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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아기새와 나팔꽃

창작동화 서석영............... 조회 수 1688 추천 수 0 2005.02.24 23:48:04
.........
  대나무 숲에 사는 아기새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둥지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새가 사냥을 나가면 아기새는 늘 혼자였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외로움에 지친 아기새가 둥지 가장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몸이 심하게 기우뚱거렸습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아기새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높은 데서 살고 있었구나.´
눈길을 돌리려던 참입니다.
´꽃이잖아. 참 곱기도 하다.´
아기새는 언덕에 피어난 나팔꽃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기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늘디 가는 소리였습니다.

저 나팔꽃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
저 나팔꽃의 향기에 취해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네.

아기새는 엄마 없는 시간을 늘 그렇게 노래를 하며 보냈습니다.
´도대체 아기새가 뭐라고 하는 거지?´
언덕의 나팔꽃은 아기새의 노랫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내가 다가가는 거야.´
나팔꽃은 아기새 둥지가 있는 대나무를 향했습니다.
하지만 대숲이 시작되는 언덕에서 아기새 둥지가 있는 대나무까지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덩굴로 뻗어 가기에는 짧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거기다, 빽빽이 들어차 있는 다른 대나무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야 했기 때문에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나팔꽃이 아기새 둥지가 있는 대나무에 닿았습니다. 나팔꽃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대나무 밑동에 기댔습니다.
그리고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좀 커졌을 뿐 무슨 노래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기새의 둥지까지 올라가야겠어.´
나팔꽃은 대나무를 감아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무를 잘 타기로 소문난 나팔꽃도 대나무를 오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대나무통은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미끄러웠거든요.
둥지의 아기새는 오르다 나동그라지고 또 오르다 나뒹구는 나팔꽃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아기새를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거기 있어 달라고, 같은 나무에 살고 있으니 이제 더 바랄 게 없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아기새의 바뀐 노래도 나팔꽃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나팔꽃과 꼭대기 둥지에서 애처롭게 노래부르는 아기새를 지켜보아야 하는 대나무도 가슴이 아프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러다 나팔꽃이 둥지에 닿기도 전에 기력을 잃겠는데. … 맞아. 텅 빈 내 속에 아기새의 노래를 채우는 거야. 그리고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내는 거야.´
대나무는 정말 좋은 악기였습니다. 아기새의 노랫소리가 속이 텅 빈 대나무통을 타고 내려왔거든요.

나팔꽃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제 너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어.
네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고
네 향기에 취해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아기새의 노래가 선명히 들리자 나팔꽃은 얼마나 기쁜지 몰랐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고자 맘이 급해졌습니다.
하지만 뿌리에서 멀어질수록 나팔꽃은 생기가 없어졌습니다.
´8월이 다 가기 전에 둥지에 올라야 하는데. 그때가 지나면 난 아침에 잠깐 피는 꽃마저도 피울 수 없으니까.´
마침내 나팔꽃은 아기새 둥지에 꽃 한 송이를 척 걸쳐 놓을 수 있었습니다.
˝와 주었구나. 정말 고마워.˝
나팔꽃은 아무 말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아픔이 서린 눈길로 아기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많이 지쳤구나. 너무 힘들었지?˝
아기새는 날개로 나팔꽃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활짝 피어 있던 나팔꽃잎이 닫혀 버렸습니다.
아기새의 눈물이 시든 나팔꽃 위로 뚝뚝 떨어져내렸습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울었는지 모릅니다.
울다 지쳐 잠이 든 아기새는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대숲이 갑자기 환해져 눈이 부셨거든요.
´어어, 백 년에 한 번 핀다는 대꽃이 피었네.´
일제히 꽃을 피워 올린 대나무들이 아기새를 달래주었습니다.
˝아기새야, 너무 슬퍼하지 마. 나팔꽃이 질 때가 됐거든. 아니, 벌써 9월이니 훨씬 지났지.˝
˝맞아. 너에게 꽃을 보여 주려고, 지금까지 피워 있으려고, 그동안 나팔꽃은 용을 쓴 거야.˝
아기새는 아무 말 못하고 훌쩍거렸습니다.
˝오무린 꽃 속에 든 씨앗을 받아 둬. 그 속에 나팔꽃이 있는 거니까.˝
˝뭐 뭐라고? 이 속에 나팔꽃이 있다고?˝
아기새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저 아래로 내려가 내가 직접 씨앗을 심을 거야.´
아기새는 꽃 속에 든 씨앗이 여물기를 기다리며 다짐했습니다.
새롭게 맘 먹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아기새가 달라졌습니다. 아기새는 일 나가는 엄마새를 가로막고 졸랐습니다.
˝엄마, 걷는 것도 나는 것도 빨리 배우고 싶어요.˝
˝할 수 있겠니?˝
˝어렵겠지만 끝까지 해내고 말 거예요.˝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엄마새가 말했습니다.
˝아프다고 자꾸 주저앉기만 하던 울 애기가 무슨 바람이 불었지? 이제 얼마 가지 않아 하늘을 훨훨 날며 혼자 사냥도 하겠는데.˝
아기새는 오늘도 엄마새를 따라다니며 뒤뚱뒤뚱 걸음마를 배웁니다. 날개를 퍼덕여 가까운 가지로 몸을 옮겨 보기도 합니다. 다리가 꺾이고 날개가 멍이 들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나팔꽃이 남기고 간 씨앗을 바라보면 힘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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