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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한가운데 아주 작은 별이 떠 있었습니다.
그 작은 별에는 동물들만이 살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은 같은 종류끼리 무리를 지어 들판이나 산에 살았습니다.
동쪽의 넓은 숲에는 곰들이 모여 사는 곰 마을이 있었습니다.
산 너머 서쪽에는 독수리들이 모여 사는 독수리 마을도 있었습니다.
곰 나라 옆에는 토끼, 여우, 노루, 사슴, 다람쥐 등등의 마을도 있었습니다.
또 독수리 나라 주위에는 참새, 할미새, 공작, 파랑새 등등의 마을도 있었습니다.
여러 동물들은 서로 다른 마을을 이루고 살았지만 아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평화로운 가운데 작은 별에는 동물수가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별의 크기는 더 늘어나지 않는데 동물 수만 늘어나서 큰일이야.˝
˝누가 아니래. 이렇게 나가다가는 우리가 굶어 죽게 생겼어.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뭐 별 수 있겠어. 우리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니까 토끼 마을이나 다람쥐 마을 등을 우리가 겉으로 도와주는 척하면서 그들의 먹이를 슬쩍슬쩍 하는 수밖에 없지.˝
˝토끼나 다람쥐 마을 동물들도 바보들이 아닌 이상 우리의 속셈을 다 알텐데?˝
˝끝내는 알게 되겠지. 그때는 우리들이 힘으로 밀어부치는 수밖에 없지. 저희들이 힘으로는 감히 우리를 당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이 작은 별의 평화는 깨질텐데…. 이제껏 덩치 크고 작고를 떠나 그래도 동물들끼리 서로 행복하게 어울렸는데…….˝
˝그런 생각일랑은 이제 아예 말라구. 내 배가 곯아 착달라붙는 마당에 그런 생각하게 생겼어. 당장 내일부터라도 작은 동물들 마을을 우리 손아귀에 넣는 작업에 착수하자구.˝
˝……!˝
곰 마을의 덩치 큰 곰들이 참나무 숲에 모여 앉아 의논을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튿날 곰들은 모두 나서서 다른 동물들을 냇가 느티나무 그늘로 모이게 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르고 궁금증을 가진 채 모여들었습니다.
˝여러분, 다른 별에서 우리 동물 나라를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그 소문대로 우리 동물 나라가 침범을 당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침범을 당했다면 누가 나서서 싸우겠습니까?˝
덩치가 황송아지만한 불곰이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듯 말했습니다.
갑자기 생각지 못했던 말이 불곰의 입에서 나오자 다른 동물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얼른 대꾸를 못했습니다.
˝여러분, 누가 맞서서 싸우겠습니까? 왜 대답이 없습니까?˝
이번에는 옆에 서 있던 흰곰이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역시 다른 동물들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모두 나가 싸워야죠.˝
그때 당돌하게도 어느 다람쥐가 말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그 다람쥐를 쳐다보았습니다.
˝뭐라구! 네가 나가서 싸우겠다구? 네가 나가서 뭘로 싸우니? 긴 꼬리로 춤이나 추겠지. 힘이 있나, 이빨이 있나 발톱이 강한가, 덩치가 큰 가……. 적과의 싸움은 입술로만 싸우는 게 아니야, 이 꼬마야 내 말 알아듣겠니?˝
불곰이 어이없어 하며 다람쥐를 놀리듯이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바람에 다른 동물들도 굳었던 얼굴을 펴고 크게 웃었습니다.
˝만약 다른 별에 사는 동물들과 싸움이 붙는다면 힘이 최고로 쌘 우리들이 앞장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 곰들이 이 작은 별의 다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나가 싸워야 한다 이말입니다.˝
그 불곰은 여기까지 마치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침을 꿀꺽 삼킨 후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라도 여러분들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힘든 일이지만 여러분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선 것입니다.˝
불곰의 말이 끝나자 여기 저기서 곰들이 먼저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자 다른 동물들도 박수를 힘차게 쳤습니다.
하지만 박수를 안 치는 동물이 하나있었습니다.
독수리였습니다.
˝저기 자작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독수리는 왜 박수를 안 치는 겁니까?˝
불곰이 아주 불쾌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이 동물 나라를 지키는데 곰들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믿지는 않습니
다.˝
검은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움직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부러 큰 날개를 쫙 펴서 흔들어 보였습니다.
