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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가슴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별나라

창작동화 이동렬............... 조회 수 1204 추천 수 0 2005.02.18 16:59:23
.........
작은 별.

우주 전체로 볼 때는 무척 작은 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생각이나 계산으로는 무척 큰 별이었습니다.
이 별은 언제나 시끌시끌하였습니다. 별을 차지하고 있는 ´초록나라´와 ´눈나라´가 늘 아옹다옹 다투었기 때문입니다.
초록나라는 동그란 별의 가운데 넓은 땅을 동서로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눈나라는 동그란 별의 남쪽과 북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초록나라의 국경을 지키고 있는 병사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습니다.
˝장군님, 큰일났습니다. 장군님, 큰일났습니다.˝
병사는 급하게 달려오느라 풀잎과 나뭇잎으로 만든 옷이 온통 땀에 젖어 있었습니다. 마치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그리 숨이 넘어가느냐? 숨을 돌리고 천천히 말해 보거라.˝
역시 초록색 나뭇잎과 풀잎으로 옷을 해 입은 장군이 위엄을 잃지 않고 말했습니다.
˝장군님, 지금 북쪽에 국경에 저어…….˝
병사는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닌 듯했습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듬거렸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그리 야단이냐고 하지 않으냐? 북쪽에 비가 많이 와서 홍수라도 났단 말이냐? 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히 보고해 보거라.˝
장군은 답답하다는 듯 자기 가슴을 치며 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북쪽 눈나라가 우리 나라 국경선을 일제히 넘어서 침범해 왔습니다. 장군님!˝
˝뭐라구! 우리 나라를 침범해 왔다구?˝
장군이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입을 실룩거리며 다그치듯 되물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장군님!˝
병사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습니다.
˝저런 고약한 놈들이 있나! 언젠가는 쳐들어오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쳐들어올 줄은 몰랐구나. 그래 다친 병사들은 많으냐?˝
장군의 목소리는 노여움에 약간 떨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많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펄펄 날던 우리 병사들이 추위에 힘을 못쓰고 자꾸 초록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병사는 울며 보고했습니다.
˝대궐로 가서 이 사실을 급히 보고해야겠다. 어서 국기를 앞세우고 길을 떠나자.˝
장군은 급하게 서둘렀습니다.
병사들은 장군의 명에 따라 마차에 국기를 꽂고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초록색 나뭇잎이 여러 개 그려진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나부꼈습니다.
장군은 궁궐에 들어가 먼저 국방 대신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국방 대신과 함께 임금님께 갔습니다.
˝웬일이오? 두 사람이 이렇게 함께 궁궐에 들어오고 말이오.˝
초록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대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임금님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임금님, 큰일났습니다.˝
국방 대신이 허리를 조아리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엇이 큰일났다는 거야?˝
임금님이 굳은 얼굴에 세모 눈을 해 가지고 물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눈나라에서 우리 나라의 국경선을 침범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장군이 더욱 더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습니다.
˝뭐라고! 적군이 우리 나라를 쳐들어왔어?˝
임금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크게 질렀습니다.
˝임금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국방 대신과 장군은 작은 소리로 말하며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군. 그럼 우리도 전군에 비상을 걸어 적군을 쳐부수어야지.˝
˝그러지 않아도 전군에 비상을 걸어서 적군에 대항해 싸우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국방 대신이 고개를 약간 들며 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잘했어. 아주 이 기회에 눈나라로 밀고 올라가 싹 없애 버려. 북쪽의 눈나라뿐 아니라 남쪽 눈나라까지 쳐서 없어도록. 내 욕심은 이 병을 모두 차지해서 우리의 초록빛 국기가 어딜 가나 펄럭이게 하고 싶거든. 내 말 잘 알았지?˝
임금님은 처음 놀랄 때와는 달리 눈나라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임금님 명령대로 곧 눈나라를 쳐부수겠습니다. 그래서 이 별에는 초록나라만 존재하게 만들겠습니다.˝
국방 대신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임금님,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간단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군이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뭐라구? 그게 뭐가 어렵다는 거야?˝
임금님이 아주 못마땅한 얼굴올 장군을 노려보았습니다.
