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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네 집에나 달력이 다 걸려 있지요.
벽에 걸린 그 달력을 볼 적마다, 한낱 종이에 아라비아숫자를 인쇄해 놓은 거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달 그믐날 밤중인 새벽에 일어나서 달력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말이어요.
그러면, 아주 신기하게도 모기 소리만큼 작은 얘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지난 4월 그믐날 밤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4월 30일 밤 열두 시께였지요.
나는 잠을 자다가 무엇에 홀린 듯 부시시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는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내가 자던 벽으로 걸어가 달력에 조심슬헙게 귀를 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어요? 글쎄, 달력 속에서는 아주 작은 얘기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지 뭐예요.
나는 놀라며 소리는 내지르지 않았지만 벽에 기대선 조각품처럼 귀를 나발통만하게 열어 놓고 달력 속에서 울려 나오는 얘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죄다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달력 속 이야기를 엿들은 셈이 되네요.
˝오늘로 4월을 다스린 ´새싹´ 왕자의 임기가 끝난다. 그리고 내일부터 5월이 시작되니, 한 달을 다스릴 다음 왕자를 뽑아야겠는데......˝
임금님은 위엄 서린 목소리로 말하면서 왕자들을 휘둘러보는 듯했습니다.
˝........!˝
선뜻 나서는 왕자가 없는 듯했습니다.
˝누가 좋을까?˝
늙은 임금님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아바마마, 1월은 ´칼바람´ 왕자가 다스렸고, 2월은 ´얼음장´왕자가 다스렸습니다. 3월은 ´봄바람´ 왕자가 다스렸고, 4월은 ´새싹´ 왕자가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냐?˝
˝그런데 어느 왕자도 이 달력 나라를 자기 이름에 걸맞게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바람으로도 못 채웠고, 얼음으로도 못 덮었으며, 새싹도 4월을 가리키는 달력장에만 보였을 뿐입니다.˝
어느 왕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듣기가 답답했던지 좀 큰 소리로 채근을 했습니다.
˝그래서 5월은 이 ´대포´ 왕자인 제가 한번 멋지게 다스려 온 세상을 대포 소리로 꽉 채워 볼까 합니다.˝
그러고보니 말하는 것은 대포라는 이름을 가진 왕자였습니다.
˝아니됩니다, 아바마마. 5월은 이 ´파도´ 왕자가 맡겠습니다. 제가 다스려 온 세상에 짙푸른 파도가 넘치게 해서 시원하게 만들겠습니다.˝
이번에는 ´파도´ 왕자가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제가 맡아 다스리겠습니다. 이 ´매미´ 왕자가 맡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곡식´ 왕자인 제가 맡아서 아주 멋지게 다스리겠습니다.˝
˝5월의 주인으로는 이 ´탈곡기´ 왕자기 제격입니다. 제게 5월을 맡겨 주십시오.˝
매미 왕자와 곡식 왕자, 그리고 탈곡기 왕자 등 이상한 이름을 가진 왕자들이 말문이 터졌는지 서로 자기가 맡아서 다스려보겠다고 시끌시끌했습니다.
달력 나라 임금님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듣고만 있었습니다.
˝아바마마, ´난로´ 왕자인 제가 훈훈한 난로를 피워, 온 나라를 따뜻하게 하는 게 어떨는지요?˝
이번에는 난로 왕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크게 우렸습니다.
임금님은 듣기만 하는지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저는 흰 눈을 내리게 해서, 온 달력 나라를 새하얗게 덮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골목마다 어른과 아이들의 눈사람을 만들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러니 5월을 이 ´흰 눈´ 왕자에게 맡겨 주십시오.˝
흰 눈 왕자는 이름 그대로 추위를 나타내서 그런지 목소리도 발발 떨고 있었습니다.
˝많은 왕자들이 앞을 다투어 모두 자기가 오월을 다스리겠다고 했는데, 어째 너는 한 마디 말도 없느냐?˝
드디어 임금님의 늙은 목소리가 느릿느릿 울려 나왔습니다.
˝너,´코흘리개´ 왕자의 의견은 어떤지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임금님은 코흘리개 왕자의 의견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훌쩍!˝
코흘리개 왕자가 코를 훌적 들이마시는 소리가 또렷하게 드려왔습니다.
˝.......˝
˝왜 대답이 없이 하얀 코만 들이마시고 들꽃을 빙빙 돌리며 씨익 웃기만
하느냐?˝
임금님의 다그치는 목소리였습니다.