˝뭐요? 그렇다면 곰들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단 말이오?˝
˝싸움은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덩치만 믿고 대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곰짓입니다.˝
˝아니 뭐라구!˝
불곰이 식식거리며 대들 듯이 다가서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롱하듯이 노란 눈알을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대꾸했습니다.
˝다른 별에서 우리 동물 나라를 침범하려면 날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곰들은 땅에 기어다니며 싸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벌써 싸움의 승패는 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동물과 기는 동물. 여러분,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동물요!˝
독수리의 말에 나는 동물들은 깊은 뜻을 알아채고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새들과 기는 동물들의 편싸움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는 동물들은 곰 주위에 몰려들었고 날개와 부리를 가진 새들은 독수리 주위에 몰려왔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큰 덩치를 가지고 독수리한테 당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동물들은 힘을 합칩시다.˝
은근히 화가 난 곰들은 다른 동물들을 부추겼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비록 덩치는 작지만 날개와 부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 동물들은 단 한 길도 날아오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날아가 날카로운 부리로 그들의 눈알을 쪼고, 발톱으로 얼굴에 생채기를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동물 나라는 우리 새들이 나서서 지켜야 합니다.˝
독수리는 새들을 부추겨 숲 속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날부터 곰과 독수리는 서로 으르릉 거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 헐뜯고 욕을 했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고개를 휙 돌리고 못 본 체하고 지나쳤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이 별에는 동물 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곰들이 우리까지도 힘으로 지배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곰의 행동에 절대로 굴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새들은 물론 짐승들까지 지배해야 합니다. 우리가 곰들보다 못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제일 용감하게 생긴 독수리가 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크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독수리들이 이 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독수리끼리 똘똘 뭉쳐야 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새들을 모두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니 후 약한 짐승들부터 우리 편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부리가 유난히 꼬부라진 큰 독수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자 다른 독수리도 그래야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독수리들은 다른 새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힘을 합치자고 했습니다.
다른 힘센 동물들이 괴롭히면 독수리들이 맡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힘이 약한 새들은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독수리들이 말을 하기도 전에 자청해서 들어오는 새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기는 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힘이 약한 동물들은 곰들이 시키는 대로 잘했습니다. 또 먼저 찾아와 아양을 떠는 짐승들도 많았습니다.
간혹 덩치가 큰 동물들은 말을 안 듣기도 했지만 곰들이 힘으로 억눌러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세월이 흐르자 작은 별은 곰과 독수리가 나누어서 지배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음, 이제 독수리들만 누르면 이 작은 별은 우리가 다스릴 수 있겠구나. 독수리들을 누르려면 머리를 써서 무기를 만들어야 해.˝
˝맞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독수리들을 눌러야만 합니다.˝
곰들은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얼굴로 의논을 했습니다.
독수리들도 곰들을 지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느라 바빴습니다.
˝이제 곰들만 무릎을 꿇리면 이 작은 별은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려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해. 한 방만 쏘면 많은 곰들이 보기좋게 쓰러질 수 있는 그런 무기를 만들어야 해.˝
곰들과 독수리들은 싸울 때 쓸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두 마을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무기가 만들어져 나왔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무시무시한 무기들도 산더미처럼 쌓여갔습니다.
무기를 만들자니 자연히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살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무기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을 살림살이에 쓰면 훨씬 잘 살텐데. 하지만 우리는 무기를 그만 만들고 그 돈을 다른 데 쓰고 싶지만 독수리 나라에서 쳐들어올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곰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 고민은 독수리들도 똑같았습니다.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상대편의 눈치를 보면서 오래 오래 말을 못했습니다.
˝이럴 필요가 없어.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하늘을 제맘대로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을 다 잡을 수는 없어.˝
˝곰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해야겠어. 우리에게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가 있다고 해도 그 힘센 곰들을 다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야.˝
두 동물들은 뒤늦게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두 마을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리 이제 서로 손잡고 웃으며 삽시다.˝
˝으르릉거려도 이득이 없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으니 서로 악수합시다.˝
곰과 독수리 마을 대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당신 가슴에 꽂은 꽃은 우리 마을 꽃이 아닙니까?˝
독수리 마을 대표가 곰마을 대표의 가슴에 꽂힌 꽃을 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철통같이 막았지만 꽃씨가 하늘로 날아왔는지 길가에 피어 있더군요.˝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해의 회담을 하는 기념으로 꺾어 제 가슴에 꽂고 나왔습니다.
