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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하나면 충분해요

창작동화 최영재............... 조회 수 1778 추천 수 0 2005.04.04 16:47:26
.........
쉬는 시간에 3반 교실에 다녀온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텔레비전 탤런트 같애. 얼마나 예쁘게 화장을 하셨다구.˝
˝옷도 어제와 다른 거다.˝
˝손톱 색깔도 달라지셨어.˝
˝안경도 다른 걸 끼고 오셨다. 진짜야!˝
˝머리 모양도 달라지셨다니까. 매일매일 달라지시는 거라구.˝
아이들은 3반 아이들이 부럽고 샘이 나서 못 견디겠다는 듯 쉼없이 조잘거렸습니다.
˝난 아침에 등교할 때 교문에서 다 봤어. 오늘 핸드백은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구슬이었어.˝
˝에이, 우리 선생님은 뭐야.˝
그렇게 신나던 말소리, 부러워하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풀이 죽기 시작하였습니다.
˝맨날맨날 똑같은 옷!˝
˝하얀 블라우스, 파란 치마.˝
˝맨날맨날 똑같은 핸드백!˝
˝가죽 가방 헌 가방, 낡은 가방 큰 가방.˝
˝맨날맨날 똑같은 구두!˝
˝검은 구두 낡은 구두, 앞축 뒤축 갈아 십 년 구두 백 년 구두.˝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웠습니다. 선생님 때문에 3반 아이들에게 괜히 지는 것만 같아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복도에서 노래하듯이 큰 소리로 선생님 흉을 본 것입니다.
3반 선생님께서 새 옷을 입고 오실 때마다, 새 구두를 신고 오실 때마다, 새 반지를 끼고 오실 때마다 3반 아이들이 와서 뽐내면 2학년 2반 김하나 선생님 반 아이들은 시무룩해졌습니다.
˝오늘은 선생님도 창피를 좀 당해야 해.˝
아이들은 살그머니 교실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그 문틈으로 아까 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모두 쏙 들어갔습니다.
김하나 선생님이 씩 웃고 계신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부 시작 음악 소리가 나자 모두 제자리에 앉았습니다.
김하나 선생님은 느닷없이 아까 아이들이 복도에서 노래한 것처럼 가락을 붙여 노래하셨습니다. 함빡 웃으며 노래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이 옷 하나면 충분해요.˝
˝…….˝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십 년 구두 백 년 구두라니요? 내 구두는 천 년 구두, 만년 구두라구요.˝
˝…….˝
˝아직도 튼튼한 내 가방, 우리 딸에게 물려주고 우리 손자에게 물려주고.˝
눈이 점점 커지던 아이들은 입까지 딱 벌렸습니다.
˝나는 하나로 충분해요. 두 개가 넘으면 친구와 나누어 갖죠.˝
선생님은 정말 가수처럼 멋지게 노래를 하셨습니다.
옷도 구두도 핸드백도 하나뿐인 김하나 선생님이시지만 노래를 금방 재미나게 지어 불러 주시니까 아이들은 좋아서 짝짝짝 손뼉을 쳐 드렸습니다.

다음 쉬는 시간에도 3반 아이들은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습니다. 2반 아이들은 어깨를 더 으쓱거리며 말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노래를 아무 때나 얼마든지 만들어서 멋있게 부르신다구. 약오르지?˝
그런데 3반 아이들은 하나도 약이 안 오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니 2반 아이들이 또 약이 올랐습니다.
하여튼 2반 아이들의 소원은 김하나 담임 선생님께서 새 물건을 사서 멋을 부리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 주시지 않으십니다.
일기장에까지 소원을 빌어도 늘 ´선생님은 하나면 충분해요. 두 개가 넘으면 친구와 나누어 갖죠.´라고 써 주시기만 하니 답답, 답답합니다.
일구는 유미가 갖고 다니는 자동차 그림 공책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그와 꼭 같은 공책은 문방구에서 팔지 않았습니다.
˝유미야, 내가 새 공책 줄게, 그거와 바꿀래? 넌 세 권이잖니.˝
˝싫어.˝
유미는 그 멋진 자동차 그림을 두 팔로 덮었습니다.
˝꼭 갖고 싶은데……. 유미야, 좀 바꾸자.˝
˝싫대두요오.˝
유미는 선생님처럼 노래로 말했습니다. 일구는 좀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께서 두 개 이상은 친구와 나누어 가지라 하셨잖니!˝
˝싫대두요오.˝
유미는 또 노래를 불렀습니다.
˝좋아, 그까짓 거 나도 구할 수 있어!˝
일구는 왁왁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까부터 두 짝궁의 이야기를 살그머니 듣고 계시던 선생님이 빙긋 웃으셨습니다.