˝아바마마, 저 코흘리개 왕자는 철이 덜 들어서 아직 달력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한 줄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저 코흘리개 왕자는 이 나라를 한 달은커녕 단 한 시간도 다스리기 힘들 것입니다.˝
다른 왕자들이 앞으로 나서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웅성웅성하는 가운데
들려왔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왕자들은 다음에도 이 나라를 다스릴 기회가 있으니, 이번 달은 저 코흘리개 왕자에게 맡겨 다스리게 함이 좋을 것 같구나. 좀 부족하더라고 여러 왕자들이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모두 내 뜻을 알겠느냐?˝
˝예,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여러 왕자들은 늙은 임금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5월을 다스릴 코흘리개 왕자의 인사말을 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칼바람 왕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다른 왕자들은 그게 좋겠다고 박수로 환영을 하였습니다.
˝.......˝
˝말은 한 마디도 않고, 웃기만 하냐? 수줍으냐? 자, 기념으로 이 꽃 한 송이를 받아라. 이 꽃을 네 상징으로 들고 다니며 5월을 다스리도록 해라.˝
늙은 임금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그 후 밤마다 달력에다 귀를 대고 들어서 정리한 이야기입니다.
5월 초하루부터 코흘리개 왕자는 달력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보통때처럼 거리로, 들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했습니다.
많은 신하들이 그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가 5월을 다스리는 왕자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코흘리개 왕자는 꽃만 보면 꺾어 들고 다녔고, 그 씨를 맡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만나는 사람마다 박꽃처럼 꾸밈없이 소박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노인에게도 그랬고 아이에게도 그랬습니다. 또, 거지에게도 그랬습니다.
˝별난 왕자님도 다 보겠네, 늘 꽃을 가지고 다니면서, 만나면 먼저 순박하게 웃어 보인다며?˝
˝누가 아니래, 코흘리개 개구쟁이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자님이라니, 허참!˝
달력 나라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달력 나라 사람들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들도 모르게 코흘리개 왕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손에는 모두 꽃을 꺾어 들고, 만나는 사람마다 소박하게 웃어 보였지요.
처음에는 장난 삼아 흉내를 내었지만, 그 흉내는 이내 큰 유행으로 온 나라 안에 번졌습니다. 마치 봄날 온 천지에 진달래 꽃불이 번져가듯이 말입니다.
5월은 어느 왕자가 다스릴 때보다 웃음과 꽃이 가득한 달이 되었습니다.
이제 달력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코흘리개 왕자가 가장 위대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이상한 임금님이었습니다.
벽에 걸린 그 달력을 볼 적마다, 한낱 종이에 아라비아숫자를 인쇄해 놓은 거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달 그믐날 밤중인 새벽에 일어나서 달력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말이어요.
그러면, 아주 신기하게도 모기 소리만큼 작은 얘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지난 4월 그믐날 밤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4월 30일 밤 열두 시께였지요.
나는 잠을 자다가 무엇에 홀린 듯 부시시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는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내가 자던 벽으로 걸어가 달력에 조심슬헙게 귀를 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어요? 글쎄, 달력 속에서는 아주 작은 얘기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지 뭐예요.
나는 놀라며 소리는 내지르지 않았지만 벽에 기대선 조각품처럼 귀를 나발통만하게 열어 놓고 달력 속에서 울려 나오는 얘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죄다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달력 속 이야기를 엿들은 셈이 되네요.
˝오늘로 4월을 다스린 ´새싹´ 왕자의 임기가 끝난다. 그리고 내일부터 5월이 시작되니, 한 달을 다스릴 다음 왕자를 뽑아야겠는데......˝
임금님은 위엄 서린 목소리로 말하면서 왕자들을 휘둘러보는 듯했습니다.
˝........!˝
선뜻 나서는 왕자가 없는 듯했습니다.
˝누가 좋을까?˝
늙은 임금님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아바마마, 1월은 ´칼바람´ 왕자가 다스렸고, 2월은 ´얼음장´왕자가 다스렸습니다. 3월은 ´봄바람´ 왕자가 다스렸고, 4월은 ´새싹´ 왕자가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냐?˝
˝그런데 어느 왕자도 이 달력 나라를 자기 이름에 걸맞게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바람으로도 못 채웠고, 얼음으로도 못 덮었으며, 새싹도 4월을 가리키는 달력장에만 보였을 뿐입니다.˝
어느 왕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듣기가 답답했던지 좀 큰 소리로 채근을 했습니다.
˝그래서 5월은 이 ´대포´ 왕자인 제가 한번 멋지게 다스려 온 세상을 대포 소리로 꽉 채워 볼까 합니다.˝
그러고보니 말하는 것은 대포라는 이름을 가진 왕자였습니다.
