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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염소시계를 사 주세요

창작동화 이동렬............... 조회 수 1488 추천 수 0 2005.02.18 17:01:32
.........
밤이 바다 속같이 깊어만 갔습니다. 높은 아파트에서 주위를 내려다보자니 이제 불이 켜져 있는 집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미라도 열두 시가 훨씬 넘도록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미라는 오늘도 어제처럼 뻐꾸기 시계가 벽에 걸려 있는 거실에서 동생과 자기로 했습니다.
동생은 곤했던지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혼자 돌아가던 선풍기도 정해진 시간이 다 되자 스스로 꺼졌습니다. 이제 미라도 가물가물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뻐꾹!˝
시계 속의 뻐꾸기가 졸다 말고 눈곱을 비비며 나와서 막 잠들려는 미라를 보고는 심통이 났는지 퉁명스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이구 깜짝이야! 저놈의 뻐꾸기가 시끄럽게시리......˝
뻐꾸기가 밤 한 시를 알리는 소리에 벌에 쏘인 아이처럼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미라는 화가 난 나머지 시계 속으로 들어가려는 뻐꾸기를 손으로 때리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닫히는 문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가 걸리면서 순식간에 시계 속으로 쏘옥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어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파리만하게 작아져서 이 시계 안으로 들어오다니...!˝
미라는 잠이 확 달아나 소리쳤지만 그 안에서는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기는 커녕 큰 새들이 자기를 곤충으로 보았는지 자꾸 잡아먹으려고 달겨들어서 숨을 죽이고 나뭇잎 뒤에 숨어 있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야 했습니다. 참 기가 막힌 노릇이었습니다.
시계 안에는 시계 부속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계는 크나큰 시계 나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계나라에 들어가면 우리가 사는 땅과 다를 바 없는 아주 드넓은 시계 나라가 나왔습니다.
그 시계나라에는 모든 것들이 다 시계 부속품으로 쓰이는 톱니바퀴로 되어 있었습니다. 임금님도 톱니바퀴로 된 왕관을 쓰고 있었고, 신하는 물론 백성들도 모두 톱니바퀴로 된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과 들도 모두 톱니바퀴 모양이었고, 산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도 모두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었습니다.
미라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 시계 나라에 숨어들은 게 탄로나면 잡혀 죽을 처지인 것도 잊고 킥킥대며 웃을 뻔하였습니다.
´아니 시계 나라에는 웬 동물들이 이리 많이 살지?´
미라는 나뭇잎 뒤에서 청개구리처럼 눈만 내놓고 숨을 죽인 채 동물들이 모인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럼 늦은 시각에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이 시계 나라 안에도 많은 동물들이 많은데 유독 뻐꾸기만 시계 속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노래를 부르게 하는 시계 공장 주인의 횡포에 대해서 성토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누구나 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사랑을 받으면서 시계 속의 뙤창을 열고 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목이 긴 사슴이 흥분해 코를 실룩거리면서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뻐꾸기 목소리만 고운 게 아닙니다! 목소리로 치면 제 목소리가 더 곱습니다! 꾀골꾀꼴, 여러분 제 목소리가 어떻습니까?˝
꾀꼬리가 얄미우리만치 애교를 부리면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꾀꼬리 소리를 안 좋아합니다. 너무 호들갑스러워 듣는 이를 긴장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목소리는 듣는이에게 긴 여운을 주면서 마치 자기 고향의 어느 산골짜기에 와 있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게 해 주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 뻐꾸기의 목소리를 택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새라도 여러분들과는 족보부터가 다른 새라고요, 흥! 뻐꾹뻐꾹, 뻐꾹뻐꾹뻑뻐꾹뻐꾹......˝
뻐꾸기는 말을 끝마친 후 둘러앉은 여러 동물들을 훑어보며 큰 소리로 울어댔습니다.
그 거만한 행동을 보며 뻐꾸기 소리를 듣는 동물들은 모두 배알이 틀렸습니다.
˝다르긴 뭐가 달라? 시계 공장 주인이 시간을 알릴 때 어느 동물 소리로 울게 할까 하고 고민할 때 우리 시계나라 임금님이 뻐꾸기들이 하도 잘난 체를 잘해서 벌을 세우기 위해 너희들을 내세웠다는 얘기를 우리들은 다 알고 있는데.˝
호랑이가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면서 큰 소리로 무지르자 다른 동물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두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히히힛, 내 작전 대로 잘 되어가는구나. 사람들한테 내 목소리를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마다 긴장하고 기다렸다가 시계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울어보라고. 신선같은 새로서 그게 할 짓인가. 더운 여름날 좁은 시계 문간방에 갇혀 모기에 뜯기는 어떻고, 추운 겨울에 잠도 못 자고 오돌오돌 떠는 것은 또 어떤데? 새는 그저 저 가고 싶은 데를 맘대로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뻐꾸기는 호랑이의 핀잔 소리를 듣고 겉으로는 무서워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반겼습니다. 처음에 뻐꾸기가 여러 동물을 대표해서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린다고 하니까 참 기뻤는데 이제는 좋은 점보다는 불편한 점이 더 많았기 때문이지요.
