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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바람 이야기

창작동화 이재희............... 조회 수 1564 추천 수 0 2005.03.25 13:48:24
.........
오늘은 바람의 잔칫날, 숲에 사는 바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지.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오렴. 가장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되는 바람에게는 지구를 돌 수 있는 기회를 주마.˝
바람의 신인 영등할미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어. 세계 일주는 모든 바람의 꿈이었거든.
바람들은 숲이 떠들썩하게 한 바퀴 돈 후, 세상으로 나갔지. 숲은 하루 종일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어.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잔잔한 물결 일 듯 하는 숲에는 여러 바람이 살고 있었어. 얌전이 바람, 장난꾸러기 바람, 덩지 바람, 꼬마 바람.
어스름이 내리자 바람들은 숲 한가운데로 모여들어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단다.

얌전이 바람 이야기

˝어디로 갈까아.˝
얌전이 바람은 길게 말꼬리를 늘이지.
시내로 나온 얌전이 바람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3층 건물 창가를 기웃거렸어.
˝어머나, 해수욕장도 아닌데 무슨 옷차림이 저래애?˝
얌전이 바람은 깜짝 놀랐어. 그곳은 에어로빅을 하는 곳이었거든.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을 흔들고 있었어.
˝아휴, 더워. 거기 창문 좀 열어요.˝
다른 사람들은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인데, 오동통 아줌마만 목욕을 한 것 같았어. 얌전이 바람은 강한 바람이 아니었어.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가 힘껏 입김을 불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 오동통 아줌마는 잠시 쉴 때마다 주전부리를 했어.
˝그렇게 먹으면 아무리 운동해야 소용없어요.˝
에어로빅 강사가 얼굴을 찡그렸지. 그런데도 오동통 아줌마는 아랑곳없이 우물거렸어.
˝난 안 먹으면 운동 못 해. 에고 더워라, 더 이상 못하겠어.˝
오동통 아줌마는 겉옷을 걸치더니 문을 나섰어. 얌전이 바람도 오동통 아줌마를 따라나왔지. 계속 과자를 먹으며 걷던 오동통 아줌마는 휴지통이 보이는데도 과자 봉지를 그냥 길거리에 버렸어.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지. 사탕을 오도독오도독 깨물며 창 밖으로 사탕 껍데기를 후르르 버리는 거였어. 얌전이 바람은 얼른 창 밖으로 나가 사탕 껍데기를 방안으로 밀어 넣었어. 오동통 아줌마는 다시 버리고, 얌전이 바람은 밀어 넣고 한참을 그러다가 오동통 아줌마는 할 수 없다는 듯 사탕 껍데기를 휴지통에 버렸지.
˝내 원 차암! 그러니 거리가 온통 쓰레기 투성이지.˝
얌전이 바람은 보통 때와 달리 볼멘 소리를 냈어.

꾸러기 바람 이야기

˝저 나갔다 올게요. 안녕.˝
꾸러기 바람은 언제나 통통 공이 튀는 소릴 내지.
˝잘 갔다 와. 지난번처럼 놀라서 되돌아오지 말고.˝
다른 바람들이 웃으며 대답했지. 지난번에 무슨 일이 있었냐구? 글쎄, 장난꾸러기 바람은 나가자마자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하며 급히 돌아왔단다. 꾸러기 바람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 아이들이 노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지. 그 날도 꾸러기 바람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놀이터로 냉큼 달려갔지. 아이들은 권총 모양의 장난감 총에 무언가를 집어넣었어. 꾸러기 바람은 아이들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착한 편 응원을 하려고 했어. 전쟁 놀이를 하는구나 했거든. 그런데 갑자기 폭약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소리에 놀란 꾸러기 바람은 뒤도 안 돌아보고 숲으로 돌아왔단다. 꾸러기 바람은 나중에야 그것이 화약총이고 위험한 장난감인 줄 알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발랑거린대.
˝이번에는 여자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가야지.˝
꾸러기 바람은 운동장에서 앙감질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갔단다. 치마를 팔랑거리며 뛰는 아이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려고 했지. 그때였어. 남자애들이 달려와서,
˝아이스케키.˝
하면서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는 거야. 여자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남자아이들의 뒤를 쫓았어. 꾸러기 바람은 그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어. 그래서 입김을 훅 불어 치마를 펄럭이게 하고는 저쪽으로 달아났지. 몇 번을 그러고 달아났는데 쫓아오는 여자아이는 아무도 없었어.
˝이상하다.˝
꾸러기 바람을 슬슬 여자아이들 가까이로 왔어.
˝바람, 잘한다. 또 불어라, 바람아.˝
남자아이들이 목청을 높이고 여자아이들은 치맛자락을 잡은 채 울상이 되어 있었어.
˝난 정말 잘못한 거 없어요. 아이들이랑 같이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꾸러기 바람은 풀죽은 소리로 중얼거렸단다.

덩지 바람 이야기

기운이 센 덩지 바람은 가끔 태풍과 손잡는단다. 덩지 바람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면 나무들은 긴장하게 되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니?˝
삭정이를 떨구며 지나가는 덩지 바람에게 나무들이 조심스럽게 물었어.
˝묻지 마. 갔다 와서 말할게.˝
덩지 바람은 씩씩거리며 바다로 향했지.
어로 협정을 어기고 마구잡이로 우리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배, 억지를 부리며 우리 어선을 끌고 가는 배를 견디다 못해 바다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어.
˝이것 보렴. 이러니 내가 너를 안 부를 수 있겠나.˝
바다는 심호흡하는 덩지 바람에게 하소연했어.
˝걱정 말아요. 저 배들은 이쪽, 이 배는 저쪽으로 보내면 되죠?˝
덩지 바람은 재빨리 뱃머리를 돌려놓은 다음 푸우 입김을 불었지. 배들은 허둥지둥 달아났어. 우리 배 선원들이 손을 흔들며 기뻐했지.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걸핏하면 이 모양이니 정말 큰일이구나. 오늘은 네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된 것 같다. 고마워.˝
바다가 한숨을 쉬며 출렁거렸어.
덩지 바람은,
˝나도 이런 일로 바다에 오긴 싫어요.˝
하면서 숲으로 돌아왔지.

꼬마 바람 이야기

바람들이 모두 한마디씩하고 난 뒤였어. 이때 헐레벌떡 날아온 꼬마 바람은 숨이 가빠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어.
˝바람 날갯짓을 겨우 배운 녀석이 뭘 하겠어. 아가, 어디서 놀다 왔니?˝
덩지 바람의 말에 바람들은 웃음을 터뜨렸어.
˝왜 말도 꺼내기 전에 아이 기를 죽이고 그래요오. 꼬마 바람아, 오늘 무얼 했니이?˝
얌전이 바람이 꼬마 바람을 감쌌지. 꼬마 바람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은빛 마을에 갔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봉투를 붙이길래 잘 마르도록 호호 불다 왔어요. 봉투가 깨끗하게 말라야 다른 봉투에 붙지 않고 일이 빨리 끝나니까요.˝
´은빛 마을´은 갈 곳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여 사는 곳이었지.
말을 마친 꼬마 바람은 얌전이 바람 품안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어.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야.
˝이번에는 너희들이 우승을 뽑아라.˝
이야기를 듣던 영등할미가 자리를 뜨며 말했어.
바람들은 의견을 모았지. 그리고 자기 몸을 조금씩 줄이기로 했어.
내일 아침, 꼬마 바람이 제 모습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걸. 세계 여행을 하고도 기운이 남을 만큼 큰바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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