곰마을 대표는 독수리 마을 대표에게 민들레꽃이 꽂혀 있는 왼쪽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유리판으로 온 마을을 뒤집어 씌우기 전에는 상대국의 꽃씨가 전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가 봅니다. 실은 우리도 물샐 틈 없이 막았는데 당신네 마을의 꽃씨가 들어와 들판에 꽃이 피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꺾어왔지요. 허허헛!˝
독수리 마을 대표도 멋쩍게 웃으면서 가방에서 곰마을 꽃인 엉겅퀴를 몇 송이 꺼내 책상에 놓았습니다.
˝우리 이제 이렇게 마음이 통했으니 그 기념으로 두 마을에 쌓여 있는 무기를 다 없애기로 합시다.˝
˝그럽시다. 그런 뜻에서 대포 포탄에서 탄알과 화약을 빼내고 물잔으로 씁시다. 그 물잔으로 옹달샘물을 떠서 엉겅퀴 꽃잎과 민들레 꽃잎을 띄워 건배 한 번 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자, 그러면 말 나온 대로 지금 곧 실천합시다.˝
두 동물 마을 대표는 그 자리에서 양쪽 나라에서 대포 포탄 탄피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옹달샘물을 치렁치렁하도록 채웠습니다.
두 마을 대표는 민들레와 엉겅퀴 꽃잎을 몇 개 띄운 물잔을 서로 가볍게 부딪친 후 단숨에 마셨습니다.
˝이렇게 마시니 물맛이 기가 막히게 좋군요.˝
˝정말 그렇군요. 그런데 이 빈 포탄은 무엇에 쓴담?˝
˝좋은 수가 있습니다. 그 포탄에다 물을 채우고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을 꽂아 놓읍시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군요. 그럼 꽃병 이름은 ´악수의 꽃병´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요.˝
˝그렇겠군요. 당장에 그렇게 합시다.˝
두 마을 대표는 포탄 물잔에 두 마을을 상징하는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을 잘 어울리게 꽂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악수를 나눈 다음에 뜨겁게 껴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동물들의 가슴에는 벌써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이 어우러진 고운 꽃물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동물들마다 포탄에 두 가지 꽃을 꽂아 놓는 게 큰 유행으로 번졌습니다.
여러분들 주위에도 그런 꽃병이 있나 주위깊게 살펴보세요.
그 작은 별에는 동물들만이 살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은 같은 종류끼리 무리를 지어 들판이나 산에 살았습니다.
동쪽의 넓은 숲에는 곰들이 모여 사는 곰 마을이 있었습니다.
산 너머 서쪽에는 독수리들이 모여 사는 독수리 마을도 있었습니다.
곰 나라 옆에는 토끼, 여우, 노루, 사슴, 다람쥐 등등의 마을도 있었습니다.
또 독수리 나라 주위에는 참새, 할미새, 공작, 파랑새 등등의 마을도 있었습니다.
여러 동물들은 서로 다른 마을을 이루고 살았지만 아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평화로운 가운데 작은 별에는 동물수가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별의 크기는 더 늘어나지 않는데 동물 수만 늘어나서 큰일이야.˝
˝누가 아니래. 이렇게 나가다가는 우리가 굶어 죽게 생겼어.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뭐 별 수 있겠어. 우리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니까 토끼 마을이나 다람쥐 마을 등을 우리가 겉으로 도와주는 척하면서 그들의 먹이를 슬쩍슬쩍 하는 수밖에 없지.˝
˝토끼나 다람쥐 마을 동물들도 바보들이 아닌 이상 우리의 속셈을 다 알텐데?˝
˝끝내는 알게 되겠지. 그때는 우리들이 힘으로 밀어부치는 수밖에 없지. 저희들이 힘으로는 감히 우리를 당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이 작은 별의 평화는 깨질텐데…. 이제껏 덩치 크고 작고를 떠나 그래도 동물들끼리 서로 행복하게 어울렸는데…….˝
˝그런 생각일랑은 이제 아예 말라구. 내 배가 곯아 착달라붙는 마당에 그런 생각하게 생겼어. 당장 내일부터라도 작은 동물들 마을을 우리 손아귀에 넣는 작업에 착수하자구.˝
˝……!˝
곰 마을의 덩치 큰 곰들이 참나무 숲에 모여 앉아 의논을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튿날 곰들은 모두 나서서 다른 동물들을 냇가 느티나무 그늘로 모이게 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르고 궁금증을 가진 채 모여들었습니다.
