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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화] 희망을 파는 가게

외국동화 스기 미키코............... 조회 수 1753 추천 수 0 2005.05.07 23:02:30
.........
스기 미키코 - (일본 아카이도리 문학상 수상작)

* ´사과´에 담긴 따뜻한 위안의 불빛

소녀는 매일 늦게 귀가합니다. 콩쿠르를 앞두고 계속된 합창 연습 때문입니다. 열차로 통학하는 소녀에게는 하교시간이 늦어지는 것말고도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집에 돌아갈 때는 늘 한밤중이 됩니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녀가 사는 변두리 주택 단지의 가게들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일찍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두려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갑니다.
포크송이나 팝송보다는 요즘은 매일 연습을 하는 콩쿠르 과제곡이 입에 붙어서 그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습니다. 합창곡을 혼자서 부르는 것이 약간 어색했지만, 학교처럼 딱딱하게 맞춰 부르는 게 아니라 내 멋대로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습니다.
단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작은 과일가게가 있습니다. 이곳도 주변의 상점들처럼 가게문을 일찍 닫았는데, 어느 날인가는 늦은 밤까지 문을 닫지 않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등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 오늘은 웬일이지?´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 특별한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소녀는 문득 발을 멈췄습니다. 변두리의 작은 가게치고는 나름대로 잘 정돈된 가게였습니다.
사과, 바나나, 포도, 멜론 같은 과일들이 반들반들하게 닦여서 진열대 위에 쌓여 있었고, 무엇보다 가게 안에 비쳐지는 오렌지색 불빛을 받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고, 소녀는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방을 들고 서둘러 걸었습니다.
어느 날, 연습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늘 타던 기차보다도 한 시간이나 늦은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집에 전화를 해서 아버지더러 역까지 마중을 나오게 했습니다.
너무 늦게 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꾸지람을 들으며, 걸어오는데 바로 그 과일 과게에 아직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어? 여기 꽤 늦게까지 하네.˝
아버지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습니다. 소녀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응. 매일 이곳이 환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렇구나. 그럼 답례로 사과라도 사 가지고 갈까?˝
˝그래요.˝
아버지의 주문대로 붙임성 있는 아주머니가 싸 준 사과를 가슴에 안으면서, 소녀는 왠지 이 가게의 불빛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사과라는 예쁜 그릇에 담긴 따뜻한 불빛을.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습니다.
콩쿠르도 무사히 끝나고 소녀의 생활은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무렵 이른 열차로 귀가하게 되어 그 과일가게가 지금도 밤늦게까지 열려 있는지 소녀는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에게는 이제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일요일. 소녀는 같은 합창부 친구의 병 문안을 가려고 점심쯤 집을 나섰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면회시간에 맞춰 병 문안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과일은 여기서 사 가지고 가야겠다.´
병 문안 선물을 사 가는 것은 소녀의 몫이었습니다. 동네의 큰 가게에서 사려다가, 전에 이 가게에서 샀던 사과가 맛이 있었고, 또 그 불빛에 대한 보답으로 한번쯤 더 과일을 사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아주머니를 찾다가 소녀는 무심코 숨을 삼켰습니다.
가게 안에서 즐거운 허밍이 들려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고향을 그리는 노래, 소녀가 몇 백 번이나 불렀던 지난 번 콩쿠르의 과제곡이었습니다.
´루루루루, 루루루…….´
어떻게 저 곡을? 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알토 부분을 흥얼거렸습니다.
크게 부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바로 코앞에서 불렀으니 그대로 들렸던 모양입니다. 발을 젖히고 얼굴을 내민 것은 바로 그 아주머니였습니다.
˝어? 학생이었어?˝
느닷없는 말에 당황한 소녀는 무심코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마웠어요.˝
매일 밤길을 밝혀주던 불빛에 대한 답례였지만, 이렇게 하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뭐라고 덧붙여야 좋을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 대답이 쉽게 건너왔습니다.
˝아니, 천만에요.˝
자신의 마음이 전달된 것이 오히려 놀라워서 다음 말을 찾지 못하는데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습니다.
˝매일 늦게까지 참 힘들었겠어요. 매일 밤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이 길을 지나갔죠?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 집 아저씨가 어린 여학생이 이런 어두운 밤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까, 우리 집 불빛이라도 켜두면 한결 낫지 않겠나, 해서요. 그래서 매일 밤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가게 문을 닫곤 했어요. 매일 듣다 보니 나도 그 노래를 외우게 됐어요. 호호…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기다려도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어요.˝
소녀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리고 사과 가게의 불빛이 그렇게 따뜻하게 보였던 것은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콩쿠르가 끝나고서는 집에 일찍 가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소녀는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더, 더 많이 사고 싶은데요, 친구들과 예산을 미리 정한 거라, 미안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예쁜 리본을 단 과일바구니를 건네 주었습니다. 소녀는 그것을 받아들면서 병원에 있는 친구를 위해서 이 과일보다도 그 다른 무엇보다도, 더 큰 위안이 될 이야기 선물을 준비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 - 상점이 있는 풍경 中에서 -


