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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동화] 작은 물

정채봉동화 정채봉............... 조회 수 1453 추천 수 0 2005.03.09 00:03:25
.........
계절이 바뀌면서부터 높은산 바윗골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흰구름이 자주 와서 맴을 돌았고, 바람이 골골이 찾아들어 티끌을 쓸어갔다. 밤이면 별빛이 소록소록 재였고, 아침이면 안개가 해 뜬 뒤에까지도 자욱하였다.

어느 날, 밤중에 번개가 쳤다. 천둥이 울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두번 세번 번갯불이 스쳐간 뒤였다.

첩첩이 쌓인 바위틈이 바늘귀만큼 열리었다. 그리고 거기로부터 한 점 푸름이 비어져 나왔다. 터오는 먼동과 함게 물방울은 하나 둘 모여서 작은 물줄기를 이루었다. 골안개 밑으로 흐르면서 산삼뿌리를 스쳤다. 사향노루가 딛고 간 발자국을 닦았다.

오랜 세월동안 비와 바람에 파여진 돌들이 나타났다. 작은 물은 거기에서 숨을 돌렸다. 바로 건너편에 깊은 골짜기가 있었다. 골짜기에는 한 떼의 물이 모여 있었다. 작은 물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물이었다. 큰 물이 말을 걸어왔다.

˝넌 왜 그렇게 작은 길을 가니?˝

˝왜? 이 길이 어때서?˝

˝그 길은 작기 때문에 험한 고생만 하게 돼.˝

작은 물이 물었다.

˝네가 가는 길은 편해서 좋니?˝

˝그럼. 계속 넓어지니까. 그렇게 가다보면 강에도 이르고, 바다에도 이를 거 아냐.˝

˝그게 너의 살아가는 뜻이니?˝

˝나한텐 뜻 같은건 없어. 그냥 많은 친구들이 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야.

그러다가 한 세상 마치는 거지 뭐.˝

작은 물이 말하였다.

˝나한테는 작지만 소중한 뜻이 있어. 이 길이 작고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가는 데까지 가볼테야.˝

작은 물은 길을 떠났다. 가파른 돌벼랑으로 길은 이어졌다. 숨이 차고 발이 아팠다. 그러나 쉬어갈 만한 틈이 없었다. 그치지 않고 흘러가야만 했다. 아래의 큰 물은 천천히 구비쳐 흐르면서 산구비에 이르러서는 한참씩 머물기도 하는데...

하지만 작은 물의 몸만큼은 큰 물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맑았다. 먼지 하나 끼지 않았고, 이끼 한 올 슬지 않았다.

작은 물 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작은 물은 곤두박질을 하며 아래로 떨어졌다. 아래는 작은 소였다.

소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 하나는 큰 물로 합해지는 넓은 길이었고, 하나는 숲속으로 간신히 열려진 좁은 길이었다.

아래편 여울에서 큰 물이 손짓을 했다.

˝고생하지 말고 어서 이쪽으로 와.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그길로 갔다가 다시 이쪽 길로 돌아올 수 있어?˝

˝그렇게는 되지 못해. 한번 합해지면 그만이야.˝

작은 물은 말하였다.

˝그럼 나는 나의 좁은 길을 갈테야. 내 몸이 하나인데 왜 두 길을 넘어보겠어˝

좁은 길로 들어선 작은 물은 숲속으로 한참을 흘렀다. 전나무들이 뒤덮인 산모퉁이에 이르면서 힘이 다한 것을 느꼈다.몇 구비를 지나서 움푹 패여진 바닥에 드디어 멈추어 서고 말았다.

˝이제 나는 풀잎 하나를 밀어낼 힘까지도 모두 써버렸어.

비록 더 멀리 가지는 못하였지만 나는 나의 길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왔어.

˝작은 물은 눈을 감았다.

이튿날, 눈을 떠본 작은 물은 놀랐다. 나무들과 풀꽃들이 작은 물을 빙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한 점, 흰 구름이 가슴 위에서 맴을 돌고 있었고 눈이 맑은 노루가 목을 축이고 있었다. 바위종달이가 부르는 노래를 작은 물은 들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댓글 '1'

ㅏㅑㅕ

2005.12.07 21:40:40

ㅜㅡㅡ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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