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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화] 미쯔꼬의 죽음

외국동화 나가사끼............... 조회 수 2093 추천 수 0 2005.03.25 13:56:11
.........
˝기찌모진으로 안 갈래?˝
하고 고오짱이 말하자
˝응. 가자, 가자.˝
하고 곧 가메짱이 대답했다.
겐짱도
˝나도 갈래.˝
하고 말했다.
아기를 업은 쟈꼬짱까지도
˝나도 가도 되지, 고오짱?˝
하고 물었다.
˝그 대신 조선에게 쫓겨도 몰라.˝
˝괜찮아. 난 뛰는 데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자 꼬마들이
˝나도 갈래.˝
˝나도.˝
하고 저마다 외쳤다.
˝위험하니까 오늘은 학교에 안 다니는 아이는 안 돼.˝
하고 고오짱은 말했다.

꼬마들은 실망하여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골목대장인 고오짱의 명령은 절대며 거역했다간 따돌림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도끼짱도 가자.˝
하고 겐짱이 권하자 도끼짱은 뒤로 물러섰다.
´기찌보진´이라고 아이들이 말하는 것은 옆동네의 언덕에 있는 ´기시모진:鬼子母神)´을 말한다.
기시모진의 언덕은 아이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법당 뒤의 사면은 좋은 미끄럼틀이었다. 멍석을 깔고 앉아서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언덕이 가파른데다가 꽤 길이가 길고 간혹 불룩 솟아 있는 데가 있어서 뛰어오르며 굉장한 속력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좀 무섭기는 하나 충분히 스릴이 있다는 것이다.
덜컹거리기를 잘하는 기메짱은 ´야호!´하며 한쪽 손을 들어올린 찰나 뛰어오르며 뒹굴어 얼굴을 땅에 박은 일도 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하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그 놀이가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도끼오의 어머니는 도끼오가 고오짱들과 노는 것을 싫어한다. 도끼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돼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째서 이 동네 아이들은 이렇게 천하고 난폭하지.˝
하고 어머니는 언제나 눈썹을 찌푸린다.
기시모진으로 가는 것은 특히 위험하므로 가지 말라고 도끼오는 주의를 받고 있다.
˝너 사내지, 사내면 용기를 내.˝
겐짱의 말에 도끼오는 겨우 결심했다. 엄마의 무서운 얼굴이 순간 눈앞을 스쳤으나 그걸 떨쳐버리듯이 ˝응˝하고 크게 끄덕인다.
도끼오 역시 한번 정도 미끄럼을 타보고 싶다. 그러면 얼마나 가슴이 시원해질지 모른다. 겁은 나지만 해보고 싶다고 도끼오는 생각했다.
기시모진에서 또 뒷산에 오르면 ´요꼬하마´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세사사끼´ 거리의 백화점이 보인다. 현청이 보인다. 그 저쪽에 항구도 보인다. 외국배의 마스트도 보인다. 바다가 반짝인다.
뒤로 돌아서면 ´후지산´이 구름 위에 쑥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산 위는 편편하고 넓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요코하마 고등상업고등학교´가 있고 야구장도 있다.
토끼풀 꽃을 따서 관이나 목걸이를 만들고 있으면 야구공이 굴러올 때도 있다.
˝얘, 고맙다!˝
멀리서 야구부의 형들이 글러브를 높이 쳐든다.
아이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공을 주워 힘껏 던진다. 그러나 형들한테까지는 못 미친다. 아이들은 또 정신없이 공을 쫓아 뛰어가서 주워준다. 그 공을 글러브로 받기만 하면 집어던져 아이는 뛰어오르며 기뻐한다. 그리고 그날 그 아이는 하루 종일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와 같은 매력이 있는 ´기시모진´의 산으로 가는데는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부락의 옆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일본 정부는 조선반도를 지배하고 있었다. 일본인은 조선에서 온갖 횡포를 다했다. 많은 조선인들은 직업을 빼앗기기도 하고 속아서 땅을 빼앗긴 끝에 일본으로 흘러왔다. 그러나 일본에 와도 좋은 일은 없었다. 나쁜 조건에서 노동이 강요되고 모두 가난하게 동포끼리 모여서 살고 있었다. 그러한 조선인들의 부락이 기시모진의 옆에 있었던 것이다.
조선인의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일본인의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했고 괴롭힘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 집 근처에서는 앙갚음을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무심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이봐 누가 염탐 좀 하고 와.˝
하고 고오짱이 말하자 가메짱과 겐짱이 곧 앞에 나왔다.
