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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펠레는 화가 났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집을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이런 대접을 하는 식구들하고는 도저히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출근하려던 아빠가 만년필을 찾고 있었습니다.
“펠레, 너 또 내 만년필 가져갔지?”
아빠는 펠레의 팔을 꽉 붙들고서 물었습니다. 펠레가 가끔 아빠 만년필을 빌려 간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어요. 만년필은 옷장에 걸린 아빠의 갈색 윗도리 안에 꽂혀 있었지요. 펠레는 아무 잘못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펠레의 팔을 그렇게 꽉 붙잡았던 겁니다. 엄마는요? 물론 아빠 편이었죠. 이젠 끝이에요! 펠레는 집을 나갈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펠레는 바다로 갈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배와 커다란 파도가 있는 넓은 바다로요. 거기서 죽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가족들은 틀림없이 마음 아파할 겁니다. 어쩌면 사나운 사자들이 돌아다니는 아프리카로 갈지도 몰라요. 아빠는 회사에서 돌아와 여느 때처럼 물을 겁니다.
“우리 꼬마 펠레는 어디 있지?”
그러면 엄마가 울면서 말하겠죠.
“펠레가 사자에게 잡아 먹혔대요.”
그럼요, 이렇게 불공평하면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너무 멉니다. 펠레는 조금 가까운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엄마 아빠가 펠레를 그리워하며 엉엉 우는 걸 볼 수 있지요. 그래서 펠레는 ‘하트의 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습니다. 하트의 집. 펠레의 가족들은 마당 아래쪽에 있는 조그맣고 빨간 집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문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거든요. 펠레는 그곳으로 이사갈 겁니다. 펠레는 곧바로 공, 하모니카, ‘산딸기 숲속의 한스’, 그리고 양초 하나를 챙겼습니다. 이틀 뒤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펠레는 하트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축하 파티를 할 생각이에요. 작은 양초에 불을 붙이고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하모니카로 연주할 겁니다. 하모니카 소리는 너무나 슬프게 울릴 테고, 엄마 아빠에게까지 들리겠죠.
펠레는 멋진 갈색 외투를 입고, 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공과 하모니카와 양초가 담긴 커다란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산딸기 숲속의 한스’는 다른 손에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집을 나가는 모습을 엄마가 볼 수 있도록 부엌으로 한 번 더 들어갔지요.
“펠레, 너 벌써부터 놀러 나가는 거니?”
엄마가 물었습니다.
펠레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놀러 나간다고? 흥! 두고보시라지!’
엄마는 펠레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혀 있고, 눈빛이 어두워진 것을 보았습니다.
“펠레, 얘, 왜 그러니? 어디 가는 거야?”
“이사가는 거예요.”
“어디로?”
“하트의 지으로요.”
펠레가 말했습니다.
“펠레, 너 진심은 아니겠지! 거기서 얼마나 오래 살 건데?”
“영원히요.”
그러면서 펠레는 문손잡이를 잡았습니다.
“이제 아빠는 고물 만년필이 없어지면 누구 다른 사람을 야단치셔야 할 거예요.”
“우리 착한 펠레야.”
엄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펠레를 껴안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가끔 우리가 잘못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너를 무척 사랑한단다.”
펠레는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어요. 펠레는 엄마의 팔을 밀치고 원망에 가득 찬 눈길을 마지막으로 던지고는,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엄마는 조그만 갈색 외투를 입은 펠레가 하트가 그려진 문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식당 창문으로 내다보았지요.
30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하트의 집에서 울려나오는 희미한 하모니카 소리를 들었습니다. 펠레가 ‘이제는 안녕, 내 사랑하는 고향’을 불고 있었던 거지요.
하트의 집은 아주 기분 좋은 곳이라고 펠레는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그랬어요. 펠레는 ‘산딸기 숲속의 한스’와 공과 하모니카를 될 수 있는 한 안락하게 보이도록 놓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양초는 창가에 놓았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 아빠가 식당 창문으로 내려다본다면, 이 촛불이 얼마나 슬프게 보일까요. 식당 창문 옆에는 변함없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그래 맞아… 크리스마스 선물.
펠레는 딸꾹질을 했습니다.
아니에요, 펠레는 자기더러 만년필을 훔쳐 갔다고 말하는 사람들한테서는 절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펠레는 ‘이제는 안녕, 내 사랑하는 고향’을 다시 한번 불었습니다. 그런데 하트의 집에서는 시간이 너무너무 느리게 갑니다. 엄마는 지금 뭘 하고 계실까요? 아빠는 그동안 집으로 돌아와 계실 거예요.
