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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복 없는 아이

창작동화 소중애............... 조회 수 1354 추천 수 0 2005.05.09 13:06:36
.........
며칠 내리던 장마 비가 멈추고 하늘은 깊은 바다처럼 파랬습니다.
˝쓰름, 쓰름.˝
매미는 쏟아지는 햇살을 노래하고 간간이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은 찰랑찰랑 맑고 깨끗한 잎사귀를 흔들어댔습니다.
수정암 노스님은 오랜만에 암자를 나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똑 또르륵. 똑 또르륵. ˝
매미소리에 맞춰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맞춰 목탁을 가볍게 치면서 노스님은 천천히 걸었습니다.
˝부처님이 하시는 일에는 틀림없다니깐.... 장마철에도 나무 말려 때고 반찬거리 장만하라고 간간이 해님을 보내시니 고마우신 분이야. ˝
하얀 눈썹을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스님은 미소지었습니다.

바람 따라 물 따라 노스님은 먼 마을까지 내려갔습니다.
나즈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집들이 정답게 붙어있고. 논과 밭에는 거름기 오른 벼와 채소들이 검푸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동네가 마치 초록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평화스러운 마을이군. 오늘은 여기서 탁발을 해야겠어.˝
노스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넉넉해 보이는 집을 찾았습니다.
노스님은 마을 한가운데 당그랗게 서 있는 이층집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앞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떠들면서 걸어왔습니다. 물에 젖은 머리들이 햇살에 반짝였습니다.
˝봉구 녀석, 다시는 놀이에 끼워 주지 말자.˝
˝나쁜 녀석야. 성 쌓아 놓은 것 다 부셔버리고...˝
˝걘 언제나 그렇잖아.˝
아직도 해가 머리 위인데 봉구라는 애 때문에 기분이 상해 물놀이를 그만 둔 모양입니다.
˝밥 먹고 학교로 공차러 가자. 봉구한테는 비밀이다. ˝
나이가 많은 아이가 말했습니다.
˝좋았어. 이따 만나자.˝
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다람쥐들처럼 달려갔습니다.
노스님은 갈색 건강한 다리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잔잔하게 웃었습니다.

어느새 노스님의 발끝은 이층집 대문 앞에 있었습니다.
˝싫어. 지금 줘. ˝
대문 안에서 남자아이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 있다가 아빠 오시면 같이 먹자니깐 괜한 고집 부린다.˝
아이를 달래는 부드러운 엄마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배고프단 말야. ˝
아이는 축구공을 텅텅 차면서 김치 거리 다듬는 엄마 주위를 돌아 다녔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조금만 있으면 아빠 오시는데....˝
엄마는 손을 털며 일어났습니다.

그 때 마악 노스님이 대문을 들어섰습니다. 엄마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였습니다.
˝어서 오세요. 스님. ˝
동글동글한 얼굴이 맘 좋게 생긴 엄마였습니다. 아이는 힐끔 노스님을 쳐다보았습니다. 열두어살쯤 된 아이는 엄마와는 달리 심술궂은 얼굴에 눈빛이 사나웠습니다.
˝마침 우리 봉구 점심상을 차리던 중입니다. 스님, 반찬은 없지만 잡수시고 가세요. ˝
봉구엄마는 걸레로 들마루를 닦으며 노스님에게 앉기를 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봉구는 멈췄던 공을 다시 펑펑 차면서 좁은 마당을 뛰어 다녔습니다.
˝봉구야. 바깥 마당에 가서 공 차렴. 노스님 정신없으시겠다. ˝
엄마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지만 봉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노스님은 공 차는 봉구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시선을 느꼈는지 봉구는 신경질 부리듯 벽을 향해 있는 힘껏 공을 찼습니다.
˝펑 !˝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은 벽을 맞고 튀어 올라 대문 옆 창고 지붕위로 올라갔습니다. 지붕위로 올라간 공은 퉁퉁퉁 튀어 내려오면서 힘을 빼다가 물받이 홈통 위에 멈춰 섰습니다.
˝칫, 뭐야. 재수없게.˝
투덜거리며 봉구는 창고에 가 사다리를 꺼내왔습니다.
˝얘야. 위험한데 아빠오시면 내려달라고 하렴.˝
노스님은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상관 말아요.˝
불손하게 말을 자르고 봉구는 사다리를 올라갔습니다. 노스님의 눈길이 봉구를 보호하듯 따라갔습니다.
˝쯧쯧, 복 없이 태어난 아이야. ˝
봉구는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손을 뻗었습니다. 그러나 홈통만큼 접혀 올라간 손끝이라 공이 닿지 않았습니다.
˝얘야. 조심해라.˝
노스님은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습니다.
봉구는 발끝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손끝에 공이 닿았습니다. 봉구는 한층 더 발끝을 세웠습니다. 공이 손끝을 피해 옆으로 굴러갔습니다.
공을 따라 몸을 기울이던 봉구는 균형을 잃고 철썩 마당으로 떨어졌습니다.

