는 앞 가게였답니다.
˝보나마나 또 옷나부랭이나 뭐,번쩍거리는 가짜 보석을 파는 가게를 꾸미려는 게지.˝
얼마 전에 그 곳에다 어떤 젊은 처녀가 옷가게를 차렸습니다.하지만 몇 달 만에 또 다시 번쩍이는 반지나 귀걸이를 파는 가게로 바뀌더니한동안 문을 닫아둔 가게였거든요.
˝에그,또 몇 달이나 장사를 하려는지,쯧쯧!˝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벽지를 바르는 젊은 부부를 바라보며 군시렁 거렸습니다.요즈음 사람들은 그저 진득하게 뭘 기다릴 줄 모르고, 뭐든지 단숨에 꿀꺽 먹으려고만 하는지 그 거리에는 늘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곤 하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그 바람에 ´금나와라 복덕방´ 할아버지만 살판 날 수밖에요.하긴 나도 늘 새로운 구경을 할 수 있으니 나쁠 것도 없지만요.
그런데,이번에 가게를 얻어온 사람들은 어딘가 좀 달라보였습니다.며칠 동안 가만히 지켜보니,가게를 꾸미고 있는 젊은 부부는 참 다정해보였습니다. 여자가 가끔씩 남자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하고,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게 보이기도 하였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그 젊은 부부에게 바짝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간밤에 술주정뱅이 한 사람이 하도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을 설친 나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핏 잠을 깼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사람들의 고함소리에도 아무렇지 않게 푸욱 단잠을 자던 내가 뭔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에 저절로 눈을 떴으니 말입니다.
나는 실눈을 뜬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바라보았습니다.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간판을 달고 있는 남편과 아래에서 가만가만 손짓으로 이 쪽 저 쪽 비뚤어지고 바르게 된 것을 가리키는 아내의 모습을.
정말 그랬습니다.그 젊은 부부는 마치 두 마리의 나비가 사뿐사뿐 춤을 추는 듯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아! 마치 하늘에서 견우 직녀가 내려온 것같구나!˝
나는 숨을 죽이며 그 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
<단비네 집>
아침 햇살 속에서 가게 이름이 은박지처럼 반짝 빛났습니다.나는 고개를 더 빼꼼히 내밀고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가게 안에는 모두 네 개의 탁자가 놓여 있었고,그 위에서 노란 국화가 반짝 웃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바로 그 젊은 부부가 꾸민 새 가게였습니다.
그 날부터 ´단비네 집´은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뭘 파는 집이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간판을 쳐다보았습니다.그러다가는 그게 국수를 파는 집이라는 걸 금방 알아 차렸습니다.유리문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그릇이 보였거든요.
˝어,국수집이잖아? 들어가서 간단히 한 그릇 먹어야지!˝
사람들은 시계를 보며 서둘러 가게로 들어섰습니다.아마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려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나,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원,젠장! 이거 국수 한그릇 먹으려다가 사람 답답해서 미치겠구먼!˝
방금 들어간 손님 하나가 벌건 얼굴로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습니다.그 뿐이 아닙니다.
˝아이구 답답해라! 아,그래,입이 열개라도 힘든 판에 입도 없이 어찌 장사를 하누!˝
뒤따라 다른 손님도 휭 하니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아니,입이 없다니……?!´
나는 그만 어리둥절해서 얼른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때 나는 보았습니다.마치 두 마리의 나비가 날개를 펴고 속살속살 이야기를 하듯,손짓으로만 가만가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말입니다. 흰 모자를 쓴 남편은 훌쩍훌쩍 울고 있는 아내의 등을 날개짓 하듯 너울너울 쓰다듬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나는 그 정다운 부부가 벙어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어쩌면,하늘나라 옥황상제께서 일년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견우 직녀에게 일년내내 함께 살도록 허락해준 대신 말을 못하는 벌을 내려준 것만 같아서.
나는 날마다 마음을 졸이며 벙어리 부부의 식당이 잘되기를 바랬습니다.하지만, 그 도시의 사람들은 늘 허둥지둥 바쁘게 살기 때문인지,벙어리 부부의 식당을 싫어하였습니다.아내가 상냥하게 웃으며 물잔을 가져오고,음식이름이 적힌 차림표를 내보이며 무얼 먹겠느냐고 눈으로 물으면 답답하다는듯 후다닥 도망을 나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하루는 앳띤 여자와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좋아! 이 집 주인들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여기서는 큰소리로 싸워도 괜찮을 거야. 그래,내가 뭘 잘못했는지 어서
얘기해봐!˝
남자는 씩씩대며 여자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여자도 지지않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였습니다.