˝당연히 임금님 말씀대로 실행을 해야 하오나 적군은 이제껏 보지 못하던
위력이 대단한 신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무기?˝
˝예.˝
˝그게 어떤 무기인데, 그렇게 위력이 대단하다는 거야?˝
˝우리 병사들은 그 포탄을 ´가을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포탄이 떨어지면 하늘에서는 찬 서리가 내리고 우리 나라의 상징인 초록빛이 다른 색깔로 변해 갑니다. 아주 큰 포탄을 맞으면 몹시 추운 바람이 세게 몰아쳐 무엇이든 얼어 죽고 맙니다. 뿐만 아니라 가을탄을 쏜 다음에는 ´눈탄´이라는 것을 쏘아서 하얀 눈으로 온 세상을 덮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
˝예, 임금님. 우리 병사들은 그 포탄을 맞지 않기 위해 남쪽으로 자꾸 후퇴하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참 무서운 힘을 가진 신병기군 그래. 이는 필시 우리 나라를 침략해서 모두 눈나라로 만들려는 흉계 속에 비밀리에 개발한 걸 거야.˝
임금님이 한숨을 쉬며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임금님 말씀이 옳습니다. 필시 우리 나라를 쳐들어올 목적으로 개발한 걸 겁니다.˝
눈치만 보며 몸둘 바를 모르던 국방 대신이 재빠르게 말을 받았습니다. 임금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서운 눈초리로 잠시 쏘아볼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만 전선으로 나가 병사들을 독려해서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장군은 임금님께 거수 경례를 한 다음 대궐을 나갔습니다.
˝국방 대신!˝
˝예, 임금님.˝
국방 대신이 얼른 앞으로 나와 허리를 굽혔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그러니 우리 나라도 눈나라의 신무기의 위력에 앞서는 새로운 무기를 개발해.˝
˝예예, 임금님, 그런데 어떤 포탄을 개발하죠? 새로운 포탄을 개발하자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텐데요.˝
국방 대신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어쩔 수 없지 않소? 미리미리 대비 못한 게 잘못이지. 우리 나라는 워낙 넓으니까 눈나라가 우리 나라를 다 차지하지는 못할 거야. 무서운 포탄도 우리 나라를 차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말야. 그러니 우리는 그 새 서둘러 아주 뜨거운 열을 가진 포탄을 개발하란 말야.˝
˝뜨거운 열을 가진 포탄을요?˝
국방 대신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물었습니다.
˝눈나라에 대고 쏘면 얼어붙었던 것들이 모두 녹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포탄을 만들란 말얏!˝
임금님은 짜증을 부리며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예예 , 알겠습니다. 임금님 명령대로 실행하겠습니다.˝
초록나라는 그 날부터 여러 과학자를 모두 동원하여 새로운 포탄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몇 달 만에 새로운 포탄이 개발되었습니다.
포탄의 이름은 ´봄탄´이라고 했습니다. 초록나라 병사들은 힘이 솟았습니다.
새로 개발된 봄탄을 북쪽 국경선으로 가서 눈나라 하늘에 대고 펑펑 쏘아댔습니다.
그러자 봄탄의 위력이 금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눈나라 궁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임금님, 큰일났사옵니다.˝
눈나라 대신은 눈만 빠꼼하게 보이는 하얀 털옷을 입은 채 벗을 생각도 않고 뛰어들며 외쳤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리 야단인가?˝
눈나라 임금님은 털옷 속에 감춰진 배를 쓸어내리며 여유 있게 물었습니다.
˝임금님, 정말로 큰일이 났습니다! 저기 저어……. 지금…… 저어…… 초록나라에서 지금 우리를…… 어…˝
국방 대신은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숨 넘어가겠구먼. 뭔 일인데 그렇게 놀래 가지고 말을 못하노? 마음을 진정하고 천천히 보고를 해 보라구.˝
임금님이 답답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국방 대신은 그제야 제 정신이 든 듯 모자를 벗고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초록나라에서 우리의 가을탄에 맞먹는 위력을 가진 새로운 포탄을 만들어 반격해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자세히 좀 설명을 해 봐. 며칠만 있으며 우리가 초록나라를 완전히 차지할 수가 있는데, 이런 원통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임금님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허공만 쳐다보고 서 있었습니다.