* 전봇대에 꽃이 피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반상회에서 나온 인쇄물을 두고 갔습니다.
˝엄마, 이거 보시래요.˝
소녀가 주방으로 가지고 가자 어머니는 손을 닦으며 받아들이고는 쭉 훑어보았습니다.
˝음, 전기공사 때문에 정전이 된다고……. 전봇대를 교체한다는구나.˝
˝정전이 된다고? 언제요?˝
˝모레. 시간은 오전 아홉 시에서 오후 네 시까지래. 낮 시간이니까 냉장고만 신경 쓰면 되겠다.˝
˝어떤 전봇대를 교체하는 거지?˝
˝여기 약도가 있다. 여기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는 곳에 전봇대를 다시 세우는 거야……. 어머?˝
˝왜 그래요?˝
˝여기야. 우리 집 옆에 있는 전봇대. 봐, 바로 저거.˝
엄마는 창문에서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럼 저 전봇대가 없어지는 거야?˝
˝여기 그렇게 써 있어. 나무 전봇대가 낡아서 콘크리트 기둥으로 교체시킨다고.˝
다 읽은 인쇄물을 편지꽂이에 꽂고 엄마는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들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길모퉁이 집 가코가 시집을 가면 전봇대에 꽃이 핀다.˝
소녀는 어안이 벙벙해서 엄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엄마가 어렸을 때 굉장한 말괄량이 여자아이가 있었어. 사람들이 그 말괄량이 여자아이를 두고 이런 소리를 했어. 누구누구가 시집을 가면 전봇대에 꽃이 핀다고.˝
˝왜 전봇대에 꽃이 피는데요?˝
˝전봇대에 꽃 같은 게 필 리가 없잖니. 그러니까 말괄량이 여자아이가 만약 제대로 시집을 간다면 그것은 전봇대에 꽃이 피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이라는 얘기지. 한 마디로 ´그렇게 까불고 다니다간 시집을 못 간다´는 험담을 한 거지.˝
˝아아, 그렇구나, 재밌네. 그런데 길모퉁이 집 가코가 누구예요?˝
˝길모퉁이 집의 가즈코. 길모퉁이 가코. 누굴까?˝
˝길모둩이 집 가코……. 가즈코……? 그럼, 엄마 얘기예요?˝
˝그래.˝
˝헤헤, 엄마가 그렇게 말괄량이였어요?˝
˝그랬나보지.˝
엄마는 근처 대나무 숲에 탐사를 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남자아이들과 구슬치기나 줄넘기를 해도 절대로 지지 않았고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달리기는 늘 일등이었다고 했습니다. 나무 타기 선수였다는 이야기도.
˝그래, 나무 타기라면 말이다…….˝

바로 옆집에 같은 학년 남자아이가 살았는데, 그 아이는 동네 골목대장 노릇을 하면서 늘 여자아이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연필이나 지우개를 숨겨 놓는 일은 일쑤였고, 지나가면서 머리채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술래잡기를 할 때 일부러 부딪혀서 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그 날도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그 아이가 뒤에서 달려와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가로채 달아나 버렸습니다. 바로 쫓아갔지만 길모퉁이에서 놓쳐 씩씩거리며 찾아다니다가 집 근처까지 와 보니 골목 안쪽에서 그 아이가 ´메-롱´하고 놀렸습니다. 손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디에 감춘 걸까, 생각할 틈도 없이 선명한 노란 색 주머니가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기 키보다 훨씬 큰 길모퉁이 전봇대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라갔어요? 엄마가?˝
˝응. 디딤 못이 있었거든. 전기 공사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는 거 말이야. 참, 그래도 넌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엄마는 지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알았어요, 알았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게 말이야, 올라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는데, 내려올 때는 생각 외로 무섭더라고. 주머니를 들고 가까스로 디딤 못을 찾으면서 내려오다가 거의 다 내려와서 그만 발을 헛디뎠어. 일 미터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지 뭐니. 손을 다쳐서 피가 나고 치마는 찢어지고, 엉망이 됐지. 그런데다가 떨어질 때 발목을 삐끗해서 한동안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 남자아이가 놀랐는지 ´나는 몰라, 나는 모른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 버렸어. 결국 발목을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음 날은 학교도 못 가게 되었지.˝
˝결석계 낼 때 이유를 분명히 썼으니까 그 남자아이는 선생님께 혼이 났을 거야. 고것 참 잘됐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됐다는 마음도 들더라고. 전봇대에 올라간 건 그 아이 때문이었지만, 떨어진 건 그 애 책임이 아니었으니까.˝