펠레는 엄마랑 아빠가 우는지 보고 싶어서 무척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핑계가 있어야지요.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펠레는 재빨리 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 아니, 뛰어 올라갔습니다.
엄마는 아직도 부엌에 있었습니다.
“엄마.”
펠레가 말했습니다.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가 오면 우체부 아저씨한테 내가 이사갔다고 얘기해 주실래요?”
엄마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펠레는 머뭇거리면서 다시 문쪽으로 갔습니다. 발이 천근처럼 무거웠습니다.
“펠레.”
엄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펠레, 그런데 네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떻게 하지? 우리가 하트의 집으로 보내줄까, 아니면 네가 와서 가져갈래?”
“난 크리스마스 선물 안 받을 거예요.”
펠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펠레, 정말 슬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겠구나. 크리스마스 트리의 양초에 불 붙여 줄 펠레도 없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문 열어 줄 펠레도 없고… 펠레가 없으니 모든 게…….”
엄마가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를 데려오면 되잖아요.”
펠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절대로 안 되지!”
엄마가 말했습니다.
“펠레 아니면 누구도 안 돼! 우리가 펠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 그래요.”
그러는 펠레의 목소리가 훨씬 더 떨렸습니다.
“아빠랑 나는 여기 앉아서 크리스마스 이브 내내 울 거야. 촛불도 하나도 안 켤 거야. 우리는 펑펑 울 거야.”
그러자 펠레도 부엌문에 머리를 기대고 울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주 큰 소리로, 뼈에 사무치듯 흐느꼈지요. 아주 서럽게 말이에요! 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했거든요. 엄마가 껴안자 펠레는 엄마 목에 얼굴을 파묻고 더 많이,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 통에 엄마는 흠뻑 젖어 버렸죠.
“용서해 드릴게요.”
흐느끼는 사이사이에 펠레가 말했습니다.
“고맙구나, 우리 펠레.”
엄마가 말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 언제나처럼 현관에서 소리쳤습니다.
“우리 귀여운 펠레는 어디 있지?”
“여기요!”
펠레는 외치면서 아빠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
펠레는 화가 났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집을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이런 대접을 하는 식구들하고는 도저히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출근하려던 아빠가 만년필을 찾고 있었습니다.
“펠레, 너 또 내 만년필 가져갔지?”
아빠는 펠레의 팔을 꽉 붙들고서 물었습니다. 펠레가 가끔 아빠 만년필을 빌려 간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어요. 만년필은 옷장에 걸린 아빠의 갈색 윗도리 안에 꽂혀 있었지요. 펠레는 아무 잘못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펠레의 팔을 그렇게 꽉 붙잡았던 겁니다. 엄마는요? 물론 아빠 편이었죠. 이젠 끝이에요! 펠레는 집을 나갈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펠레는 바다로 갈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배와 커다란 파도가 있는 넓은 바다로요. 거기서 죽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가족들은 틀림없이 마음 아파할 겁니다. 어쩌면 사나운 사자들이 돌아다니는 아프리카로 갈지도 몰라요. 아빠는 회사에서 돌아와 여느 때처럼 물을 겁니다.
“우리 꼬마 펠레는 어디 있지?”
그러면 엄마가 울면서 말하겠죠.
“펠레가 사자에게 잡아 먹혔대요.”
그럼요, 이렇게 불공평하면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너무 멉니다. 펠레는 조금 가까운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엄마 아빠가 펠레를 그리워하며 엉엉 우는 걸 볼 수 있지요. 그래서 펠레는 ‘하트의 집’으로 이사 가기로 했습니다. 하트의 집. 펠레의 가족들은 마당 아래쪽에 있는 조그맣고 빨간 집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문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거든요. 펠레는 그곳으로 이사갈 겁니다. 펠레는 곧바로 공, 하모니카, ‘산딸기 숲속의 한스’, 그리고 양초 하나를 챙겼습니다. 이틀 뒤면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펠레는 하트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축하 파티를 할 생각이에요. 작은 양초에 불을 붙이고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하모니카로 연주할 겁니다. 하모니카 소리는 너무나 슬프게 울릴 테고, 엄마 아빠에게까지 들리겠죠.
펠레는 멋진 갈색 외투를 입고, 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공과 하모니카와 양초가 담긴 커다란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산딸기 숲속의 한스’는 다른 손에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집을 나가는 모습을 엄마가 볼 수 있도록 부엌으로 한 번 더 들어갔지요.
