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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청주문학] 보석 두 개

신춘문예 문진주............... 조회 수 1353 추천 수 0 2005.05.07 22:59:26
.........
2002년도 창주 문학상 수상작품

*보석은 왜?˝

우리 엄마는 갑자기 뚱뚱보가 되었습니다.
이전에 우리집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은 아빠였는데 지금은 엄마 배가 1등입니다. 엄마가 날씬했을 때는 나와 함께 마루에 엎드려 그림도 그리고,공원에서 줄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엄마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마루에 엎드려 그림도 그릴 수 없습니다.

한번은 엄마에게
˝엄마,엄마 배는 왜 자꾸 수박처럼 되어가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호호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그 때 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별? 별이라고요?˝
˝그래,별처럼 예쁜 보석이 자라고 있어서 그렇단다˝

엄마 뱃속에 별처럼 예쁜 보석이 들어 있어서 그런 거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보석 때문에 배가 커졌다면 엄마는 더 예뻐져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거든요.

왜 하필이면 우리 엄마 뱃속에 보석이 들어 온 걸까요?
보석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요?

*시장에서*

엄마와 시장에 갔습니다. 엄마는 너무 뚱뚱해서 이제는 나보다 천천히
걷습니다. 내가 저만치 달려가면 뒤에서
˝정은아, 좀 천천히 가렴!˝하고 부릅니다.

시장을 돌아보며 이것저것 구경했습니다. 나는 막대기에 달린 커다란
사탕을 줄줄 빨면서 따라다녔습니다.엄마와 나는 시장건널목에서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길 기다렸습니다.
˝아가야,이것 좀 먹어보렴!˝
건널목에서 옆에 한 아주머니가 ˝아가야!˝하고 불렀습니다.

나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텐데 아주머니가 ´아가´라고 불러 기분이 나빴습니다. 기분 나쁜 것을 표시하려고 일부러 못 들은 척했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만 샐쭉 돌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살구를 들고 있었습니다. 빨간색 광주리에도 살구가 가득했습니다. 나는 모두 보았으면서도 못 본 척 시침 떼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광주리 옆에 앉았습니다.
˝어머,벌써 풋살구가 나왔네!˝
˝파란불이다! 엄마,파란불이예요.빨리 건너가요!˝

건널목의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건너갑니다.하지만 엄마는 건너갈 생각을 안 합니다.
˝한번 먹어보우.˝
아주머니가 엄마와 나에게 살구를 내밀었습니다.
˝으윽,아니 시어!˝
배어 문 살구를 퉤퉤 뱉었습니다.얼른 막대사탕을 입에 넣었습니다.하지만 엄마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는 살구 한봉지를 샀습니다.아주머니가 살구를 봉지에 담는 동안 엄마는 옆에 있던 키 작은 나무를 구경했습니다.
˝이렇게 조그만 나무에 꽃이 맺혔네요.이건 무슨 나무인가요?˝
˝그건 석류나무라우.아파트 베란다에다 키울 수 있도록 묘목장에서 조그맣게 키웠다오.˝
˝그래요? 꽃망울이 맺혔는데...옮겨 심으면 시들지 않을까요?˝
˝그건 염려 말아요.아주 잘 자라니까.˝

엄마는 그 나무를 꼼꼼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비닐로 감싸고 끈으로 동동 묶은 뿌리가 마치 엄마 배처럼 볼록했습니다.
˝얼마예요?˝

** 안녕? 석류나무야! **

엄마는 그 석류나무라는 것을 샀습니다.
˝엄마,석류나무가 뭐에요?˝
˝으응,요 조그만 망울이 보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금 지나면 여기에서 꽃이 피었다 지고 나면 예쁜 열매가 열린단다.˝
˝열매가 열린다구요?˝
˝그래.그 열매가 바로 석류라는 것이지.˝
나무를 빈 화분에다 심었습니다. 물을 뿌려 주자 흙은 금세 까맣게 젖었습니다.흙이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습니다.저녁에 아빠께 석류나무를 보여드렸습니다.
˝아빠! 이게 무슨 나무인지 아세요?˝
˝모르겠는 걸.정은이는 아니?˝
˝요것도 모르세요? 이건 석류나무예요!˝

아빠는 하하하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아빠보다 더 잘 아는 구나. 그럼 이 나무는 정은이가 키우는 건 어떨까?˝
˝내가요?˝
˝이 나무의 엄마가 되어서 정성껏 잘 가꾸어 보렴.˝

나는 석류나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아니,솔직히 이야기하면 친구가 되었습니다.매일 나무에 물을 주었습니다.

** 미안해 **

드디어 꽃망울이 터졌습니다.아빠는 나무를 정성껏 돌보아서 그런 거라 했습니다. 여름 내내 석류나무를 돌보았습니다.꽃이 지자 엄마 말처럼 작은 덩어리가 생겨났습니다.열매가 생겨난 날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젠 더 신경 써야 하겠는 걸.어린 열매는 손으로 만져서는 안되거든.˝
˝이렇게 예쁜데 왜 만지면 안되나요?˝
˝덜 자란 열매는 무척 약하건든.그러니 더 잘 보살펴야 한다.알았지?˝

아빠 말을 듣고부터 나무를 옮길 때면 내 손이 나무의 열매에 닿을까 조심했습니다.열매는 점점 커졌습니다.그리고 색깔도 빨간색으로 변해갔습니다.

