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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개구리가 된 아이들

창작동화 김양수............... 조회 수 1783 추천 수 0 2005.02.28 23:43:08
.........
˝선생님,개구리가 모두 도망갔습니다˝
연못에 담궈논 고기그물망에 개구리를 꺼내러 갔다온 광호가 가쁜 숨을 몰아 소리치며 허겁지겁 교실로 들어섰다.
˝그물이 찢어지기라도 했니?˝
선생님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아니고요,누가 고기망 동여맨 것을 풀어놓았나 봐요.˝
˝뭐라고,그게 누구란 말이냐!˝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꽉 차올랐다.
˝아침에도 분명히 있는걸 보았는데 누가 못된 장난을 한 거야.지금이 자연시간인데 개구리해부를 어떻게 하란 말이야!˝
선생님의 화난 꾸짖음은 계속해서 아이들의 숨소리를 마루바닥에 찰싹 달라붙게 했다.한참동안 아이들은 서로서로 들키지 않게 눈빛만 나눠 가졌을 뿐 교실 안엔 침묵만 가득 넘쳤다.

얼마쯤이 지나서 선생님이 얼굴빛을 바꾸어 아이들을 훑어보시며 찬찬히 입을 여셨다.
˝다행히 비디오테잎을 준비해 놓은 게 있으니 그걸로 수업을 대신하겠어요. 실습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귀중한 생명을 다치지 않게 되었으니 섭섭한 마음을 버리고 즐겁게 공부하기로 해요.˝
선생님과 눈길이 마주 쳤을 때 내 가슴은 쉴새없이 콩닥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선생님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흥미를 송두리째 뺏아간 비디오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 나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마취 당해 아픔을 모른 채 곤충핀에 찔려 누워있는 개구리 모습만 잠깐 보았을 뿐 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긴장 속에 묻어 흐르는 지루한 시간과 씨름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종례가 끝난 후,아이들이 벌떼처럼 복도로 쏟아져 나갈 때 근철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오랜만에 오락이 하고 싶은데 돈좀 꿔 줄래˝
그 말은 근철이의 특허품이었다.다른 아이들의 약점만 잡히면 그걸 꼬투리로 돈을 꿔 갚지않는다는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나는 마음속에 집히는 게 있었지만 시치미를 떼고
˝너 꿔줄 돈이 어디 있니˝
근철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나의 결백함으로 물리치려 당당한 기세를 보였다.그러자 곧 근철이가 먹이를 본 맹수처럼 없는 폼을 있는 대로 잡으며 내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고는
˝연못 속의 개구리가 저절로 도망갈 수 있다고 보지는 않을텐데...˝
그렇게 은근히 협박을 해왔다.그러나 그 허풍을 일찍이 잠재울 양으로 나 역시 목줄에 힘을 주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하고 대들었다.내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교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다행히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아이들이 들었으면 내가 범인으로 지목을 받을 건 뻔한 일이었다.
˝목소리 낮추시지.공부시간에 화장실 갔다온건 너하고 나 뿐인데,난 아니야.그럼 누구겠니?˝
˝나도 아니야.내가 왜 그런 짓을 하니˝
˝넌 동물을 무지무지 사랑하기 때문이지.˝
근철이가 파놓은 함정에 나는 자꾸 빠져들어 가고 있음을 알았다.더 말다툼해 보았자 너구리같은 근철이를 이길 재간도 없었고 마땅히 반박할 말도 찾기가 어려워 나는 주머니 속에서 달그랑거리는 동전을 슬그머니 꺼내어 근철이 손바닥에 던지듯 쥐어주면서
˝이것 밖에 없어.갚지 않아도 좋으니까 다시는 그런 엉터리 추측으로 날 괴롭히지마˝
하고는 꽁지가 빠져라 교실을 뛰어 나왔다.
˝엉터리 추측이라면서 돈은 왜 그냥 주니?˝
능글능글한 근철이의 야유가 내 등뒤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집까지 따라왔다. 그것 때문에 나는 그 날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골치가 찌근찌근 아팠다.
´자연시간에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의 눈길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아니라고 말씀 드릴까.아니야, 그렇게 했다간 되려 내가 더 의심받을 거야.´
결국 나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책가방을 메고 대문을 나서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악마를 본듯 두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지금까지 한번도 학교에 같이 간 적이 없었던 근철이가 우리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눈 앞이 캄캄했다.그러나 나는
˝니가 웬 일이니˝
하고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한 뒤 끓어오르는 화를 눌러 참으며 빠른 걸음으로 앞에서 걸었다.그러자 곧 근철이가 뛰듯이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고 하는 말이 이러했다.
˝밥맛이 없어 아침을 굶었는데 빵좀 사줄래?˝
나는 같지않아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근철이가 계속해서
˝개구리가 배고프다는데 적선좀 해라.개구리에게 베푼 정의 반만 베풀어라.˝
하며 내 손을 잡아 끌었을 때 나는 강력히 뿌리치지 못하고 근철이에게 끌려 빵집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제근아,나는 네가 선생님 앞에 불려나가서 혼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다.왜 그러냐하면 나는 너의 다정한 친구니까.˝
아작아작 빵을 뜯어먹으며 찌껄이는 말투가 어찌나 얄미웠던지 나는 근철이의 뺨다귀라도 올려붙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근철이의 계획적인 심술은 학교에서도 수시로 이어졌다.
당번인 근철이가 물주전자를 들고 내게 다가와서는
˝제근아,나 지금 배가 좀 아파서 그런데 내 대신 물좀 떠올래?˝
하며 주전자를 내밀었다.
˝우린 친구인데 서로 도와줘야지˝
하고 나는 애써 아이들이 눈치채지 않게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는 주전자를 들고 수돗가로 향했다.그러나 거기서 끝치지않고 그 이후에도 하인처럼 근철이를 받드는 비굴한 내 모습이 아이들의 가슴속에 의심의 불을 솔솔 지피고 말았다.
제일 먼저 눈치를 챈 아이가 현태였다.점심시간이 끝날 즈음에 현태가 내게 와서 말을 붙였다.
˝제근아,너 혹시 개구리 사건 때문에 근철이에게 굽실거리니?˝
˝......˝
˝대답이 없는걸 보니 그렇구나.이 바보야,그건 근철이 짓이야.네가 화장실 가는걸 보고 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근철이가 뒤따라 화장실에 갔던 거야.그렇지만 근철이가 힘이 제일 세어서 아무도 고자질을 못했던 거야.˝
˝사실 나도 개구리를 놓아주려고 했었어.그래서 연못에 갔었단 말이야.그런데 누가 이미 놓아주었더구나.그래서 너무 기뻤어. 내가 놓아준 거나 다를 바가 없으니 근철이가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한다해도 난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어.˝
나는 길게 한 숨을 섞으며 해결사로 인기가 있는 현태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차피 네가 하려던 일이었으니 죄를 뒤집어쓰면 어떨까?˝
꾀돌이 현태의 순간적인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듯해서 나는 그 길로 선생님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용서해 주십시오.저는 개구리가 우리 때문에 죄없이 죽는 것이 가엾어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닭똥같은 눈물까지 뚝뚝 흘리자 선생님이 내 어깨를 토닥여 주시며 이렇게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다.
˝나도 너와 똑같은 마음이었단다.그렇지만 공부를 위해서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거야.그러니 네가 한 일을 선생님은 칭찬할 수가 없어.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단다.그렇지만 그 잘못을 뉘우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단다. 제근이의 용기에 놀랐구나. 너를 이 달의 용기있는 어린이로 추천하겠어. 월요일 전교 조회시간에 소개하겠어.˝
용서를 빌러 갔다가 되려 칭찬을 받고 교무실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만했다.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다.누명을 썼어도 나는 기분이 만점이었다.