˝아니됩니다, 아바마마. 5월은 이 ´파도´ 왕자가 맡겠습니다. 제가 다스려 온 세상에 짙푸른 파도가 넘치게 해서 시원하게 만들겠습니다.˝
이번에는 ´파도´ 왕자가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제가 맡아 다스리겠습니다. 이 ´매미´ 왕자가 맡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곡식´ 왕자인 제가 맡아서 아주 멋지게 다스리겠습니다.˝
˝5월의 주인으로는 이 ´탈곡기´ 왕자기 제격입니다. 제게 5월을 맡겨 주십시오.˝
매미 왕자와 곡식 왕자, 그리고 탈곡기 왕자 등 이상한 이름을 가진 왕자들이 말문이 터졌는지 서로 자기가 맡아서 다스려보겠다고 시끌시끌했습니다.
달력 나라 임금님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듣고만 있었습니다.
˝아바마마, ´난로´ 왕자인 제가 훈훈한 난로를 피워, 온 나라를 따뜻하게 하는 게 어떨는지요?˝
이번에는 난로 왕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크게 우렸습니다.
임금님은 듣기만 하는지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저는 흰 눈을 내리게 해서, 온 달력 나라를 새하얗게 덮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골목마다 어른과 아이들의 눈사람을 만들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러니 5월을 이 ´흰 눈´ 왕자에게 맡겨 주십시오.˝
흰 눈 왕자는 이름 그대로 추위를 나타내서 그런지 목소리도 발발 떨고 있었습니다.
˝많은 왕자들이 앞을 다투어 모두 자기가 오월을 다스리겠다고 했는데, 어째 너는 한 마디 말도 없느냐?˝
드디어 임금님의 늙은 목소리가 느릿느릿 울려 나왔습니다.
˝너,´코흘리개´ 왕자의 의견은 어떤지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임금님은 코흘리개 왕자의 의견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훌쩍!˝
코흘리개 왕자가 코를 훌적 들이마시는 소리가 또렷하게 드려왔습니다.
˝.......˝
˝왜 대답이 없이 하얀 코만 들이마시고 들꽃을 빙빙 돌리며 씨익 웃기만
하느냐?˝
임금님의 다그치는 목소리였습니다.
˝아바마마, 저 코흘리개 왕자는 철이 덜 들어서 아직 달력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한 줄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저 코흘리개 왕자는 이 나라를 한 달은커녕 단 한 시간도 다스리기 힘들 것입니다.˝
다른 왕자들이 앞으로 나서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웅성웅성하는 가운데
들려왔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왕자들은 다음에도 이 나라를 다스릴 기회가 있으니, 이번 달은 저 코흘리개 왕자에게 맡겨 다스리게 함이 좋을 것 같구나. 좀 부족하더라고 여러 왕자들이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모두 내 뜻을 알겠느냐?˝
˝예,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여러 왕자들은 늙은 임금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5월을 다스릴 코흘리개 왕자의 인사말을 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칼바람 왕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다른 왕자들은 그게 좋겠다고 박수로 환영을 하였습니다.
˝.......˝
˝말은 한 마디도 않고, 웃기만 하냐? 수줍으냐? 자, 기념으로 이 꽃 한 송이를 받아라. 이 꽃을 네 상징으로 들고 다니며 5월을 다스리도록 해라.˝
늙은 임금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그 후 밤마다 달력에다 귀를 대고 들어서 정리한 이야기입니다.
5월 초하루부터 코흘리개 왕자는 달력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높은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보통때처럼 거리로, 들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했습니다.
많은 신하들이 그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가 5월을 다스리는 왕자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코흘리개 왕자는 꽃만 보면 꺾어 들고 다녔고, 그 씨를 맡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만나는 사람마다 박꽃처럼 꾸밈없이 소박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노인에게도 그랬고 아이에게도 그랬습니다. 또, 거지에게도 그랬습니다.
˝별난 왕자님도 다 보겠네, 늘 꽃을 가지고 다니면서, 만나면 먼저 순박하게 웃어 보인다며?˝
˝누가 아니래, 코흘리개 개구쟁이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자님이라니, 허참!˝
달력 나라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달력 나라 사람들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들도 모르게 코흘리개 왕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손에는 모두 꽃을 꺾어 들고, 만나는 사람마다 소박하게 웃어 보였지요.
처음에는 장난 삼아 흉내를 내었지만, 그 흉내는 이내 큰 유행으로 온 나라 안에 번졌습니다. 마치 봄날 온 천지에 진달래 꽃불이 번져가듯이 말입니다.
5월은 어느 왕자가 다스릴 때보다 웃음과 꽃이 가득한 달이 되었습니다.
이제 달력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코흘리개 왕자가 가장 위대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이상한 임금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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