“펠레, 너 벌써부터 놀러 나가는 거니?”
엄마가 물었습니다.
펠레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놀러 나간다고? 흥! 두고보시라지!’
엄마는 펠레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혀 있고, 눈빛이 어두워진 것을 보았습니다.
“펠레, 얘, 왜 그러니? 어디 가는 거야?”
“이사가는 거예요.”
“어디로?”
“하트의 지으로요.”
펠레가 말했습니다.
“펠레, 너 진심은 아니겠지! 거기서 얼마나 오래 살 건데?”
“영원히요.”
그러면서 펠레는 문손잡이를 잡았습니다.
“이제 아빠는 고물 만년필이 없어지면 누구 다른 사람을 야단치셔야 할 거예요.”
“우리 착한 펠레야.”
엄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펠레를 껴안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래? 가끔 우리가 잘못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너를 무척 사랑한단다.”
펠레는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어요. 펠레는 엄마의 팔을 밀치고 원망에 가득 찬 눈길을 마지막으로 던지고는,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엄마는 조그만 갈색 외투를 입은 펠레가 하트가 그려진 문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식당 창문으로 내다보았지요.
30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하트의 집에서 울려나오는 희미한 하모니카 소리를 들었습니다. 펠레가 ‘이제는 안녕, 내 사랑하는 고향’을 불고 있었던 거지요.
하트의 집은 아주 기분 좋은 곳이라고 펠레는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그랬어요. 펠레는 ‘산딸기 숲속의 한스’와 공과 하모니카를 될 수 있는 한 안락하게 보이도록 놓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양초는 창가에 놓았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 아빠가 식당 창문으로 내려다본다면, 이 촛불이 얼마나 슬프게 보일까요. 식당 창문 옆에는 변함없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그래 맞아… 크리스마스 선물.
펠레는 딸꾹질을 했습니다.
아니에요, 펠레는 자기더러 만년필을 훔쳐 갔다고 말하는 사람들한테서는 절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펠레는 ‘이제는 안녕, 내 사랑하는 고향’을 다시 한번 불었습니다. 그런데 하트의 집에서는 시간이 너무너무 느리게 갑니다. 엄마는 지금 뭘 하고 계실까요? 아빠는 그동안 집으로 돌아와 계실 거예요.
펠레는 엄마랑 아빠가 우는지 보고 싶어서 무척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핑계가 있어야지요.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펠레는 재빨리 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 아니, 뛰어 올라갔습니다.
엄마는 아직도 부엌에 있었습니다.
“엄마.”
펠레가 말했습니다.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가 오면 우체부 아저씨한테 내가 이사갔다고 얘기해 주실래요?”
엄마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펠레는 머뭇거리면서 다시 문쪽으로 갔습니다. 발이 천근처럼 무거웠습니다.
“펠레.”
엄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펠레, 그런데 네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떻게 하지? 우리가 하트의 집으로 보내줄까, 아니면 네가 와서 가져갈래?”
“난 크리스마스 선물 안 받을 거예요.”
펠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펠레, 정말 슬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겠구나. 크리스마스 트리의 양초에 불 붙여 줄 펠레도 없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문 열어 줄 펠레도 없고… 펠레가 없으니 모든 게…….”
엄마가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를 데려오면 되잖아요.”
펠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절대로 안 되지!”
엄마가 말했습니다.
“펠레 아니면 누구도 안 돼! 우리가 펠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 그래요.”
그러는 펠레의 목소리가 훨씬 더 떨렸습니다.
“아빠랑 나는 여기 앉아서 크리스마스 이브 내내 울 거야. 촛불도 하나도 안 켤 거야. 우리는 펑펑 울 거야.”
그러자 펠레도 부엌문에 머리를 기대고 울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주 큰 소리로, 뼈에 사무치듯 흐느꼈지요. 아주 서럽게 말이에요! 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했거든요. 엄마가 껴안자 펠레는 엄마 목에 얼굴을 파묻고 더 많이,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 통에 엄마는 흠뻑 젖어 버렸죠.
“용서해 드릴게요.”
흐느끼는 사이사이에 펠레가 말했습니다.
“고맙구나, 우리 펠레.”
엄마가 말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 언제나처럼 현관에서 소리쳤습니다.
“우리 귀여운 펠레는 어디 있지?”
“여기요!”
펠레는 외치면서 아빠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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