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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다람쥐와 순이 누나

창작동화 이영호............... 조회 수 1395 추천 수 0 2005.04.04 16:54:48
.........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잔디밭이 황토밭처럼 누렇게 변했습니다. 그 위로 도토리와 밤나무 낙엽이 뒹굴고 있습니다. 낙엽을 굴리다가 마른 잔디를 말아올리는 심술궂은 바람이 여간 차갑지가 않습니다.
˝오늘로 겨울 양식 준비는 끝났어요,여보. 양식 창고 두 개가 가득한데 떨면서 이러고 다닐 것 없잖아요? 이제는 따뜻한 집에서 겨울 잠을 자고싶어요.˝
아내 다람쥐가 차가운 바람에 떨면서 말했습니다.
˝이까짓 추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는 게요? 순이 누나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편안히 겨울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소?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좀 더 기다려 봅시다.˝
남편 다람쥐가 아내를 달래듯 대꾸했습니다.
남편 다람쥐가 기다리는 사람은 이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는 순이 누나입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위해 골프채가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따라 다니는 것이 순이 누나의 일입니다.
다람쥐는 거의 매일 한번씩은 순이 누나를 만납니다. 다람쥐가 사는 곳이 바로 골프장 안에 있는 잣나무 숲이기 때문입니다. 잣나무 속에 도토리나무와 밤나무도 몇 그루 드문드문 서 있습니다. 다람쥐가 좋아하는 식량이 많은 곳인데다 하루도 빠짐없이 순이 누나를 만날 수 있어 다람쥐는 그곳에 삽니다.