두 아이는 학생모자의 차양을 뒤로 돌리고 나서 달려나갔다. 마치 적탄이 날아오는 속을 달려가는 수색병처럼 키를 낮추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가끔 전신주에 몸을 감추기도 하고 울타리에 착 붙기도 하고 동정을 살피기도 했다. 그럴 때의 두 아이는 전쟁영화의 완전한 수색병이 되어 있었다.
이윽고 헉헉 가쁜 숨을 내쉬며 돌아온 두 아이는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자 고오짱은 부대장처럼 가슴을 내밀고 주의를 주었다.
조선부락의 옆을 지날 때에는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부락쪽에 얼굴을 돌려도 안 된다. 뒤돌아보아도 안 된다. 조용히 빠르게 지나쳐야 한다.
˝알았지?˝
고오짱이 다짐하자 아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끄덕이었다.
도끼오는 얼굴이 굳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티지 않으면 무릎이 벌벌 떨리었다.
˝자, 출발!˝
아이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달리기 시작했다.
도끼오는 잘 달리지 못하기 때문에 뒤질까봐 정신없이 뛰었다.
조선부락의 옆을 지나칠 때 쟈꼬짱이 돌에 걸려 앞으로 쓰러지려고 하여 겐짱이 얼른 부축하여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등에 업은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쉿!˝
하고 고오짱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입에 손가락을 댔으나 아이가 알 턱이 없다. 아기는 다시 울부짖었다.
˝빨리 빨리 뛰어라.˝
고오짱은 당황하여 아이들을 재촉했다. 모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조선 아이들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자 한시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잘 뛰지 못하는 도끼오는 이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눈치를 차리지 못했는지 그렇지 않으면 조선 아이들이 앙갚음할 생각이 없었는지 다행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돌멩이도 날아오지 않았다.
모두가 마음을 놓고 기시모진 법당 돌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어찌하면 산문 근처에서 조선 아이들이 뛰어나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으나 그것도 없었다.
돌계단을 다 올라가니 경내에도 조선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큰 은행나무에서 마른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고오짱은 법당 앞에 서서 모자를 벗고 꾸뻑 절을 하고 손을 모았다. 이제부터 놀게 해달라는 인사인지, 그렇지 않으면 습격을 당하지 않았다는 고마운 인사인지 난폭한 고오짱으로서는 매우 정중한 배려였다.
다른 아이들도 고오짱처럼 손을 모았다. 그 무렵에는 쟈꼬짱의 아기가 얌전했다.
˝기찌모진님은 아이들의 신이야.˝
하고 고오짱은 말했다.
˝만명이 다 되는 아이를 낳았다고 해.˝
˝어허, 만명의 아이를 어떻게 집에 들어갔지. 굉장히 큰 집이었을 거야.˝
하고 가메짱은 놀랐다.
가메짱의 집에는 여섯 명의 형제가 있다. 게다가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있기 때문에 6조방의 두 개의 집은 비좁아서 언제나 어머니가 불평을 했다. 그래서 가메짱이 밖에서 노는 것을 환영했다. 그러나 놀러나갈 때에는 반드시 동생이나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기찌모진님은 자기와 아이는 매우 귀여워했으나 다른 아이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어.˝
˝야, 정말 무서운 신이구나.˝
하고 쟈꼬짱이 목을 움츠렸다.
그때 법당의 문이 소리를 내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당장 머리칼을 마구 풀어 헤치고 어금니를 내놓은 기시모진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가메짱은 벌써 두세 걸음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풍채가 좋은 흰 얼굴의 중이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봐 얘들아, 이제부터 수행이 시작되니 저쪽으로 가거라.˝
너무나 상냥하게 말하는 바람에 김이 빠졌다.
˝오늘은 미끄럼을 타지말고 탐험을 하자.˝
하고 고오짱이 말했다.
˝어, 무슨 탐험?˝
하고 가메짱이 묻자, 고오짱은
˝터널 탐험이다.˝
하고 즉시 대답했다.
기시모진의 산 뒤쪽에 터널이 있었다. 그 터널을 빠지면 도오까이도선이 지나는 호도야로 나간다. 아이들은 기차를 보는 것이 좋았다.
˝하나, 둘, 셋…….˝
하고 화물차의 수를 세면서 언제까지나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터널은 길고 아이들을 유괴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고오짱의 발언은 절대이므로 무조건 터널 탐험으로 결정되었다.
