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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두더지와 굼벵이

창작동화 이동렬............... 조회 수 1701 추천 수 0 2005.02.18 17:00:16
.........
산과 들에 서 있는 나무마다 초록색 이파리를 잔뜩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면서 날씨도 자꾸 더워졌습니다. 이제는 땅 속까지도 더워졌습니다.
땅 속 밤나무 뿌리 근처에 사는 굼벵이도 더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가 보구나.˝
굼벵이는 몸뚱이를 꿈틀거리며 혼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야, 이제가 뭐야. 여름은 벌써 시작되었다구.˝
가까운 곳에 있던 땅강아지가 굼벵이의 말을 알아듣고는 말참견을 하였습니다.
˝뭐! 벌써 여름이 시작됐다구?˝
˝그렇지 않구. 땅 속 ´여름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몰라.˝
굼벵이는 땅강아지의 말을 듣고 작은 귀를 땅에다 바싹 대 봤습니다.
˝어어, 그러고 보니 정말로 여름 공장의 기계들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네.˝
굼벵이는 꼼틀꼼틀 주름을 움직여 땅에 대었던 귀를 떼며 대꾸했습니다.
늘 해마다 이맘때면 그랬지만 나무 뿌리가 뻗어 있는 땅 속에서는 물과 흙 속의 양분을 뽑아올려 섞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나뭇잎은 나뭇잎대로 6월의 햇볕을 더 받아들여서 자기 얼굴에 초록물을 덧입히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남은 햇볕은 물로 녹여서 뿌리를 통해 땅 속 여름 공장으로 내려보내졌습니다.
그러면 땅 속에 있는 여름 공장에서는 양분과 물을 뒤섞은 것에 햇빛을 섞어서 열매도 만들고 줄기가 더 커지는 약을 만들어 나무마다 나누어 주었습니다.
굼벵이와 땅강아지가 정신을 놓고 여름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뭔가가 살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사사삭, 사사사사삭. 사........˝
˝어, 우리 냄새를 맡은 두더지다! 잡히는 날이면 우리는 끝장이다!˝
땅강아지는 용케도 다가오는 두더지를 알아채고는 얼른 다른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굼벵이는 도망을 가 봤자 그 자리가 그 자리였습니다.
끝내 두더지는 굼벵이 냄새를 맡고 나무 뿌리까지 굴을 뚫으며 다가왔습니다.
˝야, 굼벵이잖아! 마침 배가 고프던 참에 잘 만났다. 네 인생이 불쌍하긴하다만 어쩔 수가 없구나. 내가 아직 아침 식사를 못해서....˝
두더지는 굼벵이를 보고 입맛을 쩝쩝 다시며 달겨들었습니다.
˝안 돼요! 저는 이제 며칠만 있으면 매미가 되어 하늘을 맘껏 날 수가 있단 말이어요. 저는 오직 그 날을 위해 6년이란 긴 세월을 이 땅 속에서 꾹 참고 살아왔단 말이어요. 그러니 제발 이번 한번만 살려 주세요.˝
굼벵이는 온몸을 꿈틀거리며 아주 슬픈 목소리로 애원했습니다.
˝뭐라구! 한 시간에 한 뼘도 못 가는 주제에 뭐가 어쩌구 저째? 네가 하늘을 날 수가 있어? 흥, 꿈이 너무도 야무지다. 나같이 덩치 큰 이 어른도 아직 못 날아 본 하늘을 뭐 네가 날겠다구?˝
두더지는 굼벵이의 말을 듣고 기가 찬지 비아냥거리며 삽 모양의 앞발로 굼벵이를 톡톡 건드렸습니다.
˝아저씨는 영원히 하늘을 날 수 없지만 저는 정말로 날 수 있다고요.˝
˝........?˝
두더지는 굼벵이의 말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 대꾸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굼벵이는 이때다 싶어 다시 더 부드러운 말로 두더지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두더지 아저씨는 시력이 나빠서 못 보시지만 하늘에는요, 솜사탕 같기도 하고, 양 떼 같기도 한 구름들이 수 없이 떠 있어요. 그리고 파란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처럼 비행기도 날아다닌답니다. 그런가하면 두더지 아저씨들을 잡아먹는 수리나 말똥가리 같은 새들도 많이 날아다녀요. 그뿐인 줄 아세요. 제가 하늘을 날면서 두더지 아저씨들을 가장 즐겨 먹는 족제비, 여우, 오소리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다 내려다볼 수가 있다구요.
저를 살려 주시면 하늘을 날다가 아저씨에게 위험이 닥칠 때를 알려 드릴 게요.˝
˝임마, 잔꾀 내지 마. 그러면 내가 너를 살려 줄 줄 아니? 너나 나나 이 컴컴한 땅 속에 살기는 마찬가지인데 네가 어떻게 그리 잘 아누?˝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어요. 우리 조상들이 다 일러 주시거든요. 작년 여름에 이 밤나무 가지에서 울던 우리 할아버지 울음 소리 생각나시죠? 아저씨들은 평생을 땅 속에서만 살아서 잘 모르지만, 나무에서 매미들이 우는 것은 조상들이 우리한테 그날그날 하늘을 날며 본 것을 일러주는거라구요. 그러면서 우리를 공부시키는거라구요. 아시겠어요?˝
˝아무리 네가 떠들어도 너는 굼벵이야. 너희들보다는 우리가 훨씬 위대하고 훌륭하지.˝