봄이 될 때까지 다람쥐는 순이 누나네 집에서 살았습니다. 식이를 위해 다람쥐 통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다람쥐의 일이었습니다.
˝누누이야, 다라쥐가 참 귀여워. 참 좋아. 이뻐.˝
다람쥐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순이 누나가 아니라 순이 누나의 동생 식이였습니다. 여섯살이 된 식이는 말도 잘 할 줄 모릅니다. 언제나 입을 반쯤 헤벌리고 있지만 입은 말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고 음식을 먹는데만 쓸려고 있는 듯한 아이입니다.
˝멍청이, 바보야, 밥 먹었니?˝
˝고기 먹었어. 고기 마맛있어. 우리 순이 누야가 사와다.˝
놀리는 또래들에게 대답하는 말이 고작 이렇습니다. 마을 아이들에게 아무 잘못도 없이 얻어맞아도 힝힝 우는 게 고작이고 대들거나 싸울 줄을 모릅니다. 그런 식이에게 진짜 동무가 돼 주는 아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순이 누나가 길가에서 팔고 있는 다람쥐를 사서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은 그런 식이를 위해서였습니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누구에겐지 얻어맞고는 잉잉 울면서 들어오곤 하던 식이가 요즘은 통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집에서 함께 놀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사판으로, 어머니는 파출부로 나갔습니다. 순이 누나도 골프장으로 나가 돈을 벌어야했습니다. 학교도 가지 못하는 식이는 그래서 혼자 집에서 울고 지내야만 했습니다.
순이 누나는 그런 식이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웠습니다. 골프장 일이 끝나면 과자를 사 들고 불이나케 집으로 돌아와 식이와 놀아주었습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씻어주고, 그림책도 읽어주며 함께 놀아주었습니다.
그러나 한낮에는 언제나 식이 혼자 집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식이를 위해 지난 봄에 큰 맘 먹고 사 온 것이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였습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는 식이에게 귀여운 다람쥐가 아주 좋은 동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식아, 다람쥐야. 귀엽지? ˝
순이 누나는 다람쥐통을 식이에게 선물하며 말했습니다. 귀엽다는 말에 다람쥐는 새 주인을 위해 열심히 통안의 쳇바퀴를 돌렸습니다.
˝누이이야, 다라쥐 참 귀엽다. 참 좋다. 히히히 ...이거 내 장난감이가?˝
˝그럼, 장난감이 아니고 우리 식이 동무지. 식이 너 줄려고 누나가 사 온 거야.˝
그 날부터 다람쥐는 식이의 동무가 되었습니다. 식이는 다람쥐를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다람쥐통을 들고 나가 마을 아이들에게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다람쥐는 자기 때문에 동무들 앞에서 뽑내고, 자랑하는 식이를 위해 통안의 쳇바퀴를 열심히 돌렸습니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다람쥐는 겨울 잠을 자야 합니다. 개구리나 뱀, 곰처럼 겨울잠을 자며 겨울을 나야 합니다. 먹이는 며칠만에 한 번씩 잠이 깨면 먹고 이내 다시 잠이 듭니다.
그런데 식이는 다람쥐가 겨울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라쥐야! 돌려, 내 하고 놀아.˝
식이는 잠이 들만하면 다람쥐통을 흔들며 다람쥐를 깨웠습니다. 바깥 날씨가 추워서 방안에만 있어야 하는 식이는 다람쥐를 잠시도 가만히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다라쥐야, 밤 머어.마있다, 머어.˝
먹고싶지도 않은데 자꾸만 먹이를 넣어주며 흔들어댑니다. 그래서 다람쥐는 더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식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생선도 남겨 줍니다. 다람쥐는 싫어하는 생선의 비린내 때문에 더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끝내 다람쥐는 병이 들었습니다. 다른 다람쥐들처럼 겨울잠을 자지 못하니 병이날 건 뻔한 이치였습니다.
˝아이구, 이러다가 다람쥐가 죽고 말겠구나! 식아,다람쥐가 병이 났어. 안되겠다. 병원에 보내야 되겠다.˝
축 늘어진 다람쥐를 보고 순이 누나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고는 다람쥐를 병원에 보냈다고 식이를 속이고 다람쥐 집처럼 껌껌한 다락에 다람쥐통을 몰래 올려 놓았습니다. 다람쥐는 땅속 굴처럼 조용하진 않지만 껌껌한 다락에서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겨울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순이 누나는 다람쥐 대신 강아지 한 마리를 식이 동무로 사다 주었습니다. 식이는 다람쥐보다 크고 볼과 손을 핥으며 귀엽게 안겨드는 강아지에게 푹 빠져서 다람쥐를 잊어버렸습니다.
˝안되겠다. 네 동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골프장 숲속에 살게 하마. 먹을 것도 많은 곳이니 좋을 게다.˝
봄이 되어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다람쥐를 보자 순이 누나는 걱정이 되어 다람쥐를 골프장 안의 잣나무 숲속에 놓아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기운을 차린 다람쥐는 고마운 순이 누나를 잊지 않고, 매일 그곳을 지나가는 순이 누나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안녕? 잘 있었니? ˝
다람쥐를 보면 순이 누나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난 이렇게 잘 있어요, 고마운 순이 누나!˝
다람쥐는 팔짝팔짝 재주를 넘으며 대답합니다.
순이 누나는 그런 다람쥐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어느 덧 다람쥐도 귀여운 색시를 맞았습니다. 그걸 누구보다도 먼저 순이 누나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색시와 함께 순이 누나 앞으로 달려나가 팔짝팔짝 자랑을 하였습니다.
˝오라! 너도 귀여운 색씨를 얻었구나! 축하해, 다람쥐야!˝
다람쥐의 마음을 금방 알아챈 순이 누나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그런 순이 누나를 위해 다람쥐 부부는 더 신나게 팔짝팔짝 재주를 넘었습니다.

초겨울이 시작되면서 순이 누나는 지독한 독감에 걸려 골프장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다람쥐 부부는 순이 누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이 누나가 닷새만에 골프장에 나온 날은 첫얼음이 언 추운 날이었습니다. 다람쥐가 사는 잣나무 숲을 지나며 순이 누나는 습관처럼 중얼거렸습니다.
˝ 진작 겨울 잠을 자러 굴 속에 들어갔을텐데....그래도 한 번 보고싶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순이 누나 앞으로 다람쥐 두 마리가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 아니, 너희들 여태?˝
순이 누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척해진 얼굴에 함빡 웃음을 흘렸습니다.
˝누나, 걱정이 되어 여태 기다렸어요. 우리는 이제 편안히 겨울 잠을 자러 가요.˝
순이 누나 앞에서 입을 오물거린 두어번 팔짝팔짝 재주를 넘은 다람쥐 부부는 쏜살같이 잣나무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헛참, 이 추위에 아직도 겨울잠을 자지 않는 다람쥐가 있구먼.˝
영문을 모르는 골프 손님이 신기하다는 듯 순이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에 순이 누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으며 다람쥐가 사라진 잣나무 숲을 향해 손은 흔들었습니다. <끝>

이 영 호
( 사단법인 어린이문화진흥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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