˝여러분, 다른 별에서 우리 동물 나라를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그 소문대로 우리 동물 나라가 침범을 당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침범을 당했다면 누가 나서서 싸우겠습니까?˝
덩치가 황송아지만한 불곰이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듯 말했습니다.
갑자기 생각지 못했던 말이 불곰의 입에서 나오자 다른 동물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얼른 대꾸를 못했습니다.
˝여러분, 누가 맞서서 싸우겠습니까? 왜 대답이 없습니까?˝
이번에는 옆에 서 있던 흰곰이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역시 다른 동물들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모두 나가 싸워야죠.˝
그때 당돌하게도 어느 다람쥐가 말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그 다람쥐를 쳐다보았습니다.
˝뭐라구! 네가 나가서 싸우겠다구? 네가 나가서 뭘로 싸우니? 긴 꼬리로 춤이나 추겠지. 힘이 있나, 이빨이 있나 발톱이 강한가, 덩치가 큰 가……. 적과의 싸움은 입술로만 싸우는 게 아니야, 이 꼬마야 내 말 알아듣겠니?˝
불곰이 어이없어 하며 다람쥐를 놀리듯이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바람에 다른 동물들도 굳었던 얼굴을 펴고 크게 웃었습니다.
˝만약 다른 별에 사는 동물들과 싸움이 붙는다면 힘이 최고로 쌘 우리들이 앞장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 곰들이 이 작은 별의 다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나가 싸워야 한다 이말입니다.˝
그 불곰은 여기까지 마치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침을 꿀꺽 삼킨 후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라도 여러분들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힘든 일이지만 여러분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선 것입니다.˝
불곰의 말이 끝나자 여기 저기서 곰들이 먼저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자 다른 동물들도 박수를 힘차게 쳤습니다.
하지만 박수를 안 치는 동물이 하나있었습니다.
독수리였습니다.
˝저기 자작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독수리는 왜 박수를 안 치는 겁니까?˝
불곰이 아주 불쾌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이 동물 나라를 지키는데 곰들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믿지는 않습니
다.˝
검은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움직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부러 큰 날개를 쫙 펴서 흔들어 보였습니다.
˝뭐요? 그렇다면 곰들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단 말이오?˝
˝싸움은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덩치만 믿고 대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곰짓입니다.˝
˝아니 뭐라구!˝
불곰이 식식거리며 대들 듯이 다가서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롱하듯이 노란 눈알을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대꾸했습니다.
˝다른 별에서 우리 동물 나라를 침범하려면 날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곰들은 땅에 기어다니며 싸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벌써 싸움의 승패는 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동물과 기는 동물. 여러분,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동물요!˝
독수리의 말에 나는 동물들은 깊은 뜻을 알아채고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새들과 기는 동물들의 편싸움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는 동물들은 곰 주위에 몰려들었고 날개와 부리를 가진 새들은 독수리 주위에 몰려왔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큰 덩치를 가지고 독수리한테 당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동물들은 힘을 합칩시다.˝
은근히 화가 난 곰들은 다른 동물들을 부추겼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비록 덩치는 작지만 날개와 부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 동물들은 단 한 길도 날아오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날아가 날카로운 부리로 그들의 눈알을 쪼고, 발톱으로 얼굴에 생채기를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동물 나라는 우리 새들이 나서서 지켜야 합니다.˝
독수리는 새들을 부추겨 숲 속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날부터 곰과 독수리는 서로 으르릉 거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 헐뜯고 욕을 했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고개를 휙 돌리고 못 본 체하고 지나쳤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이 별에는 동물 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곰들이 우리까지도 힘으로 지배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곰의 행동에 절대로 굴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새들은 물론 짐승들까지 지배해야 합니다. 우리가 곰들보다 못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제일 용감하게 생긴 독수리가 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크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독수리들이 이 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독수리끼리 똘똘 뭉쳐야 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새들을 모두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니 후 약한 짐승들부터 우리 편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부리가 유난히 꼬부라진 큰 독수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자 다른 독수리도 그래야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독수리들은 다른 새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힘을 합치자고 했습니다.
다른 힘센 동물들이 괴롭히면 독수리들이 맡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힘이 약한 새들은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독수리들이 말을 하기도 전에 자청해서 들어오는 새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기는 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힘이 약한 동물들은 곰들이 시키는 대로 잘했습니다. 또 먼저 찾아와 아양을 떠는 짐승들도 많았습니다.
