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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동화] 겨울은 상을 받았을까?

이현주동화 이현주............... 조회 수 1516 추천 수 0 2005.04.04 16:49:28
.........
하나님이 봄, 여름,가을,겨울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각자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렸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됐다. 그러면 차례로 내려가 맡은 일을 하여라. 공을 세우고 나면 내가
상을 도탑게 내리리.˝

먼저 봄이 땅으로 내려왔다.
꽁꽁 얼었던 들판을 녹이고 아지랑이를 아지랑 아지랑 피워 놀리자 나무마다 가지마다 연두색 싹이 트고 새들도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기지개를 켰다.
사람들이 보습으로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니 온갖 푸성귀가 파랗게 돋아났다. 봄은 살아 있는 나뭇가지 풀잎 그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잎을 낼 놈은 잎을 내고 꽃을 피울 놈은 꽃을 피우게 다스운 기운과 봄비를 고루고루 나누어 주었다. 성미가 급한 과일나무는 어느 새 꽃을 다 떨구고 새파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하나님이 내려다 보시고,
˝잘했다. 이제 그만하면 봄이 할 일을 다 한 셈이니 나와서 상을 받아라. 수고 했느니라.˝
이렇게 말했지만 상을 받으러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뭣하고 있느냐?˝
하나님이 다시 아래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시자,
˝저 말씀입니까? 저는 봄이 아니올시다.˝ 하고 대답한 것은 팔뚝을 걷고 이마에 베수건을 동여맨 여름이었다.
˝봄은 어디갔느냐?˝
˝모르겠습니다. 제 할 일이 끝났으니 어디서 쉬고 있겠지요.˝

여름은 이렇게 한마디 하고 서둘러 제 할 일에 매달렸다. 여름이 할 일은 봄이 낳아 놓은 생명들을 쑤욱쑤욱 자라게 하는 것이다. 생명이 자라는 데 있어야 할 것은 넉넉한 물과 햇빛이다. 그래서 여름은 장마와 따가운 햇빛을 잔뜩 퍼부었다. 연두색 잎이 거무튀튀한 초록색으로 바뀌고 열매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모두들 다 큰 어른이 되었다.

하나님이 내려다 보시고
˝그동안 수고했으니 여름은 어서 나와 상을 받아라.˝
이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상을 받으러 나오지 않았다.
˝뭣하고 있느냐?˝
하나님이 다시 아래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시자,
˝저 말씀입니까? 저는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올시다.˝
커다란 부채로 들판을 부치며 가을이 대답했다.
˝여름은 어디 있느냐? 나와서 상을 받으라고 하여라.˝
˝저는 여름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가을은 이렇게 한 마디 하고 서둘러 제가 맡은 일에 매달렸다. 가을이 맡은 일은 여름이 키워놓은 열매를 익히는 것이다. 열매가 익는 데는 물은 조금만 있어도 되고 그 대신 맑고 깨끗한 햇빛과 바람이 많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을은 수정처럼 맑은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있는대로 실어다가 들판에 두루 안겼다. 익어야 할 것들이 모두 익었다. 알밤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보식 하나님이 가을을 부르셨다.
˝그동안 수고했다. 나와서 상을 받아라.˝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뭣하고 있느냐?˝
하나님이 다시 아래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시자,
˝저 말씀입니까? 저는 가을이 아니올시다.˝
이렇게 대답한 것은 양손에 얼음을 잔뜩 든 겨울이었다.
˝가을은 어디 있느냐?˝
˝저는 가을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겨울은 제가 맡은 일에 달려들었다. 가을이 익혀 놓은 것을 썩지 않게 갈무리 하는 것이 겨울 일이다. 갈무리에는 뭐니뭐니해도 냉장고가 제일이다. 그래서 겨울은 온 세상을 냉장고로 만들었다.

알아맞춰 보기.
하나님은 겨울에게 상을 주셨을까?
정답은 ˝못주었다.˝
왜냐하면 봄,여름,가을,겨울은 저마다 공을 세우는 즉시 몸을 숨겼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한발짝씩 늦으셨기 때문이다.
이래서 우스운 일로 공을 다투는 인간들만 갈수록 꼴사납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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