그 날 저녁 혼자 지루하게 집을 보는데 현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야. 손님이 왔나 싶어 큰 소리로 대답하고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유리문 너머로 언뜻 사람 그림자가 멀어져 가는 것이 보여서 바닥으로 내려섰지.
한쪽 발을 감싸면서 겨우겨우 신발을 신고 문을 열어 보니까 길 어디에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어. 잘못 봤나 싶어 무심코 길모퉁이 전봇대를 보다가 깜짝 놀랐어. 빨강, 노랑, 하양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전봇대 그림자에서 언뜻 보였거든. 얼른 가 보니 전봇대 바로 내 눈 높이에 소국, 조팝나무 꽃, 금잔화 같은 것을 어수선하게 묶어 놓은 꽃다발이 꽂혀 있는 거야. 조잡한 꽃다발이었지만 그것은 마치 잔치라도 열린 것처럼 화려하게 보였어.
그 개구쟁이가 사과를 하러 왔다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차마 집까지 찾아오지 못했던 거야. 그래도 어지간히 멋쩍었는지 다음 날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쳤을 때도 여전히 잘난 체하면서 아무 말 안 하는 거야. 나도 아니꼬워서 모르는 척하고 말았어.
그러고 나서는 가끔씩 전봇대에 작은 꽃다발이 꽂혀 있었어. 난 잠자코 그것을 빼 들고 와서 책상 위에서 꽂곤 했지.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전봇대에 꽃을 꽂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날 놀리고 괴롭히는 짓을 계속했으니 참 웃기는 일이지? 한편으로 호의를 보이면 다른 한편으로는 짓궂은 짓을 해도 충분히 무마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지 몰라.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두 사람 모두 자라서 중학생이 될 무렵에는 그 꽃 선물도 딱 끊어졌지. 더구나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어린 시절의 인연들은 거의 끊어져서 남자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다는 것도 먼 소문으로만 들을 수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길모퉁이 전봇대에 다시 꽃이 꽂혀 있었어. 이번에는 꽃송이도 훨씬 늘었고 예쁜 셀로판지로 싸서 리본까지 묶어서.
˝와아, 그 남자애죠.˝
˝물론이지.˝
˝그럼, 그 애를 또 만났어요?˝
˝만났지, 물론.˝
엄마가 피식 웃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나 왔어˝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봐라, 그 개구쟁이 왔다.˝
시치미를 떼고 말하는 엄마 얼굴을 보고 소녀는 순간 멍했지만 곧 상황을 알아차리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예요, 아버지가 그 개구쟁이라고?˝
다음 날 출근하던 아버지는 문득 길모퉁이의 전봇대를 보고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거기에는 희고 붉은 진달래를 실에 꿴 화환이 축하라도 하듯 화사하게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뭐야, 이거 네가 만든 거냐?˝
돌아다보니 소녀가 웃고 서 있습니다.
˝있잖아요, 엄마가 시집갈 수 있었던 걸 축하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전봇대 내일이면 없어지니까 마지막 선물도 되는 거구요.˝
소녀는 가방을 등에 메면서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길모퉁이 집 가코가 시집을 가서 전봇대에 꽃이 피었네.˝ (*)


* 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울 수도 없다

그것은 마을 변두리 작은 개천에 걸려 있는 아주 평범한 다리였습니다. 이 다리가 내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지니도록 만든 것은 사실 그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환희교´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옛날에 이 개울 때문에 바로 앞에 보이는 마을을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고민하다가 여기에 다리를 만들어 놓고 그때의 기쁜 마음을 그대로 담아서 다리 이름을 ´환희교´라 지은 것이랍니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에는 그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환희´라는 어려운 말이 ´기쁘다´는 뜻이라는 것을 안 그때부터 나는 이 다리는 기쁘고 즐거운 사람들만 건널 수 있는 다리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함부로 다리를 건널 수가 없더군요. 물론 그건 아주 어렸을 적 일이니까, 꼭 그 다리를 건너야 할 만한 일도 특별히 없었지요. 그 다리 건너편이 특별히 경치가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건널 수 없는 다리라고 하면 어떻게든 건너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요.
나는 그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쁜 마음을 만들려고 애를 썼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내 마음이라고 해도 기쁨이나 슬픔을 그렇게 간단히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지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기쁘거나 즐거운 일은 물론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이 다리를 건너겠다는 생각은 아예 잊어버립니다. 매번 그런 식이어서 건너고 싶다, 건너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정말 오랫동안 나는 다리를 건너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희망이 이루어진 것은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길이었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가을꽃 향기가 은은하게 바람에 실려 왔습니다. 주변의 향기가 끊이지 않아 마치 향기의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춤을 추듯 리듬에 맞춰 걷다가 그때 문득 그 다리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나는 정말 날듯이 달려갔습니다. 즐거움이 사라지기 전에, 이 기쁨을 잊어버리기 전에, 그대로 한달음에 그 기쁨의 다리를 건너 버렸습니다.
다리를 건넜다는 것만으로 나는 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쁨의 다리라는 것은 기쁜 사람들이 건너는 다리가 아니라 건넌 사람이 기뻐하는 다리가 아닐까.´
나는 그때부터 몇 번이고 그 다리를 건넜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다리를 건너면 언제나 잔잔한 기쁨이 가슴에 밀려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리는 이름 그대로, 정말 신기한 힘을 지녔다고 오랫동안 굳게 믿었습니다.
예, 환희교라는 그 다리는 지금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도 이름 그대로 ´기쁨의 다리´랍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릅니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울고 싶어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나와 이 다리의 경우는 바로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
- 다리가 있는 풍경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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