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정채봉동화] 두얼굴

정채봉동화 정채봉............... 조회 수 1529 추천 수 0 2005.03.09 00:02:43
.........
한 다리를 저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어느 날 냇가에서 물에 떠내려오는 흰 구름을 보았다. 소녀는 항아리 속에 흰구름을 물과 함께 떠담아가지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아무도 몰래 흰구름을 우물 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는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우물가로 나가서 흰구름하고 이야기하며 지냈다.

하루는 흰구름한테 물어보았다.

˝어떻게 살면 행복해지니? 알고 있다면 말해다오.˝

˝좋아, 내가 깨닫게 해주지.˝

흰구름이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우물 속이 빈 화면이 되었다. 동전 하나가 나타났다. 양쪽 얼굴이 각각 다른 동전이었다. 한쪽은 웃는 표정이었고, 한쪽은 찌푸린 표정이었다. 동전은 때굴 때굴 굴러서 뜨락에 섰다.

˝볕이 드는군. 고맙기도 해라.˝

웃는 얼굴이 말하자 찌푸린 얼굴이 투덜거렸다.

˝무슨 놈의 햇볕이 이렇게 시들해. 활짝 좀 쏟아지지 못하구서.˝

바람이 불어왔다. 단풍잎을 흔들었다. 웃는 얼굴이 말했다.

˝상쾌한 바람이야. 산너머의 소식이 단풍물을 들이네.˝

찌푸린 얼굴이 말했다.

˝빌어먹을, 웬 바람이 이렇게 차담.˝

동전은 때굴때굴 굴러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찌푸린 얼굴이 말했다.

˝먹지 못하는 풀이 왜 이렇게 많아?˝

웃는 얼굴이 말했다.

˝여기는 더덕이 있고, 저기에 고들빼기가 있네.˝

해가 서산 마루에 걸렸다. 웃는 얼굴이 감탄했다.

˝아, 저 해 지는 아름다운 풍경 좀 봐. 이제는 또 별을 보는 기쁨이 오겠네.˝

찌푸린 얼굴이 말했다.

˝해가 청승맞게 지는군. 지긋지긋한 밤이 또 오겠지.˝

돌아오는 길에서 웃는 얼굴이 말했다.

˝한 다리가 성하니 나는 행복하다. 어머니가 계시니 행복하다. 코로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하고,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으니 또한 행복하다.˝

찌푸린 얼굴이 말했다.

˝한 다리를 저니 나는 불행하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더더욱 불행하다. 왼쪽 귀가 약간 멀었으니 나는 불행하고 찬물을 마셔야 하니 역시 불행하다.˝

소녀는 우물에 기대어 잠깐 잠이 들어 있었다.
소녀의 얼굴이 웃는 표정이 되어 우물 속에 떠 있었다.
흰구름이 살며시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8 외국동화 [외국동화] 펠레의 가출 아스트리드 2005-03-13 1732
267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비단고둥의 슬픔 정채봉 2005-03-13 1787
266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물에서 나온 새 정채봉 2005-03-13 1324
265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꽃다발 정채봉 2005-03-13 2126
264 전래동화 [고전동화]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2005-03-13 2121
263 창작동화 [창작동화] 메아리 이주홍 2005-03-13 1340
262 창작동화 [창작동화] 벚나무 이케다 2005-03-13 1074
261 창작동화 [창작동화] 푸른 바다와 소년 이케다 2005-03-13 1712
260 창작동화 [창작동화] 호도와 차돌멩이 [1] 이동렬 2005-03-09 1116
259 창작동화 [창작동화] 악수의 꽃병 이동렬 2005-03-09 920
258 창작동화 [창작동화] 솔새가 물어온 메아리 이동렬 2005-03-09 1134
257 창작동화 [창작동화] 늙은 가재의 죽음 이동렬 2005-03-09 1576
256 창작동화 [창작동화] 병사들과 무지개 이동렬 2005-03-09 1525
255 창작동화 [창작동화] 빛살이 들려 준 이야기 이동렬 2005-03-09 1610
254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작은 물 [1] 정채봉 2005-03-09 1447
» 정채봉동화 [정채봉동화] 두얼굴 정채봉 2005-03-09 1529
252 창작동화 [창작동화] 꼬마 해결사 김양수 2005-03-09 1144
251 창작동화 [창작동화] 거울 속에 숨어 사는 아저씨 김양수 2005-03-09 1354
250 창작동화 [창작동화] 하느님의 저울 권용철 2005-02-28 1895
249 창작동화 [창작동화] 도자기와 곰인형 이정혜 2005-02-28 1616
248 창작동화 [창작동화] 왕따는 싫어요 이정혜 2005-02-28 1826
247 창작동화 [창작동화] 숲속나라 임금님 김양수 2005-02-28 2023
246 신춘문예 [2000광주일보] 할머니의 약속 -김미아 김미아 2005-02-28 1458
245 창작동화 [창작동화] 날아다니는 형사 김양수 2005-02-28 1332
244 창작동화 [창작동화] 개구리가 된 아이들 김양수 2005-02-28 1783
243 창작동화 [창작동화] 신기한 사과나무 박윤규 2005-02-28 1321
242 창작동화 [창작동화] 수평선으로 가는 꽃게 박윤규 2005-02-28 1475
241 신춘문예 [2000조선일보] 달 우물역 철마가 간다 - 이희곤 2005-02-28 1499
240 신춘문예 [2000국제신문] 우리 이모는 4학년 - 정란희 2005-02-24 1758
239 신춘문예 [2000대한매일] 흥, 썩은 감자잖아! - 이환제 2005-02-24 2104
238 신춘문예 [45회 아동문예] 대싸리의 꿈 -안선모 안선모 2005-02-24 1619
237 창작동화 [창작동화] 꽃신 강소천 2005-02-24 1314
236 창작동화 [창작동화] 얼룩 고양이 허은순 2005-02-24 2090
235 창작동화 [창작동화] 난 찬밥이 아니에요 허은순 2005-02-24 1534
234 창작동화 [창작동화] 만년 셔츠 방정환 2005-02-24 1650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