간혹 덩치가 큰 동물들은 말을 안 듣기도 했지만 곰들이 힘으로 억눌러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세월이 흐르자 작은 별은 곰과 독수리가 나누어서 지배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음, 이제 독수리들만 누르면 이 작은 별은 우리가 다스릴 수 있겠구나. 독수리들을 누르려면 머리를 써서 무기를 만들어야 해.˝
˝맞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독수리들을 눌러야만 합니다.˝
곰들은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얼굴로 의논을 했습니다.
독수리들도 곰들을 지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느라 바빴습니다.
˝이제 곰들만 무릎을 꿇리면 이 작은 별은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려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해. 한 방만 쏘면 많은 곰들이 보기좋게 쓰러질 수 있는 그런 무기를 만들어야 해.˝
곰들과 독수리들은 싸울 때 쓸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두 마을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무기가 만들어져 나왔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무시무시한 무기들도 산더미처럼 쌓여갔습니다.
무기를 만들자니 자연히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살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무기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을 살림살이에 쓰면 훨씬 잘 살텐데. 하지만 우리는 무기를 그만 만들고 그 돈을 다른 데 쓰고 싶지만 독수리 나라에서 쳐들어올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곰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 고민은 독수리들도 똑같았습니다.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상대편의 눈치를 보면서 오래 오래 말을 못했습니다.
˝이럴 필요가 없어.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하늘을 제맘대로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을 다 잡을 수는 없어.˝
˝곰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해야겠어. 우리에게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가 있다고 해도 그 힘센 곰들을 다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야.˝
두 동물들은 뒤늦게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두 마을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리 이제 서로 손잡고 웃으며 삽시다.˝
˝으르릉거려도 이득이 없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으니 서로 악수합시다.˝
곰과 독수리 마을 대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당신 가슴에 꽂은 꽃은 우리 마을 꽃이 아닙니까?˝
독수리 마을 대표가 곰마을 대표의 가슴에 꽂힌 꽃을 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철통같이 막았지만 꽃씨가 하늘로 날아왔는지 길가에 피어 있더군요.˝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해의 회담을 하는 기념으로 꺾어 제 가슴에 꽂고 나왔습니다.
곰마을 대표는 독수리 마을 대표에게 민들레꽃이 꽂혀 있는 왼쪽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유리판으로 온 마을을 뒤집어 씌우기 전에는 상대국의 꽃씨가 전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가 봅니다. 실은 우리도 물샐 틈 없이 막았는데 당신네 마을의 꽃씨가 들어와 들판에 꽃이 피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꺾어왔지요. 허허헛!˝
독수리 마을 대표도 멋쩍게 웃으면서 가방에서 곰마을 꽃인 엉겅퀴를 몇 송이 꺼내 책상에 놓았습니다.
˝우리 이제 이렇게 마음이 통했으니 그 기념으로 두 마을에 쌓여 있는 무기를 다 없애기로 합시다.˝
˝그럽시다. 그런 뜻에서 대포 포탄에서 탄알과 화약을 빼내고 물잔으로 씁시다. 그 물잔으로 옹달샘물을 떠서 엉겅퀴 꽃잎과 민들레 꽃잎을 띄워 건배 한 번 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자, 그러면 말 나온 대로 지금 곧 실천합시다.˝
두 동물 마을 대표는 그 자리에서 양쪽 나라에서 대포 포탄 탄피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옹달샘물을 치렁치렁하도록 채웠습니다.
두 마을 대표는 민들레와 엉겅퀴 꽃잎을 몇 개 띄운 물잔을 서로 가볍게 부딪친 후 단숨에 마셨습니다.
˝이렇게 마시니 물맛이 기가 막히게 좋군요.˝
˝정말 그렇군요. 그런데 이 빈 포탄은 무엇에 쓴담?˝
˝좋은 수가 있습니다. 그 포탄에다 물을 채우고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을 꽂아 놓읍시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군요. 그럼 꽃병 이름은 ´악수의 꽃병´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요.˝
˝그렇겠군요. 당장에 그렇게 합시다.˝
두 마을 대표는 포탄 물잔에 두 마을을 상징하는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을 잘 어울리게 꽂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악수를 나눈 다음에 뜨겁게 껴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동물들의 가슴에는 벌써 엉겅퀴꽃과 민들레꽃이 어우러진 고운 꽃물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동물들마다 포탄에 두 가지 꽃을 꽂아 놓는 게 큰 유행으로 번졌습니다.
여러분들 주위에도 그런 꽃병이 있나 주위깊게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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