˝흥,순 거짓말장이! 뭐,자기가 좋은 대학을 나왔다구? 시골에 땅도 많고 부자라구? 치,내가 알아봤더니 말짱 거짓말이었어! 도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했지?˝
˝그, 그건 말이야…….˝
남자가 갑자기 시든 배추처럼 고개를 푸욱 떨구었습니다.
˝그래, 입이 있으면 말해 봐! 어떻게……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냐구?˝
여자는 여전히 앙칼지게 다구쳤습니다.
˝그건……널,널 좋아하기 때문이었어.˝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습니다.
˝……말도 안 돼.˝
여자는 앵두같은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잊은 채 오래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젊은 아내가 조심조심 다가와 뜨거운 차 한 잔을 두 사람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곤 빙그레 웃으며 두 손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나는 그게 바로 벙어리 남편과 아내가 늘 주고받던 ´사랑해요´라는 손짓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물끄러미 잰손놀림으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벙어리 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두 부부의 얼굴 가득 편안하고 따스한 사랑이 흘러 넘치는 게 보였습니다.
그 때, 유리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빨간 가방을 어깨에 맨 단비가 나풀나풀 뛰어 들어왔습니다.
˝엄마,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엄마 품에 꼬옥 안겼습니다.그리곤 이번에는 아빠품으로 담쏙 뛰어들곤 아빠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엄마,아빠의 얼굴에 햇살같은 웃음이 가득 번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자가 먼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먹였습니다.
˝바보,나도 예쁜 아기 낳고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야!˝
˝유희야,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어! 너를 얼마나 좋아한다구!˝
남자가 다가가 여자의 어깨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벙어리 부부는 갓 삶아낸 따끈한 국수 두 그릇을 살그머니 탁자 위에 놓아주었습니다. 물론 국수를 다 먹은 둘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식당을 나섰지요.
그렇게 하루 이틀……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 입을 통해서 벙어리 식당에 관한 이야기가 안개처럼 천천히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그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떠벌이 국회의원이 혼자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으니까요.
국회의원은 후르륵 후르륵 맛있게 국수를 먹었습니다.그러자,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아니,국회의원님 아니세요? 어떻게 여길……?!˝
˝이곳에 오면,그동안 내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거든요.˝
국회의원은 혼자 묵묵히 국수 국물을 다 마셨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얼마 전에 들은 말을 떠올렸습니다. 떠벌이 국회의원이 플랭카드나 그 어떤 피켓도 내세우지 않고 익명으로 마을 노인정에다 쌀이랑 고기를 사다드렸다는 소문을 말이지요.
나는 그제서야 저 국회의원이 진짜 쓸모있는 일을 많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벌이 국회의원 뿐 아니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벙어리 식당에 와서야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가를 깨닫고 돌아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벙어리 식당은 날이 갈수록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식당은 오히려 바닷속처럼 조용하기만 하였습니다. 모두들 벙어리 부부들처럼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그 사람들이 마음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같은 나무들이 서로서로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그곳에 온 사람들도 그제서야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지요.
이제 나와 벙어리 부부,단비도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단비야,학교 갔다 왔니?˝
저만치서 빨간 가방을 어깨에 맨 단비가 팔랑팔랑 뛰어오면 나는 노오란 잎새를 흔들면서 먼저 인사를 합니다.그러면 단비는 내 둥치에 손을 얹으면서,
˝은행나무 할아버지,안녕!˝
하고 방긋 웃는답니다.
그 뿐이 아니지요.
˝이렇게 커다란 은행나무가 가게 앞에 있으니,마음이 든든해요.˝
˝그럼, 우리 고향마을에도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잖아! 이 은행나무는
우리 가게를 지켜주는 나무야! 그렇지요,은행나무님?˝
나는 벙어리 부부가 손짓으로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나도 온 몸을 흔들며
˝그럼,그렇구 말구!˝
라고 대답 해주었답니다.
그리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들처럼 소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발,사람들이 이 벙어리 식당을 많이 찾아와주었으면.그래서 빛나는 말이나 반짝이는 겉치레 말보다 마음으로 하는 말이 더 소중하다는 걸 배우고 갔으면…….˝
나는 내 소원이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날마다, 날마다 벙어리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으니까요.
오늘도, 탁자 가득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뜨거운 국수를 후르륵 먹는 걸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벙글벙글 웃고 말았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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