두더지는 굼벵이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자기네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조상도 훌륭하다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은 얘기인데, 아주 먼 옛날에 우리 조상이 결혼 상대자를 구하려고 했대. 그 분은 생각 끝에 하느님을 찾아가 자기 아내가 되어 달라고 졸랐대. 그러나 하느님은 자기가 만물을 다스리긴 하지만 해와 달이 없으면 자기의 덕을 드러낼 수가 없다면서 해를 찾아가 보라고 했대. 그래서 우리 조상은 해님을 찾아가 결혼을 신청했대.˝
˝그래서 해님과 결혼을 했나요?˝
굼벵이는 자기도 모르게 두더지의 얘기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해님은 말하기를, 내가 만물을 비추기는하나 나를 가리는 구름이 더 위대하다고 답했대. 그래 우리 조상은 구름을 찾아갔다는 거야. 그랬더니 구름 얘기는 바람이 불면 자기는 흩어질 수밖에 없으니 바람을 찾아가라고 하더래. 그래 이번에는 바람을 찾아갔대.˝
˝그래서요?˝
˝그랬더니 바람은 밭에 있는 저 돌부처만은 자기가 쓰러뜨릴 수가 없다고 말하더래. 그래서 우리 조상은 다시 돌부처를 찾아갔대. 그런데 그 돌부처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했어요?˝
˝내 비록 바람을 꺾을 수는 있으나 내 발 밑을 두더지가 파면 꼼짝없이
쓰러진다고 하더래. 그래서 그 조상은 두더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두더지와 결혼을 해서 우리 자손들을 퍼트린 거래. 이제야, 내가 얼마나 위대한 집안의 자손인 줄 알겠지?˝
두더지는 진흙이 잔뜩 묻은 얼굴에 장난기 서린 웃음을 머금으며 으스댔습니다.
˝듣고 보니 정말로 위대하시네요. 저는 그런 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위대한 집안의 자손이라면 저같은 것을 먹는다는 게 오히려 수치일거예요. 제가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매일 점심때마다 이 밤나무에 와서 본 것을 다 알려드릴 테니까 아저씨는 이 땅 속에 편하게 누워서 듣기만 하세요. 그러면 노력 하나 안 들이고도 세상 구경을 다 할 수 있다구요. 그러니 제발 저를 살려 주세요. 제가 꼭 약속을 지킬게요.˝
˝약속을 안 지키고 네가 날아가 버리면?˝
두더지는 은근히 마음이 움직여 슬쩍 굼벵이를 떠보았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만약 제가 약속을 안 지키면 이 땅 속에는 우리 형제들이 많잖아요. 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저는 꼭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킬 거예요. 믿어 주세요.˝
˝하긴 내가 너같이 보잘 것 없는 벌레나 잡아먹는 동물이 아니지. 우리 조상은 하느님하고도 결혼을 안한 위대한 집안이데....험험험!˝
두더지는 배가 고팠지만 체면을 지키려고 굼벵이를 살려 주었습니다.
˝휴우, 내가 빨리 매미가 되어야겠구나. 하늘 구경할 날을 며칠 남겨 놓고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나 했네!˝
굼벵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그전보다 더 열심히 나무 뿌리 진을 빨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지나자 굼벵이는 온몸의 가죽이 팽팽해지며 금세 떠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군!´
굼벵이는 서서히 땅 밖으로 기어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밤나무를 타고 올라 갑갑한 허물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이런 게 바로 땅 밖의 세상이구나!˝
매미는 눈 아래에 새로 펼쳐진 신기한 세상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습니다. 매미는 5, 6년 동안 땅 속에서 못 보았던 것을 한꺼번에 다 보기나 하려는 듯 툭 튀어나온 눈을 연방 이리저리 굴리며 날개의 물기를 말렸습니다.
그런 후, 날개의 물기가 다 마르자 푸른 하늘을 조심스럽게 날면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아이쿠나! 벌써 약속 시간이 되었네!˝
매미는 서둘러 밤나무로 다시 날아와 땅 속에 있는 두더지에게 첫보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암매암매암매매맴맴
(새로운 세상의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 떼가 둥둥 떠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자리를 닮은 쇠로 만든 비행기도 날아가고 있습니다.)

매매매매매암매암암맴맴맴
(나무마다 땅 속 여름 공장에서 만든 초록 잎새로 뒤덮혀 온 천지가 모두 초록 물결입니다. 참 싱싱하고 보기가 좋습니다.)

머이머이맴맴머이멈멈멈
(그 중에서도 밤나무는 가지마다 수많은 초록 깃발을 흔들며 땅 속의 두더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동물이라고 외쳐대고 있습니다.)

맴맴! 맴맴맴 맴!
(아, 조심하세요! 두더지를 잡아먹기 위해 수리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두더지 아저씨는 빨리 숨기 바람!˝

그 후에도 매미는 두더지가 듣던 말던 한낮이면 어김없이 밤나무에 찾아
와 자기가 보고 들은 얘기들을 땅 속에 큰 소리로 전했습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취재나간 특파원 기자처럼 말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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