다음 시간은 음악시간이었습니다. 모두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일구도 아까 유미와 조금 다툰 것을 벌써 잊고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누가 독창을 해볼까? 오늘 배운 노래 말이야. 마침 선생님한테 예쁜 공이 세 개 생겼구나. 잘 부르는 사람에게 상으로 나누어주마.˝
와와와와. 아이들 팔이 순식간에 모두 쑥쑥 올라왔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많은 손 중에서 누굴 시키나? 큰일났네.˝
선생님은 곰곰 생각하셨습니다.
말랑말랑하고 하얀 팔들은 꼼짝 않고 있다가 선생님 눈이 이리 오는가 싶으면 이리 쏠리고 저리 가는가 싶으면 저리 쏠렸습니다.
마치 해를 향해 한꺼번에 자라는 들풀 더미처럼.
˝오늘이 5월 19일이지? 그러면 5·19로군. 오일구가 불러 보렴.˝
˝에이…….˝
아이들은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일구가 벌개진 얼굴로 파도 위를 걸어가듯 두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나가자 우아우아 손뼉을 쳐주었습니다.
일구는 큰 목소리로 힘차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1절만 불러도 되는데 2절까지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일구가 정말 씩씩하고 예쁘게 노래를 했어요. 여러분은 일구가 몇 등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했으니까 1등이지요, 뭐.˝
˝하하하, 호호호…….˝
˝그래도 1등은 1등입니다.˝
유미가 벌떡 일어나 말했습니다. 아이들 웃음이 쑥 들어갔습니다.
˝유미 말이 맞았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상품을 주어야지요. 선생님한테 공 세 개가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하나면 충분해요. 그러니까 남는 것 두 개는 일구에게 주겠습니다.˝
˝와아, 일구 좋겠다!˝
일구는 보드라운 털로 쌓인 녹색 공 두 개를 받아 들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오일구 선수 만세!˝
일구 짝궁 유미가 만세를 부르자 아이들이 까르르까르르 웃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때부터 일구를 가만히 살펴보셨습니다.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 책상 앞에서 나는 소리에 선생님은 아까부터 귀를 기울이고 계셨습니다.
˝유미야, 이 공 하나 너 가져.˝
˝정말 나 주는 거니?˝
˝두 개잖아. 선생님께서 두 개 이상은 친구와 나누어 가지라고 하셨어.˝
˝일구야, 고마워. 예쁜 공이네! 아이, 보드라워라.˝
그러나 선생님은 더 듣고 싶은 말이 있으신 지 두 귓바퀴에 손바닥을 바싹 대셨습니다.
유미가 말했습니다.
˝일구야, 이거 가져. 자동차 그림 공책 두 권이야. 우리 집에 또 한 권 있어.˝
˝우와, 정말? 아이고, 좋아라.˝
˝나는 하나면 충분해.˝
˝그런 나는 두 권이라 어떡하냐?˝
˝네 맘대로 해.˝
˝이거 선생님 드릴까?˝
˝그러자.˝
그 아끼던 공책을 두 권이나 주고도 유미는 즐거운 얼굴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얼굴이 하도 예뻐서 책꽂이 사이로 계속 쳐다보셨습니다.
이 때 일구가 책상 위에 엎드리신 선생님 등뒤에 대고 크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공책 가지세요. 두 권이거든요. 전 하나면 충분해요.˝
김하나 선생님은 오일구를 꼭 끌어안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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