겐짱은 미련이 있는 듯이 붉은 흙의 언덕을 쳐다보며 미끄럼을 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으나 도끼오를 재촉하여 걷기 시작했다.
도끼오는 고오짱이 터널 탐험을 말했을 때부터 또 몸의 떨림이 심해졌다.
터널 근처는 어수선하므로 가서는 안 된다라고 이것 또한 엄마로부터 엄중히 주의를 받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터널의 구석의 근처에서 아가씨가 괴한에게 당했다고 신문에 나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되돌아서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고오짱들로부터는 겁쟁이라고 웃음을 받을 것이며 조선인 부락의 옆을 혼자서 지나쳐서 돌아가는 것도 매우 무서웠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걸.´
그렇게 생각했으나 행차 뒤의 나팔이었다.
터널은 길고 출구가 멀리 작게 보였다. 터널의 천장에는 드문드문 전등이 켜져 있었으나 희미하여 기분이 좋지 않다.
˝알았지. 정신차리고 따라와.˝
고오짱이 터널 입구에서 말했다.
아이들은 말없이 끄덕이었다. 터널 속에서 찬바람이 불어와서 아이들의 옷을 식혔다.
아이들이 걷자 그 운동화의 소리가 점점 터널의 벽에 크게 울리었다.
천장에서 가끔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것이 목덜미에 들어간 가메짱은
˝이크.˝
하고 뛰어올랐다. 마치 마귀에게 잡힌 듯한 목소리였다.
그때 자전거의 불빛이 저쪽에서 점점 다가왔다. 어디의 아저씨일거다.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저씨는 끼익끼익 자전거의 소리를 내며 아이들의 옆에 왔다고 생각되자 갑자기 외쳤다.
˝유괴범이다!˝
와! 쟈꼬짱이 고오짱에게 매달렸다.
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하고 아저씨는 웃었으나 그 웃음소리가 터널 속에 윙윙 메아리쳤다.
도끼오는 그 웃음소리로부터 벗어나려고 정신없이 뛰어 터널을 나왔다.
˝겁쟁이구나, 넌.˝
자전거의 아저씨가 도끼오의 어깨를 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술 냄새가 풍기었다. 아저씨는 비틀거리며 끼익끼익 길을 돌아간다.
´이봐, 도끼짱.˝
겐짱의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으나 터널 속은 어두워서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도끼오는 좀 망설였으나 안녕 하는 듯이 손을 흔들고 등을 돌리고 뛰기 시작했다.
잡목림의 낙엽길을 지나 언덕길을 내려갔다. 좀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나 조선 부락의 근처를 지나지 않는 길을 갈 작정이었다. 붉은 흙의 언덕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려오자 여자아이와 그 동생인 듯한 두 사내아이를 만났다.
˝앗, 도끼짱!˝
여자아이가 말했다. 같은 4학년 3반의 가네야마 미쯔꼬였다. 미쯔꼬는 조선인이며 본명이 김 무엇이었는데 당시 조선인은 강제로 일본 이름으로 개명되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칼은 빗질을 한 적이 없는 듯 푸스스하고 밥알이 묻어 있는 일도 있었다. 옷은 언제나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목덜미에 이가 기어다니는 것이 보인다는 아이도 있었다.
물론 도련님인 도끼오가 미쯔꼬와 친한 사이일 수는 없다. 1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인데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특히 친한 사이에만 쓰는 ´도끼짱´이라고 불리울 사이는 아니다. 도끼오는 싫은 얼굴을 하고 미쯔꼬를 피하여 낭떠러지 옆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뛰어올랐다.
˝배, 뱀이다!˝
도끼오는 새파래지면서 떨었다.
˝뭘, 이렇게 조그마한 걸.˝
미쯔꼬는 웃으면서 뱀의 꼬리를 쥐어 빙빙 돌렸다.
˝자아!˝
미쯔꼬는 뱀을 도끼오에게 집어던질 흉내를 한다.
˝깩!˝
도끼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도끼오는 이제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미쯔꼬는 웃으면서 뱀을 골짜기에 집어던졌다.
˝얘! 겁쟁이, 겁쟁이.˝
하고 콧물을 흘리며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동생이 놀려댔다.
˝이봐, 잠자코 있어.˝
미쯔꼬는 동생들의 머리를 하나씩 때렸다.
˝도끼짱은 반에서 제일 공부를 잘해.˝
미쯔꼬는 마치 자기의 일처럼 자랑했다. 그리고 콧등에 주름살을 지으며 도끼오에게 웃음을 보냈다. 도끼오는 그같이 아첨하는 것 같은 미쯔꼬의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했다.