˝왜 새만 나가야 합니까? 이 염소가 매 시간마다 나가서 ´매애매애´하고 울면 안 됩니까? 아마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집에 목장을 차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아주 좋아할 겁니다.˝
˝나이도 몇 살 먹지 않은 주제에 긴 수염을 달고 나가 울면 건방지다고 할 텐데요.˝
˝사슴 말이 맞아요. 나 같은 짐승이 사람들에게 얼굴을 내밀고 ´어흥어흥!´ 울면 사람들이 놀라서 보기 싫어도 시계를 쳐다볼 것입니다. ´뻐꾸기 시계´보다 ´호랑이 시계´가 어떻습니까? 내가 울면 일어나기 싫어서 꾸무럭대던 게으름뱅이들도 궁둥이를 번쩍번쩍 들고 방에서 뛰쳐 나갈 것입니다.˝
호랑이가 말을 마치고는 벌건 입을 쫙 벌린 후 긴 꼬리에 힘을 주어 시위를 하듯 휘휘 내두르며 거만을 떨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곤하게 자던 사람이 진짜로 호랑이가 나타났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나면 어쩌려고요. 또 어린아이들은 시계 소리만 들으면 울음을 터트려 온 세상이 울음 바다가 될 텐데요. 그러니 사람들과는 가장 오래 같이 생활해온 제가 대표로 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강아지가 호랑이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네 말대로 우리 대표로 호랑이가 안 나가는 것은 찬성인데, 대신 강아지인 네가 나간다는 것도 반대야. 왜냐면 네가 밤중에 시계 속에서 나와 짖는다면 잠자던 사람들이 잠결에 집 밖에 누가 왔는 줄 알고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야. 그리고 강아지를 싫어하는 애들은 네가 물까 봐 큰 소리로 울거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애들은 네 목소리를 들으려고 시계를 내려서 시간을 돌려가며 장난칠 게 뻔하다고. 그러니 내가 나가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은데. 나는 너처럼 사람들하고 오래 같이 살아서 친숙하잖아?˝
검은 꼬리를 가진 수탉이 목덜미의 털을 추켜 세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아냐?˝
원숭이가 닭이 무안스러울 정도로 대받쳐 말하며 나섰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사람들이 나이를 따질 때 무슨 띠냐고 묻잖
아? 그띠에 나오는 동물이 열두 마리니까 시각마다 차례로 나가서 울게 하는 거야. 한 시부터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가 차례로 말이야. 띠를 나타내는 동물도 열두 가지고 시계 속의 시간도 열두 시까지니가 딱 맞잖아.˝
˝어떻게?˝
˝한 시에 쥐가 나와서 ´찍´하고 울고, 두 시에 소가 나와서 ´음머, 음머´하고 울고, 세 시에는 호랑이가 나와서 ´어흥 어흥 어흥´하고 울면 되잖아?˝
˝그 다음은?˝
˝그 다음은 토끼가 나와서 음....토끼가 어떻게 울더라.˝
˝그것 봐. 토끼는 별다르게 우는 소리가 없더고. 더군다나 용은 상상의 동물이니까 우리 시계나라에 없잖아? 그러니 어떻게 할 거야? 용이 나서는 다섯 시에는 아무도 안 나가? 그리고 뱀이 나가서 혓바닥을 날름거려 봐라. 사람들이 그 시계를 사겠나?˝
˝그것도 그렇네.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때 시계나라 임금님이 소문을 듣고 신하와 같이 손수 토론장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여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누가 나가서 울거냐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한다고 하기에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 끝에 시계 공장 주인에게 명령했습니다. 오늘부터 여러 동물들이 각자 나가서 자기 울음 소리로 시각을 알리는 시계를 여러 개 말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추억, 자기 취미에 맞는 시계를 살 것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돼지시계´를 살거고, 목장을 하던 사람은 ´젖소 시계´를 살겁니다. 또 게을러 학교에 자꾸 지각하는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호랑이시계´를 사지 않겠어요.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뻐꾸기가 시계마다 갇혀서 우느라고 수고했으니 우리 모두 큰 박수 한번 쳐 줍시다.˝
˝짝짝짝.....!˝
시계나라 임금님의 말에 따라 아주 큰 박수 소리가 주위를 뒤흔들었습니다.
˝아마 다음달부터는 어느 시계점에서나 다른 동물 시계를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내가 시계 공장 공장장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 놓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맘 푹 놓으시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기........바..........랍.............˝
시계나라 임금님의 말 뒤 끝이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느려지더니 끝도 못 맺고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임금님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흩어지려던 동물들이 발걸음을 옮겨 놓는 동작 그대로 멈춘 채 시계나라는 고요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나뭇잎 뒤에 아주 작은 몸집을 숨기고 앉아 동물 회의를 훔쳐보던 미라도 잠자는 백설 공주처럼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구 깜짝이야!˝
미라는 갑자기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자극을 받고 기겁을 해서 일어났습니다. 놀라서 일어나기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어난 시계나라 동물들은 그 충격을 받고 언제 잠에 빠졌었냐는 듯이 아주 활기있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라가 자기도 이제는 이 시계나라를 벗어날 궁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언니! 언니! 이 시계는 건전지가 다 닳아서 멈춰 있어. 학교 늦었으니까 어서 일어나서 학교 가란 말이야!˝
미라는 새 건전지를 갈아끼우던 동생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어 후다닥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눈곱도 못 뗀 체 가방을 들고 나가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저는 뻐꾸기 시계 대신 ´염소시계´를 사 주세요. 염소 우는 소리가 듣기 좋단 말이어요!˝
˝쟤가 일요일인 것도 모르고 가방은 왜 들고 뛰어 나가니? 그런데 염소시계를 사달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니?˝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와 미라 동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서로 쳐다보기만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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