해질 무렵 노스님은 수정암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읍내 병원에 두고 온 봉구가 맘에 걸려 자꾸만 마을을 뒤돌아보았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뼈 조각 하나가 내장을 건드렸다고 합니다.
˝부자에 너그럽고 인자한 부모님한테서 태어났는데도 행복하지 못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으니...쯧쯧쯧. ......복 없이 태어났으니 인생이 얼마나 고달플고...나무관세음보살.˝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봉구는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다 싸놓고 엄마는 잠깐 병실을 나갔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봉구는 복도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그 아이 눈에 복도 벽에 대어 놓은 바퀴 침대가 들어왔습니다.
한달 동안 봉구랑 침대에만 누워있었던 장난기가 슬그머니 머리를 들었습니다. 봉구는 침대를 밀며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덜컹덜컹.˝
침대는 쇠바퀴 소리를 내며 달렸습니다.
˝얘. 무슨 짓야.˝
˝조심해 ! ˝
간호사들이 소리 질렀습니다.
봉구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속도가 붙자 훌쩍 침대에 매달렸습니다.
˝이햐아 !˝
침대는 신나게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쿵 !˝
벽에 부딪히면서 갑자기 섰습니다. 봉구는 침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퍽.˝
소리와 함께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어이쿠. ˝
봉구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봉구 같은 애는 첨 봅니다. ˝
부러진 코뼈를 치료하면서 의사선생님은 화를 냈습니다.
언제나 너그럽던 엄마와 아빠도 화를 냈습니다.
´난 재수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 거야. 그 스님이 말했잖아. 나는 복 없이 태어났다고 말야.´

지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로 찢어지고 부러진 경험이 수십차례나 되었습니다.
´나 같이 복 없는 애도 없을 거야.´
봉구는 갑자기 서러웠습니다.

토요일.
느티나무 그림자가 그늘 드리우는 것을 기다려 노스님은 텃밭에 나가 앉아있었습니다. 이미 장다리가 나와 꽃이 핀 상추대에서 먹을만한 옆사귀를 따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
밭둑에 서서 한 아이가 인사했습니다. 셔츠 목과 가슴 부분이 땀에 젖어 짙은 색을 띄웠습니다.
˝마당에 있는 샘물 좀 마시렴. 물이 아주 시원하단다.˝
아이는 절 마당으로 올라가지 않고 노스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밭둑에 멈춰 선 아이는 잠긴 목소리를 냈습니다.
˝저 모르세요? ˝
땀에 젖은 얼굴이 우울한 아이였습니다.
˝글쎄다.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자꾸만 나빠져서 말이다. ˝
노스님은 아이를 눈여겨 살펴 보았습니다.
˝복없이 태어난 아이, 봉구입니다.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때 우리 집에 계셨잖아요. ˝
˝아. 그래. 그런데 코가 왜 그러냐? 그 때 코도 다쳤더냐? ˝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 코뼈가 주저앉아 코가 삐뚤어진 봉구입니다.
˝스님 !˝
봉구는 밭둑이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얘야, 왜 그러느냐? ˝
봉구는 쿨쩍거리며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노스님을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모릅니다.
˝왜 그래? ˝
노스님이 옆에 와 앉았습니다.
˝스님, 저는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야하나요? ˝
젖은 눈으로 봉구는 노스님을 쳐다봤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해? ˝
˝스님이 그러셨잖아요. 저는 복 없이 태어났다고요.˝
˝쯧쯧쯧... 가엽게도 그것이 마음에 가시가 되었구나. ˝
노스님은 주름 투성이 손등으로 봉구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딱한 일이야. 바른 것, 아름다운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네겐 없어. 그래서 불행한 거야. ˝
˝복 없이 태어났으니깐요. ˝
봉구는 젖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냐. 그게 아냐. 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던 날 난 위험하니깐 올라가지 마라고 했어. ˝
˝그러셨죠. ˝
˝너는 우기고 올라가 떨어졌어. 남이 바르게 알려 주는 것을 받아 드리는 마음, 그게 복인데 넌 산으로 가라하면 바다로 가잖아. 그래서 불행한 거야. ˝
˝그게 복인가요? ˝
봉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 머리를 번쩍 처 들었습니다.
˝그게 복이라면..... 제가 노력하면 복을 찾을 수도 있겠네요? ˝
˝그럼, 그럼. 부처님 같이 훌륭하신 분이 너 같이 작은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좋아하실 리가 없지. 노력하면 도와 주실게야.˝
봉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스님 저, 갈래요.˝
노스님도 일어낫습니다.
˝산에는 해가 일찍 지는데 자고 내일 가렴. ˝
˝갈래요. 가겠어요.....˝
봉구는 고집을 부리다가 생각을 접으며 웃었습니다.
˝밤에 산을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겠죠? ˝
˝그래. 상추 무쳐 저녁밥 먹자. ˝
˝집에 전화 해 주실래요? ˝
˝아무렴. ˝
노스님과 봉구는 밭에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똑, 똑 상추 잎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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