미쯔꼬는 동생이 들고 있던 엉겅퀴를 집어서 도끼오에게 내밀었다.
˝줄게.˝
도끼오가 뒷걸음을 치자 미쯔꼬는 다시 도끼오의 가슴에 댔다. 도끼오는 할 수 없이 그것을 받아 가지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도끼짱, 안녕.˝
뒤에서 미쯔꼬가 밝은 소리를 질렀으나 도끼오는 대답도 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도끼오는 꽤 걸어서 이제 미쯔꼬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버리듯이 엉겅퀴를 골짜기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나서 단숨에 고개를 내려왔다.

다음날 아침 도끼오가 교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을 한 미쯔꼬가 입구에 서 있었다.
˝도끼짱, 안녕.˝
친밀감을 담고 미쯔꼬가 인사를 했다.
그러나 도끼오는 얼굴을 돌리고 자기의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미쯔꼬는 장승처럼 서 있었다.
˝방해가 돼. 그렇게 서 있으면.˝
사내아이가 일부러 미쯔꼬에게 부딪치며 교실에 들어왔다.
˝조선은 더러운 냄새가 나. 비켜라.˝
다음날 미쯔꼬는 학교를 쉬었다. 다음날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미쯔꼬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연락이 학교에 왔다.
그날 미쯔꼬는 학교에 가지 않고 동생들과 산에서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학교 같은 건 재미가 없어. 모두 날 바보로 쳐.˝
누나가 그렇게 말했다고 동생이 옷소매로 콧물을 닦으며 말했다.
미쯔꼬는 두 동생을 데리고 산길을 걷고 있을 때 으름을 발견한 모양이다. 으름은 골짜기에 뻗어나간 가지에 넝쿨을 감고 있었다. 빨갛게 익어 세네 개가 뭉쳐 있었다.
제대로 식사를 못한 미쯔꼬의 형제에게 있어서 그것은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미쯔꼬는 나무에 올라갔다. 그러나 더 위쪽으로 가지 않으면 으름에 손이 미치지 못한다. 미쯔꼬는 가는 팔과 발에 힘을 넣고 나무 줄기를 감아 오르며 가지 위에 서서 그 위의 가지에 감기어 있는 으름에 손을 내밀었다.
˝누나, 조금만 더.˝
동생들이 응원했다.
미쯔꼬는 가지 위에서 발뒤꿈치를 세우고 섰다.
˝이제 조금만.˝
미쯔꼬는 과감하게 팔을 썩 내밀었다. 그때 딱 하고 가지가 꺾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쯔꼬는 당황하여 나무 줄기에 매달리려다 발을 헛디디었다.
˝앗!˝
미쯔꼬는 골짜기에 떨어진다. 운이 나쁘게도 떨어진 곳에 큰 바위가 있었다.
미쯔꼬는 머리를 박고 정신을 잃었다.
동생들의 급한 연락으로 어머니가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어머니가 몸을 흔들어도 소리가 나는 대로 불러도 미쯔꼬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의 절규가 골짜기에 메아리쳤다고 했다.
장례날 도끼오는 반을 대표하여 교장과 담임선생과 함께 문상을 갔다.
미쯔꼬네 판잣집 앞에는 조선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도끼오들이 다가가자 사람들을 헤치며 미쯔꼬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어머니는 헤엄치듯 앞에 나오며 큰소리로 외쳤다.
˝일본인 오지마! 일본인 오지마!˝
그것은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자기들을 이렇게 괴로운 생활로 몰아넣은 것은 일본인이며 미쯔꼬를 배고프게 한 것도 일본인이다. 다시 말해서 미쯔꼬를 죽인 것은 일본인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일본인의 문상은 필요치 않다.
미쯔꼬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 죽었다. 어머니의 가슴은 뭉클뭉클 끓어올랐다. 한번도 행복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그러한 미쯔꼬가 불쌍하다. 자기들 조선인의 불행은 모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어머니는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일본인이 얼마나 미웠을까?
˝일본인 오지마!˝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눈을 치켜세우고 입이 째질 만큼 소리소리 지르는 어머니에게 교장도 담임도 압도되어 쩔쩔맸다.
˝앗, 기찌모진님!˝
하고 도끼오는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얼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미쯔꼬를 죽인 것은 자기일지도 모른다는 죄의식이 송곳처럼 도끼오 가슴 깊이 찔러왔다. (*)

나가사끼 겐노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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