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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선생님은 왜 저만 미워해요?

창작동화 조대현............... 조회 수 1837 추천 수 0 2005.05.07 23:04:18
.........
4학년 초록반 담임, 장미란 선생님은 퇴근하려고 주차장에 나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빨간 승용차 문짝에다 누군가가 보기좋게 낙서를 해 놓았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바보. 시집도 못가는 노처녀. 메롱!
선생님은 불끈 화가 치밀었습니다. 산지 일 주일도 안된 새 차에다 낙서라니…….
그보다 더더욱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건 낙서의 끝 구절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노처녀의 ´노´자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 판에 그걸 꼬집기라도 하듯큰 글씨로 광고까지 하다니……. 선생님은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짓을 했지?´
입술을 깨물고 곰곰 생각하던 선생님의 눈 앞에 퍼뜩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습니다.
´맞아! 그녀석 짓이 틀림없어!´

사고뭉치 이철진!
학기 초부터 어지간히 선생님의 속을 썩이던 아이였습니다. 새로 담임이 되어 교실에 들어갔는데 여학생들의 치마를 들치며 짓궂게 장난을 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따끔하게 혼을 내 놨더니 이제는 슬슬 선생님을 골탕먹이려 하고 들었습니다.
출입문에다 칠판 지우개를 끼워 놔 선생님에게 백묵 가루를 뒤집어씌우지 않나, 출석부를 쓰레기통에다 내다버려 하루종일 그걸 찾느라 쩔쩔매게 만들지 않나…….
그밖에도 크고 작은 일로 선생님 신경 쓰게 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죽하면 사고뭉치라는 별명이 붙었을까요.
그런데 더 얄미운 것은 녀석이 한 번도 제 잘못을 뉘우치거나 비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뻔히 알고 불러다 야단을 치는데도 녀석은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딴전을 부려 선생님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녀석이 끝내는 선생님의 새로산 차에까지 보복(?)을 해오는 것이라고. 선생님은 그렇게 믿었습니다.
´오냐, 이 녀석 두고 보자!´
선생님은 검은 매직으로 써 잘 지워지지도 않는 낙서를 겨우 지우고 거칠게 액셀레이터를 밟았습니다.

이튿날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다 돌아간 뒤, 선생님은 녀석을 따로 남겨 야단을 치기시작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겠노라고 옆에 막대기까지 준비해 놓았습니다.
˝이철진, 바른대로 말해! 선생님 차에 낙서한 게 너지?˝
제가 저지른 일이 워낙 선생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 녀석도 이번에는 변명 없이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선생님은 이 때다 싶어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왜그랬지? 왜 선생님 차에다 그런 낙서를 했어?˝
녀석은 입을 꼭 다문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선생님이 교탁을 탁탁 내리치며 또 한번 다그치자 느닷없이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저만 미워해요?˝
˝뭐? 왜 너만 미워하냐구? 그야 네가 나쁜 짓만 골라 가면서 하니까 그렇지, 다른 애들처럼 착하면 왜 야단을 치니?˝
그러자 녀석은 또 엉뚱한 걸 물었습니다.
˝선생님, 엄마 없는 애는 다 나쁜 앤가요?˝
˝뭐어?˝
선생님이 영문을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녀석은 갑자기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선생님 미워요. 우리 엄마도 밉구요. 엉엉엉…….˝
그 말을 듣자 선생님 머리에 언뜻 지니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철진이의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귀띔해 준 말.
˝청진이 걔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예요. 2학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하고만 산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짓궂고 거칠고 버릇없고…….˝
그 생각이 떠오르자 선생님은 온 몸의 맥이 풀리면서, 녀석을 야단치기는커녕 공연히 잘못 건드렸구나 하는 후회마저 들었습니다.또한 녀석이 어찌나 섧게 우는지 울음을 달래 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 알았어. 철진이 맘 선생님도 잘 알았으니까 어서 그쳐. 어서 그치라니까!˝
녀석은 선생님이 등을 토닥거려주고 손수건으로 눈물 콧물을 닦아 준 뒤, 몇 번을 안아주어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서 돌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선생님도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이튿날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흙먼지가 많이 날려 선생님의 새 차에도 먼지가 뽀얗게 덮였습니다. 선생님은 세차장에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없어 먼지 낀 차를 그대로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오늘은 꼭 차를 청소해야겠다고 서둘러 주차장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차 앞으로 다가가던 선생님은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가 닦아 놓았는지 선생님의 빨간색 승용차가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누가 이렇게……?
이상하다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저쪽 수돗가에서 양동이와 걸레를 들고 오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니, 저 아이는 이철진…….´
선생님은 눈이 둥그레져 철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철진이도 이쪽으로 다가오다가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철진이는 양동이와 걸레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 허둥지둥 교문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얘, 철진아! 철진아!˝
선생님이 여러번 불렀지만 철진이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선생님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섰다가 천천히 차를 몰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철진이가 닦아놓은 유리창 너머 선생님의 얼굴이 어느때보다도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문공사 출판, 참 좋은 동화20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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