˝초록나라에서 개발한 포탄은 우리의 가을탄과는 반대의 위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을탄을 쏘면 그 언저리가 기온이 낮아져서 나무나 풀잎이 시들어 지저분해지고 결국에는 떨어지고 맙니다. 심한 경우에는 풀잎이나 어린 나무들이 추위에 다 얼어 죽고 말지요. 그런데 초록나라에서 개발한 포탄은 여름 태양의 뜨거운 열을 포탄 속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그 포탄을 맞으면 그 근처의 온도가 무척 올라가지요. 그래서 우리가 점령한 증거로 덮어 놓았던 얼음이나 눈을 녹아 내리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땅 속 온도까지도 올라가게 해서 움츠리고 있던 뿌리에 힘을 줍니다. 힘을 얻은 뿌리들은 다시 흙을 비집고 새싹을 피워 내고, 그 새싹은 무성한 푸른 숲으로 자라나고 맙니다.˝
국방 대신이 손짓을 해 가며 되도록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좀 큰 소리로 다음 설명을 채근했습니다.
˝그 새싹들이 자란 푸른 숲은 먼 데서 보면 아주 큰 초록천으로 뒤덮은 것 같은 초록나라의 영토가 되는 거지요.˝
국방 대신은 입 안에 침이 말라 말을 잘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군사들은 무얼 하고 있어? 적군이 새로 개발한 포탄을 쏘기 전에 우리가 만든 가을탄을 자꾸 쏘아대면 될 것 아냐?˝
임금님은 화난 목소리로 크게 말했습니다.
˝저희들도 그런 줄은 알고 있사오나 이미 만들어진 포탄을 다 쏘았습니다. 나라 안에서 나는 원료도 거의 바닥이 나서 다시 포탄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국방 대신은 임금님의 눈치를 보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뭐라고? 이 일을 어쩐담! 가을탄을 좀 아끼지 않고 그랬어?˝
임금님은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이랬다저랬다 했습니다.
˝……!˝
국방 대신도 대답을 못하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어서 모든 대신들을 불러 모으도록. 여럿이 모여서 머리를 짜내면 좋은 묘안이 나오겠지.˝
˝알겠습니다. 곧 그대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국방 대신은 각 대신에게 임금님의 명령을 지체없이 알렸습니다.
비상 회의 소식을 전해 들은 각 대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속속 들어왔습니다.
임금님이 직접 진행한 대신 회의에서도 별 뾰족한 묘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임금님은 답답했습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멀뚱멀뚱 눈알만 굴리는 대신들을 바라보자니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대신들은 대신들대로 가시 방석이었습니다.
임금님한테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앉아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임금님은 창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대신들도 임금님을 따라 창 밖을 내다보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내다보던 임금님이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외쳤습니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예? 좋은 수라고요?˝
여러 대신들의 눈이 화등잔만해졌습니다.
˝음, 있지. 있고말고.˝
임금님은 굳었던 얼굴을 펴며 웃음기를 띠었습니다.
˝어떤 수입니까?˝
대신들도 따라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국방 대신은 빨리 사람을 시켜 남쪽에 있는 눈나라에 도움을 청하도록. 초록나라가 북쪽 국경에만 힘을 쏟고 있을 때 남쪽 국경을 침범하도록 말야. 하하……. 그러면 초록나라도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일걸. 하하하…….˝
임금님은 체면 생각도 않고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시군요.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헤헤헤.˝
국방 대신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비위를 맞추었습니다.
˝암, 좋은 생각이고말고지. 초록나라에서 새로 개발한 포탄을 모두 북쪽 국경선에 집결시켰을 거란 말야. 무론 병사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그 군사와 포탄을 남쪽으로 옮기자면 많은 시간과 힘일 들겠지. 만약에 남쪽 국경으로 많은 병사와 포탄을 옮겨 가면 그 때 우리가 북쪽 국경을 넘어가면 되지. 그러면 큰 힘 안 들이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국방 대신, 그리고 여러 대신들, 내 생각이 어때?˝
임금님은 좌우를 돌아다보며 큰 소리로 말하고는 어깨를 추스러 올렸습니다.
˝정말로 기가 막힌 생각이십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대신들은 앞을 다투어 알랑거렸습니다.
˝하하핫! 이제 승리는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야. 하하핫! 초록나라가 정신이 없을 때 우리는 가을탄이나 더 만들어 놓자구. 하하핫!˝
˝임금님 만세! 눈나라 만세!˝
임금님은 아주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그러자 대신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만세를 불러 임금님의 기분을 맞췄습니다.
국방 대신은 가벼운 마음으로 궁궐을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나오자마자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형제 눈나라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북쪽 눈나라의 사신을 맞은 남쪽 눈나라는 곧 대신들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결과 초록나라를 쳐들어가기로 결정을 하고는 이를 북쪽 눈나라에서 온 사신에게 통고했습니다.