그 사이에 더운 여름이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대신 강둑에 코스모스가 한두 송이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드디어 열매가 붉은 색이 되었습니다. 몸통도 우리 엄마 배처럼 볼록하게 되었습니다.아빠는 이 열매 속에도 보석이 들어 있고 엄마 뱃속에도 보석이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보석들은 아마도 다 뚱뚱한가 봅니다.

나무에 물을 줄 때마다 열매 속 보석과 엄마 뱃속에 있는 보석을 떠올립니다.아빠는 때가 되면 보석들이 저절로 모습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다리는 일이 지겹습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석류나무는 꿈쩍도 않습니다. 그리고 엄마 뱃속에 들어 있는 보석도 꼼짝도 않습니다.

석류나무는 나를 친구로 생각 않나 봐요. 나는 석류나무랑 엄마에게 화가 났습니다. 오늘은 엄마에게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석류나무에게도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삐용삐용´소리가 났습니다. 빨간등이 반짝이는 병원차가 우리 아파트 앞에 섰습니다.조금 뒤에 우리
엄마가 자동차에 실렸습니다.

경비실에서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한참 뒤에 외할머니가 와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울면서 석류나무를 떠올렸습니다.오늘은 물도 주지 않았구나... ... .

´어쩌면 석류나무에 물을 주지 않아서 벌 받은 것인지도 몰라.보석을 보여 주지 않으면 어때. 그래도 석류나무는 내 친구인걸.´
울면서 석류나무에 물을 주었습니다.

**동생이 생겼어요!**

아침에 아빠가 나를 데리고 엄마가 있는 병원에 갔습니다.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엄마는 잠자고 있었는데 우리가 말하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정은아,유치원 안가니?˝
˝내가 데려다 주면 돼.˝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엄마,이제 괜찮아요?˝
˝호호,정은이가 엄마 걱정을 다하는구나.다 자랐는 걸.˝
할머니가 창문의 커튼을 걷으며 말했습니다.
˝그럼.다 자랐고 말고.이젠 언니 노릇도 해야 할 텐데.그렇지 않니?˝
˝언니라고요?˝
˝그렇지.동생이 생겼으니 언니가 되는 게 당연하지!˝

동생이 생겼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 소원은 다른 친구들처럼 동생이 한명 있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조른 적도 있었습니다.
˝동생이 어디 있어요?˝
팔짝 뛰어오르면 좋아하니까 아빠가 하하하 웃으며 시계를 봅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유치원부터 다녀오너라.응?˝
˝아이,동생부터 볼래요.˝
˝그러다 유치원에 늦으면 어떡하니?˝

엄마가 걱정스레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동생부터 보겠다고 고집부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동생부터 보라고 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뒤돌아서며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이구,그런데 이를 어쩌누.동생이 흉보겠는 걸.쯧쯧.˝
가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냉큼 가방을 집어 들고 아빠와 함께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아빠! 진짜로 동생이 생긴 거죠?˝
˝그래.이제 조금 있으면 엄마랑 동생이 집으로 돌아올 거다.˝
˝야아호! 야아호!˝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가방 속에 든 필통과 공책과 책들도 기쁜지 콩콩 뛰어 오릅니다. 엄마랑 동생은 세 밤만 자고 나면 집으로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밤이 너무 기다려집니다.빨리 밤이 가고 또 밤이 가고 아침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보석 두 개**

석류나무에 물 주는 일이 너무 즐겁습니다.힘들긴 해도 화분을 햇볕 있는 쪽으로 옮겨 놓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엄마 뱃속에 들어 있던 보석은 밖으로 나왔는데 석류나무의 보석은 그대로입니다. 그렇지만 물을 주지 않거나 햇볕으로 내놓는 일을 거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엄마랑 동생이 집에 오는 날입니다.베란다에서 석류나무가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드디어 벨 소리가 울립니다.
˝정은아! 네 동생이다.˝
아빠의 목소리입니다. 동생은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동생의 이름을 아직 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이름 대신 그냥 보석이라 부릅니다.
˝보석!˝

동생은 얼굴이 조그맣고 빨갛습니다. 눈을 꼭 감은 채 손가락을 움켜쥐고 있습니다.가끔 하품을 하는데 그럴 때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동생이 생긴 이후로 바빠졌습니다. 예전에는 석류나무에 물만 주면 되었는데 이제는 동생도 돌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은아! 이리 와 봐라˝
아빠가 베란다에서 나를 불렀습니다.
˝정은아! 석류나무에 보석이 열렸구나˝
˝아하!˝
그 빨갛던 주머니의 가운데가 쭈욱 터졌습니다. 그 사이로 빨간 점이 박힌 알맹이가 보입니다. 정말 너무 예쁩니다.
˝진,짜, 다! 보석이다!˝
엄마는 동생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습니다.
˝정은이는 좋겠구나 동생 보석이도 생기고,석류 보석도 생겼으니.˝
정말 너무 기쁩니다.화분을 엄마 머리맡 가까이에 놓았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예쁜 동생을 주었습니다.나는 내가 물과 햇볕을 주고 키운 보석을 엄마에게 드립니다. 내 동생은 쿨쿨 잠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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