교실문을 막 들어서려는데 근철이가 건방진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웠다.
˝제근아, 오늘 내 숙제좀 해줄래?˝
˝싫어. 왜 내가 네 숙제를 해주니.˝
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맞섰다.
˝개구리가 불쌍하잖니?˝
˝그래서 내가 놓아주었다.어쩔래!˝
내가 당당하게 나가자 의외라는 듯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정말 선생님께 말씀드린다.˝
˝그건 네 자유야.˝
˝좋아.나 말리지 마.˝
하면서 근철이가 교무실 쪽으로 갔지만 나는 눈도 끔쩍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교무실에 갔던 근철이가 뒤따라 들어와서는 악수를 청했다.
˝제근아, 용기있는 아이로 뽑힌걸 축하해.내 잘못을 용서해 줘. 나도 인제는 나쁜 짓 안 하고 너처럼 용기있는 어린이가 될거야.˝
˝너도 잘못을 뉘우쳤으니 용기있는 어린이야.˝
하면서 내가 근철이 손을 뜨겁게 잡았을 때 현태가
˝개구리 덕분에 근철이가 진정한 우리 친구가 되었구나.축하하는 뜻으로 우리 개구리가 되자.˝
그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죽음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해부용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교실을 뛰어다녔다. 순식간에 교실은 연못이 되었다.아이들은 청개구리가 아닌 우정이 넘치는 예쁜 개구리가 되어 싱글벙글 어깨동무를 하고 진짜 개구리처럼 목놓아 ´개굴개굴´하고 외쳐댔다.그 우렁찬 합창소리는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실 때까지 계속 되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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