남쪽 눈나라는 초록나라를 쳐들어갔습니다.
북쪽 국경에만 신경을 쓰던 초록나라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자꾸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쪽 눈나라는 큰 힘 안 들이고 초록나라의 넓은 땅을 많이 차지했습니다.
초록나라는 긴급 대신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결과 남쪽 눈나라로 쳐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북쪽 국경에 있던 군사들과 무기를 남쪽으로 옮겼습니다. 옮기는 데만 몇 달이 걸렸습니다.
초록나라는 어느 날 갑자기 봄탄을 쏘며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잃었던 땅을 몇 달 만에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쪽 눈나라에서 그냥 있지 않았습니다.
싸움은 일년 내내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몇 년이 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쪽에서 전쟁이 끝날 만하면 북쪽에서 시작되고 , 북쪽에서 멎을 만하면 다시 남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나라의 힘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전쟁의 승패는 대략 같았습니다.
두 나라 병사들은 이제 거의 부상병이 되어 더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신들도 임금님도 지쳐 버렸습니다. 전쟁 뒷바라지를 하는 국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나라 살림이 모두 바닥이 났기 때문에 더 싸울래야 싸울 수도 없었습니다.
두 나라 사람들은 똑같이 전쟁을 싫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같이 평화를 그리워했습니다.
´내가 먼저 사신을 보내 평화 협정을 맺자고 해야지. 그렇다고 내가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 거야.´
눈나라 임금님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큰 용기가 없이는 취하기 힘든 행동이었습니다.
´내가 먼저 평화 협정을 맺자고 제의해야지. 전쟁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는 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어. 국민들이 날 보고 비겁자라고 해도 좋아. 결국 국민들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초록나라 임금님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두 나라 임금님의 생각은 어쩌면 동시에 났는지도 모릅니다.
두 나라에서는 거의 같은 시간에 평화 사절단을 보냈습니다. 사절단은 곧 평화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협상은 아주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눈나라와 초록나라는 그 동안 끝없는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이긴 나라는 없습니다. 모두 패자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전쟁은 그만하고 평화를 위해 좋은 의견을 나눕시다.˝
눈나라 대표가 먼저 웃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저도 그 점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 두 나라가 지금처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 또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새싹나라´와 ´단풍나라´를 두기로 합시다.˝
초록나라 대표도 적극 찬성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봄탄을 만들 때 사람들이 모두 가질 수 있는 용기와 희망도 넣읍시다. 그러면 새싹나라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거 좋습니다. 우리도 가을탄을 만들 때 그 속에다 오색 빛깔을 넣겠습니다. 그러면 가을탄을 맞은 나뭇잎들이 지저분하지 않고 아름답게 단풍이 들 것입니다. 그 단풍잎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운 빛깔이 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전쟁을 하려고 마음먹지 않을 것입니다.˝
˝찬성입니다. 우리 두 나라가 봄탄과 가을탄을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살리는 데 씁시다.˝
˝좋습니다. 전쟁을 위해 개발한 무기를 이렇게 반대로 평화를 위해 쓸 줄은 몰랐습니다. 자, 그럼 우리 두 나라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축배를 듭시다.˝
˝그럽시다. 두 나라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건배합시다.˝
두 나라 사절단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돌아갔습니다.
그 날 이후 두 나라의 국경 지방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초록나라가 다스리다가 떠나갈 때쯤 되면 눈나라는 무지개빛 가을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가을탄을 맞은 나뭇잎이나 풀잎들은 아름다운 오색 빛깔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그러한 산과 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절로 무지개빛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풍나라가 떠날 때쯤은 눈나라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흰눈으로 덮힌 세상은 무척 깨끗하고 순박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새싹나라한테 양보했습니다.
새싹나라에 피어나는 꽃과 온갖 새싹을 보면 저절로 용기가 생겼습니다. 희망이 꿈틀거렸습니다. 아지랑이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새싹나라·초록나라·단풍나라·눈나라 이 네 나라가 사이좋게 다스리는 이 작은 별 사람들은 이제 전쟁이라는 낱말을 점차 잊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십 년 후면 그런 낱말은 큰 국어 사전에서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그 낱말이 있나 없나 십 년 후에 꼭 국어 사전을 들춰 보셔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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